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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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빛을 걷어내는 안개 (3)

정신 붕괴 마법(Mental Breakdown)은 방대한 마력을 상대의 정신에 침투시켜 완전히 굴복시키는 무시무시한 마법이다·

허나 반대로 상대가 그 마력에 상응하는 힘으로 맞받아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순 있다·

비록 예상했던 범위를 훨씬 넘었다곤 하나 리겐스는 이 마법으로 루나브의 정신을 침투해 시안에 관한 모든 자백을 받는 데 성공했다·

분명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리겐스의 머리를 옥죄여오는 쓰라린 고통이 이를 부정해주고 있었다·

“생각 외로 많이 힘들어하시네요?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봐요· 예전의 할아버지였다면 이런 건 별거 아니라며 바로 물리치셨을 텐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고통에 힘겨워하는 리겐스의 얼굴이 더욱 강하게 구겨졌다·

“루 루나브· 네가 여긴 어떻게···?”

그녀의 손녀 루나브가 나타난 것이다·

“어떻게 왔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왜 왔냐가 중요한 거지· 항상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셨던 할아버지라면 충분히 이해하실만한 상황 아닌가요?”

리겐스의 분노에 찬 물음에도 그녀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무심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의 뒤론 이 사태를 어찌 책임져야 할지 심한 고민에 빠진 라멜라와 다른 학회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할아버지가 마력으로 저의 정신을 침투한 동안 저 역시 할아버지의 머릿속에 정신 붕괴 마법을 걸어놓았어요· 저처럼 시안 선배에 대한 자백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떠올리면 강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마법을요·”

지금 그녀가 설명한 마법은 이 대륙의 어디를 뒤져봐도 찾을 수 없는 리겐스조차 처음 듣는 마법이었다·

“원리는 간단해요· 기존에 있던 정신 붕괴 마법에 언약의 주술을 살짝 더하는 거죠· 할아버지가 절 찾아오실 걸 대비해서 준비한 마법인데 마음에 드셨나요?”

마음에 들고 자시고를 논할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이 이렇게 이어질 거란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비로소 접하게 된 손녀의 진면에 리겐스는 이가 아득바득 갈렸다·

“제힘을 학회에 써줄 순 없냐고 물으셨죠? 기뻐하세요· 전 오늘부로 제가 가진 모든 힘을 학회에 쓰기로 결심했으니까· 그러니 우리 가람 학회를 위해서라도····”

루나브의 시선이 슬그머니 시안에게 향했다·

“선배는 보내주세요·”

시안은 그리 좋지도 딱히 싫은 것도 아닌 애매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 같지 않은 소리 하지 마라 루나브! 저 소년은 너와 함께 우리 학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재보다! 네가 정녕 학회를 위한다면 나를 도와 저 소년을····”

“그리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그래도 도의상 한 번 물어보긴 했는데 역시였네요·”

루나브는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손에서 마나를 발현했다·

“···!”

그러자 리겐스의 발밑으로 밝은 빛이 일었으며 곧 그 주변으로 푸른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학회원 여럿이 아닌 오직 그녀 혼자서 새롭게 구성하여 창조한 또 다른 봉쇄의 진이었다·

“겨우 이런 것으로 날 가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물론 없겠죠· 전 단지 시간만 지체시킬 뿐이에요· 아마 푸시려면 적잖이 머리 좀 굴리셔야 할 거예요·”

사실 오래 버텨봐야 몇 분도 채 안 될 테지만

루나브에겐 그거면 충분했다·

시안과 마지막 대화를 나눌 시간으로는·

“왜 왔어?”

