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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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황실의 순방 (4)

사라진 2황녀를 찾기 위해 골짜기를 수색하던 엘리스는 문득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그녀가 열세 살이었을 무렵·

당시 로열 아카데미에서 대규모 검술 대련이 개최된 적이 있었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했으며 학기 성적에도 반영되었던 만큼 모두가 예외 없이 참가해야 하는 행사였다·

이는 엘리스와 동기였던 비올렛 황녀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마법에는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황녀였지만 검술 같은 신체 활동에 대해선 하는 것 자체를 꺼렸던 만큼 그녀가 이번 대련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적지 않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련이 시작되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비올렛 황녀의 순서가 찾아왔지만

황녀는 결국 대련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몸 쓰는 걸 싫어하는 그녀가 기권한 것이라 생각해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라진 황녀를 대련장뿐만이 아닌 아카데미 어디를 뒤져봐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황녀의 수호 기사들은 물론 아카데미 쪽에서도 난리가 났으며 실종된 그녀를 찾기 위해 검술 대련이 일시 중지되기까지 했다·

전 인력을 동원해 기숙사 곳곳을 뒤져보기도 하고 혹여나 있을 마력이라도 감지하고자 탐지마법까지 동원해 도시 전체를 찾아봤지만 어떠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패닉에 빠져있던 찰나

비올렛 황녀는 해질녘이 되고나서야 자신의 방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극히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사라진 이유는 간단했다·

검술 대련에 참여하기 싫어 끝날 때까지 숨어있었다는 것이었다·

숨은 것 자체는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 쳐도 아카데미의 전 인력이 동원했는데 그녀 하나를 못 찾았으니 당시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제국의 황녀가 마수의 근거지에서 사라진 초유의 사태·

어째서인지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는 엘리스였다·

“엘리스님?”

상념에 잠긴 그녀를 세실리아가 일깨웠다·

“미안 세실리아! 잠시 생각 좀 하느라····”

화들짝 놀란 엘리스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사방으로 흔들었다·

“이쪽에서 마력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세실리아는 삭막한 바람이 불어오는 골짜기 한쪽을 가리켰다·

자연적으론 절대 발생할 수 없는 인위적인 마력의 기운이 정말로 느껴지고 있었다·

“이쪽이라면 블러드 리버가 있는 곳이지?”

잔잔히 흐르는 물소리마저 아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네· 한데 엘리스님· 안색이 무척 안 좋으신 것 같습니다만····”

그녀의 근심 가득한 얼굴에 세실리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엘리스로선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안색이 안 좋은 이유도 사실 한둘이 아니었기에

비올렛 황녀가 마나를 발현하는 것까지 봤던 엘리스로선 지금의 상황도 황녀의 자작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안 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제일 신경 쓰이는 것 한 가지는

‘에쉘 오빠도 모르는 일인 건가?’

감정에 동요되어 이를 갈았던 그의 반응·

장담하건대 그것은 결코 거짓된 모습이 아니었다·

그 또한 황녀의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에 무척이나 당황한 것만 같았다·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엘리스님· 황녀님께선 무사하실 겁니다·”

이에 세실리아가 엘리스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위로해 주었다·

“고마워 세실리아·”

일단은 황녀를 찾는 것이 최우선인 만큼 그들은 마력이 느껴지는 블러드 리버로 황급히 이동했다·

“황녀님!”

핏빛의 붉은 지류가 흐르는 블러드 리버 어귀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비올렛 황녀가 보였다·

눈은 감고 있지만 숨은 정상적으로 쉬고 있었으며 심각하게 다친 곳 또한 없어 보였다·

“다행입니다· 무사하신 것 같아요·”

안심하고 있는 세실리아와 달리 엘리스의 불안한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마수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본거지에서 이렇게 평온한 상태로 쓰러져 있다?

애초에 기절해 있다는 것 자체가 의문스러운 일이었다·

이에 엘리스가 조용히 읊조렸다·

“일어나세요· 황녀님·”

진중하면서도 무거운 어조였다·

“에 엘리스님?”

