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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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검은 피의 일족 (2)

터덜터덜 무거운 걸음을 옮기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아린·

그런 아린의 뒷모습이 너무도 측은해 보였던 레시무스는 차마 온전히 바라볼 수 없어 시선을 돌렸다·

평소라면 2층에 잠시 멈춰 혹여나 시안과 우연이라도 마주치진 않을까 그의 방을 살짝 기웃거렸지만 이제는 시선조차 주지 않으며 무심하게 지나쳤다·

아예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

그런 아린의 앞으로 낯익은 누군가가 나타났다·

“루나브?”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루나브였다·

“수업 가세요?”

“응·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로열관엔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이냐는 물음에 루나브는 잠시 머뭇거렸다·

“시안 선배 만나러 왔어요· 좀 있으면 아예 못 보게 될 것 같아서····”

시안을 만나러 왔단 말에 아린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허나 내색하진 않았고 미소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그 그렇구나· 아마 지금쯤이면 방에 있을 거야· 자퇴서까지 낸 마당에 설마하니 수업에 나가진 않았겠지····”

“용납하시는 거예요?”

“응?”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듯 아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그래도 약혼자의 방에 다른 여자가 찾아가는 건데 너무 쉽게 용납하시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12살 어린 소녀의 질문이라기엔 조금 지나친 감이 있었지만 아린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 시안이랑 파혼했어·”

루나브의 반쯤 감겨있던 눈꺼풀이 순간 번쩍 뜨였다·

“이유··· 물어봐도 될까요?”

“그냥 더 이상 내 곁에 있어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어· 아마 나와의 약혼에서 심한 부담감을 느꼈나봐····”

시안이 자퇴서를 낸 시점에서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었다·

더 이상 있어 줄 수 없다는 건 이제 다시 찾아올 일도 없다는 뜻일까?

때로는 너무 많은 걸 알아도 문제가 된다는 말이 있다·

시안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자신은 아무 상관 없을 거라며 여러 번 단언했지만 결국 숨겨져 있던 그의 진면을 자신이 알게 됨에 따라 지금의 상황으로 연결된 걸지 모른다·

아린 역시 겉으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초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속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루나브로선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같이 가요·”

“응?”

“그래도 보고 헤어지는 거랑 안 보고 헤어지는 거랑은 느낌이 다를 테니까요·”

마지막 인사라도 하라는 걸까?

지금 같은 상황에 시안의 얼굴을 본다면 그나마 버티고 있던 마지막 정신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즉 아린으로선 안 가느니만 못 한 일이었다·

허나 그녀의 손은 어느새 루나브에게 붙잡혀 질질 시안의 방으로 끌리고 있었다·

-똑똑

루나브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선 반응이 없었다·

이에 한 번 더 두들겨보려는 순간

“···!”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누가 열어준 것이 아닌 처음부터 열려있던 것·

세 여인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걸까요?”

사람은커녕 사람 냄새조차 나지 않은 텅텅 빈 방·

마음속에 돌멩이가 얹힌 것마냥 가슴이 먹먹해지는 공허함에 아린과 루나브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말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것도 아닌데·

떠난 것이다·

마지막 인사는커녕 아무런 말도 없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

그런 와중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자신들 외에 시안의 방을 찾아온 또 다른 손님이라도 있는 걸까?

이에 고개를 돌린 그녀들의 앞으로 낯익은 누군가가 나타났다·

“화 황녀님?”

시안의 종자인 브라이언이었다·

그녀들이 방에 있을 거란 걸 예상하지 못한 듯 얼굴에 당황함이 역력했다·

“미안해요 브라이언! 문이 열려있길래 얼떨결에 들어와 버렸어요·”

“괘 괜찮습니다 황녀님! 어차피 이젠 저희의 방도 아닌지라····”

브라이언은 손사래를 치며 만류했다·

“시안은··· 간 건가요?”

“예! 어젯밤 간단한 짐만 챙긴 채 아카데미를 먼저 떠나셨습니다· 전 남은 짐을 정리하러 왔습니다·”

떠나는 것까지 매정한 지극히 시안다운 모습이었다·

“혹시 어디로 간다고는····”

“죄송합니다· 차마 그것까진 말씀드릴 순 없어서····”

“그런가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그나마 마지막으로 내민 용기마저 의미 없어졌다는 걸 느꼈는지 아린은 체념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안타까운 모습을 브라이언은 차마 온전히 바라보지 못했다·

“그럼 이거라도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린은 품속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 브라이언에게 건넸다·

“원래는 좀 더 빨리 전해줄 생각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늦어버렸네요· 마지막 인사를 못 해서 아쉽지만 건강히 잘 지내라고 안부 좀 전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무심코 받긴 했으나 조금은 얼떨떨한 마음·

시안에게 보낸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편지 윗면엔 시안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나나에게’

* * *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이 있다·

여기라 해서 다를 건 없겠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사람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지저분하고 시끄럽기만 하다·

허나 그런 분위기도 잠시일 뿐·

이어진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갈수록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는 조용해지고 활기찼던 거리는 점점 우울하게 변해갔다·

식당과 주점에서 은은히 피어오르던 음식 냄새 대신 시신이 썩는 것 같은 역한 냄새가 풍겨왔으며 화려한 옷으로 자신을 과시하기 바빴던 사람들 대신 차마 옷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헝겁데기를 두른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심지어 바로 옆에 빵이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낡은 종이를 붙잡으며 알 수 없는 기도문 같은 걸 외우는 정신 나간 놈들도 간간이 보였다·

한발 두발 걸음을 내디딜수록 나를 보는 시선 또한 계속해서 늘어갔다·

당연히 호의적인 시선은 아니었다·

불신과 경계로 뒤덮인 시선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스윽

그런 내 앞을 한 여인이 가로막았다·

정신이 반쯤 나간 듯한 멍한 눈동자가 적잖이 거슬리는 여인이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낯선 외부인의 방문을 경계하는 물음이었다·

“길을 잃으셨다거나 별다른 목적 없이 찾아온 거라면 그만 돌아가 주세요· 여긴 당신 같은 귀한 분이 오실 곳이 아닙니다·”

귀한 분이라·

특별히 자기소개를 한 것도 아니건만 이 여자는 무슨 근거로 나를 귀한 분이라 칭한 걸까?

