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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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검은 피의 일족 (5)

사람은 대개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를 마주하면 확신보단 의심이 앞서게 된다·

지금의 내가 딱 그러한 상태·

과연 눈앞에 떡하니 있는 저 무언가가 환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머릿속에서 의심과 확신을 몇 번이고 반복하였다·

그래서 눈앞에 있는 게 뭐냐고?

인형이다·

물론 평범한 인형은 아니지·

귀엽고 앙증맞은 것이 아닌 체내의 피를 빨리기라도 한 듯 굉장히 혐오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형·

마리오네트의 인형이다·

영혼 빠진 시체에 마나를 주입하여 시체를 하수인처럼 조종하는 것이 마리오네트의 능력·

그 마나와 시체를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아티팩트가 바로 저 인형이다·

보통은 성인 손바닥으로 움켜쥐면 다 가려질 만큼의 작은 크기를 가졌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이것은 차마 인형이라 부르기도 애매할 만큼

크다·

바로 앞에 선 나와 눈을 마주할 정도로·

그냥 사람이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만큼 말도 안 되게 크다·

애초에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어림잡아도 열 개·

이걸로 뭐 인형 군단이라도 만들 생각이었나?

“뭐야 이건?”

어느샌가 목을 감싸 안으며 다가온 녀석에게 눈을 흘기며 물었다·

“미 믿지 않으시겠지만 마리오네트의 인형입니다· 갤라스 영주가 루이넬 황자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비밀리에 만들어두고 있던 아티팩트죠····”

1황자를 위해 준비해?

어이가 없던 나머지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래 뭐 차기 황제에게 눈독 들이고 싶은 마음에 비밀리에 준비한 선물 같은 거라 쳐·

허나 아무리 뛰어나고 웅장해 보이는 선물이라 한들 결국 사용할 방도가 없으면 불 지필 나뭇가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이 되지도 않는 인형이 딱 그런 경우지·

아마 1황자에게 이걸 보여줬다면 황자는 이렇게 말했을 거다·

이 큰 인형에 마나를 어떻게 담을 거냐고·

죽은 생명체를 다시 움직인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힘이 요구된다·

앞서 말했듯 마리오네트를 시전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마나를 인형에 담아내야 한다·

인형의 크기가 커질수록 전승해야 하는 마나도 늘어나는 만큼 무슨 거대한 마수의 시체라도 조종할 게 아니라면 필요 이상으로 인형의 크기를 늘리지 않는다·

이런 크기라면 애초에 마력을 담아내는 것조차 불가능하지·

실현 가능성은 둘째치고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인형을 만든 건지 무모하면서 한편으론 또 용감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넌 이게 가능하다고 보는 거냐?”

“아마 모든 걸 다하긴 불가능하겠죠····”

모든 걸 다하긴 불가능하다·

그 말은 즉 전부가 아닌 일부는 가능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제가 가진 마나를 전부 주입한다면 몇 개 정도는 가능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예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진 않다는 소리였다·

“이게 실현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진 알고?”

“분명 좋은 일은 아니겠죠····”

보리스는 급기야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듯 목 놓아 소리쳤다·

“저도 압니다! 이 인형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끔찍한 고통을 불러올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못난 변명처럼 들리실 수 있겠지만 저 역시 이걸 만드는 일을 원하진 않았습니다! 제힘이 이런 옳지 못한 곳에 쓰이는 건····”

못난 변명 맞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슬럼가의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해야만 했다·

이런 같잖은 수식을 붙인다 해서 그 일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결국 놈은 제국을 넘어 이 대륙에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에 일조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내게 죽음을 부탁한 이유도 이 때문이겠지·

옳지 못하다는 건 알지만 스스로 빠져나올 방법이 없기에

나라는 존재를 통해 죽음으로 구원을 받으려는 거다·

진짜 같잖아서 말도 안 나오는군·

어이가 없어 열리지 않는 입과는 반대로 손은 자연스럽게 케이람으로 향했다·

일단 기이하다 못해 음침한 인형부터 없애고 본다·

그다음에 이놈이고 영주고 아주 깡그리 다 잡아다가····

-탁탁탁!

