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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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이름 없는 유적 (6)

사람은 본디 짐승보다 감각이 무른 동물이라 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둔하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같은 인간으로서의 동족 의식을 가지고 눈앞의 존재가 사람인지 아닌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으니까·

정체불명의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낯선 미지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 루나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와중에도 딱 한 가지 정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 남자는

사람이 아니라고·

진짜 사람이 아닌 마치 거대한 마력 덩어리가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 유희를 즐기는 것만 같았다·

이런 기운을 가진 존재가 이런 유적에 어찌하여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루나브는 생각했다·

자신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흥미롭네·”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남성이 피식 웃으며 첫말을 내뱉었다·

“각기 다른 다섯 개의 속성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균형 잡힌 수치라···· 한 속성에 압도적으로 치우쳐있는 것보다 훨씬 더 희귀한 경우라고 봐야겠네·”

남성은 겨우 눈대중 한 번으로 그녀의 속성수치를 정확히 파악해냈다·

이에 루나브는 큰 내색 없이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당신께서 저를 구해주신 건가요?”

“뭐 그런 셈이지·”

남성의 말투는 꽤나 호의적이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별거 없어· 위험에 빠진 여성을 구해주는 건 인간이고 신이고를 떠나 모든 남성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거든·”

남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뭐 구해준 것 자체는 의도한 일이지만 그게 너였다는 건 우연이라고 봐야겠지·”

“그게 무슨 말이죠?”

다소 난해한 말에 루나브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름이 뭐야?”

“루나브 레인리버에요·”

“나이는?”

“열두 살이요·”

남성은 순간 멈칫했다·

“끽해야 10년 조금 넘게 산 인간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가능성인데? 인간을 오래 봐왔다고 자부한 나도 턱을 쓰다듬게 할 정도야·”

남성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가능성에 감흥을 느낀 듯했다·

“한데 상태를 보아하니 불과 얼마 전까지 그 가능성이 봉인되어 있었구나?”

흠칫 놀란 루나브가 바로 되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설마 하트 커브가···?”

“하트 커브? 미안하지만 난 그런 거 잘 몰라· 단지 내가 말한 가능성은 네 몸에 잠들어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능력을 일깨워줄 수 있는 의지를 말한 거야·”

“의지?”

“그래· 인간이 발전 가능성이 가장 뛰어난 종족이라고 불리는 데엔 다 이유가 있지·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의지에 이를 받쳐줄 노력과 잠재능력이 더해진다면 그로 인해 이루어질 경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거거든· 지금 내 눈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이루어지길 바라는 너의 의지가 보이고 있어·”

의도치 않은 곳에서 보석을 발견한 사람처럼 남성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루나브로선 그저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뭐 다시 보니 그동안 너의 몸을 억제하고 있던 이상한 마력의 흔적이 있었던 것 같긴 하네· 근데 이것도 좀 묘하다? 분명 쉽게 뗄 수 있을만한 구조는 아닐 텐데 누군지 몰라도 참 깔끔하게 떼 줬어·”

그녀가 일전에 봤던 가람 학회의 연구 자료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성검과 성서 마검과 마서 등·

서로 다른 신의 힘을 이어받았다고 전해지는 이른바 신의 무구엔 영혼과 더불어 인격이 존재한다고·

그 인격은 때에 따라 우리와 같은 사람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실체화할 수 있으며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고 했다·

겉으로 봤을 땐 더할 나위 없는 인간의 육신·

하지만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익숙지 않은 마력·

루나브는 이 남성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대략 50%정도 확신이 들었다·

“당신은 이 유적의 주인이신가요?”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가 마침내 침묵을 깨고 물었다·

“음? 그건 아니야· 잠깐 얹혀 사는? 놀러 온 거? 대충 그런 개념이라 보면 돼·”

“그럼 이 유적을 지키고 있는 마수와 관련이 있으신 건가요?”

