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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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열쇠 (1)

10년 전 평소보다 많은 눈이 내리는 프루이나의 어딘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노니는 하스티아의 곁으로 가르니안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하스티아님! 이게 뭡니까?”

“왜요 가르니안?”

하스티아는 천사 같은 눈을 멀뚱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덩치에 안 맞는 순박한 얼굴로 당황해하던 가르니안은 이내 재빨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하스티아의 고운 왼쪽 다리였다·

자그맣게 까진 무릎에선 붉은 선혈이 이슬처럼 맺혀 있었다·

“아! 이거 아까 친구들이랑 놀다가 생긴 건가 봐요· 별로 아프진 않아서 놔두고 있었던 건데····”

“금방 치유해드리겠습니다!”

가르니안은 바로 마법을 시전해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 주었다·

“와 순식간에 나았네? 고마워요 가르니안!”

빵싯빵싯 웃은 하스티아의 모습은 마치 부드러운 솜털을 보는 것만 같았다·

가르니안은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도 금세 얼굴을 굳혔다·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노는 것도 좋지만 조금만 더 조심해주십시오! 하스티아님은 저희의····”

“알아요 알아! 우리 화이트 엘프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거! 모두에게 귀가 닳도록 들었다고요!”

하스티아는 그만 좀 잔소리하라는 듯 양팔을 쭉 펼치며 힘차게 흔들었다·

마치 갓 태어난 병아리가 날개를 펴기 위해 애쓰는 것 같은 굉장히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니안의 낯빛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런 표정 짓지 말랬죠 가르니안! 난 괜찮다니까요? 며칠 후에 있을 의식 때문에 그래요? 말 같은 거 안 하고 살면 어때서요? 어차피 우리끼리는 정신 감응으로 의사소통 다 할 수 있는데!”

하스티아는 얼굴을 쭉 내밀며 근심이 덕지덕지 묻은 가르니안을 한껏 꾸짖었다·

이에 가르니안은 조금의 낯 부끄럼 없는 당당한 눈빛으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녀를 향해 굳게 맹세했다·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시오! 저 가르니안은 항상 하스티아님 곁에 있을 테니까요! 어떤 위험으로부터 하스티아님을 지킬 겁니다!”

참 한결 같으면서도 고지식한 모습에 하스티아는 고개를 저었다·

대체 자신이 뭐라고 가르니안을 비롯한 모두가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일까?

어차피 의식을 받는다 해서 자신이란 존재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모두가 필요치 않은 희생을 하는 것 같아 하스티아는 마음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래도 좋은 점은 확실히 있었다·

저 굳세다 못해 어벙해 보이는 가르니안의 얼굴만 봐도 그렇다·

진정으로 의지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거야말로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 아닌가?

그 관계가 변치 않고 오래오래 지속된다면·

그거만큼 축복받는 삶이 없을 거라고 하스티아는 생각했다·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항상 자신의 곁에 있겠다고 맹세했던 그 가르니안이

어찌하여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일까?

“하스티아님!”

‘···?!’

로엘의 갑작스런 부름에 하스티아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혼란스러우신 거 압니다! 하지만 정신 차리고 눈앞의 일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네 죄송해요····’

하스티아는 고개를 힘껏 저으며 다시 달리는 데 집중하였다·

어찌어찌 가울을 탈출하는 데엔 성공했으나 아직 그들의 앞엔 길고 긴 고난의 길이 펼쳐져 있었다·

“최대한 다른 이들과 접촉할 일이 없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가르니안님을 상대할 만큼 전투 능력이 출중하지 않기에 여차하면 공간 전이 마법으로 하스티아님만 탈출시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그러면 여러분들께선····’

“저희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진정 저희를 생각하신다면 지금은 무사히 프루이나로 돌아가는 것만 생각해주십시오!”

