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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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징조 (5)

도서관 한쪽 구석에 쭈그려 앉은 두 명의 여성·

아린은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3년 전 황제와의 순방 당시 시안과 있었던 일을 루나브에게 전부 털어놓았다·

“시안과의 약혼 솔직히 예상은 하고 있었어· 아마 시안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생각해· 아바마마가 정말 눈에 띄게 시안을 봐줬으니까·”

황족도 아닌 시안이 로열관을 배정받은 것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 적어도 아카데미에 다니는 동안에 없을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봐·”

아직 어리다고 해도 황족과 귀족 사이의 약혼이 뭘 의미하는지 그녀는 모르지 않았다·

이제 막 어린 티를 벗어난 두 남녀의 사랑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는 뒷배경이 전혀 없는 5황녀에게 베르트 공작가라는 지원 세력을 만들어 주려는 황제의 의도가 엿보이는 약혼이었다·

“아바마마는 내가 제국에 아무런 관심 없이 편하게 살길 원하실 거야·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아· 그때 황제가 되어 보라 했던 시안의 말이 내게는 단순한 조언 그 이상의 말이 돼주었으니까·”

아린에게 있어 시안은 보이지 않던 앞날에 길을 내어준 인도자와도 같았다·

그저 무기력하기만 했던 자신에게 비전을 제시해준 그런 인도자말이다·

“나도 알아· 나란 사람이 황제가 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단순히 나를 성장시킨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거야· 실제로 맞닥뜨려야 할 세상의 벽은 너무나도 견고할 테니까·”

다시금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된 아린은 급기야 고개를 떨구며 좌절했다·

이에 잠자코 듣고 있던 루나브가 마침내 입을 열고 물었다·

“시안 선배랑 약혼하는 게 싫으세요?”

“시 싫은 건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좋아· 어쨌든 약혼함으로써 시안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 테니까····”

아린의 목소리는 점점 모깃소리처럼 작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안은 싫어할 거야· 싫어하는 걸 넘어 원망할지도 모르지· 내게 있어 시안은 정말 큰 도움이 될 사람이지만 반대로 시안에게 있어 나는 그저 민폐만 끼치는 바보 같은 황녀밖에 안 돼····”

갈수록 착잡해지는 마음에 나오는 건 한숨뿐·

그런 아린을 보며 루나브는 잠시 지난날의 기억을 들춰보았다·

때는 새로 부임했던 보리스 르헬름 교관이 자신들의 앞에 처음 나타났을 시점·

당시 보리스에게 마나 구체를 넘겨주려던 아린을 시안이 손을 잡으며 막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보았던 시안의 얼굴을 루나브는 여직 잊을 수가 없었다·

분노 증오 살의·

그녀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당장 누구든 죽일 것 같은 기세·

마치 아린을 누군가에게 뺏기기 싫어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것만 같았다·

평소와는 사뭇 달랐던 모습에 흥미가 느껴지긴 했으나 루나브는 당시 속으로 생각했다·

‘아린 선배가 소중한가 보네·’

자신밖에 모를 것 같던 사람이 저렇게 남을 위해 분노하다니·

그만큼 시안에게 있어 아린이 어떤 존재인지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에 루나브가 외마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샘나네요·”

“응?”

잘못 들었다 생각한 아린은 두 눈을 깜빡였다·

“어차피 약혼은 형식적인 거잖아요· 약혼한다 해서 당장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그 그렇지····”

사실 중간에 깨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럼 아직 시간이 많다는 거잖아요· 그 안에 시안 선배를 아린 선배에게 죽고 못 살도록 만들면 되죠· 전 오히려 당당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하 하지만 그러면 시안이····”

“그렇게 망설이는 모습을 시안 선배는 더 싫어할 거예요·”

그녀의 음침한 눈으로부터 굳은 확신이 돋보였다·

“도움이 되건 안 되건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냥 좋으면 들이대면 되죠· 저처럼요·”

“···?”

루나브는 또 한 번 생각했다·

지난날 황성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 끌어안았던 시안의 모습을 말이다·

상상만으로도 몸이 부르르 떨릴 것 같은 참으로 감미로운 기억이 아닐 수 없었다·

이를 지켜보는 아린의 눈엔 시종일관 의문이 가득했다·

“같이 노력해요· 선배·”

루나브는 아린을 보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 * *

도서관에서 아린과 헤어진 루나브는 기숙사로 되돌아왔다·

정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던 일부 남성들이 그녀를 발견하고선 바로 몰려들었지만 루나브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묵묵히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그녀의 개인 수호 기사인 라멜라가 탐탁지 않은 얼굴로 맞이해주었다·

“어딜 다녀오시는····”

“도서관이요·”

질문보다 빠른 무심한 대답이었다·

“늘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가시는 건 좋지만 적어도 저희에겐 말을····”

“저도 항상 말씀드리잖아요· 이전 같은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 달라고·”

그녀의 부탁 아닌 간청에도 불구하고 루나브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라멜라는 말을 말자는 식으로 고개를 돌렸다·

“라멜라?”

