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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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불안 (2)

사람의 말은 상황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그 의미가 여러모로 변하게 된다·

허나 지금 시안의 입에서 뱉어진 저 말은 어떤 방면으로 해석해도 절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언행이었다·

“시안!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아린이었다·

화를 낸다기보단 대체 그런 말을 왜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먼저 앞선 것처럼 보였다·

“오만방자한 것도 정도가 있지· 지금 네 앞에 어떤 존재가 자리하고 있는지 잊은 것이냐?”

“네놈이 암만 베트르 공작가의 자제고 아바마마의 총애를 받고 있다 한들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망언을 하는 것이냐!”

파비앙은 정색을 네로비앙은 역정을 내며 그의 불경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에 시안의 눈빛이 자연스레 형제에게 향했다·

“그 말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파비앙 황자님·”

“뭐?”

“오만방자하신 것도 정도가 있지 대체 무슨 뻔뻔한 마음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꽈악

화가 폭발한 파비앙이 급기야 시안에게 달려가 그의 멱살을 붙잡았다·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아님 황실 일가에 소속된다는 기쁨에 취해 지능이 제구실을 잃기라도 했나? 착각하지 마라! 저런 껍데기 같은 년의 치마폭 따위 네놈을 지켜주지 못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인간은 짐승과 다를 바가 없으며 속에서 담아둔 본성을 그대로 내비치게 된다·

주위에 누가 있고 누가 듣든 간에 아무런 상관없이 파비앙은 자신의 진심이 담긴 경고를 시안에게 그대로 전했다·

“킥!”

허나 돌아온 것은 사과가 아닌 모욕과 조롱이 담긴 비웃음이었다·

같잖다 못해 들어줄 수준조차 안 된다는 그의 속마음이 그대로 엿보이고 있었다·

“이해주십쇼 3황자님· 제 상판대기가 그리 두꺼운 편은 아닌지라 차마 저를 죽이기 위해 암살자를 보낸 분과 웃으면서 있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

시안의 멱살을 잡은 파비앙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마주 선 사람만이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작은 속삼임이었지만 공교롭게도 그 속삼임은 옆에 있던 아린의 귀에까지 전해지고 말았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시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아린이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이 제어하며 물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사시나무처럼 쉴 새 없이 떠는 두 사람과 달리 시안은 오랜 시간 숲의 중심을 지탱해온 대목처럼 굳건한 모습을 유지하였다·

“지 진정해 형!”

네로비앙이 급히 달려가 파비앙을 만류했다·

시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그로선 자신의 형이 왜 이리 겁에 질린 사람처럼 떨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파비앙은 어색한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어 억측을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무슨 근거로 그런 망설을···!”

“진정하세요· 파비앙·”

줄곧 침묵하고 있던 비올렛이 그런 파비앙을 막아 세웠다·

마법이라도 걸린 듯 그대로 멈춰버린 파비앙은 차마 시안의 굳은 눈을 바라볼 수 없어 시선을 피해버렸다·

짧지 않은 정적의 시간이 흐른 뒤·

그 누구도 미소를 지을 수 없는 격정의 분위기 속에서 비올렛이 평온한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만남의 시기를 잘못 잡은 것 같네요····”

시안의 얼굴은 한결같이 무덤덤했다·

“막내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아· 참으로 다행입니다· 사이좋은 두 분을 위해서라도 저희는 이만 물러나야겠네요·”

자리에서 일어난 비올렛은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그대로 몸을 돌렸다·

두 황자는 그런 비올렛의 모습을 멀뚱히 지켜볼 뿐 차마 발을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뭐하나요?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저희가 비켜줘야죠·”

그녀가 한 번 더 일침을 날리니 황자들은 그제야 발을 움직였다·

서로가 서로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동안 어떠한 인사도 오고 가지 않았다·

한바탕 거센 폭풍이 휘몰아친 황녀의 방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잔잔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황실 일가가 방을 떠나고 나서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아린은 아무런 미동 없이 천장만 바라보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정신을 차린 아린이 다시금 주변을 확인한 순간

“···!”

아직 그녀의 옆에서 떠나지 않은 시안을 발견하게 되었다·

“시 시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마치 자신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준 것만 같았다·

그런 아린에게 시안은 말없이 문서 한 장을 건넸다·

“뭐야 이건?”

“확인해 보시면 압니다·”

아린은 얼떨떨한 마음으로 시안이 준 문서를 확인해 보았다·

“···!”

차마 안온한 마음으론 볼 수 없는 충격적인 내용에 아린은 바로 물었다·

“이 이거 어디서 난··· 아니 정말 여기 쓰여 있는 게 사실이야?”

문서엔 제국의 황자 파비앙과 네로비앙이 용병들에게 의뢰해 시안을 암살하려 했던 계획들이 낱낱이 적혀있었다·

“저 없는 동안 나나를 보살펴주신 거에 대한 제 마지막 성의입니다·”

“뭐?”

“앞으로도 황녀님에 대한 다른 황실 일가의 공격은 더 심해질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지키실 수 있는 검과 방패를 더욱 구축해두십쇼· 그거라면 당분간 아린 황녀님에 대한 보호 수단으론 충분할 겁니다·”

검이라는 것이 곧 상대를 해하기 위해 존재하진 않을뿐더러 방패 또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때로는 날카로운 검이 상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든든한 방패가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공격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 복합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비로소 스스로를 위한 보호 수단이 완성되는 것이다·

언제 미끄러질지 모를 살얼음판 같은 황성에서 그녀를 당당히 서 있게 해줄 분명 뜻깊은 조언이었지만

“왜?”

아린은 의문이 들었다·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해주는 거야?”