“그건 맞아! 이전에 나와 함께 했던 인간이 한 명 있었는데 이 유적의 주인으로부터 가디언을 소환해 달란 부탁을 받았거든· 취향이 워낙 괴팍했던 친구라 딴 놈도 아닌 발록을 소환했었지·”

그 말에 그녀가 상정하고 있던 50%의 확신 99%까지 차올랐다·

이에 루나브는 더 돌릴 것도 없이 그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바로 레미하람이란 이름을 가진 마서인가요?”

“····”

따박따박 잘 대답했던 이전과 다르게 이번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저 입꼬리를 한쪽으로 치켜올린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글쎄? 레미하람이란 이름은 둘째치더라도 마서가 맞다고 하기엔 너나 나나 조금 난처한 감이 있지 않을까? 너희 인간에게 있어 마서는 접근조차 하지 말아야 할 금서이지 않니?”

루나브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레미하람이냐고 묻는 것도 이상하구나? 비록 내가 소환한 가디언이 이곳 주민들 사이에서 그렇게 불리고 있다 해도 정작 마서의 이름이 레미하람이란 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닐 텐데?”

“진실이란 건 남아만 있다면 언젠간 파헤쳐지게 돼 있으니까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은 의지만 있다면 뭐든 알아낼 수 있다고 봐요·”

남성은 흡족함을 느낀 듯 크게 웃었다·

“하하하! 보기보다 훨씬 더 똑 부러진 숙녀님이로구나· 성질 더러운 어떤 변태 같은 여자랑은 정말 딴판이야!”

루나브로선 그 여자가 누군지 아직은 유추할 수 없었다·

“아 이런 말이나 할 때가 아니지· 그래서 우리 숙녀님께선 이 볼품없는 유적에 무슨 일로 오셨나?”

“레미하람이란 이름을 가진 당신을 찾으러 왔어요·”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남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음· 이봐 꼬마 숙녀님· 앞에서도 말하긴 했지만 난 내가 마서라고 한 적 없다? 우리 꼬마 숙녀님은 레미하람이 아니라 마서를 찾으러 온 거 아니야?”

“마서가 아니라고 하신 적도 없잖아요?”

“····”

주저할 틈도 없이 바로 확인 사살을 위한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레미하람님은 마서가 아니신가요?”

남성은 대답하기 곤란한 듯 시선을 회피하며 애먼 헛기침을 내었다·

“이 일단 날 찾으러 왔다니까 먼저 말해주는 건데 내 본체는 지금 여기 없어·”

“그게 무슨 말인가요?”

“지금 꼬마 숙녀님이 보고 있는 건 이 유적에 남아있는 내 조각 즉 분신 같은 거야· 이렇게 대화 정도만 나눌 수 있는····”

“그럼 진짜 레미하람님은 지금 어디 있는 거죠?”

“그걸 말해줄 순 없지! 나도 나름 신적인 존재라 인간들에게 함부로 발설하고 다니면 안 되거든·”

남성은 손사래를 치며 그것까진 말해줄 수 없음을 밝혔다·

“아고! 더 있다간 이곳 주인께서 인과율이 틀어지네 뭐네 잔소리를 할 테니 이만 일어나야겠구나· 하지만 안심하긴 이를 거야 꼬마 숙녀님· 난 단순하게 공간 전이만 해줬을 뿐이니까· 계속 그러고 있으면 숙녀님을 쫓아오던 놈들이 다시 나타날 거야·”

무언가 더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남성의 말대로 그녀는 지금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학회원들과 언제 다시 마주칠지도 모르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시안과 세트를 찾아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무슨 이유로 날 찾으러 왔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만약 꼬마 숙녀님께서 갖고 계신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필요한 거라면 어디 한번 진짜 내가 있는 곳을 찾아봐· 찾기만 하면 내 기꺼이 도와줄 테니까· 난 꼬마 숙녀님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거든!”

남성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그런 남성을 향해 루나브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거 하나만 답해주세요· 레미하람님은 저희에게 있어 어떤 분이신 거죠?”

이에 남성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진리를 깨닫는 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존재····”

“진리?”