그 순간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여러 명의 발소리가 났다·

어림잡아 삼십 명 정도·

대부분 갑옷으로 무장한 것 같은 묵직한 느낌의 발소리였다·

“···!”

곧 공간에 도착한 무장된 수십 명의 기사들이 전부 불신의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았으며 그 사이로 미간을 잔뜩 찌푸린 한 남성이 보리스를 보며 격하게 소리쳤다·

“보 보리스! 네놈이 기어이!”

액실리움의 영주 갤라스 에이번·

이 공간을 만든 장본인께서 등장하셨다·

* * *

2년전 슬럼가 인근 어딘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돌계단에 앉은 갤라스의 앞으로 무릎을 꿇은 한 남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리오네트의 인형을 만들자고? 인간의 크기와 유사한?”

“예·”

허무맹랑하단 말로도 모자랄 터무니없는 말에 갤라스는 코웃음을 쳤다·

“네놈은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내가 마법에 무지한 것도 아니고 마리오네트의 원리를 모르는 것도 아닌 마당에 그런 가능성 없는 말을 내 앞에서 지껄여?”

“가능성이 희박한 거라면 모를까 가능성이 아예 없는 말을 하진 않습니다·”

“말은 잘하는군· 그래 내 속는 셈 치고 들어는 보겠다·”

어디 한 번 지껄여보라는 듯 갤라스는 눈가를 좁힌 상태로 남성을 노려보았다·

“마리오네트의 원리는 인형에 담겨있는 마나를 죽은 시체에 전승하여 마력의 힘으로 움직이는데 있습니다·”

“알고 있다· 무려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주입해서 만들어야 하는 금단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

금단이라는 말에 남성은 묘한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핵심은 인형에 얼마나 많은 마나를 담아내냐에 있죠· 하지만 영주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 금단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인형은 한 번 전승된 마나를 시간이 지나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죠····”

당황한 갤라스의 동공이 잘게 흔들렸다·

“무 무슨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것이냐? 설사 그게 사실이라 해도 그런 엄청난 사실을 네놈 따위가 어찌 하여 알고 있는 거지?”

“왜 알고 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더 알고 있냐가 중요할 뿐· 지금 영주님께서 주목하셔야 할 건 제가 무엇을 아느냐에 있습니다·”

애써 미소를 유지하는 갤라스의 등으로 식은땀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그 말은 즉 네놈은 사람 크기만 한 마리오네트의 인형을 자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렸다?”

남성은 아무런 대답이나 끄덕거림 없이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을 뿐이었다·

“네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거다· 보리스····”

* * *

다시 현재·

액실리움 소속의 기사 중 가장 우수한 정예 병력만 골라 배치한 이곳이 겨우 인간 두 명에게 뚫렸다고 하면 믿겠는가?

갤라스는 결코 믿을 수 없었다·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고선 신뢰할 수 없을 거란 마음에 기사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한걸음에 달려왔건만 현장엔 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인간은 둘·

조금 전 자신과 비밀리에 대화를 마쳤던 보리스를 비롯해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분위기의 소년이 마리오네트 인형 앞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앳된 얼굴과는 상반된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섬뜩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소년·

분위기에 압도된 모두가 숨소리조차 함부로 못 내고 있던 순간

-서걱

곧 그들의 귓가로 잔혹한 소리가 퍼짐과 동시에 붉은 핏방울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여 영주님을 보호해!”

당황한 영주를 지키기 위해 기사들이 앞을 가로막고 나섰지만

-콰직!

뼈와 살이 갈라지는 절삭음이 연이어 울리면서 굳건하게 서 있던 기사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지켜본 갤라스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뭐 뭐야 저놈은?”

“피하셔야 합니다· 영주님!”

위협을 느낀 갤라스는 바로 몸을 돌려 도주를 시작했다·

“설마 암살자?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암살자가 여긴 왜?”