뒤따르는 두 명의 일족원들 역시 로엘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하스티아로선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무지함과 부주의함으로 인해 현 사태가 벌어진 것이거늘

어찌 혼자만 살아서 본토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상황은 그런 보기 좋은 온정을 받아줄 수 있을 만큼 여의찮았다·

-텅!

갑자기 땅 밑에서 불쑥하고 솟아오른 거대한 벽이 그들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

투명한 얼음에 비친 하스티아의 얼굴에는 지금의 상황을 부정하고픈 감정이 잔뜩 엿보이고 있었다·

얼음 속성 마법 아이스 월(Ice Wall)·

다가서지 말라는 듯 시린 한기를 뿜고 있는 벽에서 매우 익숙한 존재의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대체 이유가 뭡니까?”

가장 먼저 고개를 돌린 로엘이 분노를 가득 머금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하여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오 가르니안!”

로엘의 이어 하스티아도 고개를 돌렸다·

흙먼지가 휘날리는 길 끝에서 고조된 시선으로 자신들을 마주하고 있는 일족원들과 그 중심에 서 있는 거구의 화이트 엘프·

전신에서 아지랑이처럼 뿜어져 나오는 강자의 기운이 주변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가르니안····’

굳건히 서 있는 그의 이름을 간절히 불러봤지만 돌아온 것은 무심한 침묵뿐이었다·

신의 열쇠를 지키는 수호자이자 일족 최고의 전사로 추앙받던 그가 같은 일족원들을 이렇게 위협하고 있다니·

하스티아는 지금 상황이 제발 꿈이길 바랐다·

‘이유가 뭔가요 가르니안?’

“····”

‘뭔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는 거라면 차라리 말을 해주세요! 전 이해할 수 있어요· 가르니안!’

하스티아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가르니안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소환수처럼 그녀를 향해 묵직한 발걸음을 내디딜 뿐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조용히 마나를 모으고 있던 알폰스가 주문을 외치며 푸른빛의 마법진을 생성했다·

“혹한의 분노가 그대의 심장을 꿰뚫으리라!”

-우우웅

냉기의 기운으로 공명한 마법진에선 투명하게 반짝이는 얼음 창이 생성되었다·

-슈욱!

그러곤 눈 깜짝할 사이에 앞으로 날아갔다·

창끝은 정확히 가르니안의 심장을 향해있었다·

-콰직

고막을 찢어발기는 듯한 강렬한 소리와 함께 주위의 짧은 적막이 흘렀다·

하스티아 일행의 시선으로 봤을 땐 알폰스가 날린 얼음 창은 정면에서 다가오던 가르니안의 심장에 정확히 꽂혀있었다·

허나 그 심장에 앞서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창 자루를 쥐고 있는 가르니안의 오른손이었다·

“···!”

알폰스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잠시나마 공격이 먹혔다고 생각한 스스로가 한심하게 여겨질 정도·

거의 전력을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회심의 일격은 겨우 오른손 하나에 힘없이 막혀버렸다·

창을 슬쩍하고 쳐다본 가르니안은 이내 보란 듯이 한쪽으로 던져버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굳은 바위처럼 굳건하게 서 있던 그가 마침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저를 용서하실 필요도 이해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절 증오하시고 원망하신다 해도 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대체 이유가 뭡니까? 당신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해야 하는 그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가르니안!”

본인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오른 알폰스는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

가르니안은 처음과 조금도 변하지 않은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숙원을 풀기 위해서입니다·”

“숙원?”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앞으로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모르는 우리 일족의 오랜 숙원을 풀기 위한 일이라는 걸· 여러분께서도 곧 아시게 될 겁니다·”

‘오랜 숙원?’

하스티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숙원이라니?

우리 화이트 엘프 일족에게 있어 숙원이라 부를 만큼 비관적인 것이 있었단 말인가?

그녀의 의심과 불신이 뒤섞인 끈질긴 시선에도 불구하고

“····”

가르니안은 끝끝내 하스티아와 눈을 마주쳐주지 않았다·

“하스티아님!”

