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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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식욕 (2)

“나나가 사람을 먹었다고?”

아무리 사람 죽는 것에 무덤덤한 나라지만 이 말에는 차마 반응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일단 듣고 나서 판단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설명을 시작한 브라이언의 표정도 영 좋진 않았다·

“···해서 흔적을 없애기 위해 해당 장소와 시체들은 불로 태워버렸습니다· 잔당들이 더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일단 나나의 흔적을 지우는 게 먼저인 것 같아서····”

처음엔 좀 더듬거리나 싶더니 그래도 전하고자 한 말은 대체로 문제없이 한 것 같다·

“이상입니다····”

그의 말대로 일단 듣고 나서 판단하자는 마음에 얌전히 듣기는 했다·

이에 대한 감회를 논하자면

대견한데?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다·

무단외출(?)을 한 나나를 납치한 건 노예 상인단 즉 인신매매꾼이라 했다·

보호자 없이 거리를 혼자 떠도는 나나를 보고 좋은 먹잇감이다 싶어 납치한 것 같다 하는데 이것도 추측일 뿐 확신은 아니라 했다·

나나를 발견했을 땐 이미 그녀 외엔 아무도 남지 않은 터라 상황을 물어볼 만한 이도 없었으며 나나 또한 이후 충격에 빠졌는지 그저 미안하단 말 외엔 아무런 말도 안 했다고 한다·

내가 온 건 그 일이 있고부터 딱 이틀이 지난 시점·

일이 벌어진 건 둘째치고 일단 브라이언이 상황 판단을 적절하게 한 것도 모자라 뒤처리도 꽤나 깔끔하게 해냈다·

특별히 꼬투리 잡아 지적할 게 없을 만큼 말이다·

“나나를 더 세심하게 돌보지 못한 제 탓입니다· 벌을 내리신다면 달게····”

“아니야· 수고했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것도 잠시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에 번쩍 들어 올렸다·

“예?”

“수고했다고· 어쨌든 다친 사람은 없는 거잖아? 그거면 됐어·”

3초정도 지난 후에야 브라이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만 봐도 마음이 그동안 얼마나 복잡했을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나는?”

“좀처럼 방에서 안 나오고 있습니다· 아까 살짝 확인해봤는데 잠을 자고 있진 않았습니다·”

앞서 듣자하니 이틀 동안 밥도 안 먹었다고 한다·

우리 꼬맹이한테 있어 낮잠과 밥은 없어선 안 될 최고의 행복일 텐데 그걸 거부할 정도라니·

스스로도 충격이 엄청 심했던 모양이다·

결국 달래줄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나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

내가 왔다는 건 아까부터 알고 있었을 거다·

평소라면 가장 먼저 달려와 선물 사 왔냐고 물어봤겠지만 내가 왔음에도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다·

등 돌린 뒷모습에서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던 그녀의 우울함이 엿보였다·

-후욱!

나를 스리슬쩍 보는가 싶더니 급기야 이불을 뒤집어썼다·

꽤나 철벽스런 반응에 조금은 신박할 정도·

이대로 나가기도 뻘쭘하니 일단은 다가가 보았다·

“미안· 지금은 파파 얼굴 못 보겠어·”

침대에 앉자마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왜?”

“나 잘못했잖아····”

“무슨 잘못을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짓궂은 되물음이었다·

“사람을 먹었잖아· 파파랑 브라이언이랑 에밀리 언니랑 똑같은 사람을····”

흠· 그래 그렇긴 한데·

이게 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만 일단 내 입장은 이렇다·

나나는 반은 사람이면서 반은 드래곤이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 거야 당연 문제가 되겠지만 드래곤이 사람을 먹는다고 하면 어떨까?

굳이 비교하자면 사람이 벌레를 먹는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못 먹을 건 아닌데 굳이 찾아서 먹진 않는다는 거지·

사실 벌레 취급이라도 받으면 다행이지 상종하는 것 자체를 혐오하는 드래곤들이 우리 인간을 밥 먹듯이 먹는다?

