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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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신의 보호를 받는 자 (5)

소울 스톤·

내가 그걸 어디서 들어봤더라?

그래 분명 전생에 프루이나를 방문했을 때 들었던 물건으로 기억한다·

모든 화이트 엘프가 태어날 때부터 하나씩 가지게 된다는 두 번째 영혼이라 했던가?

점화석이나 데이즈 스톤처럼 인위적으로 만든 아티팩트도 마력 결정 같은 마나가 담긴 돌도 아니다·

그냥 프루이나의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색깔만 하얀 돌에 불과하지·

허나 가끔은 겉으로 보이는 성능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중요할 때도 있다·

이 소울 스톤 또한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있어 무척 의미 있는 물건이라 했지·

이름 그대로 영혼을 담은 돌·

선천적으로 몸에 부여되는 영혼에 이어 신체가 성장함에 따라 함께 성장하는 두 번째 영혼이라는 의미를 가졌다고 했다·

덩달아 소유한 자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수호석의 의미도 있다고 했는데

만약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울 스톤을 다른 이에게 양도한다면

이는 그 존재에게 본인의 영혼을 넘겨줄 수도 있는 만큼 굉장히 믿고 의지한다는 뜻이며 더 나아가 반려자로서의 의미도····

잠깐만

이 엘프 보자 보자 하니까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오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제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단지 절 구해주신 거에 대한 보답으로····’

그 보답으로 본인의 영혼과도 같은 물건을 내어주셨다?

어이 엘프님 내가 그런 것도 이해 못 하는 무지한 인간일 줄 알아?

이건 뭐 누가 보면 내가 영혼을 대가로 목숨을 구원해준 악마인 줄 알겠네·

저 봐라· 놀라다 못해 이제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다른 엘프들의 시선을·

그들 손에 칼이 쥐여있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판이다·

“너 이 자식! 대체 무슨 꼼수로 우리 하스티아님을 홀린 거야?”

꼼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지금 당한 건 내 쪽 같구먼 자꾸 누구에게 시위를 겨누는지 모르겠군·

“그만두게 알폰스!”

어차피 말해봐야 흥분을 가라앉지 못할 것 같은 그를 대신해 그나마 상황을 융통성 있게 보려는 중년 엘프가 제지하고 나섰다·

“인사가 늦었구려· 일단 하스티아님을 구해주시고 여기까지 바래다주신 것엔 제가 화이트 엘프를 대신하여 감사를 드리겠소·”

그는 인간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허리를 직각으로 굽히며 내게 감사를 표했다·

“저희의 사정상 많은 걸 밝힐 순 없지만 하스티아님은 우리 화이트 엘프 일족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분입니다·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도와주셨는진 모르겠지만 하스티아님도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셨다 하니 내 더는 묻지 않겠소·”

고개를 들어 올린 그의 얼굴에선 각오를 다진 비장함이 엿보였다·

“허나 이제부턴 관여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대에게도 그대의 일이 있는 것처럼 이 일은 순전히 우리 화이트 엘프의 일입니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아냈다·

무슨 거사를 치르기 위한 결사대도 아니고 고작 네 명이서 뭘 하겠다는 거지?

장담한다·

지금 그 상태 그대로 떠났다간 이들은 가람 왕국은커녕 가울 근교도 못 벗어날 것이다·

내 시선은 자연스레 하스티아에게 향했다·

‘당황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하지만 로엘의 말이 맞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저희의 일이고 관계도 없는 시안님을 더 이상 끌어들일 수 없어요·’

그녀는 손을 가지런히 모은 자세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함께해서 정말 좋았어요· 시안님· 저희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부디 시안님께도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날마다 기도할게요·’

그러곤 마지막 인사와 함께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 뒤를 일족원들이 줄줄이 뒤따랐으며 그렇게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을 나는 멀뚱히 바라만 보았다·

[뭐야? 안 따라가?]

케이람은 이런 내 모습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나는 질문에 대한 답 대신 그녀가 남기고 간 백색의 소울 스톤을 꺼내 지그시 바라보았다·

사람이나 엘프나 이럴 때 보면 참 이해하기 힘들다·

겨우 목숨 한 번 살려준 걸 가지고 나를 무슨 평생 모실 구원자처럼 신뢰하는 꼴이라니·

담대한척하면서도 어찌 이렇게 미련한지 모르겠다·

멀지 않은 기억 속에 누군가가 떠오르면서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기원하겠다고?

본인은 신의 보호를 아주 대놓고 받는 사람이라 그렇게 믿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난 아니다·

어느새 오른손에 쥐어진 마검을 들어 올려 그 단면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난 7년간을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지·

그 어떤 진리를 갖다 바쳐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불변의 내 모습이다·

짧은 성찰의 시간을 마친 나는 슬그머니 검을 내렸다·

그러곤 하스티아와 그 일행들이 나아간 방향의 반대쪽으로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 * *

넓게 펼쳐진 들판 위·

우이토를 떠나 가람 학회의 본관이 있는 가울로 귀환길에 오른 마차 행렬의 앞으로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었다·

이에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민 루나브는 살며시 눈을 감으며 자연의 감흥을 피부로 느꼈다·

“····”

담담하다 못해 초연한 모습까지 보이는 그녀의 앞엔 손과 발을 다소곳이 모은 슈르츠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의 자리가 무척 불편한 듯 이마에선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있지 마시고 편하게 물어보세요·”

“예?”

“저한테 질문하고 싶은 거잖아요?”

