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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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우연이 겹친 필연 (3)

둘만의 오붓한(?) 대화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루나브·

밖에는 대화가 끝나기만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화이트 엘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제가 고문이라도 한 줄 알겠네요?”

그들의 시선이 여간 못마땅했던 걸까?

루나브의 목소리엔 불쾌한 기색이 다분해 있었다·

“얘기는 다 끝났어요· 들어가든지 말든지 맘대로들 하세요·”

엘프들은 기다렸다는 듯 문을 벌컥 열고선 부리나케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로엘과 가르니안만큼은 꿋꿋이 남아 있었다·

“인사가 늦었군요· 저희를 배려해주신 점에 대해선 일족을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로엘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착각하지 마세요· 우린 아직 당신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지 않았으니까· 가급적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일족원들이랑 손잡고 기원하셔야 할 거예요·”

매정한 대답과 함께 루나브는 바로 몸을 돌렸다·

“인간의 발전 가능성을 절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로엘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저 역시 공감합니다· 인간이 이 땅의 주인으로 다시 한 번 군림하게 된 이유를 새삼 알 것 같군요·”

“저 가능성이 부디 잘못된 쪽으로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지만····”

두 엘프의 시선엔 왠지 모를 두려움마저 서려 있었다·

곧 모퉁이로 들어선 루나브의 앞으로 한 학회원이 나타나 고개를 숙였다·

“루나브님의 예측이 맞았습니다· 학회 본관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하 공간에서 빛의 기사로 추정되는 다수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학회원은 보고와 동시에 돌돌 말린 서신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루나브는 서신에 쓰인 묵묵히 내용을 읽어 나갔다·

“그들은 의식을 통해 그녀의 몸에 깃든 열쇠의 힘을 이식한 뒤 필요 없어진 시체를 가울 한복판에 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건 네프로디테 성녀가 깨어나 봐야 알겠지만····”

“그냥 일 저지르고 저희에게 떠넘기려 했단 거죠?”

학회원은 침묵으로 긍정했다·

“기사들을 죽인 범인은 뭐 안 봐도 알 것 같으니 굳이 조사하려 하진 마세요·”

루나브는 다 읽은 서신을 고이 말아서 품속에 넣었다·

“그래도 제국 측에서 저희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답신을 보냈습니다· 이번 일은 빛의 기사단 측에서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제국과 황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는군요·”

일명 꼬리 자르기·

지극히 제국다운 일이었기에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본인들의 잘못임을 부정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일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할 터이니 성녀만큼은 안전하게 돌려받고 싶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표했습니다·”

7년 전 브레누에서 일으켰던 소동을 구실로 자신들이 배상금을 지불했던 일에서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었다·

“성녀의 상태는 어떻던가요?”

“여전합니다· 좀처럼 제정신을 잡지 못하는 상태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 일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표현해야 할 거예요· 그쪽에서 무슨 꼬투리를 잡을지 모르니까·”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보고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학회원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보고가 남았나요?”

“그 그것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제국 측에서 보낼 파견단의 대표로 좀 의외의 인물이 올 거란 말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의외의 인물이요? 황실의 일원이 오기라도 한다던가요?”

“예· 다름 아닌 아린 황녀가 올 거라는····”

순간 그녀의 눈살이 작게 찌푸려졌다·

“····”

그러곤 슬그머니 손을 올려 입술을 쓰다듬고선 속을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파견단의 도착 예정 시간은요?”

“일주일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할아버지께 대신 좀 전해주세요·”

짧은 고민의 시간을 마친 루나브는 가던 방향에서 발길을 돌렸다·

“그 파견단 제가 맞이하겠다고·”

* * *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하루에도

힘들고 지친 고단한 하루에도 밤은 항상 찾아온다·

새하얗게 반짝이는 별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 밤하늘·

프루이나의 하늘과 전혀 다르지 않은 똑같은 하늘을 보며 하스티아는 긴 생각에 잠겼다·

로엘을 비롯한 다른 일족원들은 추가 조사를 위해 불려갔다·

이로 인해 예기치 않은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져 버렸다·

‘····’

하늘을 유심히 보던 하스티아는 이내 가슴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떨궜다·

자신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안에 있는 신의 비밀이 중요할 뿐·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

그저 자신 혼자만이 감수하면 된다고

남들에게 꿋꿋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면 모두가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일족의 숙원이 가지고 있는 무게는 생각보다 더 막중했다·

그걸 지금에 와서야 깨닫게 된 하스티아로선

스스로도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 지경이었다·

-털썩

불현듯 방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것은 분명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였다·

지금 문 너머엔 방을 지키는 수호 기사들이 자리하고 있을 터인데 그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의문과 함께 문 쪽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끼익

그녀가 문고리를 채 잡기도 전에 바깥쪽에서 먼저 열려버렸다·

놀란 하스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가람 학회의 일원임을 상징하는 푸른 로브를 두른 정체 모를 남성이었다·

남성은 들어옴과 동시에 방문을 닫아버렸고 하스티아는 도망갈 길이 없는 궁지에 몰려버렸다·

‘···?’

불안에 떨던 것도 잠시 하스티아는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남성의 정체가 누구인지 깨달은 것이다·

‘시안님?’

다름 아닌 학회원으로 위장한 시안이었다·

시안은 덤덤하게 후드를 벗으며 그녀에게 본 모습을 드러내었다·

“받아·”

그러곤 주머니에서 꺼낸 무언가를 하스티아의 손 위로 매정하게 던졌다·

그녀가 시안과 처음 헤어질 때 주었던 소울 스톤이었다·

“소유자를 지켜주는 수호석 아니었나?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걸 내게 줬는지 모르겠군·”

‘그 그걸 어떻게?’

