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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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불안 (4)

-똑똑

레시무스가 문을 두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안에선 반응이 없었다·

“아린님 들어갈게요·”

이에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자에 앉아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아린의 모습이 보였다·

“간식 갖고 왔어요· 뭐라도 좀 드시는 게 어떠세요? 줄곧 아무것도 안 드셨잖아요?”

아린의 상태는 그야말로 모든 것에 의욕을 잃은 무기력한 모습 그 자체였다·

의욕이 넘치고 활기찼던 평소와는 상반된 모습에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나 참 한심하지 레시무스?”

그녀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

“약혼 거절당하는 거 예상 못 한 일도 아닌데 난 왜 세상이 끝난 사람처럼 이리 초라하게 있는 걸까?”

아카데미에 찾아온 황실 일가와의 만남이 끝난 이후 시안은 갑작스러운 파혼을 선언했다·

더 이상 아카데미에 있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으며 자세한 건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안이 행정실에 자퇴서를 제출했단 소식이 아카데미 전역에 퍼지게 되었다·

“지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도 그럴 것이 아린님께서 시안님을····”

“많이 좋아해서?”

“···!”

레시무스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부정 안 하려고· 맞아· 나 시안 많이 좋아했어·”

솔직한 심정을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린의 얼굴은 무념 무상했다·

“전선에서 헤어진 이후부터 줄곧 좋아했던 것 같아· 그런 시안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이것저것 표현도 해보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도 했지만 결국 난 시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나봐· 정확히는 시안이 날 필요로 하지 않았던 거지····”

뭐라 위로의 말을 하고 싶어도 레시무스로선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세상의 어떤 좋은 말을 갖다 댄다 한들 지금 아린의 기분을 풀어줄 순 없어 보였다·

“낮에 언니랑 오라버니들이 찾아왔을 때 나 솔직히 무서웠어· 잊고 있었던 과거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었으니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무능력한 황녀· 그게 진짜 내 모습이었지·”

비올렛의 한마디에 꿈쩍도 못한 그때를 상상하면 아직도 부끄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시안이 찾아온 순간 그런 불안감은 전부 사라지면서 안심과 평온함을 느꼈어· 의지가 됐다고 해야 할까? 나는 무척이나 두려워했던 형제들을 그리 당당하게 대하는 모습에 존경심마저 느낄 정도로····”

그녀의 손엔 낮에 시안이 주고 갔던 문서 한 장이 쥐어있었다·

“시안은 왜 내게 이걸 줬을까? 아마 나 스스로를 지키라는 의미에서 준 거겠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항상 조심하고 대비하라는 뜻을 전하고 싶었을 거야·”

일종의 마지막 선물 같은 것·

다르게 해석하자면 다음은 없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시안은 이런 부족한 나를 위해서 끝까지 신경을 써줬는데 정작 난 시안에게 해준 게 아무것도 없네? 뭘 해주긴커녕 시안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

그저 남들과는 조금 특별한 공작가의 자제라는 것 정도·

애초에 시안은 스스로에 대한 것을 한 번도 아린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시안은 분명 자신을 위해 산다고 했는데 대체 자신을 위한 게 뭘까? 시안이 추구하고자 하는 삶에 내가 들어갈 순 없는 걸까?”

“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린님이 정말 안중에도 없었다면 시안님께서 그런 조언을 하셨을 리도 없잖아요! 분명 자기 없이도 잘 살아가라는 의미에서 더 매정하게 말씀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 그렇겠지· 시안은 항상 그래왔으니까· 이제는 옆에서 그런 말을 해줄 수도 없으니 나 혼자 잘 이겨내란 뜻이겠지····”

레시무스의 말에 동의한 듯 아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데 레시무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아린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시안은 내가 필요 없겠지만 난 아직 시안이 필요한데 그런 내가 시안 없이도 이 두려운 앞날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목소리 또한 점차 메이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없어····”

붉어진 눈시울에서 떨어진 굵은 눈물이 바닥을 적셨다·

“잘 살아서 보란 듯이 보여줘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어···· 조금만 더 아니 그냥 쭉 내 곁에 있어 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왜 난 그렇게 해달라고 매달릴 수 없는 걸까?”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 눈물은 이내 비처럼 처량하게 쏟아지며 이제는 흐느낌마저 들려오고 있었다·

“진짜 바보 같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황녀·

절대 다시 보이고 싶지 않았던 추한 모습이 그녀의 눈물을 통해 여과 없이 나타나고 있었다·

* * *

“그만! 그만! 내가 졌다 시안!”

항복을 선언한 세트는 힘이 다했는지 그대로 바닥에 뻗어버렸다·

“하늘 한번 더럽게 맑네····”

오늘따라 유난히 빛을 발하는 별들이 총총히 박힌 밤하늘·

급 고개를 들어 올린 녀석이 나를 보며 물었다·

“이리된 거 그냥 솔직히 말해 봐라! 너 나랑 싸우는 동안 네 힘 얼마나 쓴 거냐?”

“네가 뭘 생각하든 거기에 절반 아래·”

“괴물 같은 녀석····”

혀를 내두르나 싶더니 다시금 털썩 누워버렸다·

“결국 나란 놈이 한 부대로 달려 들어봐야 너한텐 상처 하나 내기 힘들다는 거잖아? 이거 뭐 아쉽다는 생각도 안 드네·”

인간을 발전시키는 원동력 중 하나가 뭔 줄 아는가?