정곡을 찔린 슈르츠는 그저 멍하니 입만 벌렸다·

“해 해도 됩니까?”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주저하지 말고 탐구해야 하는 법이에요· 인생 살면서 꼭 지켜야 할 진리니까 기억해두세요·”

생각해보니 나이도 동갑이면서 무슨 인생을 두 배는 더 산 사람처럼 말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슈르츠는 아무런 반문도 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의 말대로 궁금한 것을 탐구하고자 했다·

“제가 오면서도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말입니다· 루나브님께선 무슨 이유로····”

“시온 씨를 거뒀냐고요?”

“····”

눈빛을 보니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불편한 헛기침으로 마음을 가다듬은 슈르츠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제 본명은 시온이 아닌 슈르츠입니다· 부모는 얼굴도 모르고 어렸을 때부터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막일을 해왔습니다· 그야말로 살기 위해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죠·”

더 이상 숨길 것이 없다고 판단한 슈르츠는 자신의 신상을 거짓 없이 밝혔다·

“가끔 제 삶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그래도 불평하진 않았습니다· 시작은 어려웠을지언정 나름 잘 이겨내고 극복해서 지금까지 이르렀으니까요·”

루나브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혼자 살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넓고 그 안에서 전 정처 없이 빙빙 날아다니는 하루살이들과 다를 게 없다는 걸 그날 광산에서 깨달았습니다· 어느 순간에 어떻게 죽을지 모를 불확실한 삶 그 자체였던 거죠·”

슈르츠는 그날 입었던 내상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한쪽 어깨를 쓰다듬었다·

“섣부른 추측일 수 있지만 제 앞에 계신 루나브님 또한 저 못지않은 기구한 삶을 살아오시면서 많은 것을 봐오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보다 더 뛰어나고 훨씬 더 가능성 있는 자들도 많이 보셨을 테고요· 한데 어찌하여 근본도 없는 용병 출신의 절 이렇게 거두어 주신 건지 전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별거 없어요·”

루나브는 기다릴 것 없이 바로 답을 내주었다·

“시온 씨 아니 슈르츠씨가 가지고 있는 그 가능성이 제게 꼭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제 가능성 말입니까?”

슈르츠로선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세간에 환영받지도 않을뿐더러 할 수 있는 범위도 한정되어있는 어둠 속성 따위가 대체 무슨 가능성이 있단 말인가?

“참고로 당신이 만났던 그 검은 머리의 악마도 어둠 속성이었어요·”

“···!”

“속성 수치가 91%인가 그랬죠? 지금은 더 올랐을지도 모르겠네요?”

슈르츠는 지금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눈을 멍하니 깜빡였다·

91%?

그게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수치인가?

속성 수치가 절반만 넘어도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하는 마당에 91%?

차라리 신계의 존재가 강림했다는 것이 더 신빙성 있을 것이다·

수치도 수치지만 그 말을 여유롭다 못해 태연하게 내뱉는 이 여잔 또 뭐란 말인가?

정말 알면 알수록 더 알기 힘든 여자란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또 의문이 들었다·

대체 그녀는 검은 머리의 악마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이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단순히 아는 수준을 넘어 왠지 모를 애틋함마저 느낄 정도였다·

오죽하면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을 찾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검은 머리의 악마라는 분은····”

“····”

“루나브님께 있어 어떤 사람인 겁니까?”

슈르츠는 뭔가에 홀리기라도 하듯 자연스럽게 그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별거 없어요·”

루나브는 조금의 기분 나빠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제가 좋아했던 사람이고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이며 앞으로도 좋아할 사람이에요·”

7년이란 시간 동안 변하지 않았던 감정·

이는 70년 700년이 지나도 절대 변하지 않을 불변의 감정이었다·

“그러면서 꼭 찾아야 하는 사람이죠· 찾아서····”

슈르츠는 순간 생각했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루나브의 모습은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하다고·

무심한 눈빛에 서린 진심이 그 증거였으며 어떠한 부정이나 의심도 담겨 있지 않았다·

“이제는 제가 구원해줘야 할 사람이에요·”

입가에 서려 있던 옅은 미소는 어느새 사라지고 당당했던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지만

“····”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듯 루나브는 살며시 눈을 감으며 흔적을 지웠다·

다시금 눈을 떴을 땐 어떤 감정도 서려 있지 않은 무심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어느새 언덕을 넘은 마차의 앞엔 첨탑 끝 오색 빛의 마법석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가울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 * *

피부를 시리게 하는 찬 공기가 주변을 맴돌고 있는 어느 공간·

정신 수련을 하듯 그 중심에 홀로 앉아있는 한 남자의 앞으로 누군가가 다급히 뛰어왔다·

“가르니안님! 하스티아님의 위치가 파악되었습니다!”

“····”

“이전에 탈출했던 나머지 일족원들과 합류하여 지금 막 가울을 벗어났다고 합니다! 어찌할까요?”

긴박한 보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르니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숨을 한 번 고르고선

“최대한 상해 하나 없이 안전하게 모셔야 한다·”

내공이 느껴지는 중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시를 받은 엘프는 추가적인 질문 없이 바로 자리를 떴다·

이에 가르니안 또한 하스티아가 있는 곳을 향해 발을 옮기려는 순간

‘가르니안····’

기품이 느껴지는 어느 여인의 목소리가 그의 내면에 울려 퍼졌다·

‘네프로디테님!’

다시금 제자리에 멈춰선 가르니안은 눈을 부릅뜨며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아무런 문제없이 잘 처리해줄 거라 믿고 있을게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격려 혹은 실패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

두 의미가 복합적으로 뒤섞인 한 마디를 끝으로 여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네프로디테님의 말을 따르겠습니다·’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과 함께 가르니안은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굳건한 눈빛으로 나아가는 그의 뒤론 감당할 수 없는 방대한 마력이 뿜어지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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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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