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61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제261화· 접촉 (4)

초조하고 두려웠다·

정체 모를 이계의 존재를 마주하면서 얻는 공포심이 이렇게나 깊을 줄은 몰랐다·

더불어 지금의 이 상황을 어찌 타개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잊고 있었다·

이 황실의 순방단에는

아주 특별한 수행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저놈은 여태 뭘 하다가 이제 나타난 거야?”

안심 그리고 위안·

씩씩거리는 세트를 제외하고선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시안의 무심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 맞서 싸우려는 걸까요? 저 정체 모를 마족과?”

“순방단 전원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 아직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아린은 순방을 다그치며 계속 상황을 주시할 것을 지시했다·

비록 뒷모습이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듬직하고도 단단한 등이 순방단의 불안한 마음을 한껏 덜어주고 있었다·

* * *

순방단이 경계문을 넘어 후방캠프를 지나 진영 캠프에 이르기까지·

나는 순방단의 뒤를 쭉 따라왔다·

저들이 아버지의 막사에서 나와 마왕과 마주치고 루나브에게 이상한 요구를 하는 것까지 한쪽에서 가만히 지켜봤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저 마족이 정말 내가 아는 마왕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몸의 기억은 정신의 기억보다 훨씬 더 자극하고 또렷하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생을 거슬렀다고 한들 내가 마왕과의 혈전을 통해 체득한 기억과 감각들은 아직도 몸에 그대로 남아있는 법이지·

다만 10년 전 블러드 리버 인근에서 봤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때는 저 마왕이 정말 내가 아는 마왕이 맞나 싶었다면

지금은 이 세상에 모든 악(惡)이 한데 모인 것만 같은

존재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부정의 존재·

내가 본래 알던 마왕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그 맹랑했던 꼬맹이가 10년 사이의 훌쩍 자랐구나·”

마왕 역시 나를 알아보고선 먼저 반가움을 표했다·

“당신은 좀 변했군·”

“그래? 확실히 부정은 못 하겠는걸? 내 기분이 지금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거든·”

마왕은 애써 웃음을 유지하려는 듯 연신 입술을 씰룩였다·

“솔직히 말이야· 내가 조금 전까지 많이 망설이고 있었어· 딱 보니 저 벽 너머가 바로 인간의 영역인 것 같던데· 네가 10년 전에 나한테 그랬잖아? 무슨 일이 있어 너희 영역엔 넘어오지 말아 달라고····”

“그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는 건가?”

“당연한 거 아니겠어? 난 내가 한 말은 무조건 지키는 남자야· 한 입으로 두말하진 않는다고·”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마왕은 과연 나와의 약속을 나와의 거래를 기억하고 있는가?

이것은 굉장히 중요했다·

그 여부에 따라 내가 저 마왕을 어찌 대해야 할지 결정되는 것이니·

실제로 그는 이 경계문에 이르고 나서 한참을 고민하였다·

즉 갈등하고 있었다는 거겠지·

그래서 나는 모습을 드러냈다·

마왕이 그 거래를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자 난 마왕으로서 너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러니 이젠 네 차례야·”

그의 입에서 마왕이란 말이 뱉어진 순간 경계문 너머에서 술렁임이 일기 시작했다·

“마왕? 저 마족이 마왕이라고?”

“마 말도 안 돼? 마왕이 대체 전선엔 왜 나타난 거야?”

“시안 베르트와 뭔가 관계라도 있는 건가?”

물론 지금은 저 술렁임 따위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마왕은 나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지켜라· 날 도와주겠다고 한 너의 약속을····”

나는 내 입으로 직접 그가 인계에 넘어오지 않는 대가로 뭐든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다·

즉 지금의 난 그에게 뭐든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지·

가능 여부는 상관없이·

마왕은 돌연 팔짱을 끼고선 한 가닥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뭐 너희로선 궁금하겠지· 마계에 멀쩡히 잘 있던 내가 다짜고짜 여기 온 이유를····”

나는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난 에쉘 베르트란 놈을 찾고 있다·”

“···!”

