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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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귀환 (2)

“없습니다·”

제안과 동시에 답한 일언지하의 거절·

나름 의미심장하게 말한 것이 무안할 정도의 속도였다·

고민 한 번 안하고 답한 것에 분했는지 황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어 어째서!?”

“이유는 황녀님께서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

거창한 사유도 필요 없이 이 한 마디에 황녀의 입은 닫혀져 버렸다·

“그 그렇겠지· 내가 아무런 힘이 없으니까····”

누군가의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불안정한 동아줄을 잡는 것과 같다·

튼튼하고 질긴 동아줄이라면 하늘 위까지도 잡고 올라갈 만큼 탄탄대로지만 낡고 썩은 줄이라면 얼마 가보지도 못하고 끊어져 추락하기 마련·

아린 황녀가 비록 황실의 일원이긴 하나 그녀는 아무런 세력도 뒷받침도 없는 이제 막 꼬여진 새끼줄일 뿐이다·

애초에 이번 생은 나를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기에 누군가의 사람이 될 생각은 발톱에 때만큼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만 떨군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정말로 원했다면 최소 그에 맞는 제안이라도 생각해봤어야 하거늘 그냥 무턱대고 부탁하면 될 리가 있나?

내 입으로 황제가 되라 말은 했다지만 솔직히 아무것도 갖지 못한 그녀가 황위에 오른 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위의 4남매가 싸그리 죽지 않고서야 불가능할 것이다·

이래서 엮이기 싫었던 건데····

두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모습에서 그녀의 분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허나 그렇다고 내 눈에서 완전히 내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 악마의 눈에 그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안 이상····

“그럼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시간?”

“황녀님은 지금 아무 것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스스로를 지켜줄 힘도 뒤받쳐줄 세력도 그 무엇 하나 없죠· 그게 제가 황녀님의 사람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무의 상태나 다름없는 황녀의 사람이 된다는 건 누가 봐도 리스크가 매우 큰 일이지 않습니까?”

“그 그렇지··· 맞는 말이야·”

황녀는 충분히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얕볼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잠재력이라 했습니다· 황녀님 또한 1년 3년 10년이 지났을 땐 어떻게 달라지실지 모를 일이죠· 저 역시 지금 당장 누굴 모시고 싶단 생각은 하고 있지 않기에 적어도 황녀님이 성장하시는 모습을 오래 지켜볼 순 있으리라 봅니다·”

“나를 지켜볼 거라고?”

“예· 기약 없는 시간이긴 해도 언젠가 황녀님을 진정한 제 주군으로 모시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때는 황녀님의 손을 잡아드리도록 하죠· 그래도 좋으시다면 제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겉으론 내가 시간을 요구했을지언정 현실은 내가 그녀에게 시간을 준 것이었다·

다시 말해 나를 얻고 싶으면 그만한 능력을 보일 수 있도록 성장하란 뜻·

그녀가 내 말을 이해하기 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즉 너에게 인정을 받아야 할 만큼 내가 발전해야 한다는 거구나?”

나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 과연 네 만족에 부흥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노력해볼게· 언제가 될지 몰라도 내가 황제가 될 자격이 갖춰지면 그때 다시 한 번 너에게 말할 거야! 내 사람이 되어 달라고!”

누누이 말하지만 전부 그녀하기 나름이다·

설사 그녀가 정말로 황제의 자격을 갖췄다 해서 그녀의 곁에 있어 줄지는 나조차도 미지수다·

다만 지금 아린 황녀의 얼굴은 그 어느 순간보다도 뚜렷한 의지가 돋보이고 있었다·

용건이 끝났는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와는 이제 1년 뒤 로얄 아카데미에서 만나겠구나? 그때까지 건강히 지내길 바랄게· 네 시녀 말마따나 워낙 독종이라 쉽게 죽진 않을 것 같지만!”

“···칭찬으로 받아들이죠·”

주눅 들던 모습은 어디가고 어느새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뒤이어 문 쪽으로 나아가려던 황녀는 다시금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말씀하십시오·”

조금은 뜸을 들인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넌 뭘 위해 살고 싶은 거야?”

때 아닌 질문에 나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어· 너도 나와 같이 추구하고자 하는 확실한 목표가 있어 보인다고 혹시 곤란하지 않다면 말해줄 수 있을까?”

