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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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황제의 순방 (2)

우시프 제국의 5황녀 아린 세벨러스·

황제의 늦둥이 자식이자 막내로 사실상 황위와는 관련이 없는 위치·

다만 주어진 권세만으로 욕심 없이 산다면 천수를 누리기엔 매우 좋은 위치이기도 했다·

허나 공교롭게도 그녀는 그런 삶을 원치 않았다·

황실의 일원이자 황제의 영애로서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태어난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달갑게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황녀로서 나라의 안위를 걱정한다는 것이 뭐가 이상하냐 싶을 순 있지만 그런 작은 관심조차 주변인들에겐 불편하게 작용될 수 있었다·

혹 5황녀가 황위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닌지

반역파 무리 중 일부가 그녀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그녀는 억울하겠지만 황위가 만든 정치판이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시종들로 부터도

주변 귀족들로 부터도

심지어 황제로 부터도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편히 살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었다·

왜 그래야 하지?

자신은 그저 황제가 아닌 황녀로서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인데?

고작 막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욕심을 접고 편한 삶을 누리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인가?

싫었다·

그녀는 그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적어도 자신이 추구하는 황녀의 삶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직은 자신이 어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더욱이 어린 티를 내선 안 됐다·

전선으로의 동행도 그녀가 손수 황제에게 요청한 것이었다·

황제는 절대 안 된다며 극구 반대 했지만 이 어린 황녀는 스스로 곡기를 끊는 행위까지 감행하며 독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막내딸을 굶겨 죽일 수도 없는 노릇·

디오네 황제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동행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어엿한 제국의 황녀·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고 백성들을 보살피며 더 나아가 대륙의 평화에도 이바지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그녀는 내심 자신이 어른스러워졌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한 걸음씩 내디디며 꾸준히 성장한다면 더 나은 황녀로서 발돋움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적어도 이 시안 베르트라는 남자를 마주하기 전까진····

벨리아스로 가는 여정 속에서 우연히 듣게 된 베르트가의 막내·

본래는 가문의 무능아라며 손가락질받던 자제였지만 스스로의 성장을 통해 가주로부터 인정을 받고 괴생물체들이 판을 치는 전선에서 굳은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라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무려 베르트 공작으로부터 인정을 받다니·

인정에 대한 열망이 깊은 황녀로선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 시안이라는 남자가 자신과 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모르긴 몰라도 같이 지내본다면 배울 점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베르트 공작가의 막내 시안 베르트라고 합니다·”

마차 안에서 바라본 그의 첫 모습·

분명 처음 대면할 제국의 황제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당당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

아린 황녀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생긴 건 영락없는 열 살 또래의 남자아이인데 꿋꿋한 인상으로 보나 담담한 어조로 보나 누가 봐도 어른스러운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이 사람이 정말 나랑 같은 또래의 남자라고?’

자신으로선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듯한 이질감·

황제 앞에서도

자신을 모함하는 숱한 귀족들 앞에서도

항상 변치 않는 당당함을 유지하려 했건만 이건 달랐다·

자신과 똑같은 조건이지만 매우 다른 면모를 가진 사람·

직접 마주한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대체 저 공자는 어떤 삶을 살아 왔길래 저런 나이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까?

하물며 자신이랑은 뭐가 다르기에 이리 차이가 나는 것인지·

분한 마음과 더불어 시기의 감정 또한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공평하다·

자신도 나날이 발전하기 위해 이렇게나 노력을 하는데

어째서 이 눈앞의 남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아직 어린 아이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그녀로선 속마음이 그대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온갖 감정이 뒤섞인 황녀와 달리 시안은 그저 무념 무상할 뿐이었다·

* * *

황제의 순방은 생각 외로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경계문을 지나 서부의 황폐한 숲 지대부터 붉은 강이 흐르는 골짜기 동부 메마른 절벽에 이르기까지·

귀인이 방문했다는 걸 감지라도 한 듯 마수들도 출몰하지 않았다·

지칠 줄 모르는 디오네 황제와 그 옆에서 걸음을 맞추고 있는 베르트 공작·

제국의 황제와 발을 맞춰 걷는다·

다른 이들이라면 무례하다고 핍박받을지언정 저것 또한 베르트 공작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황제가 공작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가늠 할 수 있는 부분·

두 사람의 유대란 그런 것이었다·

뭐 저쪽이야 원래 그랬으니 그렇다 치고····

황제와 공작으로부터 정확히 5보 뒤·

그들을 지키기 위한 수호기사들의 행렬이 뒤따르고 있다·

그 중심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아린 황녀·

황녀는 전선의 자연환경이 신기한 듯 이리 저리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대뜸 뒤를 돌아보는데····

“···!”

