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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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현혹 (3)

“와 진짜! 짜증 나게 하네!”

주먹을 다잡던 세트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전선의 기사들이라 이건가요?”

상급 기사는 신체 능력과 마나 운용력이 기본적으로 타 기사들 보다 월등한 수준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체계적인 진영구축과 조직적인 전술 운용력이 동반된 실전 경험까지 압도적으로 쌓여있었다·

그야말로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가장 잘 체득한 부대가 아닐 수 없었다·

“이거 주위를 완전 아수라장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방법으론 뚫기 힘들겠는데? 어떻게 하시겠어 황녀님?”

“설사 이 현장을 벗어난다 해도 이 벨리아스에는 저희를 위한 퇴각로가 존재하지 않아요! 지금 여기서 저들을 전부 굴복시켜야 합니다!”

허나 아린의 바람과는 다르게 순방단의 얼굴엔 하나둘 지친 기색이 감돌고 있었다·

아직 사상자와 큰 부상자는 없지만 전황은 순방단 쪽으로 불리하게 기울고 있었으며· 반면 전선 기사들의 눈에선 전의가 불타올랐다·

이에 루나브는 잠시 곁눈질로 주변을 쭉 훑어보았다·

“세트 선배· 잠시 시간 좀 벌어주세요·”

“응? 어쩌려고 후배님?”

“저 기사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루나브는 곧바로 손에 마서를 펼쳤다·

“공간 전이 마법으로 제가 기사들의 시선을 끌게요· 그 사이에 돌파구를 마련해주세요·”

“하지만 그러면 루나브 네가···!”

“지금 황녀님이 걱정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

순간적으로 당황한 아린은 그대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시안 선배라면 분명 이렇게 말했겠죠?”

루나브는 그런 아린을 보며 천연한 미소를 지었다·

“합의 본거지? 그럼 나부터 시작한다!”

선봉으로 뛰쳐나간 세트는 이내 양 주먹을 쥐고 엉덩이를 살짝 뒤로 내빼며 기 모으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잔잔했던 주변에 급 칼바람이 몰아쳤다·

곧 세트의 전신에서도 굵은 모래 알갱이가 분출되었다·

갑작스러운 모래바람을 맞닥트린 기사들은 즉시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이에 루나브 또한 마나를 발현하며 주문을 외치려 했지만

-탁

주문을 읊다 말고 갑자기 책을 덮어버렸다·

“뭐야? 시간 벌어달라며?”

“그렇긴 한데 이젠 필요가 없어져 버렸어요·”

주변인들은 영문을 몰라 눈만 끔뻑였다·

“온 것 같거든요· 우리의 구원자가····”

“크악!”

그와 동시에 등 뒤에서 기사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나타나셨구만!”

세트 역시 크게 미소를 지었다·

누가 보면 순방단을 도와주기 위한 지원군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엄연히 말해서 무리나 집단은 아니었다·

단 한 명·

혈혈단신으로도 전선의 상급 기사 100명을 상대할 수 있는 대륙 제일의 암살자·

시안 베르트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슈욱

시안은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려는 듯 단숨에 공중으로 튀어 올랐고 곧바로 몸에서 검은 안개를 사방에 연막처럼 뿌렸다·

“찬란한 인도의 빛이 어둠을 밝히리···!”

이에 상급 기사 한 명이 시야가 차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급히 마법을 시전했지만

-서걱

빛의 구체는 공중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다른 기사들 역시 신속한 대응을 이어 나가려 해도

-푸슉!

시안의 빠른 움직임을 당해내진 못했다·

기사단의 철옹성 같던 진영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순방단 전원! 당황하지 말고 움직이세요!”

흐름을 잡았다고 생각한 아린은 즉시 지시를 내렸고 순방단은 다시 진영을 갖추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 기사! 경계문 안으로 후퇴한다!”

그러자 전선 기사들은 맞서 싸우지 않고 돌연 경계문으로 퇴각하기에 이르렀다·

결사항전의 정신으로 끝까지 싸울 것 같던 조금 전과 상반된 대응이었다·

“어딜 도망가시려고!”

