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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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구원과 집행 (2)

힘과 지성을 모두 겸비한 지상 최강의 종족이 이성을 잃고 폭주하면 어떻게 될까?

말해 뭐하겠는가? 그곳이 바로 살아있는 재앙의 현장이다·

2년 전 레메아 협곡에서 봤던 데빌 드래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거대한 성체·

하늘을 이리저리 비행하며 포효하던 녀석은 급기야 슬럼가가 인접한 도시 한복판에 자리를 잡으며 본격적인 파괴 행위를 시작했다·

수백 년 동안 땅속에 묻혀있던 것 치곤 느껴지는 신기가 살아있는 드래곤 못지않았다·

구시대에 소환되었던 마수라고?

대체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저 망할 시체를 처리도 안 하고 땅속에 묻을 생각을 한 거야?

그걸 보리스 놈은 또 어떻게···?

-슈욱

뜨겁게 타오르는 불덩이들이 폭우처럼 연이어 쏟아졌다·

“무검(霧劍): 절단된 바람!”

허공을 향해 검을 사선으로 여러 번 휘두르니 허상의 공간이 날카롭게 갈라지면서 맞닿은 불덩이들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켰다·

[벌레 씹은 얼굴로 고민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주인아·]

그녀의 말이 옳다·

이미 썩고 말라비틀어져 먹을 가치는 없겠지만 그렇다 한들 저대로 놔두는 것도 말이 안 되지·

마음을 굳힌 나는 바로 내면에 잠든 안개의 힘을 이끌어냈다·

“···!”

뭔가 싸한 시선이 느껴져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문전 박대했던 슬럼가의 주민들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다 당신이 왜?”

원하던 구원자가 안 나타나서 어지간히 실망한 모양이다·

내 알 바 아니다·

어차피 저들 따위를 구원하겠답시고 나타난 것도 아니니·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힘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암무 9식: 마검 발현!”

준비가 완료된 순간 바로 목표를 향해 날아들었다·

[일전에 상대했던 놈들이랑은 수준이 다르다는 거 알지? 어지간한 힘으로 달려들었다간 생채기 하나 못 낼 거야·]

알고 있다·

이성을 잃은 존재가 힘을 제어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먼저 다량의 신기와 마력으로 둘러싸인 저 두꺼운 보호막부터 뚫어내야 할 것이다·

손에 발현시킨 마나를 그대로 케이람에 전승시켰다·

그러곤 바로 녀석을 향해 돌진했지만

-쾅!

돌과 돌이 충돌한 것 같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반동을 견디지 못한 내 몸이 그대로 뒤로 밀려났다·

“암무 3식: 안개 활강!”

주문과 함께 몸에서 분출된 안개가 내 몸을 감싸 안았으며 균형을 잃고 추락하는 내 몸을 단번에 바로 잡아주었다·

뭐야? 이거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잖아?

그래도 아예 효과가 없던 건 아니었다·

케이람과 맞닿은 녀석의 보호막에 거미줄 같은 금이 생기며 작은 틈을 만들어내는 데엔 성공했지만

“···!”

성공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만큼 틈은 곧바로 메꿔져 다시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왔다·

[내 말을 코로 들었냐! 있는 힘 아껴뒀다 똥 만들 일 있어?!]

케이람의 호통은 덤이었다·

무슨 보호막을 2중으로 겹쳐놓기라도 했는지 더럽게 단단하다·

그래도 시선을 끄는 데엔 성공했는지

데빌 드래곤의 핏기 잃은 검은 눈동자가 나에게 향했다·

“콰아악!”

나를 보고 흥분한 녀석은 두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난동을 부렸다·

그러다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더니 또 한 번 다수의 불덩이를 사방으로 내뿜었다·

흡사 활활 타오르는 화산의 분화구에서 용암이 분출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놈이 앞뒤 안 가리며 힘을 남발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일 터·

1초라도 빨리 힘을 결집해 달려들어야 하지만

내 시선은 어째서인지 데빌 드래곤이 아닌 하늘로 치솟은 불덩이들로 향했다·

내가 이래서 드래곤이란 종족을 싫어한다·

분명 어딘가를 노리고 뿜은 것도 아닐 텐데 참 기가 막히게도 거리나 민가 같은 사람들이 몰린 곳으로만 날아간다·

인간을 하찮게 여기는 본능은 죽어서도 어쩔 수 없다 이건가?

단순히 시선을 돌린 것만이 아닌 내 손에서도 어느샌가 안개의 힘이 모이고 있었다·

“암무 5식: 안개 분신!”

어차피 내 몸이 직접 가기는 늦었다·

케이람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순식간에 생성된 안개의 구체를 불덩이 쪽으로 힘차게 던졌다·

던져진 구체는 불덩이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갔으며 목표지점에 이른 순간 바로 형태를 바꿔냈다·

-쐐액

그러곤 내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검을 휘둘러 떨어지는 불덩이들을 모두 소멸시켰다·

[너 미쳤어? 저 썩어빠진 놈한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어디다 한눈을 파는 거야?]

“그래· 놈에게 온전히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애먼 곳에 시선을 휘둘릴 순 없지·”

나는 추가로 생성한 안개의 구체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멀리 던져냈다·

그러곤 앞선 구체와 마찬가지로 나를 닮은 분신으로 변신하여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저거면 뭐 시간 벌이론 충분하겠지·

[너 여기까지 와서도 그러고 싶니?]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잖아· 새삼스럽게 뭘 그래·”

[방금 전까지 집행자니 뭐니 해놓고선!]

케이람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을 애써 무시한 채 나는 다시 한번 데빌 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

-쾅!

상대를 제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는가?

지극히 간단하다·

맞서려는 힘보다 더욱 강한 무력을 발휘해 짓누르면 된다·

-쾅! 쾅! 쾅!