“예?”

“최근 학회에서 진행했던 마서에 대한 연구 자료 좀 가져다 주시겠어요?”

라멜라는 귀를 의심했다·

“마서에 대한 자료 말입니까?”

“네·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까 가능하면 전부 가져다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다소 뜬금없는 요청에 당황한 것도 잠시 라멜라는 곧 자료함에 보관하고 있던 학회의 연구 자료들을 그녀에게 전부 가져다주었다·

대충 전공서 10권 정도의 양이었다·

준비를 마친 루나브는 자리에 앉아 수북이 쌓인 자료들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있기를 약 세 시간 정도·

분석을 마친 그녀가 다시금 라멜라를 보며 물었다·

“이게 다인가요?”

“당장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들은 그게 전부입니다· 더 세부적인 자료들을 원하신다면 학회에 요청해야 합니다·”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그동안 진행되었던 신의 교서에 관한 자료들을 전부 요청해주세요·”

루나브의 어조는 무척이나 단호했다·

“호 혹시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냥 개인적으로 탐구해보고 싶어서요·”

“알겠습니다·”

라멜라는 더 묻지 않았으며 그대로 몸을 돌렸다·

“레미하람····”

나지막이 읊조린 그녀의 혼잣말에 라멜라의 몸이 다시금 돌아갔다·

“자중해주시지요· 루나브님· 마서의 이름을 언급하는 건 학회에서도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까?”

“확실한 건가요?”

“예?”

“마서의 이름을 아는 이들이 저희 학회뿐이란 거 말이에요·”

“물론입니다· 그마저도 학회에서도 얼마 없다는 걸 루나브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실제로 그녀가 지금까지 분석한 자료 중 마서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은 일절 없었다·

학회 내에서도 극소수의 관계자들만이 알고 있으며 학회와 관련 없는 외부엔 일체 발설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학회 사람도 아닌 시안 선배가 그걸 어찌 알고 있었을까?’

어디서 우연히 들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막말로 학회의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전혀 알 수 없었을 상황·

시안을 향한 호기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루나브였다·

* * *

따사로운 주말 아침에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년·

지극히 바람직한 학생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마서에 대해 알아본답시고 지난날 루나브가 골라준 자료들을 어젯밤부터 불태우듯이 들춰봤지만 결국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건 없었다·

이거야 원 모래사장에서 금바늘 찾는 게 더 빠르겠네·

[애쓴다 애써· 그딴 쓸모없는 종이더미 찾아봐야 뭐 한다고?]

“너한테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는데 미리 보험이라도 만들어놔야지·”

[이 밤톨만한 게 진짜!]

분개한 케이람이 주먹을 휘둘렀으나 살짝 목만 움직여 가볍게 피해냈다·

말은 그렇게 했다지만 솔직히 나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건 사실이다·

그 머저리 신이 언급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찾는 일은 없었겠지·

[백날 그러고 있어봐라! 마서가 어디 있는지 나오나·]

아마 백날이 아니고 백년을 이러고 있어도 안 나올 거다·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제국 마법 학회라도 쳐들어가서 정보를 얻어올 수도 없는 노릇인데·

입에선 하염없이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도 도련님 차드세요····”

그런 와중에 에밀리가 차를 내왔다·

“한가한 주말 아침의 독서라니! 교양을 쌓으시려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네요!”

우리 시녀가 아침부터 뭘 잘못 먹었나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런 지극히 정상적인 칭찬을 할 리가 없거든·

살짝 눈동자를 들어 얼굴을 보니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입을 엄청나게 간질이고 있었다·

그 옆에 있는 브라이언까지 포함해서·

“저 도련님···?”

“왜?”

“도련님 약혼하세요? 아린 황녀님이랑?”

“그런가 보지·”

서신을 봤나 보군·

어차피 숨길 것도 아니었기에 딱히 개의치 않았다·

“파파 결혼해?”

