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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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현혹 (2)

지금으로부터 이주 전· 전선 내 후방캠프·

“지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베르트 공작으로부터 지시를 하달받은 율켄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마계와 전쟁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라 일렀다·”

지시라기보단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

“어 어떤 이유에서 그런 지시를 내리시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율켄의 되물음에도 공작은 입을 열지 않았다·

설명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아님 설명할 이유가 없는 것인가?

수십 년간 전장 안에서 살아온 기사들은 대개 자신의 가족 자식들보다는 함께 피를 흘리며 싸워온 동료와 상관을 더 믿고 의지하게 된다·

율켄에게 있어 베르트 공작이 딱 그러했다·

설사 가족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금껏 모든 결정과 지시를 따르고 존중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마계와의 전쟁이라니?

이는 절대 자신이 목숨 바쳐 따라야 할 주군의 머리에서 나올 생각이 아니었다·

“에쉘 도련님께서 제안 하신 겁니까?”

뒷일은 상관하지 않으려는 듯 율켄은 바로 의심 가는 이를 지적했다·

“····”

“도련님과 무슨 대화를 나누셨는진 모르지만 이건 아닙니다 공작님! 마계와의 전쟁이라니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공작님께선 정녕 이 대륙을 난세의 세상으로 바꾸시렵니까?”

처음이었다·

전선의 기사로 부임한 이후 공작의 지시에 처음으로 반기를 들었다·

설사 공작의 입에서 어떤 해명이 나온다고 해도 자신은 굽히지 않을 것이다·

율켄은 속으로 그리 다짐했다·

“처음이구나· 네가 내 지시에 반기를 드는 것이····”

공작은 그런 율켄의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너뿐만이 아닌 다른 기사들 역시 그리 생각한다고 보느냐?”

“감히 말씀드리건대 그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율켄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확신의 의사를 표했다·

“하나 묻지 율켄·”

공작은 뜬금없이 질문을 던졌다·

“넌 나를 따르는 기사가 맞느냐?”

“맞습니다·”

“그럼 넌 내가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해도 날 따를 것이냐?”

그 물음에 대해서 율켄은 바로 답을 잇지 못했다·

“조금 전에 표현해드린 제 의사를 답으로 대신해도 되겠습니까?”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구나·”

율켄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럼 가서 전하거라·”

“예?”

“여길 떠나서 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라·”

율켄은 말을 이해하지 못해 잠시 멍을 때렸다·

“네가 정녕 그릇된 나를 따를 수 없다고 한다면 너는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 여길 떠나서 지금 당장 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라·”

“누 누구에게 말입니까?”

공작은 잠시 뜸을 들였다·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 * *

“그게 네가 받은 아버지의 마지막 지시였다고?”

“그렇습니다·”

“근데 왜 바로 떠나지 않고 잡혀버린 거야?”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공작님의 지시에 반의를 제기할 기사들은 많습니다· 하여 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 당사자가 저희 기사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지 그것 하나만큼은 확인하고 싶어서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어떻게 돌렸는지 확인은 했고?”

율켄을 바로 말을 잇지 못해 입술을 깨물었다·

“현혹····”

현혹이란 말에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그냥 현혹되었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공작님과 함께 나타난 에쉘 도련님이 저희를 일일이 마주하며 눈을 바라본 일 그게 끝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기사들의 마음은 거짓말처럼 바뀌게 되었고· 그렇게 마계 정벌을 위한 전쟁 준비를 이어 나갔습니다·”

눈을 바라봤더니 그대로 생각이 바뀌었다라·

그 하니엘이란 여자에게 농락당했던 기사들의 경우와 동일했다·

“지금 레메아 협곡은 시안 도련님께서 알고 계시던 그 협곡이 아닐 겁니다· 개척과 개간 작업을 통해 협곡에 살던 마수들을 전부 협곡 너머로 몰아냈으니까요·”

그 짧은 기간에 협곡의 마수들을 전부 몰아냈다고?

진짜 가지가지 하는군·

“이대로 가다간 정말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 저는 그제야 벨리아스를 빠져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전선을 나와 성문으로 향했지만····”

“도중에 잡혔다는 거네?”

율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듣고 보니 좀 이상한데? 결국은 너도 똑같이 그놈의 눈을 봤을 거 아니야? 어떻게 이리 멀쩡한 건데?”

“그것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이 가끔 느껴지긴 했어도 마계 정벌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정체 모를 현혹의 힘도 기사의 굳건한 신념까진 무너트리진 못했다는 건가?

하기야 그러니 어디 나서지 못하도록 독방에 홀로 가둔 것일지도 모르겠군·

현재로선 그렇게 보는 것이 맞을 듯싶었다·

“전 공작님 또한 에쉘 도련님의 그 정체 모를 힘에 당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도련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공작님은 절대 정벌이나 전쟁 같은 걸 하실 분이 아니란 걸 말입니다·”

나는 율켄의 물음에 대해 수긍하지도 반박하지도 않았다·

“시안 도련님께선 공작님을 아니 에쉘 도련님을 막으실 겁니까?”

나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다면 제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십시오·”

율켄은 바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내게 기사의 맹세를 보였다·

“너 아버지로부터 해야 할 지시를 받았다며?”

“그 그렇습니다만····”

“그럼 내 지시가 아닌 아버지의 지시를 따라야지· 왜 나한테 해야 할 일을 묻고 있어?”

