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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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빛을 걷어내는 안개 (1)

아공간 중앙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시리카·

돌처럼 굳건하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내면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초조한 상태였다·

팔짱을 낀 두 손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떨림 좌우로 요동치는 눈동자 목을 타고 가슴 아래로 흐르는 땀방울까지·

암살자의 검을 잡은 이후로 거의 처음이다 싶을 정도·

한껏 고조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못했다·

그런 와중 공간 저편에서 대원 한 명이 달려와 기다리던 소식을 전했다·

“당주님! 계승자가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어디야?”

시리카는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위치를 물었다·

“브레누입니다! 역시 예상대로 그곳에 있는 자신의 종자들을 데리러 온 것 같습니다!”

소재를 파악한 것과는 별개로 소식을 전하는 대원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마른침을 한 번 삼키더니 불안한 어조로 다음 말을 이었다·

“이 이미 꼬리를 밟고 찾아온 황군의 기사들을 저희가 나서기도 전에 먼저 처리한 모양입니다! 이미 황군의 기사들뿐만이 아닌 가람 학회 측에서도 계승자를 잡기 위해 브레누로 오고 있음이····”

“끝까지 제멋대로····”

분노가 치밀어오른 시리카는 이를 아득 갈았다·

상황이야 어찌 됐든 결국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하나·

계승자를 지키는 것이다·

“타지에 있는 다른 대원들까지 호출해서 지금 당장 브레누로 집결하라고 지시해! 다른 건 필요 없어! 계승자 아니 시안의 대피를 최우선으로···!”

(시리카····)

흥분되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지시를 내리려는 순간 그녀의 내면으로부터 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에르님?”

공간의 주인은 부름에 이어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는 자신을 만나러 어서 빨리 제단으로 와달라는 의미였으며 이를 깨달은 시리카는 답답한 마음에 눈을 질끈 감았다·

“지시는 잠시 보류한다·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시리카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제단을 향해 황급히 달려갔다·

도착한 제단에는 한껏 여유로운 자세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검은 안개의 신 아에르가 자리하고 있었다·

(무척 다급해 보이는구나·)

그는 짓궂은 미소를 보이며 첫말을 내뱉었다·

“용건만 간단하게 말씀해주십쇼 아에르님· 지금 매우 급박한 상황이란 거 아시지 않습니까?”

(알지· 알다마다 그렇기에 널 이렇게 붙잡고 있는 것이다· 시리카·)

다급한 그녀를 놀리기라도 하듯 그는 본인이 시간을 지체시키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왜 계승자를 지키려 하는 것이냐?)

“송구합니다만 질문하신 저의를 모르겠습니다· 전 아에르님을 모시는 조직 미스트의 당주입니다· 그런 제가 아에르님을 위해 존재하는 계승자가 위험에 빠지는 꼴을 팔자 좋게 지켜볼 거라 생각하십니까?”

(나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 너희는 예나 지금이나 참 한결같구나· 하긴 누굴 탓할까? 지고의 존재랍시고 떵떵거리면서 결국 마음속에 품은 작은 두려움조차 이겨내지 못해 이 사달을 낸 그들에게 있겠지···)

아에르는 알 수 없는 말을 이어나가며 그 자리에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너희의 주인으로서 명하겠다· 지금부터 너를 비롯한 미스트의 모든 대원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계승자의 위험을 방관하거라·)

“···!”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시리카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찌하여 그런 지시를?”

(계승자가 그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에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화답했다·

(잊지 마라 시리카· 너희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너희를 위해 있어 줄 뿐· 그렇기에 나 또한 그 아이가 원하는 일을 해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시리카는 아무런 반문도 하지 못했다·

(한 번 지켜보거라· 그 아이가 자신을 옥죄여오는 빛의 존재를 어떻게 걷어내는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실로 완벽한 계승자·

그 계승자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기라도 한 것인지 아에르의 눈빛에선 여러 감흥이 복합적으로 뒤섞여있었다·

* * *

쓸쓸한 찬바람이 흐르는 아카데미 체력 단련장·

그 넓은 공간에 홀로 아련하게 서 있는 아린의 곁으로 쿤델이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녀의 손엔 돌돌 말린 누군가의 수배서가 쥐여져 있었다·

뭔가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이미 그녀의 눈엔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체념의 감정이 잔뜩 서려 있었다·

이 상황에 위로는 딱히 의미가 없어 보였다·

“사람은 본래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진 가면과 스스로를 위해 본성으로 이루어진 진면으로 말이지····”

누가 들어도 시안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아린이 힘없이 입을 열며 물었다·

“그동안 총장님께서 보셨던 시안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나요?”