덩달아 우리 꼬맹이까지 쪼르르 달려와 물었다·

“그런가 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뭔가 할 말을 많은데 할 수 없어 머리를 쥐어짜는 에밀리의 얼굴이 아주 가관이었다·

니들이 뭔 말을 하고 싶은지 예상은 가는데 난 지금 그거에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거든?

이쯤 되면 이 망할 머저리 신이 나를 골탕 먹이려고 한 건 아닐지 슬슬 의심이····

-쾅! 쾅! 쾅!

주말 아침의 한가로움을 깨부수는 거친 두드림 소리·

누가 들으면 망치로 두드리는 줄 알 것이다·

“아 아침부터 누가?”

“됐어· 내가 나가 볼게·”

확인하려는 브라이언을 세우고 손수 몸을 일으켜 나갔다·

소리만 들어도 대충 누군지 알 것 같거든·

귀찮음이 섞인 한숨과 함께 문을 여니

“오! 진짜로 있었구나 시안 베르트! 복학을 환영한다!”

그대로 문을 닫으려는 걸 간신히 참아냈다·

모래의 바보 아니 모래의 왕자 세트 샤하르칸·

볼 때마다 덩치가 커지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참 부담스러운 녀석이다·

“얼굴 보니 굉장히 한가해 보이는데 어떠냐? 할 일없으면 나랑 대련이라도···!”

“바빠·”

그대로 문을 닫으려는 걸 녀석이 재빨리 틀어잡았다·

“바쁘긴 뭐가 바빠? 얼굴에 한가하다고 덕지덕지 써 붙어 있고만! 너 내가 이 지루한 아카데미에 괜히 있는 줄 아냐? 그나마 네놈이랑 치고받고 해야지 안 그럼 내 투기가····”

서로 문짝을 부여잡으며 실랑이를 하던 것도 잠시 그의 시선이 내 반대쪽 손으로 향했다·

“오! 네놈 이제 보니 꽤 재밌는 책을 읽고 있었군!”

내 시선 또한 자연스레 책으로 향했다·

“네 녀석 우리 왕국 지리에 관심이 있었던 거냐? 그 책은 나온 지 좀 된 거라 지금은 맞지 않는 게 좀 있을 거다! 우리 스파니아 왕국은 하루가 멀게 진화하는 국가거든!”

누가 그 나라의 왕자 아니랄까봐 자랑스럽게 코를 세우고 앉아있다·

물론 지리 같은 걸 공부한답시고 이 책을 읽고 있었던 건 아니다·

내가 보고 있던 건 스파니아 왕국 동남부 ‘노델리’라는 마을에 관한 것·

내용은 별거 없었다·

그냥 마을 구석에 정체불명의 제단이 하나 있는데 과거 신마전쟁 당시 마서를 통해 소환된 마수가 이곳에 봉인되어 있다는 별 시답잖은 지역 전설에 관한 것이었다·

이 역시 딱히 도움 될만한 정보는 아니었기에 그만 구석으로 던져버리려던 참이었다·

“우리 스파니아 왕국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라! 내 친히 답해주도록 하지!”

글쎄 딱히 궁금한 것까진 아니지만 뭐 손해 볼 건 없으니 한 번 물어볼까?

“노델리 라는 곳 알아?”

“알다마다! 왕국 동남부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 조용하고 한적한 데다 그리 덥지도 않아서 개인 수련 장소로 자주 이용했던 곳이다!”

그래도 가본 적은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에 무슨 제단이 하나 있다고 하던데?”

“제단? 제단보다는 유적이 하나 있기는 하지· 구시대의 유적이라서 뭘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진 모르겠다만 가면 꽤 재밌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무려 그 안에 마수가 살고 있거든!”

어이가 없어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마수가 무슨 동네 강아지마냥 흔한 잡종인 줄 아나?

“어라 못 믿는 눈치네? 진짜야! 내가 그놈 잡으려고 호기롭게 들어갔다가 꽁무니 빠지게 도망쳤다니까! 캬하하!”

줄행랑이 뭐 잘한 일이라고 거참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다·

“나름 내 인생의 첫 도망이었다고! 도망 안 치면 죽을 것 같았다니까? 거기 주민들도 들어가지 말라며 극구 만류하더라! 그놈 마수 주제에 이름도 있더라고!”

이름? 종족명이라면 모를까 개인 이름을 가질 정도면 못해도 드래곤 정도 되는 거물급 마수일 텐데?

“이름이 뭐였는데?”

“아 뭐였더라? 레미··· 뭐시기였던 거 같은데?”

음? 잠깐만?

아니지?

머릿속을 스치는 강한 불안감과 함께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툭 던져보았다·

“설마 레미하람이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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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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