이전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힘이 전승된 케이람으로 보호막을 사정없이 내려치니 한 번 내려칠 때마다 보호막에 응집되어있던 신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이번엔 작은 틈 정도로 끝나진 않았다·

사람 다섯 명은 족히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공간이 만들어졌으며 이에 조금은 당황한 듯한 데빌 드래곤이 내게 손을 뻗어 마나를 발현시켰다·

-파지직!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푸른 번개가 전신을 덮쳤다·

허나 이미 반격을 예상하고 있던 나로선 막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멈추지 않고 깨진 보호막 안으로 수차례 검기를 날렸다·

-쐐애액

눈에 띌만한 상처가 여러 군데 생기긴 했으나 별 의미는 없어 보였다·

육체를 완전히 조각내지 않는 이상 놈에겐 가렵지도 않은 생채기에 불과하겠지·

“쿠워어어!”

데빌 드래곤이 또다시 포효와 함께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살짝 몸을 비틀어 회피에 성공한 순간 바로 케이람을 고쳐잡고선 비기를 시전했다·

“무검: 흩날리는 8개의 꽃잎!”

부드러운 손놀림과 함께 만들어진 8번의 검격이 공간을 베어 가른 순간

-콰지직

데빌 드래곤의 오른팔이 경쾌한 소리와 함께 산산이 갈라졌다·

허나 녀석은 비명은커녕 아무런 문제 아니라는 듯 바로 삼지창 같은 날카로운 꼬리를 휘둘렀다·

재빨리 공중으로 튀어 오르니 기다렸다는 듯 입을 벌리며 뜨거운 열기를 발산해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 안으로 다시금 검기를 날렸다·

“카가각!”

뿜으려던 불덩이가 검기로 갈려 나가자 그대로 입속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 틈을 놓칠 생각은 없기에 빠르게 자세를 고친 후 녀석을 향해 돌진하였다·

어디 보자·

문득 예전에 우연히 읽었던 한 소설의 내용이 떠오른다·

평화로운 마을에 난데없이 나타나 주변을 닥치는 대로 부수는 마수와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 구원의 용사·

그 포학한 마수를 쓰러트리기 위해 용사가 검을 휘두르니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본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한편의 아름답고도 화려한 무용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만약 지금의 내 모습을 멀리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면 아마 같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왜 또 유명한 명언 중에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인생이란 건 본디 멀리서 봤을 땐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봤을 땐 비극이라고·

용사의 검격이 멀리서 봤을 땐 아름다운 춤사위처럼 볼 수 있으나

이를 눈앞에서 생생하게 맞닥트리게 될 마수의 입장에선

사신이 죽음을 처리하기 위한 피의 집행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화려할지언정 절대 아름답다는 말은 나올 수 없는 그런 끔찍하고도 참혹한 광경일 테지·

“무검: 검은 선혈의 가무(歌舞)!”

* * *

액실리움 한복판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거대 마수·

평화로운 도시를 한순간에 지옥의 현장으로 만들어버린 것도 잠시 급 폭주를 멈추고선 갑자기 분통의 괴성을 내질렀다·

사람들은 여전히 도망치기 바빴으나 무언가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인지한 일부 사람들이 몸을 추스르고선 주변을 살펴보았다·

마수에 의해 파괴된 주변도 주변이지만 거리 중앙에 떡하니 정체불명의 괴인에게 차마 시선이 안 갈 수 없었다·

가만 살펴보니 혼자도 아니었다·

거리 중앙 건물 위 심지어는 발이 닿지 않는 공중에까지·

틈틈이 날아오는 마수의 공격을 덤덤하게 막아주는 것도 모자라 쉴새 없이 번지는 불길을 진화시키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마수로부터 도시와 사람들을 지켜주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차마 찌푸린 눈살을 풀지 못했다·

사람이 아닌 마치 죽음의 사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

겉만 봐선 도저히 구원의 존재론 보이지 않는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과 께름칙한 기분마저 느끼게 했다·

“꾸에에엑!”

그러다 갑자기 도시 전역에 끔찍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방향은 슬럼가 쪽·

멀리서 봐도 보이는 거대한 마수가 비명 비슷한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는데 그 주변으로 뭔가 그림을 그리는 듯한 매혹적인 곡선이 그어지고 있었다·

마치 칼을 든 무희가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으며 그 광경을 마주한 일부 사람들은 황홀함에 빠진 나머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도저히 웃음이란 것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 사태의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누군가의 입가엔 좀처럼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죽음을 집행하는 사신의 구원이라 해야 할까요? 참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황홀한 검무가 이어질 때마다 데빌 드래곤의 육체는 갈기갈기 찢겨졌으며 그 사이로 붉은 피가 아닌 검은 색의 무언가가 치솟고 있었다·

덩달아 그의 한 손에서 빛을 발하고 있던 흑빛의 마법진도 점점 빛을 잃어갔지만 보리스는 끝까지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인정하겠습니다· 당신은 저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어쩌면 진리에 가까운 존재···· 안타깝지만 현재의 저희로선 당신의 힘을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쿵!

정면으로 그어진 마지막 검격과 함께 데빌 드래곤의 육체가 완전히 쓰러져버렸다·

“허나 안심하진 마십시오· 이 세상은 힘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그랬다면 이 세상의 역사가 빛을 중심으로 쓰이진 않았겠죠·”

보리스는 손에 들린 새하얀 성서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시안 베르트· 그때는 더욱 진리에 가까워진 모습으로 당신을 마주할 터이니 아무쪼록 건재하시길····”

정작 전하고자 하는 이에겐 들리지 않을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보리스의 몸은 빛을 뿜으며 사라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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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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