바로 목표에 근접은 했으나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어오르는 아쉬움이다·

그 아쉬움을 바탕으로 인간은 더욱 나은 성장을 추구하려 하지·

허나 그런 감정조차 못 느낄 정도의 거대한 벽이 드리워지면

그때는 아쉬움이 아닌 절망과 무력감이 찾아오게 된다·

그럼 성장은커녕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 나머지 자연스레 도태하고 말지·

지금 녀석의 상태가 딱 그러할 것이다·

“하나 물어봐도 되냐?”

“그러던지·”

바로 물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세트는 적잖이 뜸을 들였다·

“유적에서 폭주했던 나조차도 널 이기긴 힘들었을까?”

녀석답지 않은 굉장히 진중한 어조였다·

“그거야 모르지· 끝까지 싸워보질 않았으니까·”

기분 풀어 줄라고 한 말이 아닌 진심이다·

절대 코마에 빠진 인간이 왜 무섭겠는가?

그 순간만큼은 인간이 아닌 차원이 다른 이형의 존재를 상대하는 것이기에 무서운 것이다·

애초에 그 모래 신이란 작자도 나를 죽일 작정으로 이 녀석을 이용했던 마당에

끝까지 싸웠으면 결과가 어찌 됐을진 나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냐?”

뭔가 깨달음을 얻었는지 금세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조금 하찮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난 내가 왕국에서 제일 강한 인간이라 생각해왔어· 그 정체 모를 놈이 예고도 없이 찾아와 폭주라도 하면 그땐 아무도 말리지 못했으니까·”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이 아카데미 내에서 너와 감히 힘을 겨룰만한 학생은 없을 거라 보니까·

“그래서 나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단 생각이 들었지· 그놈이 언제 다시 와도 몸이 지배당하지 않을 만큼 말이야! 그래야 온전한 나로서 우리 왕국을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래· 전생의 너는 이미 그 경지를 완성하다 못해 뛰어넘었지만····

“사람들이 그러더라· 내 몸에 들어오는 건 이 땅의 수호신인 사불롬님이라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폭주한 날 상대했던 너 역시 그 신과 비슷한 힘을 갖고 있었단 소리잖아? 안 그래?”

좋을 대로 생각하란 뜻에 그저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참 보면 볼수록 대단하단 생각이 드네· 한 번 폭주하면 기억조차 안 나는 나와 다르게 넌 네 힘을 완전 자유자재로 쓰는 거잖아· 이런 널 지금의 내가 이긴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겠지· 고맙다 시안 베르트! 내 수준을 알게 해줘서····”

녀석은 엄지를 척 내밀며 내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끝났다곤 생각하지 마라! 넌 나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야 할 거야!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몇 배 아니 몇십 배는 더 강해진 나를 만날 테니까!”

“아직도 포기 못 한 거냐?”

“당연하지! 라이벌이 괜히 라이벌이겠냐? 널 뛰어넘는 걸 목표 삼아서 난 끝없이 강해질 거라고! 긴장하고 있어라 시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래· 이 단순하면서도 올곧은 녀석이 그리 쉽게 포기할 린 없지·

분명 질척댄다는 느낌은 들면서도 딱히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강해지는 것도 좋지만 건강부터 챙겨·”

“뭐?”

“그러다 감기라도 걸려 죽으면 억울하잖아·”

“하! 바위보다도 튼튼한 내 육체에 감기라니! 그런 하찮은 병에 걸릴 만큼 난 나약하지 않아!”

그거야 또 모르지·

사람의 비극이란 언제 찾아올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거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몸을 풀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바로 돌아갈 것 같진 않았다·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녀석을 홀로 남겨둔 채 나는 몸을 돌려 아카데미로 향했다·

-휘이잉

전방에서 불어온 쓸쓸한 밤바람이 답답한 가슴 속을 헤집고 지나갔다·

왜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 한쪽이 시리고 답답하다·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있을 필요가 없어서 떠나겠다는데 뭐 그리 아쉽다 못해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짓는지·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아린 황녀의 그 얼굴은····

누가 보면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줄 알겠네·

자꾸만 아른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여간 짜증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 꿍한 표정 짓고 있으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얼굴에 주름만 지지·]

어느샌가 나타난 케이람이 이런 내 한심한 모습을 지적했다·

왜인지는 몰라도· 오늘만큼은 이 변태 마검에게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참 신기하지? 별거 아니라 생각한 사소한 것들이 널 무척이나 생각해주고 있다는 게· 정작 진면은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내가 널 모를 줄 아니? 너 부정하고 싶은 거잖아· 네 진면도 모르는 것들이 같잖은 관심을 주고 있는 거라고·]

당연하지 않은가?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아카데미 학생이 사실은 수천 수만의 피를 묻혀온 지독한 암살자라는 걸 알면 그들의 눈은 한순간에 변할 것이다·

그걸 모르지 않기에 어차피 내 일 아니라며 미련 없이 떠날 생각이었건만

가슴 속이 왜 이리 불편하고 답답한지 모르겠다·

“한심하긴····”

그 누구도 아닌 나를 향해 던진 말이었다·

-스슥

정면을 기준으로 한시 방향·

익숙한 인기척이 느껴져 바로 고개를 돌렸다·

굳이 확인할 필요 없이 미스트의 대원임을 인지했다·

“당주님께서 급히 아공간으로 와줄 것을 지시하셨습니다·”

오죽 급했는지 바로 찾아온 목적을 드러냈다·

“사유는요?”

“아무래도 타깃을 찾은 것 같습니다·”

타깃이란 말을 들은 순간 내 몸이 사냥감을 찾은 맹수처럼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정화작업 대상을 말한 것이 아니다·

이전에 놓쳤던 그렇기에 반드시 제거해야만 하는 누군가를 다시 찾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잠시 무뎌졌던 살기의 감각이 다시금 몸속에서 차오르기 시작했다·

“보리스를 찾았다고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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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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