머릿속에 떠오르는 추측을 애써 부정하며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달렸지만

-서걱

사신의 잔혹한 집행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함께 달리던 기사들의 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으며 일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크헉!”

외마디 비명과 함께 마지막 남은 기사의 검이 눈앞에 나뒹군 순간 갤라스는 발걸음을 멈췄다·

이 이상의 도주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

“워 원하는 게 무엇이냐?”

차마 뒤를 돌아볼 용기는 없었는지 갤라스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간신히 입만 열었다·

“인형을 만든 이유가 뭐야?”

흑발의 소년이 처음으로 입을 열고 물었다·

“뭐 뭣이?”

“인형을 만든 이유가 뭐냐고! 대체 뭘 조종하겠다고 저런 터무니없는 걸 만든 거야?”

“난 그저 루이넬 황자님께 도움이 되고픈 마음에····”

-쾅!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는지 소년은 바로 갤라스의 멱살을 움켜쥐고선 바닥에 내리꽂았다·

“나 난 모른다!”

“그 그걸 내가 어찌 알겠느냐? 난 저 근본 없는 놈이 제안한 것을 그냥 받아들였을 뿐인데?”

“뭐?”

“애초에 인형을 만들자고 제안한 건 내가 아니야!”

소년의 분노어린 눈빛이 순간 차갑게 굳어버렸다·

“보리스다! 보리스 그놈이 내게 마리오네트의 인형을 만들자며 처음부터 제안했었다고!”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한 갤라스의 눈은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가득했다·

* * *

한편 시안이 갤라스를 쫓아 사라진 이후 홀로 남겨진 보리스·

사방에 흩뿌려진 피의 향내에 취하기라도 한 듯 그의 두 발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씁쓸한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마리오네트의 인형·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마력을 주입하여 만든 완벽한 본연의 창조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머릿속엔 이 인형과 관련된 기억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억엔 없지만 알게 모르게 반응하는 몸의 감각이 낯선 신호만 보내고 있을 뿐·

이 인형을 무슨 이유로 어느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물을 도출하려 한 것인지 보리스는 그 무엇 하나 알지 못했다·

이에 보리스는 물 흐르듯 자연스레 손을 올려 인형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화악!

그 순간 인형에서 알 수 없는 빛의 기류가 피어올랐다·

생성된 기류는 바람처럼 흘러가 뒤쪽의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이어졌으며 마치 나아가라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이끌린 보리스는 기류를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땅 위가 아닌 마치 빛의 장막으로 둘러싸인 어느 신성한 공간을 걷는 듯한 기분·

무엇이 있는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어느 것 하나 알 수 없지만 보리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또 다른 공간·

보리스의 몸은 어느새 쓸쓸한 밤공기가 살결을 스치는 야외로 나와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 자리한 것은 다름 아닌 작은 무덤·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듯 주변엔 파헤쳐진 흔적들이 역력했다·

액실리움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만큼 굉장히 낯선 장소였지만 마냥 낯설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분명 지워진 기억 어딘가에 이곳을 다녀간 흔적이 남아있을 터·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이 익숙한 감정은 설명되지 않았다·

-털썩

무덤을 지그시 바라보던 보리스는 이내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았다·

생기를 잃은 그의 눈동자 속엔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상이 아른거렸으며 그것은 마치 어서 자신을 꺼내달라는 듯한 구원의 요청을 보내고 있었다·

그 요청에 이끌린 보리스는 거친 두 손으로 흙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그러곤 머지않아 나타난 빛나는 은빛의 상자·

차마 흙속에 파묻혀 있었다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긁힘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에 보리스는 생각했다·

자신은 분명 이 상자를 본 적이 있다고·

본 것에 그친 것만이 아닌 상자를 열어 안의 내용물까지 확인한 적이 있었다·

흩어져있었던 기억의 조각이 하나둘 맞춰짐에 따라 불안했던 마음도 서서히 가라앉는 기분·

“····”

보리스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상자를 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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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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