호소 어린 부탁에도 아무 말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니 대뜸 내 주위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모이는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나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해를 입히려고 모인 건 아닌 것 같다·

아마도 내 앞에 있는 이 여인을 지키기 위해 모인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불안에 떠는 눈빛으로 날 볼 일은 없을 테니까·

뭐 이 상황을 예상 못 한 것도 아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사람 취급 자체를 못 받아온 이곳 주민들에게 있어 외부인은 그저 경계할 대상에 지나지 않겠지·

마음 같아선 눈에 보이는 놈들을 다 제치고 주변 곳곳을 샅샅이 뒤져 놈이 있는 곳을 찾고 싶다만 괜스레 소란을 피우고 흔적을 남겨봐야 좋을 건 없다·

지금은 이쯤에서 몸을 돌리고 날이 어두워지면 그때 다시 찾아오는 게····

“···!”

순간 속에서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 역한 냄새를 맡고선 바로 고개를 돌렸다·

보이는 방향에서 정확히 100걸음 앞·

나로선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익숙하면서도 역한 누군가의 얼굴이 두 눈에 또렷이 담겼다·

“왜들 그리 모여 계시는지요?”

이윽고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 그는 사람들을 향해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뭐지?

내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건가?

“누구를 만나든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 위협은 좋지 않습니다· 다들 경계를 푸시지요·”

급기야 사람들을 물린 것도 모자라 내 얼굴을 보며 흥미로운 눈웃음을 짓는다·

양손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를 큰 바구니를 든 채·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여기 사람들이 워낙 외부인을 경계하는지라 본의 아니게 무례를 저지르고 말았군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무시당하고 있다고 될 것 같은데?

비기를 써서 얼굴을 감춘 것도 아닌 마당에 그 가증스러운 면상을 내 앞에 들이밀어?

이건 무슨 자신감이지?

“실례가 안 된다면 여기 슬럼가엔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 이름은 보리스 르헬름···”

-쾅!

뻔뻔한 망설을 들어주는 것도 한 번이면 족하다·

더 이상 눈 뜨고 봐줄 수 없음을 판단한 내 손이 바로 녀석의 목을 낚아채 바닥에 내리꽂았다·

이에 녀석이 들고 있던 바구니가 하늘로 솟구쳤으며 그 안에서 빵 과일 등의 다양한 음식들이 튀어나왔다·

“보리스님!!”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아랑곳할 내가 아니다·

무슨 꿍꿍이로 이런 되지도 않는 같잖은 연기를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지금 내 손이 네놈의 목을 움켜쥔 이상 놔줄 거란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네놈의 머리가 몸이랑 분리되기 전까진 말이지·

“무 물러서십시오!”

성대를 제압당한 와중에도 녀석이 힘겹게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더니 나와 녀석의 주위로 투명한 원형의 제한 결계가 생성되었으며 나를 향해 달려드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저지하였다·

차마 반격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대처에 웃음도 안 나올 지경·

나는 품에서 바로 케이람을 꺼내 들어 녀석의 목에 얹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뭐지?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살다 살다 이놈한테 살려달란 소리를 다 듣네?

내 정신을 잠시나마 얼 타게 할 생각이었다면 성공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다른 사람인 줄 알고 착각하겠어·

근데 그거 아냐?

내 심장에 새겨진 이 원한의 상흔이 나를 계속해서 일깨워주고 있다는 걸·

지금 내가 살기에 찬 두 눈으로 마주하고 있는 네놈은!

악마의 하수인이자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보리스 르헬름이라는 걸 말이야!

그래· 네놈도 사람이라고 그 같잖은 목숨이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는데 간절하지 않을 순 없겠지·

허나 걱정하진 마라 아직 네놈에겐 참회의 시간이 남아있으니·

짧으면 짧고 길면 길 시간이니 그 시간 동안 네놈의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되돌아볼····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들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목에 얹은 도신을 자비 없이 그어내려는 순간

녀석의 입에서 또다시 튀어나온 간절한 호소를 듣고선 손이 자동으로 멈추고 말았다·

청각이라면 토끼도 저리 가라 할 내 귀를 오늘 여러 번 의심하게 된다·

살려 달라는 게 네놈이 아니고 이 주변에 달라붙은 놈들을 말한 거였나?

누가 보면 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참된 사제님인줄 알겠다·

이건 뭐 미스트의 추적을 피하겠답시고 다른 사람인척 연기하다보니 인격이 뒤바뀌기라도 한 건가?

그럼 곤란한데?

난 네놈의 그 가증스런 진면이 일그러지는 걸 보고 싶은····

잠깐만·

순간 머릿속을 스친 불길한 추측 하나가 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인격이 바뀌어?

케이람의 도신에 맞닿은 그의 목덜미에서 진득한 검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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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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