“그 에쉘 베르트란 인간을 찾아서 지금 당장 내 성으로 데려가야 해·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다·”

이를 절대로 흘려들을 수 없는 나로선 바로 눈을 치켜들며 되물었다·

“그 남자를 왜 찾는 거지?”

“나를 아주 제대로 엿 먹였거든!”

마왕을 이를 가는 동시에 눈을 희번덕거리며 그를 향한 분노를 표했다·

“아 그러고 보니 너랑도 꽤 악연이 있는 것 같더라? 나보고 그러던데? 너는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부정의 존재라고·”

기어이·

기어이 이 인계를 넘어 마계에까지 손을 뻗친 건가?

헛웃음이 뱉어진 동시에 고개가 푹하고 숙여졌다·

정말 놈의 추악함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내가 니들 땅에서 뭔 일이 벌어졌든 간에 어쨌든 내 영역은 아니니까 신경을 안 쓰려고 했거든? 근데 그놈은 선을 좀 넘었어· 나는 둘째치더라도 절대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고!”

건들지 말아야 할 것?

그 말을 들은 순간 익숙한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거 비슷하다·

전생의 내가 겪었던 과거의 상황과····

“대화 중에 죄송한데요·”

고조된 대화가 오가는 와중 다시금 경계문을 넘어선 루나브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혹시 이 펜던트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게 있으신가요?”

그녀는 대뜸 웃옷 속에 품고 있던 무언가를 꺼내 우리 앞에 내보였다·

“···!”

이를 본 마왕의 낯빛이 눈에 띄게 변했다·

그녀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펜던트·

물론 평범한 펜던트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 눈이 보기에는·

“너 그거 어디서 났어?”

“이건 저희가 당신을 만나기 전 캠프 막사에서 우연히 주운 거예요· 손을 대지 말라 했던 건 이 펜던트 안에 담겨 있는 힘 때문에 그랬던 거고요·”

“힘?”

“네· 이 펜던트 안엔 대상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련의 힘이 깃들어 있어요· 아마 이 펜던트를 착용한 자는 자신도 모르게 이 펜던트를 계속 갈구하게 될 거예요· 마치 현혹된 것처럼····”

그녀의 설명에 마왕은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다른 건?”

“···!”

“그외에 다른 힘은 없는 거야?”

다시 입을 연 마왕은 펜던트가 가지고 있든 또 다른 힘에 관해서 물었다·

“정확한 건 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생기(生氣)를 빨아들이는 흡수의 힘도 있는 것 같아요· 즉 이 펜던트를 계속 착용하고 있으면····”

루나브는 바로 말을 잇지 않고 살짝 머뭇거렸다·

“죽을 거예요· 그 착용자는·”

죽는다는 말과 동시에 나는 마왕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바로 시선을 돌렸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특별한 반응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 눈엔 분명히 보였다·

“죽어?”

마왕이 지금 떨고 있다는 것을·

공포나 두려움에 의한 떨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 살의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한데 어우러진 매우 격한 떨림이었다·

“긴말할 필요 없겠군·”

마침내 결심이 선 마왕은 떨림을 멈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니들 영역에 넘어서는 걸 원치 않으면 지금 당장 내 앞에 그 에쉘이란 놈을 데려다 놔·”

목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격양되어 있었다·

“혹여 기다려달란 말 할 거면 집어치워! 난 지금 엄청나게 참는 중이라고! 내가 지금 이 두 발을 떼면 뭔 일이 벌어질지 모른단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분명히 알아들었다·

우리가 지금 에쉘을 데려오지 못한다면

자신이 직접 저 경계문을 넘어서 찾겠다는 뜻이겠지·

여기서 나는 직감했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이 땅에 다시 재앙이 드리워질 거란 것을·

그래 그 악마 놈이 원한 게 결국 마왕의 힘이었다 이건가?

마왕을 자극해 인계로 넘어오게 만들어 혼란을 유도하는?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아주 제대로 저질러 버렸다·

내가 감히 단언하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될 대로 되란 식으로 그냥 물러난다면

난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죽음을 외면한 방관자가 될 것이다·

왜 그렇게 되냐고?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 마왕이란 존재를 막을 수 있는 인간이·

팔짱 끼던 손을 슬며시 풀면서 자연스럽게 오른손에 케이람이 쥐어졌다·

역시 막을 수밖에 없는 건가?