곤란할 것도 없다·

애초에 지금의 난 누구를 위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니·

첫 번째 죽음을 맞이하고 두 번째 생명을 얻기까지 내가 추구하고자 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저 자신을 위해 살 겁니다·”

* * *

황제의 순방 이후 10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메말랐던 계절이 지나고 어느덧 차디찬 눈송이들이 휘날리는 겨울이 찾아왔다·

척박한 협곡에 눈의 장막이 뒤덮이면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지만 늘 그렇듯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애초에 저 새하얀 장막 아래론 참혹한 피의 장막들이 덮여있었으니····

“헉헉!”

후방캠프 외곽 어딘가·

하얀 망토를 둘러쓴 남성이 어딘가를 향해 급히 달려가고 있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인적 없는 숲속 한가운데·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그는 땅바닥에 앉아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투명한 외면을 가진 정육면체 상자였다·

-핑!

그가 손가락에 작은 마나를 응집시켜 상자를 건드리니 짤막한 빛과 함께 작은 차원 문이 열렸다·

“얼마 안 남았군···!”

안을 본 남성은 매우 흡족한 얼굴이었다·

그러곤 천천히 상자 안에 손을 넣어 내용물을 꺼내려던 그 순간

“동작 그만·”

신경을 멈추게 할 듯 귀를 스치는 차가운 목소리·

그와 동시에 온 몸의 감각이 거짓말처럼 정지되었다·

“이 이게 무슨?”

-뽀득 뽀득

이윽고 두껍게 쌓인 눈을 짓밟는 야무진 발소리가 들린다·

그의 등으로부터 정확히 5보 뒤·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기운과 함께 낯선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 진위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남성은 굳어진 고개를 도저히 돌릴 수가 없었다·

“소형 디멘션 박스라···· 오랜만에 보는 아티팩트네? 아 지금이면 아직 상용화되기 전인가?”

“···!”

“차원의 공간을 마력이 담긴 작은 상자에 담아 뭐든 무한정으로 넣을 수 있는 고급 아티팩트· 가람 왕국 마법학회가 혼신을 갈아 만든 걸작품이었지?”

목소리와 함께 점점 더 가까워지는 발걸음·

그 주체가 바로 등 뒤까지 오기까지 남성은 그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다·

아티팩트를 쥔 오른 손만이 사시나무처럼 떨릴 뿐이었다·

“내가 1년 동안 쭉 봐왔거든· 일단 확보는 그렇다 치고 보관은 어떻게 하며 또 이걸 전선지역 밖으로 어떻게 이송시킨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 밖에 없었단 말이야·”

의문의 주체는 급기야 남성의 손에 쥔 아티팩트를 보란 듯이 들어올렸다·

“눈에 보이는 공간이 아닌 자신만이 아는 차원의 공간에 숨겼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런 공간을 가질만한 사람이 이 전선지역 안에 있다면?”

경직된 남성의 얼굴 앞으로 낯선 검은 안개가 드리워졌다·

안개 속에서 느껴지는 방대한 양의 살기·

머지않아 그 안개에 감싸진 의문의 존재가 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너 밖에 없겠지· 가람 왕국출신의 7성 마법기사 레널드 크림슨····”

“다 당신은?”

터무니없는 것을 본 듯 레널드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만큼 나타난 이가 너무나도 생뚱맞은 자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앉은키와도 눈을 맞출 만큼 작고 야리야리한 몸매·

차마 전선을 지키는 기사의 몸이라곤 할 수 없는 외형·

이 척박하고 외진 땅에서 이런 체형을 가질만한 인간은 가히 한 명 밖에 없었다·

“시안 베르트?”

대륙의 수호자 베르트 공작의 아들 더불어 전선을 제 집 마냥 살고 있는 유일한 아이·

일찍이 드래곤으로부터 살아 돌아와 황제의 관심까지 얻게 된 그가 지금 어째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인가?

시안은 태연한 얼굴로 디멘션 박스의 안을 확인하고 있었다·

-우수수

상자를 거꾸로 들자 그 안에 있던 내용물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손가락 손목 더듬이 표피 등 대개 주머니 속에 숨길만 한 크기로 잘린 마수들의 사체들이었다·

“싱싱하네? 방금 잘렸다 해도 믿을 만큼 생기 있는 상태야· 역시 시간의 흐름마저 정지시킨 절대 차원이라는 건가?”

시안은 급기야 잘려진 사체 하나를 쭉 짜내 피를 추출하더니 그대로 입안으로 넣었다·

“···!”

