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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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거짓된 모습 (2)

사람의 체력과 마나가 무한하지 않듯 드래곤이 가진 신기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아린과의 대화에 집중한 나머지 긴장이 풀려버린 나나는 몸 안의 신기가 바닥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결국 꼬리를 시작으로 그녀의 감춰졌던 본모습이 하나둘 원래대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아린의 반응은 그야말로 허탈 그 자체·

수습은 브라이언이 대신했다·

감히 제국의 황녀를 속이려 했던 불경죄·

법으로 따지면 죽음을 면치 못할 중죄 수준이었다·

“그 그러니까 말을 정리해보면 나나를 대역으로 세워 시안을 대신하게 하고선 진짜 시안은 지금 세트와 체험학습을 갔다는 거죠?”

“예 맞습니다! 도련님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하셔서 부득이하게 황녀님께 거짓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히 존귀하신 황녀님을 속인 죄! 어떤 처분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브라이언은 머리가 땅에 닿을 기세로 사정없이 빌었다·

“하····”

낙심한 마음에 아린은 이마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으니까 일어나세요· 브라이언· 시안의 말을 따랐을 뿐이잖아요? 전 괜찮아요·”

아린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줬지만 브라이언은 쉽사리 얼굴을 들지 못했다·

지금도 지금이지만 이후 돌아올 시안의 얼굴은 더더욱 못 볼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럼 그렇지· 시안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는데····”

능력 있는 사람 긍정적인 생각·

그녀가 아는 시안이라면 절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거짓된 모습에 혹해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다니

진짜 시안이 보면 정말로 싫어할 한심한 모습이었다·

“아린 언니 화났어?”

자신의 거짓말이 모두에게 피해를 줬다 생각한 나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

“아니야 괜찮아· 언니 기운 나게 해주려고 그런 거잖아? 언니는 다 이해해·”

그런 나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는 것도 잠시

이제는 자신과 키가 맞먹을 정도로 성장한 것에 잠시 주저하고 말았다·

“벌써 이렇게 컸구나 나나도····”

그녀는 인간이 아닌 드래곤의 피가 섞인 어엿한 반인반수·

불과 2년 전만 해도 귀여운 동생 같았던 그녀가 어느새 훌쩍 자라버리다니·

아린은 왠지 모르게 씁쓸한 마음이었다·

“그 일전에 시안이 휴학했을 땐 어딜 갔던 거야?”

“휴학? 아 파파가 일이 급한 일이 있다 해서 우릴 잠시··· 아 이것도 파파가 말하지 말라 그랬는데····”

나나는 황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그렇게 불편한 존재인가?’

나름 비밀도 공유하는 친근한 사이라고 생각했건만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걸까?

이제는 섭섭하다 못해 지칠 지경이었다·

설사 둘 사이가 맺어진다 한들 이대로 가면 미래는 안 봐도 뻔할 노릇·

새삼 이 약혼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답답한 마음에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언니 파파랑 결혼해?”

조심스레 눈치를 보던 나나가 초롱초롱하게 눈을 밝히며 물었다·

“나나는 언니가 시안이랑 결혼했으면 좋겠어?”

“응! 파파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사실 언니를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고 있을 거야! 내가 알아! 원래 소중한 사람일수록 말을 더 안 하는 법이랬어! 언니한테 말하지 않은 것도 싫어서가 아니라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린은 문득 보리스 교관과의 첫 만남 때 자신의 팔을 붙잡았던 시안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이 무언가를 쉽게 내주려 해서 문제라 했던가?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억지였지만 반대로 그런 억지를 보이면서까지 자신을 막으려 했던 이유가 무엇일지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자기 사람도 아닌 마당에 남에게 뭘 주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의문이 드는 게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때의 시안은 분명 분노한 상태였다고·

그것이 만약 어리숙한 자신을 위해 화를 내준 거였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생각해주고 있다는 게 아닐까?