또 저러네·

불만 있으면 말을 하던가 왜 자꾸 인상을 꾸기는 거야?일단 공작의 말대로 한 발짝 뒤에서 에스코트(?)를 하고 있긴 한데····

이 황녀 대체 뭐가 문제인지 이따금씩 나를 보며 울상을 짓고 있다·

사람 얼굴을 똥 씹은 표정으로 보는데 기분 안 나쁠 위인이 있나?

초면에 사이좋게 가도 모자랄 판에 대체 왜 저러는 건데?

어차피 이 순방만 끝나면 거의 얼굴 볼 일도 없을 터·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랄뿐이었다·

황제의 순방은 계속해서 이어져 어느새 도착한 메마른 절벽까지 도착했다·

그 아래를 아울러보던 디오네 황제가 큰 숨을 내쉬었다·

“황성이나 이곳이나 공기자체는 크게 다를 바가 없군·”

여러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허구한 날이면 피터지게 싸워대는 것이 황성의 정치판이다·

그나마 전선은 적이라는 존재가 뚜렷이 인지되기 망정이지 그곳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적과 아군이 뒤바뀔 것이다·

고달픈 삶일지언정 뭐 내 알바는 아니지·

“저 저기?”

불현 듯 나를 부르는 낯선 목소리·

“···?”

무려 세 시간 만에 아린 황녀가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나에게 무언가를 묻고자 하는 얼굴이었다·

“저 강은 왜 저렇게 빨간 거야?”

그녀가 가리킨 곳은 골짜기 외진 곳에서 흐르고 있는 붉은 빛의 하천이었다·

“블러드 리버입니다·”

“블러드 리버?”

피의 강이라는 의미였다·

“레메아 골짜기의 전신을 잇고 있는 하천입니다· 물이 붉은 이유는 별거 없어요· 그냥 마수들이 자기 몸을 적셔대면서 체액들을 흩뿌리다 보니 저리 된 겁니다·”

이야기를 들은 황녀는 꽤나 놀란 듯 보였다·

“그 그럼 저게 다 마수들의 체액이라는 거야?”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보기엔 불그스름한 것이 아름다워 보이겠지·

허나 저 강은 마수들이 식수로 사용함과 더불어 일부는 몸까지 씻기 때문에 절대 깨끗한 물이 아니었다·

발이라도 담기위해 가까이 갔다간 마수들의 식사거리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전선의 기사들도 웬만해선 가까이 가지 않았다·

황녀는 못내 신기한 듯 물줄기를 따라 보이지 않는 골짜기 너머로까지 시선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강 너머엔 뭐가 있는 거야?”

“마계요·”

“마계?!”

블러드 리버의 끝엔 지금 밟고 있는 현계가 아닌 이계의 종족이 사는 마계가 펼쳐져 있다·

그럴 미친놈이야 없겠지만 만약 자신이 마계에 가고 싶은데 길을 모르고 있다면 어려울 것 없이 저 강을 따라가면 된다·

물론 온전히 간다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신기하네····”

애는 별수 없군·

남들은 가기 싫어 손사래 칠 곳을 무슨 낙원 보는 것 마냥 보고 있다니·

과연 마수를 마주치면 어떤 얼굴로 변하게 될지 새삼 궁금해졌다·

-펑!

“···?!”

폭죽소리와 더불어 서쪽 하늘에 노란 빛 광채가 치솟았다·

해당방향에 마수가 출현한 것이다·

“황제 폐하를 모셔라! 나머지 수호기사 전원은 나와 함께 해당 장소로 향한다!”

