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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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통수 그리고 회귀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주어진 인생을 편하게 살아라·’

‘가문의 안위는 너의 형제들이 책임질 것이니 일말의 신경도 쓰지 마라·’

‘그것이 네가 가문에게 보탬이 되는 길이다·’

내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으셨을 때 하신 말이다·

허나 사람의 말은 시시때때로 바뀌기 마련

내게 힘이 생긴 이후론 이런 말을 하셨다·

‘가문을 위해 살아라·’

‘네 형 에쉘이 가문의 모든 것이다·’

‘에쉘을 위한 삶을 살아라·’

나를 위한 삶이 아닌 가문의 주인을 위한 삶·

가문의 장남이자 맏형인 에쉘 베르트를 위한 삶·

그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그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지원해주란 의미였다·

누군가는 또 그랬다·

남을 위해주는 삶만큼 미련한 삶도 없는 것이라고

한데 난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해서 그가 시작했던 모든 일을 이루게 해주었다·

제국 내 왕위 다툼·

마왕군 토벌·

대륙 통일 전쟁 등·

때로는 영웅으로 때로는 구원자로 끝내는 대륙의 유일무이한 수호자로·

나에게 있어 형은 전부이자 모든 것이었다·

미련하다고?

남들도 그렇게 얘기했다·

그렇게까지 남을 위한 삶을 살아줄 필요가 있냐고·

나는 대답했다·

형을 위한 삶이 나를 위한 삶이다·

에쉘의 성공이 곧 시안의 성공이다·

부나 권세 따위 내겐 사치에 불과하다·

설사 그림자라 부르며 손가락질해도 이 각박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평화롭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소망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또 누가 그러더라·

소망이란 것은 본디 작은 것도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고·

난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내 소망은 형의 곁에 있는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부정하려 했다·

그랬지· 그랬었지·

근데 어째서 난 지금 이런 거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일까?

* * *

“쿨럭!”

입 밖으로 검붉은 피들이 솟구쳐 나온다·

심장 쪽의 심혈이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점점 흐릿해지는 시야·

아직 눈앞엔 20명이 넘는 적들이 나에게 검을 들이밀고 있었다·

수도 수지만 이들의 실력은 가히 일반적인 암살자들을 뛰어넘는다·

제국을 비롯해 대륙에서 내로라했던 검사 기사 마법사들이 모두 모여 나에게 살의를 드러내고 있으니 참으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참 돈 주고도 못 볼 광경이로군요· 대륙에서 제일가는 명장들을 혼자서 상대하는 기사라··· 이건 아마 에쉘님도 불가능할 겁니다·”

피에 가려져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목소리로 보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보 보리스····”

우시프 제국 마법학회장 보리스 르헬름·

빛의 기사단과 함께 제국의 중추를 담당하는 핵심 세력 중 하나·

하는 짓거리가 영 맘에 안 들긴 했어도 형의 오른팔로 군림했던 만큼 위협 세력에선 제외했던 인물이다·

근데 이렇게 통수를 치네?

“아주 흥미롭습니다· 과연 에쉘님이 신임했던 동생이시로군요·”

가뜩이나 맘에 안 드는 관상이었는데 저리 쳐 웃는 꼴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매우 잡쳐진다·

주변이고 뭐고 상관없이 그냥 비기를 써서 빠져나갈까?

“혹 비기를 써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접어두시지요· 지금 이곳엔 9성급 마법 결계가 서려 있습니다· 써봤자 얼마 없는 생명력만 줄어들 것입니다·”

하 준비를 아주 많이 하신 모양이군·

“황제의 명이냐?”

“황제께선 아무것도 모르십니다· 시안 경에 대해선 아마 정체 모를 암살자들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겠지요·”

암살자들의 습격?

가소로워 미치겠다·

지금 누구 앞에서 암살이란 단어를 지껄이는 거지?

이젠 결계고 뭐고 상관없다·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끌어내서 이 상황을 벗어날 것이다·

손에든 단검에서 검은 안개가 솟구쳤다·

-후우웅

솟구친 안개는 그대로 전신을 휘감았고 몸 사이로 스며들었다·

신체의 전반적인 능력이 향상됨과 더불어 벌어졌던 상처들도 점차 치유되고 있었다·

“역시 듣던 대로 당신은 미스트 소속의 암살자였군요· 이렇게 된 이상 황제 폐하껜 이단에 소속된 불순분자를 발견하여 처리했다고 보고해야겠습니다·”

“보고할 입이 남게 되면 그렇게 해보시던지· 아마 장담하는데 니들 입은커녕 이빨 한 조각도 안 남을 거다·”

억눌러왔던 살의들이 모두 분출되고 있다·

살면서 이토록 분노를 표출한 것이 얼마 만인가?

