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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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접촉 (2)

마계 마왕성·

창가에 몸을 기대고 있던 성의 주인은 상념에 잠겨 있던 눈을 천천히 밀어 올림과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지금 유지하고 계신 마계의 평화가··· 깨지고 말 것입니다·’

그 당돌한 인간과의 재회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세상 살다 보니 참 별일을 다 겪는다·

감히 이 대륙의 최강자이자 주인인 자신에게 평화를 논하다니·

원래 성격이었으면 당장 그 자리에서 사지를 비틀어 뼈와 살을 분리한 다음 그 자리에 전부 씹어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돌려보냈다·

지금의 마왕은 기분을 제어하지 못해 일을 저지르는 그런 망나니가 아니니까·

“····”

심장이 두근거린다·

어째서인가?

불안해서?

초조해서?

전능한 마계의 주인이 겨우 정체도 모르는 인간 한 명에게 불안을 느낀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딨겠는가?

허나 지금의 이 떨림은 단언컨대 불안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맞다·

자신의 실수와 무지함으로 인해 무언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낯선 찝찝함·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벨카리온은 그대로 베스티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요란한 두드림에도 넘어오지 않는 반응·

“베스티 나 들어간다?”

분명 안에서 인기척이 확실하게 느껴졌지만 어째서인지 베스티의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에 벨카리온은 조심스레 문고리를 틀었다·

그렇게 문을 열자 곧바로 고개를 돌린 채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베스티의 모습이 드러났다·

벨카리온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뭐야? 안에 있으면서 왜 말을 안 해?”

“····”

“뭐에 그리 집중하고 있길래 내가 들어오는 것도····”

그때였다·

성큼성큼 걸음을 딛던 발·

미소를 머금으며 움직이던 입·

자연히 내민 오른손까지·

전부 제자리에 멈춰버렸다·

신체의 모든 부분이 멈춰버린 상황에서 딱 하나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놀란 마음에 격하게 요동치는 그의 눈동자뿐이었다·

“어? 언제 왔어요 벨카리온?”

베스티는 뒤늦게 그가 온 것을 깨닫곤 급히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요· 펜던트에 정신이 팔려있던 나머지 당신이 오고 있던 것도 몰랐네요·”

벨카리온은 말을 잇지 못해 떨리는 눈으로 그녀의 얼굴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당신이 준 펜던트 보면 볼수록 참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한 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을 만큼요· 정말 제게 있어 최고의 선물이에요····”

그녀는 손에 고이 올려진 펜던트를 벨카리온에게 보란 듯이 쓰다듬었다·

“베스티·”

“네?”

“너 얼굴이 왜 이리 초췌해졌어?”

벨카리온의 물음에 베스티는 그제야 얼굴을 매만졌다·

절대 허투루 던진 말이 아니었다·

요 며칠 사이 성의 시종들로부터 자신이 준 펜던트를 베스티가 너무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건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녀의 낯빛은 누가 봐도 이상하게 볼 만큼 초췌해지고 생기를 잃은 상태였다·

마치 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그 그래요? 그러고 보니 며칠 전부터 좀 어지러운 느낌이 돌긴 하던데····”

“어지러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요· 그보다 이 펜던트 좀 봐봐요!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대체 이런 선물을 어디서····”

-홰액!

벨카리온이 펜던트를 뺏어들려고 하자 황홀에 젖어있던 베스티의 눈엔 순간 분노와 경멸이 차올랐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 펜던트 돌려줘 베스티·”

벨카리온은 장난기 한점 없는 정색한 얼굴로 손을 쑤욱 내밀었다·

“왜요? 이거 당신이 나한테 선물로 준 거잖아요?”

“내가 더 좋은 걸로 갖다줄게· 그러니 지금은 그 펜던트 돌려줘·”

“싫어요!”

베스티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완강한 거부 의지를 표했다·

심지어 벨카리온을 피해 방구석으로 달려가더니 펜던트를 목에 차고선 절대 빼앗기기 싫다는 듯 손으로 강하케 움켜쥐었다·

“이 펜던트는 제 거예요! 누가 달라고 해도 안 줄 거라고요! 그게 설사 당신이라고 해도!”