“이건 뭐 한 입 거리도 안 되네·”

쪼그라든 사체를 미련 없이 던지는 모습까지

늘 그랬던 것 마냥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 사체들로부터 혈액을 채취해서 분기마다 한 번 출입하는 보급마차에 실을 예정이었지? 보급원 중에서도 내통자가 있는 거고····”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시치미 뗄 필요 없어· 그거 알아? 네가 여태껏 고이고이 모아서 보낸 이 마수의 피들이 제국 암시장에서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거? 아마 보급원 중 일부가 빼돌린 것 같던데?”

“마 말도 안 돼! 대체 어느 놈이···흡!”

실수를 자각한 레널드는 분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허나 지금은 실수를 자책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가 어찌하여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모르나 이미 경위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리 비범한 아이라 한들 결국은 실전 경험 하나 없는 코흘리개일 뿐·

빠르게 처리한 뒤 이곳을 벗어나면 그만이었다·

-스윽

굳었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점차 몸 안에 힘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시안은 디멘션 박스에서 떨어진 사체들을 뒤적거리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한 손을 조심스럽게 땅바닥에 갖다 대니 이윽고 맞닿은 틈에서 마나가 응집되었다·

“지옥의 불길이 모든 것을 삼키리라!”

-화르륵

주문과 함께 손을 앞으로 뻗자 고열의 불길이 솟아올랐다·

7성급 불 속성 마법 ‘인페르노 플레임’

치솟은 불길은 커다란 입을 가진 괴수의 형태로 변했으며 잠자코 있던 시안을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차디찬 눈의 벌판인 것이 무색할 정도로 타오르고 있는 불길·

상급 마수의 사체도 태워버리는 불꽃을 인간이 견디는 건 불가능할 터·

레널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서걱

“···!”

그 순간 들려온 의문의 소리·

레널드의 떨리는 두 눈이 왼손으로 향했다·

아지랑이로 인해 흐릿해진 시야 속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고 대신 붉은 색의 액체들이 뚝뚝 떨어지며 이상한 통증이 느껴졌다·

서서히 시선을 내리자 볼 수 있었다·

주인을 잃은 왼쪽 손목이 비참하게 피를 뿜어내는 모습을·

“흐아아악!”

고통에 겨워하는 것도 잠시 타오르던 불길 속에서 연기가 아닌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스스스

작게 솟아난 안개는 이내 지옥의 불길을 집어 삼킬 정도로 불어났다·

“거 검은 안개?”

레널드는 순간 믿고 싶었다·

지금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는 이 안개가 자신의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기를·

이건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낸 현상이 아니었으며 인간이 마법으로 만들어 낸 산물도 아니었다·

이것은 신이 아닌 신을 추종하는 자들의 추악한 힘이었다·

“어 어째서? 이런 곳에···?”

자신이 만든 불꽃은 이미 사그라든지 오래

이윽고 걷혀진 안개 속에서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시안의 육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엔 자주 빛의 단검을 쥐고 있었으며 그 밑으론 검붉은 피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어차피 이런 고지식한 놈들은 잘 불지도 않아· 여차하면 보급원 쪽 내통자들을 털어야지·”

현재 주위에 있는 자라곤 시안과 레널드 단 둘뿐·

시안은 어딘지 모를 곳에 시선을 주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다 당신··· 미스트였던 겁니까?”

“아니· 아직은 아니야·”

그로선 의미를 알 수 없는 대답이었다·

허나 이미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머리는 전력을 다해 도망쳐야 한다고 명령하지만 두려움에 잠식된 몸은 그러지 못했다·

언젠간 찾아온다는 죽음의 순간이 바로 지금임을 느낀 것이다·

결심을 굳힌 레널드는 혀를 깨물기 위해 입을 크게 벌렸다·

“컥!”

그러나 그것마저도 빠르게 제지당했다·

자신의 절반도 될까 말까한 여린 손에서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거 봐· 이래서 너희 같은 놈들이 고지식하다는 거야· 지 목숨은 상관없이 되도 않는 신의 따위나 지키려 하니····”

기분이 언짢아진 듯 시안의 어조가 무겁게 변했다·

“지금부턴 너 하기 나름이야·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느끼고 싶다면 그냥 객기부리지 말고 다 불어·”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리는 그의 얼굴에선 더 이상 어린 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 명의 암살자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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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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