위험에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나의 말대로 정말로 그런 거라면

조금은 생각을 달리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피어올랐다·

‘그냥 좋으면 들이대면 되죠·’

대뜸 도서관에서 해주었던 루나브의 조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시안의 방식이 그런 거라면

자신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를 생각해주면 그만일 것이다·

뭔가 마음이 후련해진 아린은 다시금 환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나는 시안으로 또 변신할 수 있는 거야?”

“응! 아마 밥만 먹으면 바로 변신할 수 있어!”

“그럼 있다 언니랑 밤 산책하러 나갈까? 시안으로 변신해서 말이야·”

“좋아!”

나나로선 대환영이었다·

“괜찮죠· 브라이언? 불안하시면 옆에 있어 주셔도 돼요· 저도 기사들 몇 명 데리고 나올 거니까·”

“예? 그 그러니까··· 알겠습니다·”

당황한 브라이언은 얼떨결에 승낙하고 말았다·

* * *

시간이 흘러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른 아카데미·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교육기관답게 하늘이 어두워졌다 해서 그들의 시야까지 어두워지진 않는다·

실력 증진을 위해 단련하는 학생들 개인 연구를 위해 몰두하는 교관들 치안 유지를 위해 경계 서는 기사들까지·

곳곳에 자리한 적지 않은 눈들이 길가를 거닐고 있는 어느 두 남녀의 다정한 모습을 잔뜩 지켜보고 있었다·

허나 이를 이상하게 보는 이들은 없었다·

그저 약혼이 공표된 두 남녀가 본격적으로 가까워지려는구나 싶을 뿐·

대부분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는

다섯 남자를 제외하고선·

“혼자 다니길 좋아한다더니 듣던 거랑 다른데요? 황녀랑 꼭 붙어있습니다·”

두 남녀의 곁엔 무장한 기사들이 줄지어 뒤따르며 철통 경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뭐 약혼한 관계니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매번 저렇게 붙어 다니진 않을 거야· 어차피 우리가 원하는 건 저 시안이라는 공자지 황녀가 아니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공자의 공식적인 수호 기사는 단둘뿐·

그마저도 한 명은 기사가 아닌 시종이라 했다·

어찌 공작가의 자제에게 이런 빈약한 호위가 붙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어쨌건 자신들에겐 잘된 일이었다·

“일단 며칠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그 다음 구체적인 계획을 구상하도록 한다·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만 섣부른 짓은····”

“게릭님! 제이슨이 안 보입니다!”

용병단의 리더 게릭은 화들짝 놀라며 급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보이는 이는 자신을 포함한 4명뿐·

있어야 할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뭐야? 제이슨 이놈 어딨어?”

“게 게릭님! 저기에!”

용병 중 한 명이 한 곳을 가리키니 자신들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시안과 황녀를 지켜보고 있는 제이슨의 모습이 보였다·

“저 미친놈! 또 눈 돌아갔네!”

게릭과 용병들은 황급히 그에게 달려갔다·

제이슨은 그들이 오건 말건 상관없이 시안에게 시선을 고정하였다·

“와! 역시 세상 오래 살고 봐야 하나? 이 칙칙한 세상에 저런 얼굴이 다 있네?”

뭔가에 매혹되기라도 했는지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황홀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대한 잔인하게 죽여 달라고? 그럼 그래야지! 내가 해야만 해! 내가 안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그의 손과 발은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했다·

자칫 고삐가 풀리면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기세·

이를 게릭이 급히 저지했다·

“너 미쳤어! 시작도 전에 일을 그르칠 작정이야?”

“어이! 리더? 우리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그냥 지금 확 덮치면 안 돼? 저 공자만 재빨리 납치하면 되잖아?”

“정신 안 차려? 하여튼 좀 생겼다 싶은 남자만 보면 눈이 돌아가서는!”

같은 남자로서 참으로 이해 못할 취향이었다·

“여긴 로열 아카데미야! 저들뿐만 아니라 다른 귀족 가에서 온 수호 기사들이 잔뜩 있는 곳이라고! 자칫 잘못했다간···!”