“돌려달라고!!”

기어이 폭발한 벨카리온은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

그러자 소란을 듣고 달려온 로저스와 성의 시종들이 벨카리온을 막아 세웠다·

“마왕님 진정하십시오!”

이에 살짝 이성을 되찾은 벨카리온은 깊게 심호흡을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일단 나가서 얘기하시지요·”

로저스는 시종들에게 베스티를 맡긴 뒤 곧장 마왕을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겨우내 흥분이 가라앉은 벨카리온은 벽에 팔을 기대며 고개를 떨궜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베스티님으로부터 펜던트를 돌려받아야 한다고요!”

로저스는 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냐며 마왕을 나무랐다·

“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란 걸 예상했었던 거야?”

“적잖이 짐작만 했을 뿐입니다· 세상에 의도 없는 호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래· 네 말이 맞았어· 그 펜던트· 분명 문제가 있어····”

짧은 순간이지만 분명히 보았다·

뺏기기 싫어 펜던트를 움켜쥐던 베스티의 눈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광기가 서려 있던 것을·

“처음이야 베스티가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본 거· 그 여리고 순순했던 베스티가 나를 경멸의 눈으로 쳐다봤다고!”

본래의 그녀에게선 절대로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나 말리지 마 로저스! 설사 강제로 뺏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 돌려받고 올 테니까!”

“기 기다리십시오 마왕님!”

성큼성큼 다시 베스티의 방으로 향하려던 것도 잠시

“베스티님!!”

그녀의 방 안에서 시종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깜짝 놀란 두 남자는 즉시 방으로 뛰쳐 들어갔다·

“베스티!!”

다급히 들어온 벨카리온과 로저스의 눈앞에 보인 것은

붉은 광채가 일렁이는 펜던트를 붙잡으며 정신을 잃고 쓰러진 베스티의 모습이었다·

* * *

“원인이 뭐야?”

“펜던트입니다·”

“그걸 누가 몰라서 물어? 펜던트의 뭐가 문제인 거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소유한 자의 마음을 자극해서 절대로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감정을 유발하는····”

“마음을 자극해? 그럼 마법이야?”

“마법은 아닙니다· 마력은 전혀 담기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럼 대체···!”

답답함에 소리를 지르려던 벨카리온은 억지로 삼켜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일단 펜던트라도 빨리 빼와야 하는 거 아니야?”

“이미 시도를 해봤습니다만 강제로 빼내는 건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습니다·”

“왜?”

“펜던트가 거부했습니다· 제가 손을 대려는 순간 보석에서 알 수 없는 빛과 함께 스파크가 튀었습니다· 자칫 무턱대고 억지로 떼려 했다간 베스티님이 크게 다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대로 쇠약해지는 그녀를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말인가?

-쾅!

벨카리온은 결국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주먹으로 벽을 강하게 후려쳤다·

“결국 너도 해결할 방법을 모른단 얘기네?”

“저는 모릅니다· 허나 짐작 가는 것은 하나 있습니다·”

그 말에 벨카리온은 다시 고개를 돌려 로저스와 눈을 마주했다·

“마왕님· 혹 마녀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마녀?”

“예· 일정 대상의 정신을 조종해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른바 현혹의 힘을 가지고 있는 인계의 일부 여성 인간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마왕으로선 당연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워낙 위험한 종류의 힘을 가지고 있는 터라 과거 인계에서도 몇몇 큰 사건을 일으키는 데에도 많은 관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베스티님이 가지고 계신 펜던트의 상태를 보아하니 그 마녀란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힘과 어느 정도 유사점이 있지 않을까 감히 추측됩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뭔데?”

“그 펜던트를 준 인간을 데려오십시오·”

로저스는 확고한 눈빛을 보이며 대답했다·

“데려만 오시면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과 지식을 동원해서라도 베스티님을 구할 방법을 알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나보고 인계에 가라는 거네?”

