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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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드러나는 진실 (3)

로열관 2층 왼쪽 복도 끝·

그나마 남은 온기마저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 방·

주인 없는 공간의 쓸쓸함과 삭막함만이 그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었다·

-벌컥

그런 주인 없는 공간을 찾아온 낯선 사람들·

가장 먼저 방으로 들어선 이는 아카데미의 부총장 사트웰 아이리스였다·

아카데미 관계자들 외에도 푸른 망토를 두른 가람 학회의 관계자들도 적지 않게 보였으며 그들은 사전에 합의라도 한 듯 각자 구역을 나누어 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꽤나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졌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거실로 모여들었다·

이에 무언가를 상의하는가 싶더니 곧 가람 학회 쪽에서 백색의 커다란 양피지를 바닥에 카펫처럼 깔았다·

그 위를 비장한 얼굴로 올라선 사트웰·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깊게 내더니 이내 마나를 발현해 양피지 위로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고등급 마법을 시전하기 위한 마법진이었다·

“성스러운 진실의 빛 앞에서 감출 수 있는 것은 없나니 감춰진 어둠의 흔적을 밝혀내리라!”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읊자 이에 반응한 마법진에서 빛이 일었다·

다량의 마력을 발산하며 공명을 이어나가는 마법진·

이윽고 바닥으로부터 발자국처럼 보이는 흔적이 보이는가 싶더니

-팟

얼마 못 가 불길 사그라지듯 꺼져버렸다·

당황한 사트웰이 한 번 더 마나를 발현해봤지만

“····”

이 역시 앞선 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추론해볼 수 있는 가정은 두 가지였다·

찾을 흔적이 아예 없거나

혹은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누군가가 마법으로 막아놨거나·

이에 사트웰을 비롯한 모두는 생각했다·

이는 전자가 아닌 후자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그 말은 즉 아카데미에서 쿤델 총장의 바로 다음의 실력자로 알려진 그녀의 마력으로도 찾아낼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마력이 이 공간에 서려있다는 이야기였다·

굳은 얼굴로 돌아선 사트웰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제힘으론 역부족일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군요·”

사람들은 아무런 반문 없이 앞서 그녀가 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마나를 발현하였다·

그러자 마법진에서 이전과 다른 더 큰 공명이 일어났으며 그제야 마법진이 그려진 곳을 시작으로 제대로 된 흔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 멀지는 않은 곳이로군요·”

그 흔적은 아카데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어느 도시로 향하고 있었다·

* * *

무슨 구경이라도 난 듯 혼란스러운 거리·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인 곳은 다름 아닌 현상 수배서가 붙은 게시판 앞이었다·

“말세구먼 말세· 이 나라가 장차 어떻게 흘러갈는지····”

“이 평화로운 시대에 뭐가 불만이라고 저렇게 설쳐대는 거야? 뼈를 갉아 먹어도 시원찮을 놈 같으니라고!”

“설마 우리 도시에 숨어있는 건 아니겠지?”

수배서를 본 사람들은 저마다 욕설과 두려움을 내뱉었다·

이에 우연히 그 앞을 지나가던 브라이언이 걸음을 멈추었다·

얼굴을 가린 망토를 살짝 거둔 채 절제된 눈빛으로 천천히 수배서를 살펴보는 브라이언·

강간 납치 살인 등 언급할 가치가 없는 끔찍한 중범죄자들을 제치고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누군가의 수배서를 마주한 순간

브라이언은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최근 몇 년 새 발생한 귀족 암살사건의 핵심 인물·

피의 연회 사건의 주모자·

액실리움에 나타난 거대 마수를 소환한 범인·

더 충격적인 건 이 입에 담는 것조차 거북할 만큼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이 수배서의 주인이 무려 제국을 넘어 모두의 존경을 받는 어느 귀족 가의 아들이라는 것이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대륙의 수호자 베르트 공작가의 막내아들·

“도 도련님···?”

다름 아닌 그의 주인인 시안 베르트였다·

“저 저기 좀 봐!”

한 남성의 외침과 함께 수배서를 향해있던 시선이 전부 동일한 방향으로 향했다·

“화 황군?”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시는 금빛 갑주의 기사들·

황성과 떨어진 곳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황실의 수호기사들이 이곳 브레누에 나타난 것이다·

한두 명이 아닌 대충 어림잡아도 족히 백 명은 넘을 듯한 중대급 병력이었다·

예고도 없이 나타난 황군의 모습에 모두가 정신이 팔린 사이

황급히 시안의 수배서를 뜯어낸 브라이언은 그 자리를 전력 질주로 벗어났다·

-벌컥

그러곤 성난 불곰마냥 부리나케 집으로 뛰쳐 들어와 바로 문의 빗장을 걸어 잠갔으며 곧 창문을 비롯한 모든 출입구를 차단하였다·

“왜 왜 그래요 갑자기?”

그가 오기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에밀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브라이언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가져온 수배서를 에밀리에게 건넸다·

“웬 수배서? 뭐 흉악한 범죄인이 여기 나타나기라도··· 에엥?”

수배서를 본 에밀리는 그 자리에서 괴성을 질렀다·

“이 이 이게 뭐야? 왜 우리 도련님이 여기 있어요?”

에밀리로선 이게 또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싶을 지경·

평범한 사람으로선 상상조차 하기 힘들 어마어마한 죄목이 쓰여 있다 못해 거의 웬만한 영지의 1년 운영비와도 맞먹을 현상금이 그림 밑에 빨간 글씨로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도 도련님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시는 거야?”

