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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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식욕 (1)

“우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시선이 한 데 집중된 상황·

저마다 넋 나간 얼굴로 감탄사를 내뱉기 바빴다·

“진짜 귀엽게 생겼다! 귀족 가문의 딸인가?”

“근데 왜 혼자 돌아다니는 거지? 보호자는 없나?”

“길을 잃은 것 같진 않아 보이는데····”

좀처럼 보기 드문 분홍빛 머리카락에 앙증맞고 또렷한 눈동자·

대충 열 살에서 열한 살 정도로 추정되는 귀여운 소녀 한 명이 브레누의 거리를 자유롭게 누비고 있었다·

보는 이의 얼굴을 절로 붉게 만드는 귀여운 인상에 차마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

허나 소녀는 그런 시선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주위를 둘러보기 바빴다·

‘히힛!’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

시안이 이따금 외출을 시켜주긴 했으나 대체로 사람이 없는 광야나 산이 대부분이었기에 이런 활기찬 사람 냄새를 맡을 경험은 별로 없었다·

황성연회 이후 두 번째 도시구경이지만 시안 없이 집 밖을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

그런 와중 앞에서 식욕을 자극하는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다·

나나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바로 달려갔다·

“어이구! 꼬마 아가씨 어서 오세요! 하나 드릴까요?”

“네 하나 주세요! 아저씨!”

가게 주인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과일이 한가득 올라간 크레페를 건넸다·

나나는 감사 인사와 함께 크레페를 받았고 동전 한 닢을 지불했다·

기대감을 가지며 마침내 크레페를 한입 무니 그녀의 얼굴엔 세상을 다 가진듯한 황홀함으로 가득했다·

“맛있다~!”

보호자 없는 첫 외출이긴 하나 그녀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물건을 사기 위해선 돈을 내야한다는 기본적인 경제관념은 물론(돈은 에밀리의 주머니에서 훔쳤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과도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 또한 책을 통해서 배웠다·

“파파는 뭘 하고 있으려나?”

맛있는 걸 먹으니 자연스레 시안이 떠오르는 건 덤이었다·

언젠가 시안이 말했다·

나나는 아직 밖에 나가봐야 좋을 것이 없으니 안에 있는 것이 안전하며 쑥쑥 자라 어른이 되면 그때는 자유롭게 놔줄 것이기에 그때까지만 말 잘 듣고 있어 달라고·

나나는 그 말에 딱히 서운하지 않았으며 여태껏 잘 들으며 살아왔다·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파파가 한 말이지 않은가?

자기를 사랑해주는 것을 알고 소중히 대해준다는 걸 스스로도 아는 만큼 큰 불만 없이 지금까지 잘 살아왔었다·

하지만 오늘은 참을 수 없었다·

한가롭게 낮잠을 자는 도중 꿈속에서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낯선 목소리에 잠이 깨버렸는데 평소와 다르게 마음 한 켠이 울적한 느낌을 받았다·

줄곧 느껴보지 못했던 답답함이 그녀의 마음을 변화시켰으며 결국 브라이언과 에밀리가 나간 사이 무단 외출을 감행하고 만 것이다·

물론 그들이 올 시간에 맞춰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정신없이 크레페를 먹다보니 어느새 서쪽하늘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앗! 큰일이다! 브라이언이랑 에밀리 언니가 올 시간인데!”

남은 크레페를 한입에 집어넣은 나나는 황급히 집으로 향했다·

사고는커녕 특별한 해프닝조차 없었던 나름 완벽한 외출이라 자부하며 달려가던 순간

“···!”

대뜸 건장한 체구의 남성 두 명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험악한 인상을 가진 한눈에 봐도 좋은 느낌이 들지 않는 부류·

나나로선 태어나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완전 생초면의 인간들이었다·

그들로부터 부정적인 기류를 느꼈는지 흥이 가득했던 나나의 얼굴이 한순간 굳어버렸다·

대로변 골목 모퉁이 석양 그림자에 묘하게 가려져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버린 상황·

두 명의 남성은 나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킁킁!”

이에 나나가 코를 내밀며 그들의 냄새를 맡던 것도 잠시

-쑤욱!