결국 저 남자와 난 생이 바뀌든 상관없이 그냥 부딪치게 되는 운명인····

“혹시····”

이 혼란한 와중에 다시금 루나브가 손을 들고 나섰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당신의 주변인 중 한 분이 이 펜던트랑 비슷한 걸 착용하기라도 하셨나요?”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당돌한 눈으로 마왕을 보며 물었다·

“맞아! 우리 잔소리 많은 집사가 그러더라고! 이 펜던트에 담긴 힘은 마녀라는 인간들이 부리는 힘과 비슷한 것 같다고! 그들이라면 푸는 방법도 알고 있을 테니 그들을 데려오거나 아님 펜던트를 준 당사자 놈을 데려오라 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얼른···!”

“그럼 절 데려가세요·”

“···!”

예상치 못한 대답에 마왕은 물론 나 역시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 뭐 하는 짓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아닌가요?”

루나브는 뭐가 문제냐는 듯 덤덤히 대답했다·

마왕은 바로 되물었다·

“너 이 펜던트 푸는 법 알아?”

“아직 확답은 못 드려요· 저도 정확하게 분석할 시간은 가져야 하니까요· 하지만 분명 도움은 되실 거예요·”

나는 바로 그녀의 양쪽 어깨를 붙들었다·

“나설 일이 있고 나서지 말아야 할 일이 있어· 이건 네가 나설 일이 아니야·”

“근거 없는 헛소리라고 생각하시나요? 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선배가 더 잘 알 텐데요·”

안다·

너무나도 잘 알지·

그래서 문제라는 거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시는 게 어떨까 싶어요· 당신이 여기 온 이유가 펜던트를 풀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그게 저라도 상관없는 거잖아요?”

그녀의 세상 담대한 제안에 마왕은 심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그런 와중 경계문 밖에서 또 한 명의 인간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아린 황녀였다·

“우시프 제국의 5황녀이자 이번 전선 순방단의 대표인 아린 세벨러스라고 합니다· 스스로 마왕을 자청하신 그대의 성함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

마왕은 대답 대신 뭔가 언짢음이 가득한 시선으로 황녀를 노려보았다·

이런 상황에 뭐 대표 대 대표로 협상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제발 상황 파악 좀····

“벨카리온이다·”

내 예상과 다르게 마왕은 쉬이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서로 같은 상황이란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찾으신다던 그 에쉘 베르트는 우리 제국의 중범죄자이자 대륙 각지에 수배령을 내린 남자입니다·”

“중범죄자라고?”

“예· 그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는진 모르지만 그 말은 전부 거짓입니다· 그 남자는 우리 황실과 제국을 능멸하여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 전선의 맹주에게 의탁하여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엄청난 계획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 계획은 아마 벨카리온 당신과 관계되어 있을 겁니다·”

황녀는 일말의 주저함이 떨림없이 순방단의 의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마왕에게 전달하였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우리와 협력하시겠습니까?”

마왕은 물론 나 역시 귀를 의심했다·

“뭘 하자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자는 겁니다· 인계의 일이 공교롭게도 마계까지 뻗친 이상 우리도 책임을 지고 마왕 당신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녀의 바싹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귀에 선명하게 울려댔다·

“함께하시겠어요? 마왕 벨카리온?”

마왕은 그대로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황녀 아니 황녀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그게 예의겠지?”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제안에 대한 답을 이었다·

“보아하니 그쪽에서 꽤 위치가 있는 분 같으신데 그럼 당신도 어느 정도는 알겠지·”

“무엇을 말입니까?”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지 말이야····”

당황한 아린이 살짝 벙쪄있는 사이 마왕은 다시금 손가락으로 루나브를 가리켰다·

“저 둘은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나 참· 여기까지 와서 인간이랑 협력하게 될 줄이야·”

마왕은 협력에 응하는 것으로 나와 루나브를 데려갈 것을 원했다·

멋쩍게 고개를 돌리던 그는 다시 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확실히 그놈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 알겠네·”

“···?”

“부정의 존재는 무슨····”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엔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