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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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남겨진 이들 (2)

“그게 끝입니까?”

“끝이다·”

쿤델의 대쪽 같은 반응에 조사원의 입에서 불편한 헛기침이 튀어나왔다·

“디오네 황제 폐하의 명으로 그 소년에게 로열관을 내주신 것까진 좋습니다· 허나 몇몇 교관과 학생의 말에 따르면 그 시안 베르트가 총장님과 주기적으로 면담을 가진 것과 더불어 수업에 나오지 않아도 징계를 받지 않도록 편의를 봐주셨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그것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조사원은 그동안 아카데미 내에서 이루어졌던 둘의 관계를 언급하며 사실 여부를 추궁하고자 했다·

하지만

“놈이 평범한 놈이 아니었기에 그리 해줬을 뿐· 더 이유는 없다·”

“그러니까 총장님께선 그 시안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이런 뜻이로군요?”

쿤델은 말없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조사원을 바라보았다·

“나를 몇 날 며칠을 잡고 물어봐야 그대들이 원하는 답을 해줄 순 없을걸세· 그래도 내 한 가지는 말해주지·”

“···?”

“어중간한 마음으로 놈에게 접근할 생각은 하지 말게· 진정 그놈을 잡고 싶다면 제국 아니 대륙 전체가 합심을 해야 할지도 모를 거야····”

쿤델의 여유로운 기세에 눌리기라도 한 듯 조사원은 어깨를 움츠렸다·

조사는 싱겁게 끝이 났으며 혼자 남은 총장실 안으로 부총장 사트웰이 들어왔다·

“전체 재학생 중 약 30%가 휴학 및 자퇴를 선언했습니다· 피의 연회 사건 때처럼 단기적으로 끝날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뭐 이번 기회에 각 시설이나 한 번 점검하도록 하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긴 했지만 이것은 아카데미의 설립 이후 찾아온 가장 큰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카데미의 총책임자인 총장과 제국 최악의 범죄자 사이에 있었던 주기적인 면담과 편의·

이는 재학생들을 비롯한 귀족들로부터 큰 반발을 일으켰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돌아와 있을 걸세· 다만 그 돌아온 시간에도 이전과 같아 있으면 안 되겠지·”

쿤델은 대뜸 가슴에 달려있던 브로치를 떼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이제부터 자네가 이 아카데미를 맡아주게나 사트웰·”

“···!”

사트웰이 펄쩍 뛰며 만류했다·

“초 총장님! 이리 급작스레 결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아카데미엔 아직···!”

“떠나야 할 때를 알고 있음에도 떠나지 않으면 그것은 애정이 아닌 미련에 불과하지· 이곳에서의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네·”

쿤델은 사트웰의 만류를 가볍게 거절하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린은 어디에 있던가?”

“아카데미 단련장에 있는 걸로 압니다만····”

“알겠네·”

그는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아린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평소보다 한산한 아카데미의 체력 단련장·

“하압!”

그 중앙엔 다소 절실함이 느껴지는 기합을 내지르며 목검을 휘두르고 있는 아린의 모습이 보였다·

“···?”

그런데 그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단순한 검술 연마처럼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

한눈에 봐도 묵직하고 단단해 보이는 바위를 향해 목검을 내려치는 무모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굉장히 미련하고 바보처럼 보일 모습이었으나 아린의 눈엔 반드시 부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레시무스를 비롯한 기사들은 그 광경을 안타깝게 쳐다만 볼뿐 차마 말리고 있진 못했다·

이에 쿤델이 아린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얼 하는 것이냐?”

“보시다시피 바위를 부수기 위해 목검을 휘두르는 중이었습니다!”

-빠각

무모한 짓이다 라는 쿤델의 답을 대신하기라도 하듯 목검이 큰 소리와 함께 두 동강 났다·

허나 아린은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다른 목검을 들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였다·

이미 그녀의 손은 피가 흐르다 못해 단단히 굳어가고 있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이냐?”

“나아가기 위해서예요·”

“시안이 그러라고 한 것이냐?”

“····”

차마 그렇다고 대답할 순 없었는지 아린은 목검만 하염없이 휘둘렀다·

“단순히 나아가기만 해선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걸 알아요· 힘이 없는 상태로 나아가면 얼마 못 가 주저하고 말겠죠·”

-따악!

무모한 일격을 휘두를수록 돌아오는 것은 의미 없는 고통뿐이었다·

밀려오는 아픔에 아린은 계속해서 얼굴을 찡그렸지만 절대 포기하진 않았다·

“제게는 힘이 필요해요· 이 보잘것없는 목검으로 바위를 깨부술 수 있을 정도의 불가능한 힘을요·”

“세상은 힘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알아요· 하지만 그 정도의 힘이라도 갖지 않으면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예요· 하물며 시안을 다시 보는 것조차 할 수 없겠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경지·

그런 경지에 이르지 않고선 황녀로서도 한 명의 여자로서도 시안 앞에 당당히 설 순 없을 것이라며 아린은 생각했다·

“언제가 될지 몰라요· 아마 영원히 안 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만약 먼 훗날 시안을 다시 재회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순간적으로 목이 메었는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때는 제가 시안을 잡을 거예요·”

솟아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양손에 부여잡은 목검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잡아서! 이제는 제가 구원해줄 거예요!”