당황한 세실리아가 불러봤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깨어있으신 거 다 압니다· 기절한 척 마시고 그만 일어나 주세요·”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것도 잠시

슬그머니 눈을 뜬 2황녀가 아무렇지 않게 몸을 일으켰다·

“연기가 너무 티 났나요?”

현 상황이 별로 심각지 않다는 듯 생긋이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정색을 유지하고 있는 엘리스와 너무나도 대비되었다·

“무섭네요· 엘리스· 빨리 이 상황을 설명하지 않으면 절 안 보내줄 것 같은 눈빛이에요·”

이곳은 엄연한 마수들의 생태지·

그녀의 말마따나 엘리스는 현 상황을 스스로가 이해하지 않는 이상 이곳을 떠날 기미는 없어 보였다·

“굳이 변명하진 않을게요· 엘리스는 봤죠? 제가 스스로 마법을 써서 사라진걸?”

엘리스는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엘리스로선 의문 가는 게 한둘이 아닐 거예요· 제가 왜 사라졌을 지를 생각하기 전에 저란 존재가 이곳엔 왜 왔을지 그리고 왜 하필이면 당신의 오빠인 에쉘 공과 함께 왔을지 모든 게 다 의문이겠죠·”

그녀의 심중을 제대로 꿰뚫은 말이었다·

“이런 말 하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엘리스 양은 이번 순방에 제 오라버니가 아닌 제가 와서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지도 몰라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만약 우리 오라버니가 왔더라면 이 골짜기는 지금 마수들과의 전투로 쑥대밭이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바마마로부터 꾸중을 들은 오라버니는 자숙을 하게 되었고 본 계획에 핵심 인물이란 사람도 지금 다른 곳으로 가버렸으니 결국 이번 순방은 제가 이끌게 됐죠·”

“마수들과의 전투라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흥분한 엘리스는 급기야 황녀와 눈을 마주하며 소리쳤다·

황녀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우리 오라버니는 참 영악해요· 그건 피를 공유한 제가 제일 잘 알죠· 비록 본 계획을 실현시킬 순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얌전히 있을 사람도 아니라는 거예요· 이번 순방처럼····”

엘리스로선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사람은 죽고 싶어 하지 않아요· 사람뿐만이 아닌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이 다 그렇죠·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쿵!

“지금의 행동 역시 제 살기 위한 몸부림이에요·”

대뜸 묵직한 생명체의 발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소리와 더불어 위협을 느낀 엘리스는 즉시 뒤를 돌아보았다·

“크르르····”

살기 어린 눈으로 침을 뚝뚝 흘리고 있는 다수의 헬하운드들의 그녀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에 엘리스는 검을 뽑으며 마수들과 대치하였다·

그나마 하급 마수라는 것이 다행일 따름이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황녀님을 전선 밖까지 모실 터이니 얌전히 따라주세요·”

허나 시간을 지체할수록 고위험의 마수들까지 출현할 수 있는 만큼 한시라도 빨리 안전지역으로 대피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죠· 가야죠· 하지만 엘리스는 못 가요····”

-기이잉

청아한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솟아오른 투명한 빛이 주변을 빠르게 잠식했다·

당황한 엘리스가 바로 뒤를 돌아본 순간

-푸욱

싸늘한 도신의 감촉이 그녀의 오감을 자극했다·

복부로부터 엄습해오는 아찔한 고통에 순간 머리가 멍해지기까지 했다·

엘리스는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눈동자를 서서히 아래로 내려 보았다·

시퍼런 서슬 끝에 이어진 검자루

그리고 그것을 붙잡고 있는 익숙한 누군가의 손·

손을 타고 자연스레 이어진 시선은 마침내 자신을 찌른 당사자와 마주하게 되었다·

“세 세실리아···?”

일말의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굳은 소나무의 눈이 엘리스를 응시하였다·

베르트 가를 지키는 검이라 항상 당부해왔던 기사가

한때는 가족보다 더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그녀가

엘리스를 찌른 것이다·

“왜? 세실리아 대체 왜···?”

-스윽

“커헉!”

