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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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무엇을 위해 (5)

“어서오십쇼 도련님····”

당주와의 대화를 끝내고 방에 돌아오니 아직 안 자고 있던 브라이언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나나는?”

“방금 에밀리님과 잠들었습니다· 저녁을 맛있게 먹어서 그런지 굉장히 행복해 했습니다·”

이에 나나의 방으로 다가가 조용히 문을 열었다·

-새근새근

누가 업어 가도 모를 만큼 아주 곤히 잠들었다·

당주는 아공간에 있던 나나를 내가 탈출시킨 거라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아니다·

그녀는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드래곤의 신기를 발현해 아공간을 벗어나 있었다·

다행히 멀리 가진 않아 근처에서 바로 찾을 순 있었지만 발견 당시 그녀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나한테 미안하다며 울고불고 아주 난리가 아니었지·

괜찮다며 진정시키는 데 꽤 애를 먹었다·

아공간의 결계를 벌써부터 깨버리는 재능이라니·

이래서 핏줄이 괜히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또 깨닫게 된다·

그 옆엔 보듬어주듯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는 에밀리가 함께 잠들어있었다·

언제는 무섭다고 이불 속에서 벌벌 떨더니 누가 보면 애 엄마라도 되는 줄 알겠군·

혹여나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

“시 시리카님과의 대화는 잘 끝내신 겁니까?”

“뭐 대충은· 너도 고생 많았나 보네· 얼굴이 반쪽이 됐다 야····”

“그 그렇습니까?”

조만간 몸보신으로 마수의 피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몸을 돌린 순간·

“죄송합니다 도련님!”

-털썩!

이상한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브라이언이 무릎을 꿇으며 내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두 눈만 깜빡였다·

“뭐 뭐하냐?”

“도련님께서 안 계신 동안 제가 나나를 잘 지켰어야 했는데···· 제가 부족했던 탓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 뭐가 죄송한데?

얘는 왜 나한테 사과하고 있는 거지?

오히려 내가 미안해야 하는 거 아닌가?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찾겠답시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건 난데 왜 내가 사과를 받아야 하는 거지?

여러모로 얼떨떨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일어나·”

단호한 지시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언은 좀처럼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벌떡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벌떡 일어나는 브라이언이었다·

떠나기 전보다 훨씬 초췌해진 얼굴을 보니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갔다·

참 살면서 이 말을 입에 올리게 될 줄은 또 몰랐는데 말이지·

“미안하다·”

“예?”

잘못 들었다 생각했는지 그가 눈을 번뜩이며 되물었다·

“미련한 주인 모시겠답시고 본의 아니게 너를 고생시켰네· 미안하게 됐다····”

녀석은 영혼 빠진 시체마냥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거 대답이라도 좀 해주지· 사람 무안하게시리····

“쉬어라· 난 나갔다 온다·”

“어 어디 가십니까?”

“마실····”

내가 이 밤에 갈 데가 어디 있을까?

2년 동안 늘 일상처럼 해왔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 몸이 무거움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람은커녕 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텅 빈 주변·

귀찮음을 느낀 나머지 대충 눈앞에 보이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또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이실까?]

“그러게나 말이다·”

케이람의 말에 동조하기라도 하듯 속에서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9성의 마력을 짓누르던 패기 있는 모습은 어디 가고 비에 젖은 인형마냥 너덜너덜해졌네?]

평소라면 여기저기 건들며 귀찮게 했을 그녀가 오늘은 별다른 잔소리 없이 내 옆에 슬그머니 붙어 앉았다·

지켜야 할 게 많아질수록 내 몸은 무거워진다 했던가?

전생에 당주로부터 그 말을 들었을 땐 하나도 공감하지 못했다·

왜냐면 당시로선 내게 지켜야 할 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몸뚱이 하나 건수 하기도 힘든 마당에 누굴 신경 썼겠는가?

그럴 일은 앞으로도 없을 거라며 스스로 생각했다·

그 악마 자식이 나를 거두기 전까진 말이지·

회귀하고 나서도 잃을 게 하나 없다고 생각한 나인데·

지금 난 누구 하나라도 없어지면 그 즉시 몸이 뒤틀려 버릴 것 같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한탄이라기보단 그저 의문스러웠다·

감정 없는 그림자마냥 인간 취급도 못 받으며 살았던 내가 이런 지극히 평범한 감정 고민을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거든·

[그래· 나도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도통 모르겠네·]

내 말에 동조하듯 케이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의 내 신분을 보호해주던 아카데미라고 하는 울타리를

벗어날 순간이·

* * *

하늘 위에 떠 있는 밝은 태양을 통해 대륙에 평화의 빛을 선사하는 빛의 신 루멘델·

기품과 고귀함이 느껴지는 석상 아래

때 묻지 않은 순백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 석상을 향해 성스러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터벅

잠시 후 뒤쪽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오니 여인은 살며시 눈을 뜸과 동시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요즘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면서요? 에쉘····”

“····”

“최근 제국에 있는 구시대의 유적들을 이곳저곳 기웃거리신다던데? 뭔가 찾고 싶은 보물이라도 생기셨나 보죠?”

발걸음의 주인은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었다·

“황성에 계신 루이넬 황자님께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시던데요? 그래도 황자님이기 전에 친구이신데 얼굴이라도 비쳐야 하지 않겠어요?”

“짓궂은 말을 하시는 군요····”

“말실수했네요· 그 합리적이고 실리만을 추구하는 에쉘에게 친구라니···· 요즘은 비올렛 황녀님이랑 자주 붙어 다니신다면서요?”