이를 세트가 뒤쫓았다·

기사들은 그가 오건 말건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신속히 경계문 안으로 이동했다·

이윽고 이동 가능한 모든 기사들의 후퇴가 완료된 순간 몇몇 마법 기사들의 입에서 주문이 읊어졌다·

“넘어설 수 없는 금단의 선을 그으리라····”

그러자 경계문 중앙에 투명한 자줏빛의 오라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거센 마력의 흐름을 감지한 루나브는 급히 세트를 향해 소리쳤다·

“물러서요 세트 선배!”

허나 이를 듣지 못한 세트는 막무가내로 기사들을 쫓았고 마침내 문의 경계와 몸이 맞닿으려는 순간

-콰직!

세트의 앞으로 자줏빛 번개가 치솟았다·

“우왓!”

빠른 반사신경으로 급하게 내빼긴 했지만 미처 다 피하지 못한 나머지 팔꿈치 한쪽이 검게 그을려 버렸다·

“뭐 뭐야 이건?”

“손대지 마세요!”

난데없는 장애물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뒤이어 달려온 루나브가 세트를 뒤로 물렸다·

“제한 결계에요· 그것도 아주 복잡하고 위험한 술식이 걸려있는····”

정황상 순방단이 도착하기 이전부터 이미 준비되어있던 계책으로 보였다·

앞을 가로막던 적들이 전부 도주해버린 상황·

나머지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다시 시선을 돌렸지만

“끝나버렸네요·”

뒤쪽의 상황도 이미 정리가 끝나버렸다·

“····”

사태의 장본인은 순방단원들이 그를 어떻게 보건 말건 상관없이

자신이 쓰러트린 기사들의 상태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 * *

“시 식량이다!”

구제창고가 풀리자 이성을 잃고 달려가는 사람들·

“순서를 지켜주십시오!!”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두 손을 들어 만류했다·

허나 며칠을 굶은 사람들로선 들릴 리 없는 말이었다·

슈르츠의 눈은 정확했다·

벨리아스의 영지민들은 근 이 주일 동안 제대로된 식사 한 끼조차 못했으며 조금만 늦었으면 아사자가 속출할 수도 있는 상황까지 전락해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쟁 준비를 위한 가혹한 세금과 징집·

거기에 군수품으로 쓸만한 물건을 집마다 돌아다니며 죄다 쓸어갔다고 하니 오죽하면 미스트가 나타나 베르트 공작을 암살해주기를 바라는 이들까지 있었다고 했다·

벨리아스 인근에 돌아다니던 마수들 역시 베르트 공작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공작은 전선에서 생포한 헬하운드를 벨리아스 인근 지역에 풀어 사람들을 공격하기를 원했으며 이에 따라 마수가 제국의 땅에 돌아다닌다는 공포심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길 바랐다고 했다·

“과거 갖은 수탈을 일삼았던 부패 귀족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건 인륜을 저버린 일입니다! 황실의 이름으로 족히 처벌하셔야 합니다· 황녀님!”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한 레시무스는 아린에게 원흉자에 대한 심판을 요청했다·

“처벌? 그래 해야지· 물론 해야지···· 근데 누구한테 해야 할까?”

“그야 당연히···!”

아린의 덤덤한 되물음에 레시무스는 쉽사리 답을 잇지 못했다·

“기사들의 상태는?”

“일단 생포한 기사들을 계속해서 추궁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공작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허나 그 따름에는 어떠한 자의도 없었다·

우리는 마치 누군가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인형처럼 그렇게 기억 없이 움직였을 뿐이다·

기사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만 반복했다·

“이쯤 되니까 나 솔직히 무서워지려 해·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이 계획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아린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현재의 솔직한 감정을 표했다·

상황을 끝내기 위해선 자신들 역시 한시라도 빨리 전선 지역으로 넘어가야 했다·

“루나브는 어쩌고 있어?”

“계속 경계문의 결계 살펴보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럼 우리도 그쪽으로 가자·”

아린은 레시무스와 함께 좀전의 사태가 벌어졌던 경계문으로 향했다·

경계문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핏자국과 냄새가 사방에 만연하게 퍼져 있었다·

허나 그런 꺼림칙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루나브는 자줏빛으로 투명하게 일렁이는 결계와 징한 눈싸움을 이어 나갔다·

왠지 말 걸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아린은 어째야 하나 싶은 마음에 5초 정도 그녀를 멋쩍게 바라보았다·

“오셨어요?”