말문이 막힌 율켄은 그대로 입 벌린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넌 내 기사가 아니야· 엄연한 아버지의 기사지· 난 네게 지시를 내릴 권한이 없어·”

잠시 주저하는가 싶다가도 율켄은 다시 일어나 내게 고개를 숙였다·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련님·”

잠시 기분이 묘해졌다·

그래도 이곳에 돌아온 나를 처음으로 반겨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썩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뒤이어 찾아온 다른 기사와 시종들에게 율켄의 치료를 맡긴 뒤 그대로 방을 나왔다·

일단 대충 정리할 건 다 정리했으니 이제 본래 목적으로 하던 곳으로 가려 한다·

이어진 내 발걸음이 향한 곳은 저택의 최상층·

바로 아버지의 집무실이었다·

아버지가 평소에 이 방에 들어오시는 경우는 1년 중 5번도 채 되지 않는다·

당연하겠지·

생활 대부분을 전선 지역에서 안에서 보내고 계시니·

즉 이 방도 내 방 못지않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온 것이지만·

-철컥

먼지 쌓인 문고리를 비틀고 안으로 들어가니 어딘지 모르게 공허한 냄새가 풍겨왔다·

내부는 여타 귀족 가주의 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집무를 위한 책상· 그 뒤에 빼곡히 늘어진 책장들 다양한 무기와 갑옷 장식품들까지·

그러고 보니 딱 10년 전이다·

크란츠와 대련을 마치고 이 방으로 나를 부른 아버지께 전선에 가고 싶다는 당돌한 발언을 했었지·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를 향한 내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련한 사람·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수호의 의무를 혼자 짊어지고 그 의무를 자식들도 수행해주기를 바랐던 사람·

그러면서도 그 작은 권력욕 하나 없었던 사람·

오직 대륙의 평화 하나만을 바랐던 미련한 사람·

그런 사람이 나의 아버지 윌리어스 베르트였다·

-스윽

물 흐르듯 손으로 아버지의 책상을 문질렀다·

먼지가 쌓이거나 하진 않았다·

즉 내 방과 다르게 주기적으로 청소했다는 뜻이 되겠지·

바로 앞에서 책상을 문지르던 내 몸은 어느새 의자가 있는 곳까지 다가가게 되었고 바로 의자를 빼내었다·

그러곤 아주 자연스럽게

“····”

아버지의 자리에 앉아보았다·

딱히 이러려고 온 건 아닌데 이 방에 들어선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기분이 어떠냐고?

무겁다·

의자에 앉아있는 나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공중에서 짓누르는 기분이다·

무언가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 짊어져야 하는 일종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한두 사람이 아닌 이 나라 이 대륙 전체를 지키고자 했던 아버지가 지금껏 느껴왔을 그 의무의 무게감이 지금에 와서야 새롭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미련할 만큼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고작 정체 모를 현혹의 힘에 씌어서 제대로 된 판단도 못 하는 꼴이라니·

참 자식 된 도리로서 뭐라 판단해야 할 지 좀처럼 감이 서지 않았다·

[꽤 잘 어울리네?]

이 모습을 가만 지켜볼 리 없는 케이람이 다시 실체화하여 나타났다·

어디선 본건 있는지 책상 위에 앉아 요염하게 다리를 꼬는 그녀였다·

[왜? 이제와서 그 자리에 앉고 싶은 욕심이라도 생겼어?]

“그럴 리가·”

이런 짐덩이 같은 자리· 나로선 절대 사절이다·

“슬슬 말하지?”

[뭘?]

“마녀가 뭐야?”

케이람은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히죽하고 미소를 지었다·

[용케 바로 안 묻고 기다렸네?]

“애간장 태울 거 뻔히 아는데 굳이 먼저 물을 필요는 없지·”

[어머? 우리 주인 이제 여자 마음 꿰뚫는 데엔 도가 터버렸네?]

그녀는 못내 내가 자랑스럽다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실 너희랑 크게 다를 건 없어· 똑같은 신체 구조에 똑같은 수명 똑같은 감정을 지닌 같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지· 대신 하나 다른 게 있다면····]

나는 숨을 죽이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사람을 홀리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 정도?]

“현혹의 힘을 말하는 거야?”

[글쎄? 그렇게 착 달라붙는 이름으로 부르고 다니진 않았지만 뭐 어쨌든 비슷해· 내가 이전에 존재했던 시대에서도 꽤 이름 좀 날렸던 년들이지·]

당연히 좋은 쪽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아까 그년의 말대로 만약 성검의 주인이 진짜 그년의 핏줄이라면 고생 좀 해야 할 거야 주인아·]

“지금까지 내가 해온 건 고생이 아니란 건가?”

[그보다 훨씬 이상일 수도 있다는 뜻이지· 그년한테 홀린 남자들은 대부분···]

“대부분?”

[어디 한 곳을 크게 쑥대밭으로 만들거든!]

-쿠르릉

케이람이 말을 잇는 도중 갑자기 밖에서 우렁찬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야기를 듣다 말고 바로 급히 창문으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 맑기만 했던 하늘에 갑자기 드리워진 먹구름·

그 속에서 대지를 가를 듯한 벼락이 내리쳤다·

자연현상 같은 게 아니었다·

저건 엄연히 마법으로 만들어진 벼락이다·

방향까지 가늠해본다면 저기는 필시····

“경계문?”

전선 지역으로 들어서는 유일한 루트인 경계문이 있는 곳이다·

더불어 지금 황녀의 순방단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기도 했다·

뭔 일이 벌어졌는진 몰라도 당장 내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머릿속에서 계속 지시를 내렸다·

빨리 저곳으로 달려가라고·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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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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