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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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마왕의 적 (2)

맑은 생명의 기운이 맞잡은 손을 타고 몸에 스며들었다·

생기가 회복되었음을 느낀 베스티는 편히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감사합니다· 한데 이렇게 계속 제게 생기를 넘겨주셔도 정말 괜찮으신가요?”

“전 보통 인간이랑 달라요· 하루만 지나도 본래에 있던 생명의 기운을 완전히 회복하거든요· 아직은 괜찮아요·”

루나브는 걷었던 소매를 올리며 덤덤히 말했다·

“아직이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신경 쓰이네요·”

“당신의 정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기의 양은 갈수록 더 늘어날 거예요· 즉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생기를 당신에게 전해야 한다는 거죠· 만약 그 한계점을 넘어서는 순간까지 오게 된다면····”

“저는 또다시 정신을 잃고 사경을 헤맬지도 모른다는 말이군요·”

베스티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에 화제를 돌리려는 듯 루나브가 턱을 괴며 물었다·

“베스티님은 저희가 쫓고자 하는 그 인간들이 왜 마계에 숨어 있을 거라 생각하신 거죠?”

“계획을 세우기 위해선 정보가 필요하죠· 우리가 인계에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것처럼· 그들 역시 이곳 마계에 아무런 정보가 없을 거예요· 따라서 그들이 가장 먼저 했을 일은 단연 정보를 구하는 일이었겠죠· 예를 들어 저와 마왕의 관계 같은····”

“그 말은 마치 베스티님을 노리는 다른 마족들도 있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그것은 인계에서도 통하는 말이었다·

이에 로저스도 옆에서 거들었다·

“이곳 마계에는 마왕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 세력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습니다·”

“마왕의 폐위를 원하기라도 하나요?”

“그런 개념이 아닙니다·”

로저스는 눈을 부릅 치켜들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이성이 아닌 본성을 앞세우는 마왕· 즉 마왕님의 원래 모습을 원하는 자들이죠·”

로저스의 입에서 원래 모습이란 말이 언급된 순간

베스티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강하케 움켜쥐었다·

그 모습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 * *

레메아 협곡과 가장 가까운 마족의 주거지 ‘아렘’·

내게는 어느 정도 기억에 있는 장소였다·

이렇게 복닥복닥 한 곳이었단 기억은 없지만·

“확실히 분위가 더 활발해졌네? 주변 마수들을 때려죽인 보람이 있는 걸?”

마왕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거리를 걷는 반면 나는 사방을 주시하며 혹시라도 튀어나올 위험요소를 경계했다·

뭐가 있을지 모를 낯선 타지에서 해야 하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런 내 시선을 2초 정도 뺏은 것이 있었으니·

“엥? 뭐야 너 배고프냐?”

마수·

정확히는 마수의 사체·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수의 사체로 만든 요리였다·

군침을 유발하는 누런 빛깔·

열기가 닿자 부활한 듯 힘차게 꿈틀거리는 촉수·

성인 남성 5명은 가뿐히 넘을 듯한 엄청난 길이까지·

데스 웜인가?

레메아 협곡에서 보던 것보단 훨씬 큰데?

아니 웜인 건 둘째치고 원래 저렇게 맛있는 냄새가 났었나?

나도 모르게 정신이 팔렸다는 걸 눈치채고선 급히 고개를 저었다·

하다하다 내가 마수에게 정신이 팔릴 때가 다 있군·

“누가 헬하운드 잡아먹는 인간 아니랄까 봐· 너 너무 쳐다보는 거 아니냐?”

대답하기도 모호했기에 그냥 침묵으로 응답했다·

“확실히 베스티의 말이 일리가 있어· 놈들이 원하는 게 내가 인계로 가서 깽판 치는 일이었다면 그걸 굳이 인계에서 구경하고 있을 이유는 없잖아? 내가 없는 마계에서 안전하게 기다리겠지·”

기다리는 장소도 장소 나름이다·

이곳은 인계가 아닌 마계·

나 같은 인간은 엄연히 이방인으로 취급받을 곳이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이 낯선 땅에 인간이 몸을 숨긴다?