감정에 복받친 물음에도 불구하고 세실리아는 말없이 검만 빼내었다·

마치 어떠한 변명이나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는 듯한 모습·

대신 그녀의 뒤에서 조소를 짓고 있던 비올렛 황녀가 입을 열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말아줘요 엘리스· 당신은 대륙의 평화를 위해 몸을 바치기로 맹세한 빛의 기사잖아요? 당신은 저를 위해 마수와 싸우다 죽은 명예로운 기사가 될 거예요·”

말을 마친 황녀는 대뜸 품에서 병 하나를 꺼내 안의 내용물을 주변에 흩뿌렸다·

검붉은 빛깔이 도는 것이 피로 보였지만 또 사람의 피는 아니었다·

“엄한 몸부림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했으면 해요· 비록 일은 이렇게 되었지만 난 엘리스가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하지만 엘리스는 이미 생전 경험하지 못한 너무나도 큰 아픔을 겪고 있었다·

단순히 몸에 칼이 꽂혀서가 아닌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아픔이 그녀를 더욱 쓰라리게 만들었다·

-털썩

한쪽 다리가 풀린 엘리스는 마침내 무릎을 꿇었다·

“그럼 잘 있어요· 엘리스····”

자비 한 점 없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황녀는 몸을 돌렸다·

그런 황녀의 뒤를 엘리스의 기사 세실리아가 따랐다·

“세 세실리아····”

대답 없는 부름에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

슬픔 절망 허탈·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전신을 옥죄이고 있는 상황에서 엘리스가 알고 싶은 건 딱 하나였다·

‘세실리아는 왜 나를 배신한 거지?’

하지만 세실리아는 그 궁금증에 끝까지 답해주지 않았다·

다만 황녀와 함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려는 그 마지막 순간

“····”

그녀가 뒤를 돌았다·

연민·

그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자신을 가련하게 여기는 듯한 모습·

거기엔 어떠한 자괴감이나 죄의식조차 볼 수 없었다·

이에 엘리스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냥

처음부터 자기 사람이 아니었음을·

“크르르····”

한탄의 시간조차 그녀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상처를 입고 홀로 남겨진 엘리스는 어느샌가 굶주린 마수들의 식사 거리로 전락하였다·

공간 저편에선 피 냄새를 맡고 달려오는 또 다른 마수들의 기운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으득

한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엘리스는 이를 갈았다·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잡았으며 곧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빠르게 인지해보고자 했다·

피는 흘리고 있으나 상처는 생각보다 깊지 않았다·

검을 휘두른 것은 물론 마법 또한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으며 앞에 있는 마수들도 아직은 상대하기 쉬운 하급 마수들뿐이었다·

일단 마수들부터 빠르게 처리한 뒤 주변에 있을 나머지 기사들과 빠르게 합류한다·

그다음 전선 지역으로 복귀해 지금 자신이 겪은 일을 빠짐없이 낱낱이 보고를····

낱낱이 보고를····

누구한테 해야 하는 걸까?

빛의 기사단? 황군?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두 당사자가 있는 곳인데 이미 수를 써놓고도 남았을 것이다·

공작?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피를 나눈 가족이다·

특히 공작은 단순히 딸이어서가 아닌 가문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서 그녀를 끔찍이 여기고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명이 다할 때까지 그녀가 온전히 살아 있어 주기를 누구보다 바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공작의 곁엔

그가 있지 않은가?

형제이지만 결코 믿을 수 없고

그 어린 시절의 자신을 죽이려고도 했던

에쉘이 말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자신을 보며 웃고 있진 않을지

하염없이 흔들리는 검이 그녀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과연 자신은 이 상황을 타개하고 복귀했을 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엘리스의 눈에서 점차 초점이 사라져갔다·

무엇하나 기댈 곳이 없는 자신·

그런 상황에 돌아가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컹!”

거친 포효와 함께 마침내 헬하운드들이 달려들었지만 엘리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삶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내버려 두려는 듯·

그녀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서걱!

코앞에서 들려온 생생한 검의 소리·

소리에 반응한 엘리스의 눈이 번뜩 뜨였다·

“···!”

붉은 피바람에 휘날리는 칠흑의 망토·

얼굴을 가리고 있는 흑색의 가면·

살벌한 혈기를 뿜고 있는 자줏빛의 단검까지·

엘리스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이 정체불명의 존재를·

자신은 분명 본 적이 있다고·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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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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