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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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빛을 걷어내는 안개 (4)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영리한 동물이다·

태생적으로 자신이 손해 보는 일엔 좀처럼 나서려 들지 않는다·

그런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요소는 오직 하나 힘이다·

무력 재력 권력 등·

이익과 손해라는 상관관계 속에서 인간은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존재에게 항상 이끌려 다니기 마련이다·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믿어왔지·

허나 과연 앞서 내가 지나친 두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들은 어떤 특정한 힘에 이끌려 나를 도와주러 온 것이 아니다·

힘이 아닌 마음·

둘은 순전히 나를 위한다는 마음 하나로 이곳까지 달려와 나란 인간을 도와준 것이다·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모르겠다· 그냥 묘하다·

아마 지금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도시의 경계가 가까워질수록 점차 나를 향해 겨누는 검 끝이 늘어난다·

길게 이어진 대로를 떡하니 막은 기사들과 그 중심에 있는 낯익은 얼굴·

쿤델 총장이었다·

저 영감님께서 몸이 근질거리기라도 하셨나?

여기서 한가롭게 내 얼굴 보실 시간은 없을 텐데?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더 가관이었다·

앞서 세트와 루나브를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불쾌한 마음 까지 들 정도·

복잡 미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린 황녀였다·

총장까지는 그렇다 쳐도 저 여자는 대체 뭔 생각으로 여기 온 거지?

내 정체를 못 믿은 나머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나?

그냥 어이없다는 말 밖엔 나오지 않았다·

그들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진 순간

석상처럼 서 있던 총장이 발을 떼고 내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서로의 목소리가 들릴 거리까지 가까워진 뒤에야 걸음을 멈추었으며 나 역시 일단은 걸음을 멈춘 채 그와 시선을 마주하였다·

-우우웅

총장은 아무런 말 없이 살짝 손가락을 움직여 제한 결계를 생성했다·

잠시 후 투명한 결계 안으로 구름이 드리우는가 싶더니 곧 결계 외곽으로 천둥을 동반한 벼락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이 공간에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는 듯·

“뭐 하시는 겁니까?”

“안심하진 마라· 이 번개가 언제 어디서 네놈의 머리를 날릴지 모르니·”

총장은 협박이 가미된 경고로 답을 대신했다·

“검은 안개의 추종자라···· 지난 2년 동안 네놈을 캘 수 없었던 것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구나·”

나는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대체 언제부터 그곳에 몸을 담았던 것이냐?”

“제 대답은 이전과 같습니다· 제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든 그걸 총장님께 말해드릴 이유는 없습니다·”

예상과 다르게 총장은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모습을 유지하였다·

“이해시켜드릴 생각도 없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총장님을 비롯한 저기 있는 전부는 그저 같잖은 종이에 적힌 것이나 믿으면서 저란 존재를 증오하고 미워하시면 그만입니다·”

“그게 네놈이 원하는 일이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네놈이 처음 나를 본 날 내게 물었지· 제국의 번영과 가문의 안위 중 무엇을 더 원하냐고····”

“예· 총장님께선 그 질문에 아카데미가 더 중요하다고 답하셨죠·”

문득 그렇게 아카데미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지금 나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 모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럴 시간 있으십니까? 어서 아카데미로 달려가 그동안 저와 접촉했던 흔적들을 전부 지워야 하실 텐데요? 그토록 중요하시다는 아카데미를 위한다면····”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 총장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귀족의 길을 버리고 교육자로서의 삶을 택하면서 얻은 게 뭔 줄 아느냐?”

“알아야 합니까?”

“누가 어느 집단이나 조직에 들어간다 했을 때 그 안에서 어찌 될지 미래가 뻔히 보인다는 거다· 잘 되는 쪽으로든 안 되는 쪽으로든 상관없이 아주 철저하게 판단할 수 있지·”

안다·

그래서 전생의 내가 악마를 따라 빛의 기사단으로 간다고 했을 때 가서 좋은 꼴 못 볼 거라며 악담이란 악담은 다 쏟아부었지·

“네 누나의 일도 마찬가지다· 엘리스는 빛의 기사단에 들어가기를 원했지만 난 별로 내키지 않았지· 그녀에게 있어 별로 좋은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허나 난 적극적으로 말리진 않았고 그 결과 엘리스는 좋지 않은 일을 겪게 되었다· 어찌 보면 그녀의 미래를 알면서도 방관한 내 책임이 막중하다고 볼 수 있지·”

뭐 나로선 굳이 탓할 생각은 없다·

인생에 있어 남이 시켜서 했다는 건 되도 않는 핑곗거리일 뿐·

결국 선택에 관한 결과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다·

그걸 나도 알고 누나도 알기에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것이다·

“넌 너 스스로 빛이 아닌 안개 속에 있기를 자청한 것이냐?”

