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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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접촉 (1)

피조물은 살아가는 데 있어 지고의 존재를 접할 때가 딱 두 번 있다고 한다·

태어날 때 그리고 죽을 때·

삶이 시작되는 순간에 신이 나타나 생명을 부여하고 죽는 순간에 다시 나타나 그 생명을 거둬간다고 했던가?

내가 한 번 태어나고 죽어봐서 아는데 그런거 없다·

즉 평범한 인간이 신을 마주하는 일은 웬만해선 없다·

근데 난 좀 만남이 잦은 것 같다·

당연하겠지만 이는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힘의 그릇이 이전보다 훨씬 방대해졌구나·”

이 비루한 존재에게 저런 영광스러운 칭찬을 해주시니 이것 참 감격에 겨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에 대한 보답이 될진 모르겠지만 나는 본능에 따라 자연히 케이람을 꺼내 그에게 칼날을 겨눴다·

“나를 적으로 보고 있나?”

“적어도 아군으로 보고 있진 않지·”

모래의 신 사불롬·

7년 전 노델리 유적에서 절대 코마(The Absolute Coma) 상태에 빠진 세트를 이용해 나를 죽이려고 했던 자다·

이제와서 좋게 본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눈에 살기는 여전하구나·”

“그럼 첫 대면에 전후 설명 없이 주먹부터 휘둘렀던 신을 좋게 볼 이유가 있을까?”

사불롬은 슬며시 턱을 치켜들며 입꼬리를 올렸다·

“안심해라· 스파니아도 아닌 마당에 여기를 네놈의 묫자리로 만들 생각은 없다·”

“그 몸뚱이의 묫자리가 될 수 있단 생각은 안 하셨나 보지?”

내 도발에 기어이 자극을 받은 듯·

쫙 펼치며 팔짱을 끼고 있던 그의 양손에 어느샌가 주먹이 쥐어졌다·

“내가 이 지능 없는 몸을 차지한 이유는 다른 게 없다· 그저 내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야· 너 또한 루멘델로부터 너의 존재들을 지키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난 이제껏 누구의 편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

루멘델이 언급된 순간 나도 모르게 눈빛이 세워졌다·

그런 중립적인 분이 이곳엔 왜 오셨을까?

“그러니 경고하겠다 계승자· 지금의 내 중립적인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들지 마라·”

그의 경고와 함께 그의 몸에서 모래바람이 새어 나왔다·

“이 모래가 네놈의 시야를 가리게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말이지·”

나로선 콧방귀만 나올 뿐이었다·

“허나 경우에 따라선 다른 쪽이 될 수도 있다·”

“···?”

“어느 쪽이 될진 전부 너에게 달렸다·”

다만 마지막 말이 묘하게 거슬렸다·

경우에 따라선 다른 쪽이 될 수도 있다고?

그럼 나를 도와줄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

정말 접하면 접할수록 알다가도 모를 족속들이란 걸 느끼게 된다·

사불롬은 그 말을 끝으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푹 떨궜다·

그러곤 잠시 후

다시 본연의 바보 왕자로 돌아온 녀석이 흐리멍덩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아오! 이 망할 신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난다니까?”

그러면서 또 나를 보며 슬쩍 물었다·

“어떠냐 시안? 이 꿀꿀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서 대련이라도 한 번···!”

나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 * *

다사다난했던 하루가 지고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밤새 결계 해제에 몰두한 루나브는 새벽이 밝아올 때쯤에야 해제를 성공시켰다·

이에 순방단은 즉시 베르트 공작과 에쉘을 추적하기 위한 수색대를 재편성했다·

“잠깐 눈이라도 붙이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이렇게 휴식 없이 움직이셔도 될지····”

“제 몸은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충분히 움직일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슈르츠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루나브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밤샘 작업으로 피로가 쌓였으리라 생각했던 것관 다르게 그녀의 눈꺼풀은 조금도 내려앉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미지의 지역을 들어선다는 흥분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눈이 불타올랐다·

그렇게 다시 경계문 앞에 사열한 순방단·

최종 점검이 이어지는 도중 뭔가 불안감을 느낀 레시무스가 아린을 보며 속삭였다·

“황녀님· 꼭 가셔야겠습니까?”