이에 루나브가 먼저 그녀를 반겨주었다·

“어! 그 그래! 나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 계속해!”

그래도 예의가 아니라는 걸 아는 듯 루나브는 결계에 시선을 떼고 조심히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때? 뭐 좀 나왔어?”

“결계에 서린 술식의 흐름은 다 파악했어요· 그래도 워낙 복잡하게 꼬여진 탓에 푸는 데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그럼 얼마나 걸릴까?”

“지금부터 풀기 시작하면 하루 정도는 걸릴 것 같아요· 일단 최대한 노력은 해볼게요·”

“아니야· 무리는 하지 마·”

잠시 아린을 멀뚱히 쳐다보던 루나브는 갑자기 고개를 갸웃했다·

“왜? 뭐 문제 있어?”

“시안 선배랑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요?”

사람이 상황에 맞지 않는 너무나도 뜬금없는 말을 듣다 보면 제대로 된 반응조차 못 한다던데 지금 아린의 상태가 딱 그러했다·

“아 아니야! 너도 봤잖아! 말없이 왔다가 말없이 사라진 거····”

아린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부정을 표했다·

시안은 실제로 포위망에 쌓여있던 순방단을 구해주기만 하고선 아무런 말도 없이 쌩하고 떠나버렸다·

“아마 순방이 지속되는 동안엔 우리 옆에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는 편이 서로에겐 더 좋을 테니까·”

“공작가의 자제가 아닌 암살자 선배를 원하셨던 거네요?”

아린은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루나브는 몸소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세트 왕자도 안 보이네?”

“뭐 말로는 자신은 할 거 없으니 단련이라도 하겠다고 했는데····”

루나브는 돌연 경계문을 따라 길게 이어진 석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땀내 나는 남자들의 대화를 나누고 있을 수도 있겠죠·”

* * *

“오랜만에 봤는데 아무 말이라도 해주지 그러냐?”

아무 말?

지금 네놈 꼴을 좀 보고 그런 말을 하지 그래?

딱 비유하자면 먹이를 향해 달려들기 일보 직전의 야수를 보는 것 같다·

보다 못한 나는 마지못해 한마디를 던졌다·

“너 왜 왔냐?”

“너 왜 왔냐? 너 도와주러 온 사람한테 그게 할 소리냐?”

녀석은 말을 해도 꼭 그런 맥 빠지는 말을 하냐는 둥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 고지식한 후배님이 불러서 왔다! 나보고 너 좀 도와달라더라!”

루나브의 소행이라는 건가?

대충 예상은 했었기에 크게 놀라진 않았다·

나는 잠시 그윽한 시선으로 녀석의 전신을 빤히 훑어보았다·

원래부터 덩치 크고 힘밖에 모르는 바보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뭐 못 보던 사이에 두 배는 더 커진 느낌이네?

체격뿐만이 아니라 내면에서 간간이 뿜어지는 기운의 흐름도 심상치 않았다·

“아무튼 네가 어떻게 생각하건 상관없이 너 나한테 빚진 거다? 이번 일 끝나면 내 요구도 하나 들어줘야 해?”

“대련하는 거 이젠 지겹지도 않냐?”

“야 넌 무슨 나를 싸움밖에 모르는 망나니로···!”

굳건한 대목처럼 우람하게 서 있던 녀석이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하 씨! 얘는 무슨 신호도 없이 갑자기 난리야?”

그러면서 알 수 없는 혼잣말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딱 봐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기에 일단은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야! 나를 떠나지 못해 징하게 붙들고 있는 내 애인이 너랑 인사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여간 아주 제멋대로지!”

“거 알아 듣게 설명 좀 하지?”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정확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곧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녀석은 굽혔던 무릎을 피고 다시 당당하게 허리를 펴며 나와 눈을 마주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오랜만이군· 안개의 계승자·”

모래의 신 사불롬·

스파니아 왕국의 수호신인 그가 다시 한 번 세트를 통해 내게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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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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