절대 그럴 일 없다·

우리도 배가 등딱지에 붙을 만큼 굶주린 게 아니고서야 벌레를 먹는 행위 따윈 안 하지 않는가?

뭐 드래곤 중에서도 특이체질은 있다고 즐겨 먹는 부류가 있다고 듣기는 했다만 그것도 극소수일 뿐·

일반적으론 거들떠도 안 볼 것이다·

그래서 나도 좀 의문스럽다·

암만 먹는 걸 좋아하는 나나라지만 얘가 사람까지 먹을 줄은 몰랐단 말이지?

장차 커서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 드래곤이라도 되면 곤란하니 이쯤에서 제대로 된 교정은 해줘야 할 것이다·

“일단 나와 봐· 나나야· 파파 얼굴은 봐야지·”

주저하는가 싶더니 잠시 후 그녀가 이불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나 안 미워할 거야?”

“들어보고·”

조금은 안심이 됐는지 그녀가 꼼지락 꼼지락 몸을 움직이며 옆으로 다가왔다·

“평소에도 사람을 먹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

“아니 전혀! 그런 생각 하나도 안 들었어! 나나도 파파랑 같은 사람이잖아! 사람이 사람을 먹으면 안 되지!”

사람이 사람을 먹으면 안 된다는 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본능 같은 거다·

지금 나나가 이렇게 우울한 이유도 자기가 해선 안 될 짓을 저질렀다는 걸 알고 있다는 의미겠지·

“근데 왜 먹었어?”

“그 그게 그러니까····”

잠시 머뭇거린 나나는 다시 이불속에 얼굴을 파묻으며 말했다·

“냄새가 나서····”

“냄새?”

“응· 그 사람들한테서 굉장히 사악하고 악독한 냄새가 났어· 그냥 한눈에 봐도 나나한테 나쁜 짓을 행할 거라는 걸 알만큼····”

다시 말하면 드래곤 특유의 감각으로 위협을 감지했다는 건데 일단 여기까지 들어봤을 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근데 그 냄새가 굉장히 달콤했어····”

이건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너무 달콤해서 그 자리에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그때부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

허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까?

대륙에 떠도는 설화 중에 ‘모두가 싫어하는 나쁜 일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드래곤이 잡아먹는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나나의 말을 정리해보자면 나쁜 사람들로부터 맛있는 냄새가 풍겨져 왔고 그로 인해 식욕이 생겼다는 거 같은데····

우선 나나는 사람을 만난 경험이 극도로 적다·

어쩌면 이번 사건이 그녀에게 있어 더러운 인간들과의 첫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앞으로 더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어쨌든 자신에게 해코지하려는 놈들을 스스로가 처리한 것이지 않은가?

그럼 된 거다·

같잖은 인륜이나 들먹이며 그녀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속은 괜찮고?”

“응! 완전 멀쩡해!”

“그럼 됐어·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이불 속에 손을 넣어 나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게 했던 내 잘못이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

하지만 조심은 해야 할 것 같다·

이번과 같은 식욕이 계속해서 나타난다면 장차 그녀가 홀로 독립했을 때 굉장히 난해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불속에서 기어 나온 나나는 이내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

뭐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말없이 쭉 보고만 있다·

근심이라도 생긴 것 마냥 눈에는 침울함이 가득했다·

“답답했어·”

“뭐가?”

“그냥 평소랑 다르게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했어· 잠을 자는 동안에도 누군가 부르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나와 봤어·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서····”

나나의 처량한 두 눈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덩달아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이 도시 그녀와 마냥 관련 없는 도시도 아니지 않았던가?

금세 마음을 굳힌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자 나나야·”

“어딜?”