“당연하잖아? 황성에 요청한 지원군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 마당에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순 없어·”

“하지만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이 미지의 지역을 탐방하기엔 저희의 병력이 너무 미약합니다·”

본래는 마수로부터 순방단을 지켜야 할 전선의 기사들도 이제는 적이 되어버렸다·

“정 안 되면 황녀님만이라도 밖에서 기다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희끼리만이라도 다녀오겠습니다·”

“난 이 순방단을 이끄는 총책임자야· 너희가 나를 지키는 게 아니고 내가 너희를 지켜야 할 의무를 지키고 있어· 너희가 살면 나도 사는 거고 너희가 죽으면 나도 죽는 거야·”

아린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표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자신을 위해 그 귀한 목숨을 걸고 와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앞에 두고 어찌 혼자 안전한 곳에 있을 수 있겠는가?

황녀로서 그런 무책임한 짓은 할 수 없었다·

아린의 확고한 의사에 레시무스 역시 더 반론하지 않았다·

그렇게 최종 점검까지 완료되고 이제는 출정만 남은 시점에서 아린은 앞으로 나섰다·

당연하겠지만 시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잘 따라올 것 같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 저희가 마주하고 있는 이 앞엔 저희가 모를 미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대신 순방단을 향해 마지막 물음을 던졌다·

“그러니 출정하기에 앞서 여기서 마지막으로 말하겠습니다· 출정을 원치 않는 분은 지금이라도 여기서 멈춰주세요· 말리지 않겠습니다·”

순간 장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허나 그 분위기도 잠시일 뿐 순방단 전부는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강렬한 눈빛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들의 의사를 확인한 아린은 주먹을 다잡으며 맹세했다·

“우시프 제국의 황녀 아린 세벨러스의 이름으로 여러분들을 꼭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순방단의 사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으며 그렇게 그들은 전선 안으로 당당히 발을 내디뎠다·

“····”

고작 문 하나를 넘어선 것만으로 분위기가 이리 달라질 수 있을까?

지금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삭막하네요·”

삭막하고 스산했다·

10년 전 아린이 디오네 황제와 처음 왔을 때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인기척은커녕 벌레 같은 작은 생명체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순방단은 일단 이어진 길을 따라 전선 기사들의 진지가 있는 후방캠프로 향했다·

“없습니다!”

“여기도 없습니다!”

“전부 똑같습니다!”

캠프를 수색하던 기사들은 전부 양팔을 교차시키며 부정의 신호를 보냈다·

마수 출현을 대비하며 항상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후방캠프가 텅텅 비어버린 것이다·

혹여 남아있을지 모를 흔적을 찾기 위해 곳곳을 뒤져봤지만 특별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후방캠프는 버릴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진지까지 포기하다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지만 실제로 마주한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어쩌시겠습니까 황녀님?”

후방캠프에 병력이 없다면 남은 곳은 하나뿐·

“전방 진영 캠프로 향하겠습니다·”

전선의 최전방에 자리한 진영 캠프였다·

순방단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여기 생각보다 심심한 곳이었네?”

마수와의 격렬한 전투를 기대했던 세트는 아쉬움의 탄성을 내뱉었다·

“방심하시기엔 아직 일러요· 언제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그런 세트를 보며 루나브는 쓴소리를 날렸다·

“아니야· 적어도 이 주변엔 위험요소라고 할만한 기운이 전혀 안 느껴져· 그렇지 않고서야 내 몸이 이렇게 늘어질 리 없지·”

그 말엔 루나브도 어느 정도 동의했다·

혹여 함정이 있진 않을까 싶어 아까부터 계속 주변의 흐름을 읽어냈지만 아직 특별하다 싶은 건 느끼지 못했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도착한 전방 진영캠프·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공허한 기분에 아린은 자연스레 불안감이 샘솟았다·

순방단은 바로 수색에 나섰지만 상황은 후방캠프와 다르지 않았다·

이곳 역시 텅텅 비어 있었다·

‘진영 캠프까지 버렸다고?’

이쯤 되니 이제는 의문을 넘어 황당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대체 공작과 기사들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이 두 개의 진지마저 버린 채 어디로 갔단 말인가?

‘설마 정말로···?’

“이쪽에 뭔가가 있습니다!”

드디어 흔적을 찾아낸 기사들이 캠프 한가운데에서 급히 소리쳤으며 순방단은 황급히 해당 장소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수색을 이어가고 있던 베르트 공작의 막사였다·

이곳 역시 다른 막사들의 상태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흔적을 쫓을 수 있는 문서나 기록은 전무했지만 빈 책상 위에 홀로 덩그러니 놓인 무언가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건?”