“별거 없어· 너 스스로가 원하고 소망한 것을 이룬다면 그게 바로 진리니까·”

남성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이윽고 몸이 점차 투명해지는가 싶더니 머지않아 그녀의 앞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 * *

작은 종잇조각이긴 해도 확실히 무시 못 할 마력이 느껴진다·

애석하게도 난 마법사가 아니다보니 정확히 이 종이에 얼마만큼의 마력이 어떤 식으로 담겨 있는진 모른다·

대뜸 그 천재 꼬맹이라면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서의 본체가 아닌 떨어져 나온 분신이 이곳 어딘가에 있다는 거지?”

[그래· 운 좋으면 돌아다니다가 마주칠지도 모르지·]

케이람의 말에 따르면 현재 이 유적엔 마서 레미하람의 본체가 아닌 이 찢어진 종잇조각처럼 본체로부터 분리된 정신이 남아있을 거라 했다·

설사 분신이라 한들 인격 자체는 본체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분신이라 해서 실망할 건 없다고 본다·

적어도 진짜가 어디 있는지 정도는 물어볼 수 있을 테니·

“아야야····”

그런 와중 뒤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기절시킨 세트 녀석이 깨어난 것이다·

“으 나 기절해 있던 거냐?”

일반인이라면 몇 시간은 쓰러져있어도 모자랄 일격을 겨우 몇 분 만에 이겨냈다고?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왔다·

“분명 그 마수 놈을 제대로 보고 있었··· 엥? 마수 어디 갔어? 설마 너 혼자서 해치운 거냐 시안?”

나는 말없이 시선만 딴 데로 돌렸다·

“호 이거 참으로 대단하구나! 나는 상처조차 못 냈던 녀석을 혼자서 아무렇지 않게 처리하다니! 역시 내가 인정한 라이벌답다!”

이 바보 왕자는 내가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선 안 궁금한 건가?

하기야 이해하려 해봐야 내 머리만 아프지·

그나마 둘이 남은 게 이 녀석이라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까칠한 후배님이랑 학회원들은 어찌 된 거냐?”

“뭐 무사하다면 저 너머에 잘 있겠지·”

난 탐탁지 않은 눈으로 무너진 낙석 너머를 가리켰다·

원래는 세트 녀석이 기절하고 있는 틈을 타 공간 전이를 이용해 같이 넘어갈 생각이었다만 그러기도 전에 깨어났으니 사실상 글러버렸다·

“흠 한두 개 치운다 해서 빠져나갈 길이 나올 것 같진 않고 결국 새로 파내야겠구먼?”

세트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더니 대뜸 양손을 낙석에 대며 정신을 집중했다·

-쿠구궁

곧 그의 손에서 갈색빛 마나와 더불어 주변에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리빌드 아일(Rebuild Aisle)!”

주문을 외치니 어지럽게 쌓여있던 낙석 일부가 점차 가루가 되어 으스러지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사람 두 명이 넉넉히 지나갈 정도의 공간이 완성되니 세트는 두 손을 활짝 펴며 자랑하듯 내보였다·

“어떠냐? 이 정도면 지나갈 수 있겠지?”

“뭘 한 거야?”

“모래 속성 계 마법 ‘리빌드 아일(통로 재구축)’이다! 돌이나 흙으로 막힌 지점을 마력으로 뚫어내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마법이지!”

녀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굉장히 실용적인 마법이었다·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선 또 모른다는 건가?

세트는 싱글벙글한 미소와 함께 자신이 만든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나 또한 녀석의 뒤를 따라 낙석 너머로 나아갔다·

“···!”

통로에서 나온 순간 앞서 우리와 함께 유적에 들어온 학회원들과 눈을 마주쳤다·

허나 보이는 이들은 둘뿐·

그들은 마치 봐선 안 될 것을 보기라도 한 듯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 했다·

“엥 뭐야? 왜 둘만 있어? 나머지는?”

세트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곤 대뜸 서로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무언의 신호를 주고받기라도 한 듯·

그 신호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지한 순간·

“···!”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 명에게 달려가 목을 부여 잡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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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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