그나마 전생의 기억을 가진 나도 생각조차 안 할 일이다·

만약 그 일이 정말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정한다면

분명 마계에 그들을 돕는 조력자가 있을 것이란 게 그 베스티란 마족 여자의 생각이었다·

해서 처음 모습을 보였던 레메아 협곡 인근의 주거지들을 조사해서 그들의 흔적을 찾아볼 것을 조언했다·

일단 조력자의 유무를 떠나서 에쉘이 마계에 있을 가능성은 나 역시 충분히 존재한다고 본다·

스스로 권능이라 자부하는 그 잘난 현혹의 힘을 이용했다면 이곳의 마족들을 조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겠지·

놈이 목적은 결국 마왕·

그를 인계로 유인해 혼란을 유발하고 끝에는 나와 엮어서 한 번에 처리하려는 속셈이었겠지·

허나 그놈의 그 얄팍한 속셈은 내가 10년 전 만약을 위해 체결한 거래로 인해 시작부터 틀어졌을 것이다·

지금쯤 또 어디선가 이를 갈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될 것이다·

나로 인해서·

“여기서부턴 따로 움직이지·”

“음? 갑자기 왜?”

나는 정말로 몰라서 묻냐는 의미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때 사방에서 마왕을 향한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마 마왕님? 마왕님 맞지?”

“세상에 마왕님이 지금 아렘에 오신 거야?”

“무슨 일로 오신 거지?”

그래도 수군거림에서 그칠 뿐 그를 눈앞에서 보기 위해 가까이 오거나 하진 않았지만

이건 뭐 대놓고 우리의 위치를 드러내는 꼴이로군·

이래서야 조사하는 의미가 없다·

“우리 마족들이 워낙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래! 너무 신경 쓰지 마!”

글쎄 그건 아닌 것 같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런 거라기엔 주변 시선이 영 매끄럽지 않으니·

꼬꼬마 어린 마족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는 것에 반해

그 외에 나머지 마족은 초조함과 두려움이 담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경우엔 딱 부류로 나눠서 정리할 수 있겠지·

마왕의 진면을 아는 이들과 모르는 이들·

나는 그나마 전자 쪽이 가까울 듯싶었다·

“한 시간 뒤에 돌아오도록 하지·”

“야! 어딜 가는진 말하고 가야지!”

그의 말을 애써 무시한 채 나는 몰려오는 인파에 섞여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내가 마왕에게서 떨어진 이유는 단순히 시선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확히 이 아렘에 들어온 순간부터 나와 마왕의 뒤를 쭉 따라온 일련의 세력들이 있었다·

마왕을 보고 따라오는 것인지 아님 나를 보고 따라오는 것인진 초반에는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떨어지고 나니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놈들은 지금 나를 따라오고 있다·

나는 속도를 높여 아예 아렘 자체를 벗어났다·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린 결과

내 눈앞엔 어느새 드넓은 광야가 펼쳐졌으며 스산한 마계의 바람이 나의 살결을 거칠게 훑고 갔다·

“뭐야? 진짜 인간이었잖아?”

의문과 당황이 뒤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도합 여덟·

당연하겠지만 인간이 아닌 전부 마족이었다·

“생각보다 더 허약하게 생겼는걸?”

나를 마주한 순간 보여준 첫 반응 첫마디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세상에 처음 나타난 아기처럼 나를 신기하게 관찰하던 것도 잠시

마족들은 곧 발을 움직여 나를 도망가지 못하도록 에워쌌다·

“다치지 않게 살살 다뤄! 힘 조절 잘못했다간 어디 한 곳이 뚝 하고 부러질 수 있으니까! 낄낄!”

아·

나도 모르게 얼굴을 들어 올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 상황을 요약해서 설명할 수 있는 한마디가 있지·

허탕쳤다·

너무 오랜만에 오는 마계이다 보니 경계심을 너무 세웠나?

첫 반응을 보였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지만 방금 꼬락서니를 본 순간 아예 확신이 들었다·

하필이면 얻을 게 하나 없는 잔챙이들과 엮여버렸다·

더 볼 것도 없다는 생각에 나는 바로 케이람을 꺼내 들었다·

“얌전히 있으면 다칠 일은 없···!”

-서걱

내 몸에 가장 먼저 손을 대려던 마족을 시작으로

-서걱! 콰직! 퍽!