“그 누구도 제게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내게는 널 막을 자격 같은 건 존재하지 않겠구나·”

거칠게 몰아치던 천둥 번개가 어느 순간 사그라드는가 싶더니 주변을 감싸고 있던 제한 결계마저 해제되었다·

누군가 힘으로 없앤 것이 아닌 총장 스스로가 힘을 거둔 것이다·

“뭘 멀뚱히 서 있느냐? 기사들에게 잡히고 싶은 게 아니라면 얼른 가거라· 그 누구도 널 막진 않을 것이다·”

“···진심이십니까?”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놈이 그러지 않았느냐? 제자의 밝은 앞날을 응원해달라고· 하기야 밝은 앞날보다는 어두운 앞날에 더 가깝겠지만····”

농담이 특기인 영감님은 아니지 않았나?

조금 얼떨떨한 내 마음과 다르게 총장의 눈빛엔 어떠한 거짓이나 가식도 서려 있지 않았다·

“내 기준에선 옳지 않을지는 몰라도 너에게 있어 옳은 곳이라면 그걸로 충분하겠지· 말은 그렇게 했어도 안개 속에 있는 네 미래가 그리 나빠 보이진 않는구나·”

내가 예언 같은 걸 잘 믿는 편은 아닌데 저 영감님의 말은 예외다·

모두의 환영과 칭송을 받는 곳보다 모두로부터 비난과 멸시를 받는 곳이 내게 더 나아 보인다라····

썩 유쾌한 말은 아니었지만 딱히 불쾌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나중에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후회 안 할 짓을 네가 하면 된···!”

-콰지직

“···!”

순간적으로 눈앞에 광채가 뻔쩍이더니 한 줄기의 벼락이 내리쳤다·

나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고선 벼락이 떨어진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윽!”

미처 피하지 못한 총장이 어깨를 부여잡으며 신음을 내뱉었다·

눈앞에 있는 날 잡겠다고 머리 위로 벼락을 떨어트릴 머저리는 없을 터·

이건 명백히 총장의 짓이 아니었다·

“뭣들 하고 있느냐! 전 기사 명예의 검을 들어! 저 추악한 안개의 존재를 처단하라!”

어딜 가든 분위기를 망치는 미꾸라지가 있기 마련·

나는 둘째치더라도 분노와 살의가 혼합된 총장의 얼굴이 아주 가관이었다·

“루이넬!!”

제국의 1황자 루이넬 세벨러스·

대충 듣자 하니 나를 잡으러 온 황군의 총책임자라던데 역시 과감한 결단력은 알아줘야 할 것 같다·

본인의 외조부 머리 위로 벼락을 떨어트리는 일도 망설이지 않지·

“루이넬!!”

총장은 분노와 살의가 혼합된 시선으로 루이넬을 노려보았다·

뭐 굳이 기대한 건 아니다·

애초에 조용히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니·

결국 나란 놈에겐 이런 일이 어울····

-스스스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기운에 순간 몸이 멈칫했다·

부릅떠진 두 눈 안에 서서히 모이고 있는 어두운 무언가·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게 뭐일 것 같냐고 묻는다면····

“웬 갑자기 안개가?”

두 말 할 것 없이 안개라고 할 것이다·

-우우웅

당연하겠지만 이건 내가 한 게 아니다·

하물며 당주나 다른 미스트의 대원들이 한 것도 아니다·

아니 애초에 이건 아에르가 가진 안개의 힘도 아니야·

그냥 안개처럼 보이는 전혀 다른 무언가일 뿐·

안개의 힘보단 흑마술에 가까울····

“흑마술?!”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혹여 있을지 모를 보리스의 기운을 감지해보았다·

허나 특별히 보리스라고 지칭할 만한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대신 놈보다 훨씬 더 추악하고 역겨운 기운이 점점 내 몸을 옥죄이기 시작했다·

너무 역겹다 못해 절로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기분·

내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할 존재는 이 땅을 통틀어 단 한 놈밖에 없다·

[어쩌냐 주인아?]

