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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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구원과 집행 (1)

이전에 한 번 언급하긴 했지만 인간은 무척 정직한 동물이어서 고통이라는 산물 앞에선 누구라도 그 추악한 진면을 드러내게 된다·

갤라스는 말했다·

자신은 애초부터 마리오네트의 인형을 만들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내 암살자 생활을 걸고 장담하는데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인간을 죽여온 나로선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워졌음을 인지한 순간 놈은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으며 그 안엔 어떠한 거짓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은 결국 달리 말하면 보리스 그놈이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 된다·

왜 살다 보면 종종 그런 경험을 하지 않는가?

무언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해 머리를 꽁꽁 싸매고 있다가도 우연찮은 일을 계기로 해결방안을 찾게 되는 순간을 말이다·

그 우연찮은 순간을 시작으로 어지러이 분산되어 있던 난제의 파편들이 비로소 한곳에 모이게 되지·

보리스의 인격이 뒤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 것이다·

마리오네트의 인형을 처음 만든 시점부터 혹은 그 이전에도 종종 자신의 인격을 자기 입맛대로 바꿨을지도 모른다·

그럼 녀석의 진짜 인격은 지금 어디 있는 걸까?

적어도 이 도시 안엔 존재하지 않을 거라며 케이람이 단언까지 한 마당에 놈은 껍데기 몸과 또 다른 인격만을 이곳에 떡하니 남겨둔 채 자취를 완전히 감춰버렸다·

왜? 무슨 이유로?

그들이 그토록 찾던 안개의 존재가 다름 아닌 아카데미에 있다는 것을 한시라도 빨리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작은 흔적조차 찾지 못한 이상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녀석은 지금 모종의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라고·

나라는 존재를 엿먹이기 위한 계략을 어디선가 꾸미고 있는 것이다·

즉 현재 녀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몸을 숨길 공간과 시간일 터·

허나 한 번 정한 작업 대상을 대상이 죽을 때까지 추적하는 미스트의 특성상 평범한 인간으로선 이 대륙에 안전히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그럼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을 수 없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공간에 몸을 숨겼다고 하면 어떨까?

그런 공간이 있기는 한 거냐고?

비록 속성은 다를지언정 보리스는 나와 같은 신의 무구를 소유하고 있는 특별한 인간이다·

즉 그가 할 수 있은 나도 할 수 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그 또한 충분히 할 수 있다·

신의 무구를 소유한 자만이 생성할 수 있는 신의 힘과 유사한 공간

스스로 허가하지 않은 존재는 출입할 수 없으며 같은 기운을 가진 다른 공간에 손쉽게 다다를 수 있는

이른바 신의 아공간을 말이다·

익숙하면서도 역한 기운을 따라 도착한 밖·

살결을 스치는 싸늘한 밤바람도 지금의 격분한 감정을 식히진 못했다·

저 친숙하다 못해 반가운 뒷모습을 보라·

전신을 감싸 안은 밝은 무형의 빛과

한 손에 꼭 쥐어져 있는 새하얀 교서·

이에 반응하기라도 한 듯 케이람을 쥐고 있는 오른손이 격하게 떨려왔다·

조금 뜬금없긴 한데 거울이 있다면 지금의 내 얼굴을 확인해보고 싶다는 당장 생각이 들었다·

반가움의 미소를 짓고 있는지 분노의 쌍심지를 켜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거든·

“저를 무척이나 기다리신 모양입니다·”

마침내 가면을 벗어던진 놈의 첫마디가 특유의 가증스러운 웃음소리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내 귀에 전달된 순간·

내 입꼬리는 양쪽으로 크게 승천하였다·

“일단 묻기는 하겠는데 너 누구냐?”

“벌써 저를 잊으신 겁니까? 이거 굉장히 섭섭하군요· 제가 당신과 재회할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마 상상도 못 할 겁니다·”

똑같다·

루웬에서 그리고 전생에서 보았던 놈의 미소와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다·

이 이상 확실한 증명은 없다시피 할 만큼 내 몸과 머리는 이미 놈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가 없는 동안 또 다른 저와는 잘 지내셨는지요?”