로저스는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벨카리온은 그대로 눈을 감고선 10분 정도 상념에 잠겼다·

로저스는 그런 마왕의 곁을 말없이 지키며 그가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려주었다·

“야 로저스·”

“예 마왕님·”

“일전에 네가 그랬지? 지금의 평화로운 마계를 만든 건 내가 아닌 베스티 덕분이라고····”

“예·”

“인정해·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마계는 물론이고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야· 망나니였던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 이어졌겠지·”

로저스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베스티 쟤는 로저스 너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내 잘못을 지적한 마족이었어·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 힘이라곤 요만큼도 없는 여자가 감히 내게 이 마계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마왕이라고 말할 줄····”

“····”

“그뿐이겠어? 너 따윈 당장이라도 찢을 수 있다는 내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바른 마계를 위해선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눈 하나 끔뻑이지 않고 따박따박 대들었지·”

베스티와의 추억을 떠올린 벨카리온은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 그녀가 지금 내 앞에서 사라진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되고 이 마계는 어떻게 될까?”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군요·”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답을 알지만 그 답이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만큼 끔찍하기에 대답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만약 정말 이대로 베스티가 마왕의 곁을 떠나기라도 한다면

‘끝이다·’

마계고 인계고 상관없이 이 세상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로저스는 이를 확신하였다·

“베스티 잘 보살피고 있어· 나 나갔다 온다·”

멀어지는 마왕을 향해 로저스는 눈만 지그시 감으며 고개만 숙였다·

“다녀오십시오· 마왕님·”

성에서 나와 날개를 활짝 펼친 벨카리온은 바로 레메아 협곡을 향한 비행길에 올랐다·

더는 인간들을 상대로 어떠한 협상도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인간의 말은 자신에게 있어 마수의 울부짖음만도 못하기에

그저 철저하게 힘으로 찍어 누르며 그들을 굴복시킬 것이다·

감히 이 마계의 주인과 그의 여인을 능멸한 죄·

죽음 이상의 대가로 갚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레메아 협곡 블러드 리버 인근·

전과 같은 능글맞은 웃음으로 자신을 반길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이번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주변의 기척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하!”

이제와서 자신을 피하려는 것인가?

벨카리온은 갈 데까지 가주겠다는 마음으로 블러드 리버를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어느새 이른 협곡의 끝자락·

마계의 경계선에 이른 마왕의 눈앞에 드리워진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풀숲과 높게 깎아져 내린 절벽이었다·

벨카리온은 그 자리에서 턱을 치켜올리며 지그시 절벽 위를 바라보았다·

선선한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생명체의 냄새·

기척을 감지한 벨카리온은 바로 날개를 펴고 비상하였다·

-턱

절벽에 오른 순간 왠지 모르게 공기가 확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인계에 공기란 말인가?

확실히 탁하디탁한 마계보단 깨끗하단 느낌이 들었지만

그런 건 지금 벨카리온에게 있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그는 기척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방향으로 빠르게 걸음을 내디뎠다·

마침내 벨카리온의 걸음이 어느 한 곳에서 뚝 하고 멈췄다·

칼날처럼 세워진 그의 눈 앞에 펼쳐진 낯선 주거 공간·

꽤 넓게 펼쳐진 그 공간의 중심지로부터 익숙하지 않지만 분명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수도 마족도 아닌

인간의 기운이·

벨카리온은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

그렇게 오십 보 정도 걸었을까?

인간을 향한 분노와 증오가 한데 어우러져 터지기 일보 직전 상태에 이른 그의 앞에 마침내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

인간이다·

그토록 찾은 인간이다·

허나 자신이 본래 찾고자 했던 그 에쉘이란 인간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엔 없는 것인가?

“마족?”

마왕을 마주한 인간들은 일제히 경계심을 극도로 드러내며 즉각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능력이라곤 손톱의 때만큼도 없는 것들이 감히 자신에게 칼날을 겨누다니

이건 뭐 너무나도 하찮아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한데 좀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무리 속에 끼어 있는 낯선 푸른 머리의 여자 인간으로부터 요상한 기분이 감돌았다·

뭐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펜턴트를 쥐고 자신을 거부했던 베스티에게서 비슷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이에 벨카리온은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너 이리 와 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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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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