진짜 안개와 함께 슬그머니 나타난 케이람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잠에서 깨어난 우리 구원자님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인데····]

-터벅

혼란스러운 귓가에 대뜸 누군가의 발소리가 전해졌다·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익숙한 감각·

성검의 빛이 내 심장을 관통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 귀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리고 있다·

그때랑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내 얼굴은 절망이 아닌 희열로 가득 차서 웃고 있다는 거다·

어떤 감정에 의해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절대 부정적인 감정에 기반된 것은 아닐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내 몸이 살의에 차올라 이렇게 흥분할 일은 없을 테니!

* * *

“화 황자님! 어찌하여 저기에 마법을?”

“어째서라니? 그 질문은 내가 아니라 저쪽에 해야 할 거 아니야! 잡아야 할 죄인을 앞에 두고서 팔자 좋게 무슨 대화를 하는 거냐고?”

외조부의 안위 여부는 루이넬에게 있어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사들에게 진군 명령을 내렸다·

“누가 얼마나 죽든 상관없어! 저놈만 잡으면 모든 게 해결 된다고! 추락한 내 위신까지도!”

이에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기사들이 빠르게 진영을 구축하고 나아가려는 순간

-스스스

어디선가 검은빛의 이상한 안개가 흘러들어왔다·

안개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것도 잠시

흘러들어온 안개는 점차 뭉쳐져 형태를 갖추더니 곧 사람과 비슷한 기괴한 모습으로 변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광경에 기사들은 발을 주춤했으며 마침내 기사들과 어느 정도 수가 비슷해진 순간

안개의 괴한들은 번개와 같은 속도로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으며 황급히 마음을 다잡은 기사들이 검을 휘둘러봤지만

-쉬익

괴한들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살아있는 생물이 아닌 말 그대로 무형의 안개를 베는 것 같은 느낌·

기사들은 당황함을 넘어 이제는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황녀님 피하셔야 합니다!”

넋 놓고 있는 아린을 아카데미의 기사들이 달려와 호위했다·

“네? 하지만! 아직 총장님이!”

자신을 데려와 준 쿤델은 아직 시안의 옆에 자리하고 있는 상황·

상처를 치유하는 중이긴 하나 딱히 자신들만큼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곁에 있는 시안이 총장을 지켜주는 것처럼 보일 정도·

그걸 본 아린은 깨달았다·

지금의 사태는 시안이 한 짓이 아니라고·

정확한 경위는 모르지만 이대로 가다간 시안이 애먼 누명을 쓸지도 모를 일이었다·

“화 황녀님!?”

이에 아린은 기사들의 호위를 뿌리치고선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하는 행동은 굉장히 무모하면서도 미련한 짓이란 걸·

허나 그걸 알기에 이렇게 나서는 것이다·

지금의 행동을 시안이 본다면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기에·

“···!”

아니나 다를까 아린을 발견한 시안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이미 눈만 봐도 그녀를 한심스럽다 못해 기막혀하는 기색까지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아린은 생각했다·

이런 미련하고도 무모한 자신을

시안은 절대 방관하지 않을 거라고·

망설이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와 자신의 손을 붙잡으며 한심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날릴 것이다·

자신이 아는 시안이라면 분명····

-쇄애액!

순간 검을 베듯 사선으로 그어진 거대한 빛이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빛에 잠식된 안개의 괴한들은 그대로 힘을 잃고 소멸했으며 소멸한 자리엔 새하얀 광채가 은은하게 퍼져나갔으며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광경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빛을 갈망하고 어둠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부정할 수 없는 본성····”

문득 어디선가 들려오는 감미로운 목소리에 아린은 고개를 돌렸다·

“그 부정할 수 없는 본성을 거부하는 이들을 향해 우리는 ‘이단’이라 부르지요· 바로 저 앞에 있는 제 동생처럼····”

태양 빛 금발을 휘날리는 장신의 남성·

허나 어느 누구도 그를 평범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구원자·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한순간에 종결시켜줄 빛의 구원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은 없을 것이다·

“허나 빛은 모두에게 평등합니다· 빛을 거부하는 이들이라 해서 그들을 부정하진 않지요· 진정 빛을 쫓는 구원의 존재라면 저 이단의 존재까지 포용해야 할 것입니다·”

금발의 남성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아린에게 손을 내밀었다·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의 다른 손엔 찬란한 구원의 빛을 내뿜는 신의 무구가 쥐어져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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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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