설마하니 일족이 아닌 인간이 소울 스톤의 의미를 알고 있었을 줄이야·

하스티아의 얼굴은 이내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운 나머지 몸을 배배 꼬다가도 하스티아는 황급히 꾸벅 숙였다·

‘정말 시안님께 받은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절 또 구해주신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오해하지마 널 구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을 뿐· 다른 의미는 없어·”

시안은 처음부터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며 무심하게 일축했다·

그러곤 더 있을 이유 없다는 듯 다시 후드를 뒤집어쓰며 나갈 준비를 하였다·

‘가 가시려고요?’

“그럼 너랑 죽치고 앉아서 대화나 하려고 온 줄 아나? 애먼 데서 또 이상한 일에 휘말리지 말고 고향에 무사히 돌아갈 생각이나 해· 모르는 놈한테 돌 같은 거 주지 말고·”

‘수호석의 의미만 가진 건 아닌데····’

그걸 제입으론 죽어도 말할 수 없는 하스티아였다·

마음 같아선 그를 붙잡고 많은 것을 묻고 싶었지만 하스티아로선 시안을 잡을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철저하게 도움만 받은 입장에서 염치없이 뭘 묻겠는가?

아쉬운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온 김에 하나만 묻고 가지·”

대뜸 문고리를 잡은 시안이 다시금 하스티아를 보며 물었다·

하스티아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너희 일족에게 닥쳤다는 위기라는 게 대체 뭐지?”

‘···!’

“비록 속았다곤 해도 인간 사회에 동화된 일족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결국 인간들에게도 도움을 구할 생각이었다는 거 아닌가?”

하스티아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일족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타종족에게까지 도움의 손길을 구해야만 했던 그 이유·

하스티아는 시안에게라면 말해도 괜찮을 거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에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긴 숨을 내쉰 뒤 침착하게 정신 감응을 이어나갔다·

‘프루이나의 만년설이 녹고 있어요·’

시안의 미간이 미묘하게 움츠러들었다·

기록이 봉인된 구시대부터 녹지 않고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프루이나의 만년설이 녹고 있다?

전생에서는 소문으로조차 못 들은 말이었다·

‘저희 일족의 수호 드래곤이신 마리안님께서 개인적인 일로 잠시 자리를 비우신 이후부터 프루이나 곳곳에 생겨난 알 수 없는 마력의 기운이 생겨났어요· 그 기운에 의해 만년설은 속수무책으로 녹고 있죠· 아직까진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 현상이 계속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프루이나의 눈 전체가 녹아내리고 말 거예요·’

마리안·

시안에게 있어 마냥 낯선 이름은 아니었다·

분명 본명은 그것보다 훨씬 더 긴 이름을 가졌을 것이다·

“즉 너희의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게 문제라는 건가?”

‘그것도 있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에요· 새롭게 바뀐 보금자리에 저희가 적응하면 그만이니까· 문제는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덩달아 깨어나게 될 다크 엘프에게 있어요·’

“다크 엘프?”

얼추 들은 적이 있었다·

자연과 동화를 중시하는 화이트 엘프와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또 다른 엘프 일족·

일각에선 마족과의 혼혈이라는 말까지 있을 만큼 무척이나 포악한 성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실 그마저도 확실하지 않은 전설 같은 이야기였던 만큼

시안으로선 다크 엘프라는 일족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지금 그녀로부터 처음 듣게 되는 것이었다·

‘분명 다크 엘프 일족이 깨어나면 저희 프루이나뿐만 아니라 시안님께서 사시는 이곳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즉 다시 말하면 화이트 엘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만약 화이트 엘프 일족이 깨어나게 된 다크 엘프 일족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인간들로선 벨리아스에 이어 북쪽에도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생각보다 더 거대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은 시안의 표정은 단연 좋을 리 없었다·

“그래서 너희는 그 문제를 어떻게 막을 생각이지?”

‘일단은 돌아가서 일족원들과 다시 상의해볼 예정이에요·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보면 그래도 좋은 방안이 떠오르겠죠·’

본래의 계획도 틀어진 마당에 뚜렷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 리는 만무했다·

‘너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인계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저희가 어떻게든 해결해 볼 테니까!’

하스티아는 염려할 필요 없다며 만류했다·

허나 괜한 걸 들었다고 생각한 시안의 인상은 이미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소울 스톤 다시 줘봐·”

‘···?’

하스티아는 조심스레 다가가 쥐고 있던 소울 스톤을 다시 시안에게 건넸다·

-반짝!

시안은 건네받은 소울 스톤을 가볍게 움켜쥐었으며 이에 짤막한 빛과 함께 손 주위로 검은 안개가 맴돌았다·

그러곤 다시 하스티아에게 돌려주었다·

‘무 무얼 하신?’

“신경 쓰지 마·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하스티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시안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저 저희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끝내 나가려는 시안을 급히 붙잡으며 물었다·

“우연이 겹치면 또 볼일이 있겠지·”

이에 한 번 더 고개를 돌린 시안은 무심하게 답했다·

누군가 그랬다·

우연이 계속해서 겹치면 그것은 필연이 되는 거라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세 번의 만남이 단순한 우연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면

다음에 있을 만남은 우연이 아닌 필연에 근거할 것임을 하스티아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음에 봐요· 시안님····’

시안은 그렇게 하스티아의 곁을 떠났다·

둘만의 추억이 남겨진 소울 스톤에는 시안이 남기고 간 안개의 흔적이 계속해서 머무르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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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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