아둔한 그녀를 향한 시안의 조언과 충고는 이전부터 줄곧 있었다·

그것이 진심이든 아니든 아린은 항상 마음속에 깊이 새겨두었으며 더 나은 자신을 위한 밑거름이라며 굳게 믿어왔다·

허나 지금의 이 조언은 뭔가 이상했다·

마치 어딘가로 멀리 떠나려는 사람이 남겨진 이에게 마지막 말을 하는 것 같지 않은가?

“····”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시안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 역시 아린에겐 낯선 모습이었다·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은커녕 마수 앞에서도 담대함을 잃지 않던 그가 이리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다니·

그럴수록 아린의 내면에서 차오르는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황녀님과의 약혼····”

시안의 입이 마침내 열리고·

“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가 전하고자 한 말이 마침내 그녀에게 닿은 순간

“···!”

아린은 세상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느낌을 받았다·

* * *

암살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국 황실 일가가 아카데미를 방문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아카데미·

그런 분위기 속에서 루나브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녀를 줄곧 봐왔던 라멜라로선 지금의 모습이 매우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요즘은 도서관엔 안 가시나 봅니다·”

“갈 일이 없어서요·”

며칠 전만 해도 마서에 대해 알아보겠다며 자료를 가져다 달라 할 땐 언제고 지금은 또 마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책을 읽고 있었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이해할 순 없지만·

말도 없이 또 멋대로 사라지는 것보단 나을 거란 생각에 라멜라는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렸다·

-벌컥

그 순간 기숙사의 방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

이에 라멜라는 눈을 의심했다·

“루 루나브님?”

불과 몇 초 전 책상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던 그녀가 다름 아닌 현관문에서 나타난 것이다·

“다녀왔어요·”

그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터벅터벅 안으로 들어가 책을 읽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의 머리 위로 살포시 무언가를 올렸다·

-반짝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푸른빛의 오라가 반짝이더니 곧 독서 중이던 루나브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손에 들린 작은 인형에서 다량의 마나가 발현되고 있었다·

“화 환영 아티팩트?”

인형의 정체가 무엇인지 바로 파악한 라멜라는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용이 끝난 인형을 주섬주섬 주머니에 넣은 루나브를 보며 그녀는 크게 소리쳤다·

“어 언제부터? 아니 이 판국에 대체 어딜 갔다 오신 겁니까?”

“노델리요·”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 라멜라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렇게 멀뚱멀뚱 서 계실 거면 가서 전령구 좀 가져다주세요·”

“저 전령구 말입니까?”

“예· 할아버지한테 전할 말이 있어서요·”

루나브의 눈은 마치 새로운 결심을 다진 사람처럼 올곧게 빛나고 있었다·

* * *

칠흑의 밤하늘을 빼다 박은 것마냥 사방에 내려앉은 어둠·

그 속에서도 희미하게 이어진 빛줄기를 따라 에쉘은 천천히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걸음을 내디딜수록 점점 더 밝아지는 빛줄기·

에쉘은 고대해 마지않던 성검의 존재가 마침내 눈앞에 다가왔음을 인지하고선 더욱 속도를 높였다·

빛과 어둠은 항상 공존하지만 세상을 뒤덮을 만큼 광활한 어둠도 결국 한 줄기의 빛 앞에선 무력해지는 법·

그런 어둠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순간의 기억을 더듬는 데 성공하면서

에쉘은 그토록 바랐던 진리의 빛을 비로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진리를 확인하는 것뿐·

벅차오르는 기대와 환희를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에쉘의 입에선 좀처럼 미소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렇게 그의 앞으로 찬란한 성검의 제단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려 하니

“···?”

그 광경을 마주한 에쉘은 눈을 의심했다·

황홀함에 사로잡혀 양쪽으로 승천했던 입은 한순간에 좁혀졌으며 이내 머릿속으로 갖은 의문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차마 영광스럽다는 말조차도 안 나올 처참한 광경·

은빛의 제단 위로 굳게 꽂혀 있어야 할 성검은 제단이 아닌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으며

희망을 잃지 않은 구원의 빛이라 생각했던 빛줄기는 꺼지기 일보직전의 희미한 촛불처럼 광채를 초라하게 연명하고 있었다·

이것이 정녕 고귀한 성검의 진면이란 말인가?

급 혼란스러워진 머리를 애써 진정시킨 에쉘은 널브러진 성검을 고이 들어 다시 제단 위에 꽂아보았다·

-화악!

그러자 빛을 잃은 도신에서 밝은 광채가 치솟았으며 머지않아 태양보다 화사하고 푸른 하늘보다 찬란한 금발의 머리카락이 공간 안에서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 고귀한 분위기에 넋을 잃은 것도 잠시

에쉘은 자신의 눈앞에 자리한 성스러운 영령의 자태를 마주하고선 무릎을 꿇었다·

“진리의 빛으로 대륙을 비추는 성검 듀란다르크님을 뵙습니다!”

빛 속의 여인은 말없이 제단 위로 발을 안착하였으며 곧 기품 있는 발걸음으로 그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차디찬 어둠으로부터 따뜻한 생명의 빛을 이끌 구원자만이 소유할 수 있다고 전해진 신의 무구·

그 영롱한 무구의 손길이 마침내 구원자의 턱을 어루만지니 황홀감에 취한 에쉘이 환희의 미소를 지은 순간

-짝!

유쾌하지 않은 거센 마찰음이 허공에 메아리쳤다·

에쉘의 새하얗던 뺨이 붉게 달아올랐으며 덩달아 뺨을 후려친 여인의 얼굴도 분노에 잠식된 나머지 붉게 변색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입도 뻥긋하지 말고 내 얘기 똑바로 들어라· 루멘델의 계승자여····”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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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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