“네 인격은 옷 바꿔입듯 마음대로 갈아 치우는 건가 보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검은 피의 일족이 가진 작은 특권일 뿐입니다·”

녀석은 한 발짝 옆으로 물러나 살짝 솟아오른 흙바닥 밑에서 뿜어지는 광채를 내게 보란 듯이 드러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당신은 저와 같은 신의 무구를 가진 인간· 그런 당신이 지금의 상황을 이해 못 할 리는 없겠죠· 제 인격은 성서와 함께 지금껏 이 땅 위에 존재하지 않는 빛의 아공간 속에 있었습니다·”

얼추 예상한 대로였다·

그러니 케이람이 아무리 뒤져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던 거겠지·

“그곳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당신과 마주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죠· 한데 조금은 의외로군요· 비록 진짜 제가 아니었다고 한들 이 육신을 용케 베지 않고 계셨다니 그 대단한 인내심에 박수를 쳐 드리고 싶습니다·”

거짓말이다·

녀석은 처음부터 저 거짓된 인격이 들어있는 껍데기 같은 몸을 벨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는 저 발칙한 눈웃음을 지을 순 없겠지·

“시안 베르트· 비록 당신과 저의 관계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다 해도 당신은 제게 있어 참 특별한 존재입니다· 제가 이제껏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주셨으니까요·”

피차 마찬가지다·

나도 네놈과 네놈의 주인을 통해 쓰라린 배신의 고통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으니·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하십니까? 전 그때 보았던 당신의 눈빛을 아직 잊지 못했습니다· 낯선 존재에 대한 경계가 아닌 복수의 대상을 향한 경멸의 눈빛을 말이죠· 왜일까요? 초면에 불과했던 저에게 당신은 어째서 그런 눈으로 절 보셨던 걸까요?”

“내가 답할 거라 생각하나?”

“물론 아니죠· 저 역시 지금의 의문을 당장 해소하고 싶진 않습니다· 저희의 관계가 최상으로 무르익었을 때 해소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더욱 성취감이 있을 테니까요·”

“····”

“그러니 안타깝지만 한 번 더 등을····”

-쾅!

억눌렀던 힘을 폭발시킴과 동시에 나와 녀석의 주위로 검은 안개의 장막이 드리워졌다·

“최상으로 무르익었을 때? 좋지· 아주 좋은 말이야· 근데 그거 알아?”

내 살기에 짓눌린 그의 눈웃음이 살짝 옅어졌다·

“난 지금 네놈을 죽여야겠다는 생각 말곤 아무 생각도 안 든다는 걸·”

더 끌 것도 없다·

나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잔뜩 뒤엉킨 네놈을 지금 처리한다면 내 희열은 그야말로 최상으로 치솟겠지·

그 어느 순간에도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의 성취감을 맛보게 해줄 것이다·

이후에 있을 더 큰 순간을 위해·

“난 너희들 같은 구원의 존재가 아니야· 어떻게 하면 너희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할 집행자지····”

예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이런 내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걸까?

녀석이 같잖은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란 게 이럴 때 보면 참 미련한 존재지요· 스스로에 대해서 가장 잘 안다 생각하면서도 어쩔 땐 가장 중요한 사실마저 놓치고 있을 만큼 무지하니까요·”

-우우웅

그의 손에서 다량의 마나가 발현되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증명해주시지요· 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정녕 구원인지 집행인지 말이죠·”

무슨 되지도 않는 짓을 하려는 진 모르겠지만 뭘 하든 네놈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느낀 차디찬 죽음의 고통을 음미하며 이곳에서 아주 긴 시간을 보낼····

-쿠구궁

갑작스레 땅에서 거센 진동이 일어났다·

화들짝 놀라 시선을 아래로 돌리니 지면 밑바닥으로부터 낯설지 않은 기운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저 커다란 마리오네트의 인형으로 뭘 할지 궁금하셨죠?”

보리스의 손엔 어느새 고등급 마법을 시전하기 위한 흑빛의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 액실리움 아래엔 과거 신마전쟁 때 소환되었다 봉인된 데빌 드래곤의 사체가 묻혀있습니다·”

데빌 드래곤?

그건 또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지?

“어느 정도 예상하신 일 아닙니까? 사람의 크기와도 비슷한 그 인형들을 가지고 고작 인간 시체 몇을 조종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적어도 악명 높은 거물급 마수 정도는 움직여줘야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걸 누가 몰라서 이러는 줄 아나?

네놈이 뭘 조종하려 했는진 둘째치더라도 그 조종하려 한다는 데빌 드래곤의 사체가 이 땅에 왜 묻혀있는 건데?

신마전쟁 때 소환된 마수라고?

그런 이야기는 내가 인생 두 번 살면서 전혀 듣도보도 못한····

[주인아 밑에!]