“확실하게 답은 못 해주겠구나· 나름 가까웠다고 생각은 하나 결국 그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던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쿤델은 스스로도 허탈한 마음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안을 제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전 지난 2년 동안 이 단련장을 하루도 빠짐없이 나왔어요·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르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욱 성장하자는 마음으로요····”

“····”

“시안이 처음 저에게 황제가 되어보라 길을 내주었고 전 그 길을 시안이 같이 가주길 바랐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 뻔뻔한 부탁이었죠· 시안은 제게 많은 걸 해줄 수 있지만 전 시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으니까·”

그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금껏 달려온 것이다·

설사 완전히 줄일 순 없다 한들 그 줄이기 위한 과정만으로도 자신에겐 굉장히 의미 있는 것이라며 아린은 굳게 믿어왔다·

하지만

“이젠 다 의미가 없어졌네요· 더 이상 시안이 제 사람이 되는 것도 제가 시안의 사람이 되는 것도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과연 제가 만나고 염원하던 시안은 제가 알던 진짜 시안의 모습이었을까요?”

쿤델은 무엇 하나 대답해줄 수 없어 애먼 침묵만 유지했다·

“모든 게 무의미해진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런 길도 나아갈 수 없는 3년 전의 저로 되돌아왔네요····”

감정에 복받쳐 눈물이 흐르려는 걸 아린은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이대로 울어버린다면 그때는 정말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음을 증명하게 되니 말이다·

“그럼 가서 확인해보겠느냐?”

쿤델은 그런 아린에게 대뜸 제안을 내걸었다·

“무얼 말인가요?”

“방금 전 녀석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국 남부 도시 브레누에 있다더구나·”

아린의 동공이 일순간 크게 요동쳤다·

“그놈의 정체가 어떻든 간에 그놈은 그놈이고 너는 너다· 그놈이 네게 제시했다는 그 길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가혹한 길인지 아님 보기 좋은 허상으로 꾸며진 거짓된 길인지는 직접 가서 알아보면 되지 않겠느냐?”

작지 않은 충격에 말문이 막힌 아린은 쉽사리 답을 낼 수 없었다·

그녀의 불안에 찬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총장은 다시 한번 물었다·

“나와 시안을 만나러 가겠느냐?”

* * *

내 죄목이랍시고 수배서에 적힌 붉은 글씨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래 뭐 나랑 아예 관련 없는 일은 아니라곤 해도 이런 식으로 다 떠넘기겠다는 건가?

이건 뭐 단순히 범죄자를 넘어 악마 취급을 받고 있군·

진짜 악마는 따로 있는데 말이지·

딱히 화난다거나 억울한 감정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예상 못 한 일도 아니었으니·

수배서를 내리고 고개를 드니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도합 여섯 개의 눈동자와 마주하였다·

그들의 눈엔 각각 의문과 두려움 등 갖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득 서려 있었다·

물론 우리 꼬맹이는 제외하고·

“도 도련님 그 수배서에 적혀 있는 거 뭐예요? 정말 도련님이 하신 일 아니죠?”

“아니야·”

일말의 망설임 없는 칼답으로 일축했다·

“시간 없으니까· 그냥 바로 물을게· 선택해·”

난데없는 선택이란 말에 전부 두 눈을 깜빡였다·

“나를 따라 이곳을 벗어날지 아님 너희끼리 이곳을 빠져나가 새로운 삶을 살지· 뭐든 괜찮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선택해·”

말은 부담 갖지 말라 했지만 에밀리와 브라이언의 얼굴은 이미 부풀어 오른 풍선마냥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갑자기?!”