나를 둘러싸고 있던 여섯 명의 마족들을 전부 일격에 베어버렸다·

마족이 인간보다 편한 점이 뭔 줄 아는가?

바로 포기가 빠르다는 것이다·

마족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이라는 아주 철저한 법칙 속에서 살아온 종족이다·

즉 지금 같은 위급 상황에서 본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살 수 있는지 아주 빠르게 깨우치는 놈들이란 거지·

“사 살려주십시오!”

불과 3초 전에 포획을 지시했던 마족이 이제는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한다·

나로선 참 편한 일이지·

적어도 명예니 신의니 들먹이며 되도 않는 정신을 내세우는 기사들보단 나으니·

나는 슬며시 몸을 숙이고선 놈의 머리를 붙잡았다·

자연스레 맞춰진 시선을 약 5초 정도 유지한 뒤 조용히 읊조렸다·

“불어·”

“무 무엇을 말하면 되겠습니까?”

“네놈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전부·”

부디 이 볼품없는 마족을 통해 내가 얻는 것이 있길 바란다·

* * *

“마왕이 아렘에 모습을 드러냈다는군· 마왕뿐만 아니라 그를 따르는 파수꾼들이 현재 마계 주거지 곳곳을 순찰하고 있다는 모양이야· 아무래도 자네에 대한 냄새를 맡은 것 같은데?”

에쉘은 여유로운 미소만 지을 뿐 말로 응답하진 않았다·

“우리의 처음 약속을 다시 확인해보도록 할까? 네놈들의 계획은 실패했어· 마왕은 아직 이성을 잡고 있는 상태라고·”

외눈의 마족은 험상궂은 얼굴을 위협하듯 앞으로 들이밀었다·

“시간이 조금 늦어졌을 뿐· 계획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흥! 그 자신만만한 낯짝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새삼 궁금해지는군·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게 하나 있어· 우린 너희 인간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아· 즉 우리에게 있어 니들은 전적으로 아쉬울 게 없다는 거야·”

“····”

“그러니 이쯤에서 뭔가를 더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마왕의 심기를 더 자극할만한 일을 말이야!”

“····”

“우리 쪽에서 계획한 일이 하나 있는데 그걸 해주는 건 어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야· 몸만 움직일 수 있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제 말을 잘못 들으셨습니까?”

계속되는 부추김에도 끄떡없던 에쉘이 돌연 입을 열고 물었다·

“전 분명히 말했는데요? 전 아직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이해하지 못하셨다면 좀 더 쉽게 설명해 드릴까요?”

“인간이란 종족은 원래 죄다 혓바닥이 긴가? 자네는 특히나 그 혀를 좀 반으로 자를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마족은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아직도 착각하는 거 같아서 내가 얘기하는데 자네는 지금 나와 같은 높이에서 눈을 마주하고 있지만 절대 같은 위치가 아니야· 지금 내가 손 하나만 까딱하면 자네의 목은 이 탁자 위에 나뒹굴····”

-스릉!

검이 뽑히는 싸늘한 소리와 함께 마족의 얼굴에서 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눈 깜짝할 사이 목에 드리워진 금빛의 검·

속도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검에서 풍겨오는 기운이 예사스럽지 않았다·

“그쪽 역시 아직 착각하시는 거 같으니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죠· 당신들은 지금껏 절 이용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죠·”

에쉘은 태연한 얼굴로 성검을 마족의 목에 대었다·

“키에엑!”

성검의 기운을 접한 마족은 비명을 질렀고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그 그래! 내가 착각하고 있었군! 이제 똑똑히 알았네!”

에쉘은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만족을 표했다·

“자네의 계획을 내가 더 도울 방법은 없겠는가?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게! 인력이든 자원이든 내 아낌없이 지원해줄 수 있네· 그러니 제발 이 요사스러운 검 좀 치워주지 않겠나?”

에쉘은 순순히 검을 물려주었다·

“그럼 당신들이 다음 해야 할 일을 말씀드리죠·”

“뭐 뭐든 말해주···!”

-서걱

마족은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한 채 목이 탁자에 나뒹굴었다·

에쉘은 도신의 묻은 피를 유심히 보다가도 그대로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러곤 여유롭게 자리를 떠나니 그가 지나간 길목엔 이름 모를 마족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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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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