공작은 황제의 안위를 우선적으로 확보 하려했지만 디오네 황제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섭섭한 말을 하는군 윌리어스·”

황제는 이미 검을 뽑아들은 상태였다·

“하오나 폐하····”

“내가 고작 등반이나 하려고 이곳에 온 줄 아나? 안 그래도 몸이 매우 심심하던 참일세·”

“···책임은 못 드립니다·”

공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황제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짓다가도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기사들에게 알렸다·

“황군은 이시간부로 베르트 공작의 지시를 따른다! 토벌 완료가 내려지기 전까진 전부 마수를 해치우는데 집중하도록!”

세간에 알려진 디오네 황제의 마법등급은 무려 8성급·

대륙에 내로라하는 마법사들과 견줄 만큼 방대한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마 황제가 되지 않았다면 대마법학회의 수장이 되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을 자랑하고 있으니 이런 중하급 마수들 정도야 사실 손 한 번만 까딱해주면 끝날 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황군의 지위를 공작에게 넘긴 것이다·

거참 눈물겨운 우정이 아닐 수 없군·

지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사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전투에 참전해야 한다·

“지 지금 마족이 나타난 거야?”

한껏 당황한 아린 황녀가 나를 보며 물었다·

좀 전과 다르게 몸 일부를 심히 떨고 있었다·

“황녀님께선 수호기사들과 함께 후방으로 대피해주세요· 기다리시다 보면 곧 상황이 종료될 겁니다·”

“너는 어쩌고?”

“전 현장으로 갑니다·”

“너 마족들이랑 싸울 수 있는 거야···?”

‘물론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순 없고

그저 있는 그대로 나지막이 말해줄 뿐이었다·

“아직은 전투를 관전하는 것만 허락받았습니다· 저는 제 임무를 다하러 가는 것이니 황녀님께선 어서····”

“나도 갈래!”

“···?”

뭐라는 거야 이 꼬맹이가?

“싸우는 게 아니고 전투를 관전하는 거라며? 그럼 나 역시 가도 되는 거잖아!”

주위에 있던 수호기사들 역시 매우 당황한 듯 보였다·

“여긴 전선입니다 황녀님· 놀이터가 아니에요·”

“나도 알아! 그냥 제국의 황녀로서 현장을 살펴보겠다는 거라고!”

“아무리 그래도 위험합니다· 황제 폐하께서 분명 원치 않으실····”

“나도 내 한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어! 너는 되면서 나는 왜 안 된다는 건데?”

아··· 혈압 오른다·

이 황녀 보기보다 쇠고집이다·

마음 같아선 그냥 기절시킨 다음 기사들 보고 데려가라 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전선이 아닌 감옥에서의 생활을 시작할 판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난 갈 거니까 다들 말리지마!”

“화 황녀님!”

기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황녀는 무대포로 치고 나갔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수호 기사들·

꼴을 보아하니 황군 소속 같은데 이런 전시상황에 고작 황녀 하나 땜에 쩔쩔 매다니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군·

황녀라는 자가 저리 상황 볼 줄 몰라서야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스스로 고개를 젓다가도 고집을 부리고 있는 그녀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턱

아무도 손대지 못한 황녀의 손목을 단번에 붙잡았다·

“···!?”

“애처럼 구실 거면 그냥 집으로 가시죠 황녀님·”

“···뭐?”

“황녀님 고집 하나에 지금 수십 명의 발이 묶여있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여긴 전선이고 1초의 잘못된 판단이 어떤 결과를 책임질지 모르는 곳입니다· 아니면 황녀님께서 책임지기라도 하실 겁니까?”

극한의 시간마저 전투에 집중해야하는 기사들에게 황녀는 그저 짐덩이에 불과했다·

설사 어려서 몰랐다 한들 어느 정도는 깨달을 필요가 있었다·

“나 난 그냥····”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최소한 방해라도 말아야 합니다·”

황녀는 입만 어버버한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얌전히 후방으로 가주세요· 금방 끝날 겁니다·”

조용히 손을 놔주니 황녀는 그제 서야 수호기사들과 함께 후방으로 대피했다·

그나마 한마디 한 걸로 끝나서 다행이군·

나는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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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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