케이람의 다급한 외침이 전신에 울린 순간 바로 몸을 틀어 뒤로 물러났다·

-쾅!

1초는 되었을까 싶은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상황·

내가 서 있던 바로 그 지점으로부터 꼬리로 추정되는 검은 색의 무언가가 지면을 뚫고 나와 세상과 만남을 이루었다·

“수백 년 동안 묵혀있던 드래곤의 분노가 지금 세상 밖으로 드러난 순간입니다·”

* * *

칠흑의 안개가 주변의 모든 것을 잠식한 마검의 아공간·

그 중심엔 서로 다른 눈빛을 주고받으며 대치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두 명의 남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불쾌하다 못해 입술을 깨물고 있는 여성과 다르게 남성은 세상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 만남과 비교했을 때 양쪽 모두 너무나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나한테 뭐라 할 게 아닌데? 너도 진짜 어지간히 별종이다· 이래서 글쟁이들은 상대하기 싫다니까·]

“뭐 딱히 잘못된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이 당신의 소유주를 보살피는 것처럼 저 역시 제 소유주를 특별하게 대했을 뿐입니다·”

히스크레아는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래· 내 어째 얼굴이 낯이 익다 싶었지· 아무리 그래도 징글징글하게 뭐 하는 짓이니? 너 익숙함에 취하다 보면 나중엔 아무것도 못쓰게 된다?]

“허구하면 주인을 갈아 치우는 당신으로선 결코 이해하지 못할 일이겠죠· 밝은 진리를 위한 올바른 화합을 말입니다·”

[그놈의 진리 진짜 지겨워서····]

케이람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희의 재회는 아쉽지만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일전엔 꼼수를 쓰셨다곤 하나 이번엔 어려우실 겁니다· 위에 계신 분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거든요· 뭐 지금 곁에 계신 주인의 품을 떠나고 싶으시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습니다····”

[입 닫아라· 네 주둥아리 반으로 찢어버리고 싶은 거 겨우 참고 있으니까·]

케이람이 살기를 발산하면 경고를 내던졌지만 히스크레아는 아랑곳하지 않는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케이람· 이런 평화로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군요····”

그의 애증이 담긴 마지막 인사를 케이람은 침묵으로 화답했다·

히스크레아는 짤막한 광채와 함께 그대로 공간에서 사라졌으며 적막한 공간에 홀로 남겨진 케이람의 입에선

“····”

차마 입에 담기도 거북할 거친 욕설이 난무하고 있었다·

* * *

검은 밤하늘에 드리워진 붉은 열기·

건물이 무너지는 굉음과 사람들의 비명이 아우러진 비극의 하모니가 울려 퍼지며 평화롭던 액실리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비극에 절규하는 사람들·

기사들은 무구를 잡은 두 손만 벌벌 떨고 있을 뿐 차마 싸울 의지조차 내지 못했다·

과연 이 세상에 저 거대한 마수를 눈앞에 두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긴 할까?

도저히 살아있는 생물이라곤 믿을 수 없는 혐오스러운 모습에 일부 사람들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카아악!”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지성과 이성을 상실한 재앙의 존재는 그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파괴할 뿐이었다·

“도 도망쳐!”

슬럼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사람들의 얼굴엔 전부 절망이 가득했으며 일부는 누군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구원을 요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보리스님! 보리스님! 어디 계십니까?”

아무리 불러도 보이지 않는 슬럼가의 구원자·

애절한 울부짖음에도 부름의 대상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대신 하늘 위로 새빨간 불덩이가 그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참혹한 비극을 불과 몇 초 앞둔 상황·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으며 구원자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던 여성은 급기야 모든 것을 해탈한 사람처럼 넋 나간 얼굴로 불덩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심짓불마냥 초라하게 남은 희망의 빛마저 전부 사라지기 일보 직전의 순간

-쐐액!

공간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들을 향해 날아오던 불덩이가 반으로 갈라져 그대로 소실되었다·

“보 보리스님?”

사람들은 그토록 갈망한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환호했으나 공교롭게도 그들의 눈에 담긴 이는 구원자가 아니었다·

“···?”

음산한 한기를 내뿜는 자줏빛의 단검을 손에 쥔 채 거친 살기를 내뿜고 있는 흑발의 소년·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행하는 모든 일은 구원이 아니라며 철저하게 부정하는

잔혹한 집행자가 나타난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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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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