잠시 넋이 나간 그녀의 옆에서 로엘이 작게 속삭였다·

“불행 중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르니안은 우릴 해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요”

그러면서 한쪽 손을 뒤로 내빼곤 조용히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아직 저들의 목적이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어차피 저희야 크게 상관하지도 않을 터 조금 전에 말씀 드린 대로 공간 전이 마법을 이용해 하스티아님을 탈출시켜 드릴 테니 부디 무사히 도망쳐주시길!”

‘무리예요 로엘! 저 혼자서 어떻게 여러분들을 두고···!’

그녀는 크게 질색하며 만류했지만 로엘의 손엔 이미 상위 마법을 시전하기 위한 마력의 준비가 완성되어 있었다·

“공간의 순리를 거슬러 불어 닥친 위기를 벗어나리라!”

주문과 동시에 하스티아의 발밑으로 작은 마법진이 생성되었으며 마법진에서 솟아오른 빛이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

뒤늦게 마력의 움직임을 감지한 가르니안이 재빨리 뛰어나갔지만 이미 하스티아의 몸은 빛에 감싸져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를 남겨둔 채 원하지 않은 외로운 탈주가 이어지려는 순간

-쐐액!

대뜸 하늘 위에서 마법진과 함께 커다란 장검이 나타났다·

장검은 지체할 새 없이 지상으로 낙하했으며 그 첨예한 검 끝이 향하고 있는 곳은

‘하스티아님 피하십시오!’

바로 하스티아의 머리 위였다·

눈 깜짝하면 바로 맞닿을 정도의 빠르기·

그런 촉박한 시간 속에서 피할 여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푹 숙이며 눈을 질끈 감을 뿐이었다·

-텅!

더도 덜도 말고 정확히 딱 5초의 시간이 흐르고·

하스티아는 자신이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다는 것을 깨닫고선 감았던 눈을 서서히 열었다·

‘···?’

산들바람이 부는 들판 위에 홀로 외로이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 순간

-털썩

긴장이 풀리기라도 한 것인지 그녀는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허나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선 바로 고개를 들었다·

아직 멀지 않은 곳으로부터 일족원들의 기운이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리 일족원들을 두고 혼자 도망칠 수 없다 한들 돌아간다 해서 딱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스티아는 애타는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며 고민을 반복했지만 좀처럼 이렇다 할 결단이 서지 않았다·

“힘겹게 고민하실 필요 없어요·”

혼란스러운 정신을 일깨우는 낯선 인기척에 하스티아는 고개를 돌렸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좌절할 필요도 없죠·”

하스티아와 유사한 백발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 그녀를 보며 기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왠지 모를 위압감을 느낀 하스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언제부터 있었는진 둘째치고 풍겨오는 기운이 여간 예사롭지 않았다·

‘화 화이트 엘프?’

분명 겉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하스티아는 눈앞의 여인이 자신과 같은 화이트 엘프 일족임을 단번에 깨달았다·

“경계하실 필요도 없고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이루어진 당신과 저의 만남은 아주 먼 과거에서부터 예정된 것이었으니까요····”

하스티아로선 의미를 이해하지 못 할 말들이었다·

덮어놓고 해석하자면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란 것이 아닌가?

머릿속이 혼란으로 뒤덮인 그녀를 향해 미지의 여인은 천천히 고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곤 석고상처럼 얼어붙은 하스티아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조용히 속삭였다·

“300년 동안 이어져 온 긴 숙원으로부터 해방될 시간이에요· 모든 걸 내려놓고 편히 눈을 감으세요· 그럼 모든 게 끝나 있을 거예요·”

고막을 아련하게 파고드는 달콤한 목소리에 점차 눈꺼풀이 풀리며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언제 깨어날지 모를 미지의 심연과도 같은 공간 속을 향해

“잘 자요· 하스티아····”

하스티아는 속절없이 빠져들고 말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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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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