일단 이 주위의 간신들을 다 척살하고서 형님에게 갈 것이다·

가서 지금 상황에 대한 보고와 앞으로 해나갈 대처를····

“거기까지다 시안·”

곤두세운 신경을 옥죄이는 미성·

나는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아니 아는 걸 떠나서 지금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피로 얼룩진 시야에서도 저 남자만큼은 분명하게 보였다·

“에 에쉘 형님?”

내 상관이자 빛의 기사단의 단장 대륙의 수호자이자 성검의 주인·

에쉘 베르트· 그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한 손엔 신의 가호가 서린 성검을 쥐며 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다·

나를 포위했던 기사들은 하나같이 길을 열었고 그가 오기까지 나는 아무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치솟던 살기 마저 이내 절망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단 눈빛이구나·”

알 리가 없지 않은가?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

분노어린 시선이 고스란히 그에게 향했다·

“노여워하지 말거라 시안· 넌 그동안 너의 책무를 아주 잘 수행해주었어· 가문을 위해서 백성들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쉬지 않고 달려온 지난 세월의 무거움을 이제 그만 덜어주려는 것이다·”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지?

세월의 무거움을 덜어줘?

그건 그냥 죽이겠단 소리 아니야?

왜? 내가 뭘 잘 못 했다고?

당신 말마따나 쉬지 않고 달려 온 게 20년이야·

그동안 욕심 한 번 부리지 않고 그림자처럼 당신 옆에 붙어서 모든 걸 이뤄왔다고!

근데 이제 와서 날 죽이려 해?

보리스가 나타날 때만 해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진정으로 배신당했단 것을 인지한 순간 내면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갖은 분노들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입니까?”

“잘못이라·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빵 하나를 숨겨도 서로를 믿지 못해 죽이는 것이 사람이다· 한데 넌 결코 있어선 안 될 곳에 몸을 담갔던 것과 더불어 그것을 모두에게 감쪽같이 숨기지 않았더냐? 정녕 너의 죄를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

이가 바득 갈린다·

분노와 억울함에 휩싸인 나머지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숨겨?

그래서 내가 당신한테 피해준 게 있었나?

결국은 나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이득 본 주제에 이제 와서?

아 알겠다·

내가 뭘 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겠지·

이들은 두려웠던 거다·

세간엔 알려지지 않은 불세출 암살자의 존재를·

나로 인해 모든 것이 완성되었던 이 세계의 평화와 그에 관련된 비밀이 발각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무지한 신뢰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언젠가 그 머저리 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엔 무슨 개소리냐며 지나쳤던 말이 오늘날 비수가 되어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큭큭····”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난다·

이불 속 겁쟁이 같은 자식을 이제껏 형이고 모든 것이라 믿으며 바쳐왔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일까?

지옥의 망자들도 비웃을 일이었다·

“어찌하여 웃는 것이냐?”

“세상에 둘도 없는 영웅께서 고작 동생 하나를 두려워하여 죽이려 하시니· 이 얼마나 재밌는 일입니까?”

그의 얼굴에서 연민의 눈빛이 일렁거렸다·

“참으로 불쌍하구나· 넌 이미 인간이 아닌 추악한 살인귀에 불과하거늘 애초에 난 너와 함께 지내는 동안 단 한 번도 널 완전히 신뢰한 적이 없었다·”

성검의 금빛 일격이 나의 심장을 관통했다·

“크헉!”

온몸에 스며들었던 안개가 점차 빠져나간다·

맥없이 풀린 다리는 간신히 잡던 몸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잘 가거라 시안· 부디 다음 생엔 나와 만나지 말자꾸나·”

만나지 말자고?

내가 아니었으면 영웅은커녕 제국 내전에서 요절했을 놈이 이제 와 저딴 말을 지껄여?

잠깐이나마 가졌던 후회의 감정들이 모두 분노로 전환되었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을 바로잡으며 떨어진 검을 간신히 주워들었다·

내 몸이 터져도 상관없다·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티끌의 마나까지 모두 끌어모아 비기를 시전 할 것이다·

딱 한 번·

딱 한 번이면 돼·

회생 자체가 불가능할 놈의 급소를 찌르기면 한다면····

-서걱!