아무리 봐도 이 전선 지역엔 어울리지 않을 물건이었다·

“펜던트 같습니다만?”

여성들이 장신구로 착용하는 펜던트였다·

낡고 볼품없는 것도 아닌 누가 봐도 매력적인 분위기의 펜던트였다·

“이런 게 왜 여기에?”

“손대지 마세요!”

호기심에 손을 대려는 아린을 루나브가 바로 저지했다·

루나브는 모두를 뒤로 세 걸음 물린 채 혼자 펜던트를 마주했다·

“펜던트에 이상한 기운이 깃들어 있어요·”

“마 마법이라도 걸려있는 거야?”

“아니요· 마력은 느껴지지 않아요· 대신····”

순방단 전원이 숨을 죽이며 루나브의 답을 기다렸다·

“뭔가 내면의 감정을 자극시키는 힘이 깃들어 있어요·”

“내면의 감정?”

“네· 계속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현혹당할 것 같은 그런 힘이요·”

현혹이란 말에 아린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럼 그 펜던트가 공작과 기사들을···?”

“아직 확실한 건 없어요· 다만 우리한테 선물하겠답시고 이 펜던트를 저희에게 대놓고 남기진 않았겠죠·”

모든 흔적이 사라진 캠프 안에 달랑 하나 남아있는 펜던트·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떤 수상한 뭔가가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곧 손에 마나를 발현한 루나브는 그 손으로 펜던트를 조심스레 움켜쥐었다·

“이거 제가 보관하고 있어도 될까요?”

아린은 허락해주었다·

허락과 동시에 루나브는 펜던트를 주머니에 넣었다·

수상한 펜던트를 발견하긴 했지만 결국 그 외엔 다른 수확을 얻지 못했다·

예상 밖 난관에 직면한 순방단은 바로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이건 뭐 마수나 사람은커녕 벌레 한 마리 안 보이는데? 여기 말고 다른 캠프는 또 없어?”

“제국에 공식적으로 보고된 진지는 이 두 곳이 끝이에요·”

“그럼 보고되지 않은 다른 곳에 캠프가 있을 가능성도 있는 거 아니야?”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었다·

“물론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허나 아린은 생각했다·

만약 이 두 캠프 외에 또 다른 진지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곳은 절대 이 전선 지역 내부가 아닐 거라고·

“베르트 공작은 제게 말했어요· 우리가 찾는 에쉘은 지금 이 벨리아스에 없다고····”

심지어 이 제국에도 없고 이 대륙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분명 그 말엔 어떤 힌트가 있을 것임을 아린은 확신했다·

“순방단 전원· 지금부터 레메아 협곡으로 이동합니다·”

협곡이 언급된 순간 일부 기사들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사라진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우리의 마지막 경계에요· 만약 그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면 베르트 공작과 기사들 그리고 저희가 처음부터 찾으려 했던 에쉘까지····”

아린은 바로 말을 잇지 못해 살짝 머뭇거렸다·

“전부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 단호한 결정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다·

그렇게 전선을 넘어 레메아 협곡이라는 새로운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일제히 막사로 나온 순간

“···!”

순방단 전원은 서로 짜 맞추기라도 한 듯 일제히 발길을 멈췄다·

발을 멈춤과 동시에 심장이 격하게 요동쳤으며 신체 일부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살면서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없었다·

장담하는데 그 누구도 못 했을 것이다·

단순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감정을 샘솟게 하는 정체 모를 기분·

간신히 정신을 제어한 몇몇이 이내 어느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캠프 입구 쪽입니다····”

경계문을 넘어선 이후 처음으로 감지한 생명체의 기운·

허나 그 생명체에게선 실로 말론 설명할 수 없는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기사들은 일제히 검을 뽑으며 해당 방향을 주시했다·

-저벅저벅

스산한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

정체 모를 뭔가가 순방단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순방단은 다가서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그저 경계심만 극한으로 끌어올린 채 점차 가까워지는 미지의 존재를 서서히 맞이하였다·

마침내 정체 모를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고

순방단이 전원이 그 존재를 마주한 순간

“···!”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와 두려움이 그들의 전신을 휘감았다·

사람이 아니었다·

하다못해 마수도 아니었다·

사람의 형태를 보이곤 있으나 사람에게는 없는 어딘가 다른 신체 부위까지 가지고 있는 존재·

대륙에 흔히 떠도는 어느 동화책에는 저런 형태를 지닌 종족을 두고 이렇게 지칭했다·

“마족?”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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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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