뒤에서 나타난 또 한 명의 남성이 그녀에게 복면을 씌웠다·

그러자 먼저 나타났던 두 명의 남성이 기다렸다는 듯 나나의 몸을 낚아채 골목 쪽으로 빠르게 달아나버렸다·

나나가 있던 자리엔 쓸쓸한 먼지만이 휘날리고 있었다·

* * *

“대박이야 대박! 오늘 완전 제대로 된 걸 낚았어!”

아지트에 들어선 남성들은 저마다 희열을 감추지 못해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그녀를 처음 본 일행들은 놀랍다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엥? 뭐야? 설마 귀족의 딸을 납치한 거야?”

딱히 귀족 혈통이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 건 아니었지만 누가 봐도 귀족의 여식이라 할 만큼 곱상한 얼굴이었기에 그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알게 뭐야? 신분 세탁하고 팔면 어차피 누가 누구인지도 모를 텐데! 낄낄!”

“걱정 마! 최근 브레누에 들어온 외부인 중에 귀족은 없었다고 이미 확인하고 오는 길이니까! 아마 돈 좀 있는 어느 장사꾼의 딸이겠지!”

급기야 다른 곳에 있던 남자들까지 하나둘 모여 나나를 흥미로운 눈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키야! 이거 그동안의 적자를 다 메꾸고도 남을 상인데? 늙어빠진 대머리 부호들이 특히나 더 좋아하겠어!”

품위 없는 대화와 욕설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나나는 아무런 반응 없이 멍한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에 호기심을 느낀 한 남성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근데 얜 왜 이렇게 눈이 멍해? 충격에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거야?”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보고 턱을 잡으며 이리저리 굴려보기도 했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냅 둬! 오히려 멍한 상이라 더 인기 있을지도 모른다고!”

“거 보면 볼수록 신기한 꼬맹이네? 내가 진짜 많고 많은 노예들을 봐왔지만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계집은 처음 본단 말이지? 암만 봐도 제국인은 아닌 것 같은데?”

호기심과 더불어 흥미로움까지 피어오르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

결국 이들에게 있어 나나는 자신들의 배를 불리게 해줄 특급 상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이 꼬마 아가씨! 무서워할 것 없어! 우리 나쁜 사람들 아니니까! 오히려 좋은 곳에 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거라고!”

씨알도 안 먹힐 소리라는 걸 아는지 나나는 여전히 무반응이었다·

다만 시선만큼은 눈앞의 남성에게 또렷이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지 말고 좀 웃어봐! 그래야 우리 고객님들이 좋아한다고! 이렇게? 어? 이렇게 말이야!”

남성은 급기야 그녀 앞에서 입을 크게 벌리며 기괴한 웃음을 남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이들은 말릴 기세 없이 키득대며 지켜볼 뿐이었다·

“헤에····”

줄곧 멍한 상태로 있던 나나가 갑자기 헤벌쭉 입을 벌리며 웃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남성은 눈을 의심했다·

“뭐 뭐야 이거?”

크게 벌어진 입속 날카롭게 돋아난 두 개의 송곳니·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기이했다·

“냄새····”

덩달아 흐리멍덩했던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날 선 붉은 눈동자로 변색하기 시작했다·

“히이익!”

거부감을 느낀 남성이 뒷걸음질 치던 것도 잠시

-콰직!

살점이 뜯겨나가는 잔혹한 소리와 함께 남성의 눈앞으로 붉은 핏물이 솟구쳤다·

“아아아악!”

숨이 끊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지켜보던 이들의 얼굴이 전부 돌처럼 굳어버렸다·

“사 살려줘···!”

바닥에 엎어진 남성은 어느샌가 잘려나간 한쪽 팔을 붙잡으며 고통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냄새 냄새가 나····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아주아주 맛있는 냄새가····”

반쯤 감겨있는 눈과 피로 범벅된 입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괴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대 대 대체··· 뭘 데려온 거야?!”

일부는 다리가 풀린 나머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머리 양옆으로 솟아오른 두 개의 뿔·

기지개를 피듯 양쪽으로 쫙 펼쳐진 날개·

흥얼거리듯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정체불명의 꼬리까지·

인간은 본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것에 대해 가장 큰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지금 그들에게 있어 그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어디서 왔는지 왜 존재하는지 무슨 목적으로 나타났는지 아무것도 모를

한 명의 포식자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늘 그렇듯 식사준비를 끝낸 나나의 얼굴은 황홀감에 젖어있었다·

* * *

“그래· 그 분홍머리 꼬마 아가씨 내 기억하고 있소! 그 귀여운 얼굴을 기억 못하는 게 이상하지!”