“외출·”

그녀의 눈빛이 다시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석양이 지고 있는 하늘·

나른함을 돋게 하는 따스한 저녁 바람이 불며 피부를 스친다·

노예상인이란 말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갔다·

아마도 2년 전 내가 암살했던 대상인 지커만 알바스의 잔당들이겠지·

우뚝 솟은 언덕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그 당시 지커만을 죽임과 동시에 나나의 알을 처음 발견했었던 상인회 길드의 건물이 보였다·

더불어 죽은 나나의 엄마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지·

“····”

분명 처음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나의 눈에는 마치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귀환자의 아련한 눈빛이 서려 있었다·

본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이곳이 그녀에게 있어 무척이나 의미 있는 장소라고·

“파파·”

“응?”

“난 정말 사람이 맞는 걸까?”

지금 이 순간만이 아니라 가끔씩 묻곤 했다·

자기는 뭐냐고?

그럴 때마다 난 말했다·

사람이라고·

단지 남들보다 조금 특별할 뿐·

현실적으로 말하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할 안타까운 위치이긴 하나 난 그녀에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항상 말해주었다·

“여기 파파랑 내가 처음 만났던 곳이지?”

“어떻게 알았어?”

“그냥 느낌으로 알았어· 뭔가 익숙하면서도 굉장히 그리운 느낌이 들었거든····”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척척 알아내는 기특한 꼬맹이가 아닐 수 없다·

상인회 건물은 지커만이 암살된 이후 폐쇄되어 2년 동안 아무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이따금 갈 곳 없는 거지들 일부가 발을 들였다곤 하는데 그때마다 죽은 노예의 귀신들이 나타나 그들을 전부 쫓아버렸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혹시라도 건물에서 뿜어지는 분위기로 인해 나나가 겁을 먹진 않을까 걱정은 했지만

“한 번 들어가 볼래?”

“응!”

나나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내부는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심각했다·

바닥을 덮친 먼지와 녹슨 벽 그 위를 활개하고 있는 쥐들과 천장에 집을 지은 거미들까지

거기에 여기저기 방치된 쓰레기들로부터 심한 악취까지 풍겨져 왔다·

허나 나나는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얌전히 내 뒤를 따르기만 했다·

마침내 도착한 지하 공간 어딘가·

시체는커녕 그 무엇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신기한 게 있다면 다른 곳들과 다르게 먼지 하나 나앉지 않았다·

딱 사람 한명이 누워있을 만큼의 협소한 공간·

조금 전까지 누가 앉아있었기라도 한 듯 미약한 온기마저 느껴져 있었다·

나는 그대로 몸을 숙이며 바닥에 손을 얹었다·

-우우웅

손에서 마나와 함께 검은 오라가 솟아올랐다·

“뭐 하는 거야 파파?”

“잘 갔다 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그녀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

“···!”

솟아오른 오라가 곧 나나의 몸을 감싸 안았다·

위협을 느끼진 않았는지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다·

나는 한 발짝 물러나 그녀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꼬맹이한테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닐 거라 보는데?]

덩달아 지켜보던 케이람이 나를 보며 물었다·

“언젠가 해줬어야 할 일이야·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고·”

꼬맹이 성장이 워낙 빨라야 말이지·

7성급 어둠 속성 마법 <환각>의 일환이다·

내 기억의 일부를 환영화시켜 대상에게 거짓된 환상을 보여주는 마법으로 지금 나나는 내가 생성한 환영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보고 있을 것이다·

대충 2년 전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전부 말이다·

나나의 엄마가 얼마나 비참하게 죽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다·

단지 깨닫게 해주고 싶은 거지·

너는 엄연한 사람의 몸으로부터 사람의 온정을 받고 태어난 틀림없는 사람이란 것을····

“···!”

환각의 효력이 끝나자 오라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기억을 전부 보고 온 나나는 기쁨의 미소도 슬픔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잘 만나고 왔어?”

“응· 마마가 행복하게 잘 살라며 나를 안아줬어·”

비록 거짓된 환영이긴 해도 그녀에겐 소중한 만남이 되었을 것이다·

“가자 파파! 나 배고파졌어!”

다시금 기운을 차린 나나는 야무지게 일어섰다·

밖으로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느긋하게 쳐다보았다·

어쩐지 키가 좀 더 큰 느낌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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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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