시안이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요? 전 이미 여러 번 말한 것 같은데요? 전 선배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사람이에요· 그런 제가 위험에 빠진 선배를 도와주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죠· 지금뿐만이 아닌 앞으로도요····”

첫 만남에서부터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대답·

이에 시안은 웃지도 화내지도 않는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냥 싫지는 않으신가 봐요? 귀찮다는 느낌이 다분했던 처음과는 많이 달라지셨어요·”

“····”

“제 마음은 변함없어요· 선배가 어떤 사람이건 어떤 일을 했건 전혀 상관하지 않아요· 선배는 그저 저라는 사람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꺼내준 구원자· 전 그거 하나로 충분하니까·”

절대로 변하지 않는 굳은 마음과 함께 루나브는 살며시 시안의 손을 붙잡았다·

“처음 절 끌어안으셨을 땐 마냥 차갑기만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좀 온기가 느껴지네요·”

시안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가 싶더니 대뜸 와락 끌어안았다·

그녀의 대범한 스킨쉽에 이제는 익숙해진 듯 시안은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다음이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때는 이 정도로 끝나진 않을 거예요·”

“협박하는 거냐?”

“분위기 있게 받아주면 좀 덧나요?”

차라리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출 수는 없는 걸까?

벼락이 떨어지든 눈보라가 불어 얼어붙든 그저 둘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허나 시안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지금 끌어안은 이 두 손을 놔야만 했다·

“잘 가요· 선배·”

그 말을 끝으로 루나브는 시안의 몸을 놔주었다·

미련을 갖지 않으려는 듯 먼저 돌아서니 시안 역시 미련 없는 마음으로 그녀를 지나쳤다·

“고맙다·”

“···!”

본인이 말해놓고도 부끄러웠는지 차마 고개를 돌리진 않았지만 이미 그것만으로도 루나브에겐 충분했다·

미칠 듯이 뛰는 심장을 애써 억누르며 그녀의 시선은 다시금 리겐스에게 향했다·

“참으로 어리석구나· 루나브·”

꽤 버텼다면 버틴 상황·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단 훨씬 오래 버텨주었다·

“지금의 네 행동이 정녕 가람 학회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넌 지금 크게 후회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리겐스의 호통에도 그녀는 눈썹 하나 꿈틀거리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꽤 고민하고 있거든요· 선배를 다시 잡으러 갈지 말지····”

허나 시안은 이미 본인의 시종들과 함께 자리를 벗어난 상태였다·

봉쇄의 진이 깨졌다 해서 리겐스를 보내줄 생각은 없기에 루나브는 또 한 번 체내에 있는 마나를 모두 끌어냈다·

“역시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르는 건가 봐요· 제게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거든요·”

“무슨 말이냐?”

“할아버지가 그토록 염원하고 갈망하시던 학회의 미래가 어디까지 성장했는지 지금부터 시선 떼지 말고 잘 봐주세요·”

그녀의 뒤론 서로 다른 색을 가진 다섯 속성의 원소가 찬란한 광채를 뿜고 있었다·

* * *

“그걸 지금 보고랍시고 내 앞에서 지껄여?”

화를 참지 못한 루이넬이 급기야 기사의 멱살을 잡아 올리며 소리쳤다·

“백만 대군을 상대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꼬맹이 한 명이야! 근데 뭐? 황군의 기사들이 모두 당해버렸다고? 지금 내 앞에서 농담 따먹기를 하려는 모양인데 정녕 네놈의 그 같잖은 목이 두 쪽으로 나뉘어 성문 앞에 걸려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이미 이성을 잃은 그에게 황자로서의 품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고작 열세 살 소년 한 명을 잡기 위해 파견된 선발대가 손도 못 쓰고 전부 괴멸당했다는데 어느 누가 그것을 진실이라 믿겠는가?

어쩌면 이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고 고정하십시오 황자님! 일단 진정하시고 현실을 보셔야 합니다! 지금 저희뿐만이 아닌 가람 학회의 수장 리겐스 레인리버까지 이곳에 찾아와 그 소년을 노리고 있습니다!”

“가람 학회?”

황자로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 얌체 같은 놈들이 여긴 왜? 아니지· 어쩌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어· 멋대로 제국에 온 것도 모자라 허가도 없이 마법을 남발해? 잘만 이용한다면 가람 왕국으로부터 꼬투리를 아주 제대로 잡을 수 있겠군·”

루이넬의 낯빛은 금세 180도 달라져 있었다·

“당장 이 근방에 있는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 놈이 있는 곳으로 보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시안 베르트뿐만이 아닌 가람 학회의 마법사들까지 전부···!”