흐르려는 눈물을 그녀는 참아내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다시는 미련한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기에·

언젠가 있을지 모를 재회의 순간을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아린은 다시금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제국의 서쪽 경계 벨리아스 전선의 후방 캠프·

영지의 주인 베르트 공작 앞에서 상급 기사 율켄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이 서신에 적혀있는 내용이··· 전부 거짓 하나 없는 사실인 것이냐?”

“자 자세한 건 저희 쪽에서도 따로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황실이 벨리아스를 비롯한 각 영지에 보낸 공지문은 지금 받으신 것과 동일한 것으로 압니다·”

베르트 공작이 들고 있는 서신의 옆엔 붉은 글씨로 큼지막하게 이름이 적힌 시안의 수배서가 놓여있었다·

“알겠다· 나가보거라·”

이에 율켄은 아무 말 없이 바로 막사를 나갔다·

“하····”

깊은 고뇌가 담긴 한숨이 공작의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그저 재능이 출중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막내가 사실은 검은 안개를 추종하는 집단의 일원이었다니·

그 어린 소년이 대체 뭘 안다고 그런 용서 받지 못할 곳에 들어갔단 말인가?

공작으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비단 막내뿐만이 아니었다·

빛의 기사단을 그만둔 후 행방이 묘연해진 둘째·

생사조차 확인이 안 되는 셋째·

막내를 막기 위해 브레누까지 찾아갔지만 오히려 심한 정신적 충격을 입고 돌아온 첫째까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자신을 따라 가문의 이념을 이어줄 것이라 생각했던 자식들이 연이어 엇나가고 있다·

그것을 지켜보는 아비의 마음은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

공작은 심히 혼란스러웠다·

“···!”

그런 와중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공작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급하게 검을 챙기고선 막사를 나온 그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고 이내 기운이 퍼지는 곳을 감지하고선 그곳으로 발을 돌렸다·

“고 공작님? 갑자기 어딜 가시는?”

“아무도 따라오지 마라!”

그 누구도 뒤따르지 말라는 명령과 함께 공작은 황급히 협곡 쪽으로 뛰어나갔다·

굉장히 이질적이지만 그러면서도 언젠가 접한 경험이 있는 낯익은 기운·

그 기운을 따라 베르트 공작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협곡의 깊은 곳으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가는 동안엔 방금 죽은 듯 생생하게 풍겨오는 마수의 피 냄새가 진동했다·

이윽고 도착한 협곡의 어딘가·

이곳에선 살아있는 생물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공작은 너무 당황하지도 태연하지도 않은 솔직한 시선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니 이 장소는 굉장히 낯이 익은 장소였다·

이곳은 몇 년 전 협곡 초입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상급 마수 데스 웜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던 지점이었다·

데스 웜을 죽인 것으로 추정되었던 검은 안개에 휩싸인 미지의 존재를 포함해서····

-스릉

공작은 말없이 검을 꺼내 앞으로 겨누었다·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적막한 협곡·

그가 검을 겨눈 곳 앞으로 점차 안개가 휩싸이더니 곧 기이한 인간의 형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나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가 무엇이냐?”

공작은 그 안개를 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마치 눈앞의 존재에 대해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듯 허탈한 감정까지 얼굴에 옅게 서려 있었다·

“너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 온 것이라면 생각을 접어야 할 것이다· 네가 내 핏줄을 이어받고 태어난 자식이라 한들 네놈이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다는 걸 안 이상····”

“전 당신을 항상 미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검은 안개 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가문의 이념이라는 고상한 말로 포장은 되어있지만 사실 대륙의 수호라는 것은 그저 남을 위한 끝없는 희생일 뿐입니다· 명예라고 하는 허황된 보상을 가치 있게 여기며 그 희생을 자식들에게까지 강요하려 하셨습니다·”

“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거기까진 좋았습니다· 누군가는 해야만 했던 일· 힘이 있고 능력이 있는 자라면 더더욱 그 임무를 짊어져야만 했겠죠· 하지만 제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허공을 향해 있던 안개의 시선이 비로소 공작의 눈과 마주친 순간

“왜 그리 첫째에게 집착하셨을까?”

검을 쥐어진 공작의 손에서 강한 떨림이 일었다·

“대체 무엇을 보셨기에 마치 첫째가 세상의 모든 것인 것처럼 다른 자식들에게 또 다른 희생까지 강요한 것일까? 당시엔 당연하다시피 여겼지만 지금의 저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공작의 턱 끝에 이른 땀방울이 불안하게 맺혀있었다·

“하지만 이젠 의문을 품지 않으려 합니다· 저라는 인간 한 명도 이해하기 힘든 마당에 제 몸도 아닌 당신의 마음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아주십시오·”

비로소 존재를 감싸고 있던 안개가 완전히 사라지며 감춰져 있던 그의 본모습이 드러냈다·

“당신께서 그토록 바라시는 대륙의 평화를 자식들이 이루어주길 원하신다면····”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는 찰나의 시간·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그의 몸 안에서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저희를 놔주십시오·”

“···!”

“당신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듯 저 또한 저를 위한 일을 하겠습니다· 어떤 도움이나 관심도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하물며 신뢰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신뢰라는 말에 유독 강한 결의가 내포된 느낌·

공작은 말은커녕 닫힌 입술을 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아버지····”

그 말을 끝으로 소년의 몸에 다시금 안개가 드리워졌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소년이 있던 자리엔 공허한 바람만이 쓸쓸하게 맴돌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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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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