“거지처럼 살라는 것도 아니야· 자금은 충분히 지원해줄 수 있어· 그냥 나랑 관련된 모든 걸 잊고 새 출발 하는 거라 생각해·”

“아니 소처럼 밀어붙이시는 것도 정도가 있지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털썩

펄쩍 뛰는 에밀리와 다르게 브라이언이 대뜸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신 브라이언 켄드릭! 아카데미에서 도련님께 처음 맹세한 이후 변치 않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가시는 길이 천국이든 지옥이든 상관없이 이 한 몸 끝까지 도련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얘는 자기가 무슨 어느 나라의 최후의 기사라도 된 줄 아나?

그냥 갈 거면 간다고 하면 되지 부답스럽게····

“나나도 파파 따라갈래! 파파 없는 곳에선 살기 싫어!”

나나 또한 나를 따라가겠다며 손을 들고 나섰다·

나는 늘 그렇듯 환하게 웃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물었다·

“파파가 예전만큼 못 챙겨줄 수도 있어· 맛있는 간식도 많이 못 줄 수 있고· 그래도 괜찮아?”

“응! 간식 같은 거 안 먹어도 돼! 나나는 파파랑 함께 있을 때가 제일 좋으니까!”

그래 저 순수하고 초롱초롱한 눈에 거짓이 담겨있다면 그거야말로 세상이 잘못된 거겠지·

어린 마음에 작은 고민이라도 하진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선택을 마친 두 사람의 눈이 자연스럽게 어느 한 곳으로 향했다·

“뭐 뭐야? 다들 왜 날 그렇게 보는 건데?”

굳이 재촉하려는 건 아니겠다면 원치 않게 부담을 준 모양이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대뜸 나를 보며 냅다 소리를 질렀다·

“저 전 도련님 곁에 가장 먼저 있던 사람이에요!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도련님의 시중을 드는 건 제 자존심이 허락 못 한다고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 나름 결심한 눈빛을 보니 마지못해 질러댄 건 아닌 것 같다·

지금 상황을 예상 못 한 건 아니지만 이거 생각 외로 기분이 꽤 괜찮다·

분명 웃을 상황은 아닌데 입꼬리가 자꾸 움찔거리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물어볼게· 지금 한 선택 후회 안 하는 거지?”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너희가 할 일은 하나야· 저 문을 나서면 더도 덜도 말고 딱 열 걸음 뒤에서 날 따라와· 주변에서 뭔 일이 일어나든 신경 쓰지 말고 너희는 그냥 묵묵히 따라만 오면 돼·”

“파파 그럼 나는?”

“우리 꼬맹이는····”

살짝 손을 움직여 마나를 발현한 다음 그녀의 코에 가져다 댔다·

손에서 퍼져나온 하얀 가루를 흡입한 나나는 스르르 눈이 감기며 그대로 꿈나라에 빠져들었다·

쓰러지는 그녀를 살포시 받아들여 브라이언에게 넘겼다·

딱히 좋은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닌데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지·

우리 꼬맹이는 그저 얌전히 꿈나라 여행만 하고 있으면 된다·

자잘한 준비는 끝났으니 이제는 나가야 할 시간·

나는 다시금 문 앞으로 나섰다·

[우리 주인· 어디 전장 나가는 사람처럼 얼굴이 비장하네?]

“기대하고 있는 거 얼굴에 다 보이거든?”

[어머 들켰니? 하기야 이 재밌는 상황을 앞두고 어떻게 아닌 척을 할 수 있겠니?]

케이람은 세상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날 재밌게 해줄 거라 했지?]

“그래· 나 말곤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줄 사람이 없을 만큼····”

[이미 한 번 살아봐서 알겠지만 난 아주 욕심이 많은 마검이야· 한 번 욕망을 채워주면 그다음엔 더한 쾌락을 갈망하지·]

안다· 너무나도 잘 알지·

쾌락을 충족해주지 못하면 결국 소유주를 잡아먹는 것이 바로 마검의 본성이다·

그렇기에 내 애검은 나를 더더욱 잡아먹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맛보게 될 달콤한 쾌락은 오로지 나라는 존재 외에는 느끼게 하지 못할 테니·

입가에 서린 희열의 미소를 유지한 채 마침내 문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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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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