“적당히 해라 루이넬!”

벼락이 내리치는 듯한 거센 호통에 루이넬을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날카롭게 벼려진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는 아카데미의 총장 쿤델 퀴젤·

그 뒤엔 아카데미 소속의 수호 기사들까지 대거 자리하고 있었다·

“상황 파악을 못 해도 정도가 있지! 네놈은 기껏 끌고 온 황군을 괴멸시킬 셈이냐?”

엄연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공적인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쿤델은 황자를 향한 거침없는 폭언을 이어나갔다·

허나 그런 폭풍 같은 기세에 눌리기라도 한 듯 그 누구도 제지하려 나서지 못했다·

루이넬 역시 당황한 마음에 땀을 삐질 흘렸다·

“제국의 황자로서 나라를 더럽힌 범죄자를 잡겠다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덩달아 나타난 가람 학회의 일당들을 잡기 위해서라도 이 정도는····”

따박따박 대꾸하던 그의 시선이 문득 쿤델의 뒤로 향했다·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선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저년은 여기 왜 데려오셨습니까?”

그의 동생이자 시안의 전 약혼자인 아린이었다·

“꼴에 전 약혼자랍시고 감성팔이라도 시키실 생각입니까? 외할아버님의 머리로부터 나온 계획이라기엔 너무 실망스럽습니다만?”

“소의 발을 가지고도 쥐 한 마리 못 잡을 네놈의 그릇보단 낫겠지·”

쿤델은 조금의 흔들리는 기색 없이 품에서 서신 한 장을 꺼내 보였다·

“···!”

황제의 인장이 찍혀있는 또 하나의 명령서였다·

“지금 이 시각 부로 시안 베르트를 잡는 일에 우리 아카데미도 참여한다· 나 역시 네놈과 마찬가지로 황제 폐하를 대신하여 이 자리에 온 것이니 혹여나 내 일에 반기를 들 생각이라면 접어야 할 것이다· 루이넬·”

생각지도 못한 것을 마주한 루이넬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네가 진정으로 황실을 생각하고 제국을 생각하는 황자라면 지금 네 머릿속에 품은 같잖은 생각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전부 버려라· 그것이 이 상황에서 네놈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일 테니····”

마지막 조언 아닌 경고와 함께 쿤델은 미련 없이 그를 지나쳤다·

그 뒤를 아린을 비롯한 아카데미의 일원들이 뒤따랐으며 홀로 남겨진 루이넬은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향해 헛웃음을 날렸다·

“하! 하하! 하하하!”

그 모습을 멀지 않은 곳에서 은밀하게 지켜보던 에쉘은

“····”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

* * *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한 발짝 뒤에서 묵묵히 따라가던 아린이 대뜸 입을 열며 물었다·

“무얼 말이냐?”

“루이넬 오라버니께 보여드린 명령서···· 아바마마께서 보내신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눈썰미가 좋구나·”

황제의 명령서를 조작했다는 건 즉 황제를 사칭한 것과 다름없는 엄청난 중죄·

제아무리 황제의 존경을 받는 전 장인이라곤 하나 사실이 알려지면 처벌이 불가피한 일이었다·

허나 쿤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은 말이다· 나이를 먹다 보면 대개 인생의 덧없음과 초조함을 동시에 느끼는 법이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무상하게 보이면서도 하나 꽂히는 일이 생기면 굉장히 급박해지지·”

이제 막 인생의 출발점 앞에 선 아린으로선 쉽사리 이해하긴 힘들 기분이었다·

“적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왔지만 그놈만큼 내 신경을 적잖이 쓰이게 한 놈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확인해보려는 것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기 전에····”

그의 비장하면서도 숙연한 눈빛에 아린은 왠지 모를 먹먹한 감정을 느꼈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린 지금·

자신은 무엇을 위해 이 자리까지 왔는가?

복잡한 맘이 샘솟으려 하자 아린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자신이 선택한 일·

그러면 당당히 서서 그 결과를 마주하면 된다·

남들이 아닌 스스로에게 있어 당당해질 수 있도록·

-휘이잉

처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대로의 끝자락·

그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소동의 주인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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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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