에쉘은 미소만 지을 뿐 그녀의 말에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근데 간만에 찾아온 것 치곤 얼굴이 영 별로네요· 어째 여기저기 다 돌다 성과가 없자 마지못해 온 것 같은데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성녀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게 더 섭섭해요! 좀 고민을 공유하면 덧나나요? 우리가 비밀을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성녀의 얄궂은 추궁에도 불구하고 에쉘은 끝까지 변치 않는 미소를 유지했다·

“그래서 찾고자 하신 건 찾으셨나요? 하기야 찾았다면 날 찾아오지도 않았겠죠·”

에쉘은 긍정의 의미가 담긴 침묵으로 화답했다·

“사실 절 찾아왔다 해서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어요· 이렇게 매일 같이 정성스레 기도를 드려도 루멘델님께선 아무런 반응이 없으시죠· 지금 입을 다물고 있는 에쉘처럼····”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난 성녀는 조신하게 뒤를 돌았다·

“하지만 당신은 참 운이 좋아요· 누구를 위해서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젯밤 그분의 계시가 들렸거든요·”

“···!”

에쉘의 미소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루멘델님의 목소리가 들리신 겁니까?”

“네! 저도 의외였답니다· 마족의 군대가 인계를 침공해도 가만히 계실 루멘델님께서 계시를 내리시다니· 대체 이 평화로운 대륙에 어떤 어둠을 보신 걸까요?”

어느덧 눈빛이 뒤바뀐 에쉘은 성녀를 적의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그렇게 노려보실 것 없어요 에쉘· 내가 아는 걸 당신이 모르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루멘델님께서도 원치 않으실 테고요····”

천천히 그러면서 은밀하게·

에쉘을 향해 다가가는 성녀·

두 남녀는 어느새 서로 입술을 부딪칠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성녀는 그의 조각 같은 얼굴을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린 뒤 귀에 입술을 맞추며 감미롭게 속삭였다·

“진리의 빛을 찾는 그대여· 빛에는 항상 어둠이 공존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흘러간 기억 속에 묻혀있는 그 순간을 떠올린다면 분명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어다····”

수수께끼와도 같은 신의 계시·

허나 그것을 해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계시를 전한 성녀의 입술이 떨어지고 넋 나간 그를 향해 요염한 눈웃음을 지은 순간·

“····”

에쉘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것은 속내를 감추기 위해 항상 드러내 왔던 거짓된 미소가 아닌

내면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온 그런 환희가 담긴 미소였다·

* * *

-쾅!

끓어오르는 분노를 이길 수 없던 나머지 탁상을 거세게 내려치는 3황자 파비앙·

그 앞엔 동생 네로비앙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확실할거라 하지 않았느냐 파비앙! 대체 어떤 등신들을 보냈길래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이야?”

“아 나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용병 길드 중에서도 확실한 놈들로 뽑은 거였다고! 특별히 특이 취향이 있는 놈도 넣어놨더니만····”

아린 황녀의 약혼자 시안 베르트를 암살하기 위해 아카데미에 암살자들을 보낸 두 형제·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암살 성공이라는 그들이 고대했던 소식은커녕 전혀 예상치 못한 끔찍한 소식이 돌아오고 만 것이다·

“하필 또 발견한 게 아린이라니· 그 도움 안 되는 년····”

네로비앙은 현장을 발견한 아린을 저주하기라도 하듯 빠득빠득 이를 갈았다·

“이렇게 된 이상 꼬리는 확실하게 잘라야 한다! 이번 일에 우리가 관여되어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도록!”

“말 안 해도 안다고! 이미 우리에 대한 흔적은 다····”

“비올렛 황녀님께서 오셨습니다!”

상황 처리를 위한 심각한 대화가 오가는 도중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난데없는 방문 소식에 두 형제는 귀를 의심했다·

“비 비올렛 누님께서 갑자기 왜···?”

아직 승인 명령을 내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방 문이 열리며 비올렛 황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하고 있었길래 제가 오자마자 표정이 굳으셨나요?”

서로 눈치를 보던 형제는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맞이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꼭 일이 있어야지 찾아오나요? 그냥 동생들과 담소라도 나눌까 싶어 찾아왔어요·”

“누님답지 않게 왜 이러십니까? 저희가 그런 담소를 나눌 만큼 친근한 사이는 아닐 텐데요?”

네로비앙이 불편한 기색을 대놓고 드러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러게요· 그래도 나름 같은 피를 나눈 형제인데 우리는 왜 이리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걸까요? 서로 간의 좋은 것만 줘도 모자랄 판에 비극을 안겨주려 하고 있으니 참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무 무슨 말이신지?”

“아카데미에 사람은 왜 보내셨나요?”

“···!”

“아린의 약혼자인 그 시안 베르트란 공자를 죽이려 했던 거죠? 그러고 나선 저와 오라버니에게 떠넘길 생각이었고?”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한 두 형제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근데 잘 안 된 모양이에요? 처리하라고 보낸 용병들이 시체로 발견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무 무슨 말을 하시는····”

네로비앙이 급히 부정하려 했지만 부정은커녕 제대로 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비올렛은 그런 동생들의 반응이 귀엽다는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바마마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얼마나 안타까워하실까요? 충격에 휩싸이실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네요·”

“뭐 뭘 원하시는 겁니까?”

그나마 사태를 빠르게 파악한 파비앙이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부여잡으며 물었다·

“듣자하니 현장을 처음 발견한 게 아린이라고 하던데· 그 어리고 가녀린 아이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까요? 가족으로서 위로라도 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뭔가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을 예상이라도 한 걸까?

두 형제는 간신히 마른침을 삼켰다·

“우리 옛 추억도 되살릴 겸 아카데미로 나들이나 갈까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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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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