잘 다니던 아카데미를 난데없이 그만두더니 또 셋만을 이곳 브레누에 덩그러니 남겨놓은 채 어딘가로 떠나버린 시안·

그냥 조용히 잘 지내고 있으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더니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있을까 싶을 만큼 대형 사고를 쳐버렸다·

이에 에밀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다시는 벨리아스로 갈 수 없을 거라고·

“진짜 도련님 때문에 못 살겠다니까!”

정말 산꼭대기에 올라 메아리로 울분을 토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깐! 그럼 우리는요? 계속 팔자 좋게 여기 있어도 되는 거예요?”

“무 물론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순 없을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황군의 기사들까지 이곳에 와있습니다· 일단 나나를 데리고 더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는 게····”

“아니! 우리는 둘째치고 도련님의 안위부터 확인해봐야죠!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혹여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신 거라면····”

“아 그거라면 딱히 걱정하지 않으셔도····”

-벌컥!

대뜸 거실 한쪽의 문이 대찬 소리와 함께 열려버렸다·

잠에서 깬 나나가 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꼬 꼬맹아· 왜 일어났어?”

시간상 아직 그녀가 낮잠에서 깰 시간이 아니었다·

그냥 평소랑 다르게 일찍 눈이 떴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브라이언과 에밀리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나나의 눈은

평소처럼 잠에서 깨어나 배고프다는 말을 가장 먼저 내뱉는 그런 순수한 눈이 아닌

어떤 냄새를 맡고 붉게 충혈된 굉장히 위태로운 상태였다·

“이상하다· 지금 저녁 시간도 아닌데····”

이전의 기억이 떠오른 브라이어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여러 방울 흘러내렸다·

“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걸까?”

이윽고 냄새라는 단어를 뱉으며 나나가 히죽하고 입술을 찢으니

“얘가 또 큰일나려고! 냄새 맡지 마!”

에밀리가 황급히 달려가 그녀의 코를 틀어막았다·

그러자 붉게 충혈되었던 나나의 눈이 점점 본연의 색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허나 그녀가 냄새를 못 맡는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

돌연 낯선 기척을 감지한 브라이언이 잽싸게 검을 빼 들었다·

스릉 하고 뽑힌 검 소리에 이어 쥐 죽은 듯 고요하게 흐르는 적막·

들리는 거라곤 숨소리와 심장 소리밖에 없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브라이언의 시선은 오직 문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자박자박

희미한 기척을 타고 전해지는 아련한 발소리·

우연히 지나가는 것이 아닌 정확히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

못해도 열 명 이상은 될법한 여러 명의 발소리가 집 주변을 에워싸기라도 하듯 사방에서 가까워지고 있었다·

-까가각

잠시 후 발소리가 멈추나 싶더니 연이어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멀쩡한 벽을 손으로 긁어내는 것 같은 굉장히 요란한 소리였는데 소리가 요란한 건 둘째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 왜 울리는지를 생각해봐야 했다·

브라이언은 눈을 감고선 일전에 시안이 해주었던 말을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만약 이 집에 짱박혀 있던 도중 난데없이 벽이 긁히는 것 같은 괴상한 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은 주변에 설치해둔 제한 결계가 마력이 다해 붕괴하고 있는 것이니 조금이라도 마나를 보충해 형태만 유지하고 있으라 했다·

물론 그때가 오기 전에 자신이 먼저 돌아올 것이니 그냥 알아만 두고 있으라 했지만····

브라이언은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마력이 다한 결계가 스스로 무너지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소리가 아니라고·

이것은 집 주변을 에워싼 괴인들이 마력을 주입해 결계를 억지로 깨고 있는 소리였다·

안일했다·

수배서를 본 순간 바로 에밀리와 나나를 먼저 피신시켜야 했거늘·

아직 저 밖에 있는 이들의 정체가 누군지는 몰라도

결코 자신들에게 좋을 꼴을 보여주진 않을 거란 걸 브라이언은 모르지 않았다·

“나나와 함께 뒷문으로 도망치십시오!”

“예? 당신은 어쩌고요?”

“저도 곧 뒤따라갈 터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눈앞의 상황을 먼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당신이 뭐 최후의 기사라도 되는 줄 알아요? 차라리 혼자 개죽음당하겠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낫겠네!”

“꼭 그런 건 아닙니다만····”

부정을 하면서도 부정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상황·

말은 좀 거칠지언정 에밀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허나 어쩌겠는가?

이대로 있다간 다 같이 나쁜 꼴을 보게 될 텐데·

그럴 바엔 혼자 몸을 던져 남은 두 사람이라도 도망치게 하는 것이 백번 나을 것이다·

평소의 시안이 하던 것처럼·

-서걱

두 남녀의 급박한 실랑이가 오가는 것도 잠시

곧 그들에게 있어 굉장히 익숙한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서걱 푹 서걱

이것은 사람의 입에서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신경을 자극하는 날카로운 절삭음에 이어 외마디 비명 없이 푹푹 쓰러지는 사람들·

보이진 않지만 그 잔혹하고도 익숙한 광경이 브라이언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쿵

“····”

둔탁한 굉음과 함께 다시 한 번 흐르는 정적·

차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애매한 분위기 속에서 브라이언이 상황을 살펴보고자 문쪽으로 다가간 순간

“문 열어봐·”

무심하면서도 친숙한 목소리가 너머로부터 들려왔다·

이에 주문처럼 반응한 브라이언이 재빨리 빗장을 풀고 집문을 열어젖히니

“도····”

“파파!”

도련님이란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어느새 뛰쳐나온 나나가 그의 품에 안겼다·

자연스레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던 소년은 문득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고선 잠시 주춤했다·

“미안· 일이 있어서 조금 늦었다·”

늘 그렇듯 당황하지도 마냥 여유롭지도 않은 무덤덤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흑발의 소년·

그 뒤엔 죽음의 사신이 지나가기라도 한 듯 무참하게 쓰러진 황군의 기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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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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