잔혹한 소리와 함께 흐린 시야 속에서 에쉘의 성검이 보였다·

그 아래엔 검은 오라로 감싸진 단검이 비참하게 떨어져 있었다·

검자루를 잡고 있는 나의 두 손과 함께····

“정말 끝까지 위험한 놈이로군·”

비명은커녕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끝에 다다른 순간 세상의 모든 허탈감과 공허함이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거친 흙바닥에 얼굴이 파묻히며 그 밑으로 피눈물이 떨어진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적막한 기분·

옅어지는 호흡 속에서 이제는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참 등신 같은 삶이었다·

만약·

만약 내게 한 번 더 생이 주어진다면·

그때는 다른 삶을 살 것이다·

오로지 나 하나만을 바라보면서 나 스스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누구도 섬기지 않는 그런 삶을····

“····”

멈춰진 호흡과 무뎌진 감각·

차디찬 죽음의 그림자가 내 몸을 감싸 안고 있다·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 포옹을 받아들였다·

* * *

“···님·”

응? 뭐지?

깜깜한 어둠 속에서 감각이 느껴진다·

“···도련님!”

보이진 않아도 누군가가 지금 내 몸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이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느낌은?

마치 어린 시절 늦잠 자던 나를 깨워주던 한 시녀의 잔소리 같은····

“시안 도련님!”

고막을 때리는 북소리 같은 외침에 몸이 절로 일으켜졌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마주하게 된 것은 낯설지 않은 얼굴의 여인이었다·

“에밀리?”

영지에서 살던 나를 보살펴주었던 8살 차이의 시녀·

거의 20년 만에 재회건만 조금도 늙지 않은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너 왜 여기 있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세요? 꿈이라도 꾸셨어요?”

꿈? 꿈이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자연스레 얼굴을 매만진 나는 근 3초간 멍한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흉터 하나 없이 매끈매끈한 피부와 고사리 마냥 가녀린 두 손·

근육은커녕 지방 하나 없는 빼빼 마른 몸과 침대에 다 닿지도 않는 짤막한 다리·

이건 분명 성인의 몸이 아니다·

못해도 10살 아직 아카데미에 입학하지도 않은 어린 소년의 몸이었다·

“지옥치곤 너무 생뚱맞은데?”

무심코 볼을 꼬집어보면서도 탁상 옆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것은 분명 베르트 저택에 살던 어린 시절의 자신·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시간을 보냈던 그때의 얼굴이 분명했다·

“그만 정신 차리시고 얼른 준비하세요· 오늘 넷째 도련님이랑 대련 있으시잖아요·”

“···무슨 대련?”

“무슨 대련이긴요? 늘 하시던 집안 내 검술 대련이죠· 오늘은 마음 단단히 드셔야 할 거예요· 다른 분도 아니고 악명 높은 넷째 크란츠 도련님이니까····”

몸만 어려진 게 아니다·

영지에서 날이면 날마다 행해졌던 검술 대련·

과거에 경험했던 일들까지 완벽하게 되풀이되고 있었다·

진짜 꿈인가?

여태 있었던 일들이 다 꿈이었던 거야?

수십 년을 지지고 볶던 그 모든 게 다 허상이라고?

뇌까지 콩알만 해진 건지 머리에 과부하가 온 기분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부여잡던 와중 에밀리에게 시선이 갔다·

“···?”

방을 정리하는 그녀의 위로 불안하게 올려진 조형물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까딱하다간 금세 머리 위로 떨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

“위 위험····”

나는 본능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턱

“이 어질러진 것 좀 봐· 이걸 누가 귀족의 방이라··· 히이익!”

“···?”

청소를 위해 몸을 숙였던 그녀가 고개를 돌리니 코앞까지 다가온 내 눈과 마주게 되었다·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 살짝 무안할 정도였다·

“뭐 뭐에요 도련님?”

“음? 어? 그게····”

천장으로 뻗은 두 손엔 조형물이 받쳐져 있다·

낙하하기까지 1 2초도 걸리지 않았을 찰나의 시간·

10살 어린 소년의 신체감각으로 받기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지금의 상황이 결코 꿈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돌아온 것이다·

전생의 기억 감각을 모두 가지고서····

“···?”

어리둥절 한 에밀리의 얼굴이 참으로 볼만 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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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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