용병들은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비록 공자와 자신들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졌다곤 하나 아직까진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먼 거리·

게다가 밤의 어둠까지 겹친 상태였기에 여간 눈이 좋지 않고선 뭐가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허나 마주쳐버렸다·

우연이 아닌 먼발치에 있는 자신들을 정확하게·

놀란 용병들은 재빨리 몸을 숙였다·

“뭐 뭐야? 저놈 설마 우릴 본 거야? 이 거리에서?”

정황상 확인은 해야 했지만 용병들은 어느 누구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짧게나마 마주했던 그것은 절대 평범한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맹수가 사냥감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 같은

지독한 살기가 담긴 눈빛이었다·

* * *

“나오니까 어때? 기분 좋지?”

“응! 엄청 좋···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풉! 진짜 시안이 말하는 거랑 똑같네? 연습한 거야?”

“그냥 곁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혔습니다·”

“너 이러고 있는 거 알면 시안이 엄청 놀라겠지?”

“아마 정색하면서 화낼 겁니다·”

사람은 이래서 외면이 아닌 내면이 더 중요하다 했다·

분명 겉모습이나 말투는 무뚝뚝한 시안과 똑같았지만 진짜가 아닌 나나의 귀여운 연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아린은 편안한 마음으로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아마 다른 사람들 눈엔 시안과 자신이 오붓한 데이트라도 하는 줄 알 것이다·

비록 거짓된 모습이긴 하나 뭐 어떤가?

서로가 좋으면 그만인데·

시안이 없는 동안 자신이라도 나나를 챙겨줘야겠다며 아린은 다짐하였다·

“아참! 시안에게는 비밀로····”

입단속을 시키려는 것도 잠시

방금 전까지 대화를 나눴던 그녀가 문득 제자리에 멈추더니 아무것도 없는 외딴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시 시안?”

불러도 보고 어깨에 손도 올려봤지만 나나의 시선은 요지부동이었다·

“왜 그래 나나야? 무슨 일 있어?”

놀란 나머지 그녀의 진짜 이름마저 불러버렸다·

이에 다섯 걸음 정도 뒤에서 쫓아오던 브라이언과 레시무스가 황급히 달려왔다·

“···!”

나나의 상태를 확인한 브라이언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붉게 충혈 중인 눈동자와 입에서 배출되는 뜨거운 숨결·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를 허공을 향해 계속해서 코를 킁킁대고 있었다·

마치 먹잇감의 냄새를 맡은 포식자처럼·

“이 이거 설마?”

브라이언은 얼마 전의 상황이 또다시 오게 되었음을 자각했다·

“죄송합니다 황녀님! 도련님의 몸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진 것 같습니다! 무례인 줄은 압니다만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나나 왜 이러는 거예요? 방금 전까진 괜찮았는데?”

“나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급기야 그녀 앞에서 나나를 둘러업고선 황급히 자리를 이탈했다·

“대체 무슨 일이····”

아린은 얼떨떨한 눈으로 그들의 멀어지는 모습을 얌전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헉 헉····”

반면 브라이언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기숙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힘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후에 벌어질지 모를 엄청난 일을 우려한 나머지 심장이 방망이 치듯 격동하고 있었다·

“브라이언····”

업혀있던 그녀가 그의 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나 냄새가 나···· 세상에 둘도 없는 맛있는 냄새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어떡하지?”

나나의 거친 숨결이 귓구멍을 타고 안으로 넘어가니 간담이 서늘해지며 숨이 턱하고 막혀버렸다·

“도 돌아가면 바로 맛있는 걸 줄게! 그러니 조금만····”

“이번엔 파파한테 혼날 것 같은데····”

간식을 언급하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나나는 이미 그 말조차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일단은 한시라도 빨리 기숙사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달렸지만

“···!”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브라이언은 제자리에 멈췄다·

왠지 모르게 허전해진 뒤통수·

방금 전까지 업혀있던 나나의 감촉이 불과 잠깐 사이에 감촉같이 사라진 것이다·

“나 나나?”

애타는 마음으로 그녀를 불러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달빛에 반사돼 은은한 빛을 반짝이고 있는 로열관의 호수·

그 중심엔 아무것도 없는 자신의 빈 양손을 보며 절망하고 있는 브라이언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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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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