나나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게를 정리 중이던 한 상인으로부터 그녀가 크레페를 사 먹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이 꼬맹이는 돈이 어디서 나서 그런 걸 사 먹었대?”

어이가 없는 마음에 에밀리는 혀를 내둘렀다·

당돌하다 못해 참으로 기특할 지경·

정작 자신의 주머니에서 꺼내 갔다곤 생각조차 못 했다·

“언제쯤에 다녀갔었습니까?”

“얼마 안 됐소· 한 시간 조금 안 됐으려나? 해도 슬슬 지고 있을 시간이었으니 나도 집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었지·”

어느 정도의 작은 단서를 얻긴 했으나 그것만으론 나나가 어디로 갔는지 알기엔 역부족이었다·

해도 어느새 다 져가고 있는 만큼 사람들로부터 단서를 구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여태 얌전히 잘 있던 애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담? 어떡할 거예요 브라이언? 이런 식으로 계속 물으면서 찾을 거예요?”

혹여나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를 상황에 이런 식으로 찾는 건 너무 시간 낭비였다·

곰곰이 머리를 굴리던 브라이언은 이내 수가 떠오른 듯 그 자리에서 마나를 발현했다·

“뭐하려고요?”

“마법을 써서 찾을 생각입니다·”

시안과 수련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마나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시안이 가르쳐준 마법 하나가 있었다·

바람속성이기도 했던 그와 매우 잘 어울리는 마법이라 했으며 가끔씩 사람 찾을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니 익혀두면 좋을 거라 했다·

-띠링

작게 떠오른 녹색의 마나 구체가 대뜸 바람을 일으키며 브라이언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킁킁·”

급기야 강아지가 먹이냄새를 맡듯 눈을 감으며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에밀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언뜻 시원한 냉 바람을 일으켜 기분전환을 해주는 마법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것은 주변에 서려 있는 피내음을 바람에 실려 코끝으로 전달시켜주는 일종의 기척 감지마법이었다·

만약 냄새가 풍겨오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려주는 만큼 흔적을 추적하기에도 유용한 마법이었다·

“···!”

뭔가 냄새를 맡은 듯 브라이언의 눈이 한순간 번뜩였다·

“왜요? 찾았어요?”

“아 아뇨· 그렇다고 말하긴 애매한데····”

브라이언은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은은한 바람에 실려 코끝을 찌르는 아찔한 피 냄새·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거기에 나나의 피 냄새는 섞여 있지 않았다·

대신 참혹한 학살이라도 벌어진 듯 못해도 열 명 이상의 난잡하게 어우러진 피 냄새가 그의 후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황급히 냄새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 같이 가요 브라이언!”

장소는 멀지 않았다·

대로변에서 살짝 떨어진 햇볕이 들지 않는 빈민촌 한가운데·

굳건히 닫혀있는 한 나무문 너머로 지독한 피 냄새가 잔뜩 풍겨왔다·

숨을 한번 들이킨 브라이언은 그대로 문을 열었다·

“웁!”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억눌려있던 피 냄새가 한순간에 훅하고 들었다·

본능적으로 코를 막은 브라이언은 조심스럽게 안을 살펴보았다·

“쩝쩝····”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쩝쩝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나나가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내는 소리와 무척이나 유사한 느낌·

이에 다급해진 브라이언이 공간 안으로 들어선 순간

“···!”

눈앞에 벌어진 실로 엄청난 광경에 브라이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왜요? 브라이언 안에 뭐가 있···?”

그러다가도 뒤따라 들어온 에밀리의 눈을 황급히 가려버렸다·

“뭐 뭐에요? 왜 그러는데?!”

“안 보시는 게 여러모로 좋으실 겁니다····”

그러면서도 브라이언의 시선은 계속 눈앞의 존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새로운 사람이 왔다는 걸 인지했는지 소리의 주인이 마침내 고개를 돌렸다·

“왔어 브라이언?”

브라이언은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시안과의 첫 만남 이후 그에게 있어 무척 잔혹하고 해괴했던 순간이 오늘 새롭게 갱신된듯한 기분이었다·

“오늘 저녁은 안 먹어도 될 것 같아····”

포만감으로 가득한 그녀의 눈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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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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