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09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제109화· 황실의 순방 (3)

황실 일가의 순방은 당연하겠지만 황제와 동일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최전선 레메아 골짜기까지 자유롭게 다녔던 황제와 달리 황녀와 황자들에겐 제한된 구역까지의 순방만 허용했다·

신변의 안전을 위한 일이었던 만큼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황실 일가 쪽에서도 추가 순방을 요구하진 않았다·

그렇게 순방의 첫째 날이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경계문 바깥에 위치한 황실의 별장·

황실 기사의 안내를 받은 엘리스는 잠시 후 한 방문 앞에 이르렀다·

-똑똑

딱시 긴장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편한 마음도 아니었기에

노크와 동시에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들어오세요·”

방의 주인이 출입을 허가하니 엘리스는 주저함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와요· 엘리스!”

고대했던 손님이 들어오자 방의 주인은 환희에 찬 미소로 반겨주었다·

우시프 제국의 2황녀 비올렛 세벨러스·

엘리스를 이곳으로 초대한 장본인이었다·

“못 본 사이에 더 멋있어지고 늠름해지셨군요? 너무 눈이 부셔서 함부로 마주하지도 못하겠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는 것 같은 모습·

나이도 동갑에 로열 아카데미 동기라는 접점이 있긴 하나 사실 사적인 이야기까진 주고받을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2황녀 자체가 어느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려 하지 않았다·

1황자와 다르게 황녀치곤 얼굴을 드러내는 것조차 싫어할 만큼 굉장히 내성적이었으며 이로 인해 대외활동에도 잘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로 무능한 황녀는 아니었다·

그녀는 디오네 황제의 다섯 자식 중 8성급에 달하는 황제의 마법능력을 가장 잘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실제로 로열 아카데미 졸업 당시엔 엘리스와 더불어 유일한 6성 등급 달성자이기도 했다·

“미안해요· 내 응석을 들어줘서· 엘리스 양이 곁에 있어 주면 매우 든든할 것 같아서····”

그런 그녀가 다름 아닌 엘리스에게 개인 호위를 부탁한 것이다·

황실 일가의 수호라는 개인 임무와도 연관이 있던 만큼 엘리스로선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아닙니다· 저란 존재가 황녀님께 도움이 될 수 있어 무척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엘리스는 지극히 정석적인 어조로 답했다·

“참으로 든든하네요· 베르트 공작가의 자제님들로부터 이리 보호받을 수 있어서····”

호의가 담긴 언행에도 불구하고 엘리스는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직선을 그렸던 입술이 작게나마 휘어질 뿐이었다·

대화를 끝낸 엘리스는 즉시 별장에서 나와 기사단의 거처지로 몸을 옮겼다·

둥근 보름달이 태양보다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는 밤하늘·

그 아래론 그녀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에쉘이 자리하고 있었다·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다· 엘리스·”

에쉘은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별 말씀을요· 어차피 빛의 기사단으로부터 받은 제 임무도 황실 일가의 호위였습니다· 그 임무를 착실히 수행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죠·”

“나도 다른 기사가 아닌 네가 황녀님을 지켜준다 하니 마음이 매우 든든하구나·”

얼핏 들으면 에쉘과 비올렛 황녀가 매우 돈독한 관계인 것처럼 보일 법했다·

허나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는 엘리스로선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황녀님의 수행원은 왜 자처하신 건가요?”

옅은 미소와 함께 엘리스의 눈이 찌릿하고 반짝였다·

“···드디어 물어보는구나·”

질문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에쉘 역시 능글맞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황자님의 부탁이 있었다·”

“루이넬 황자님 말인가요?”

“그래· 몸이 안 좋은 자신을 대신해 그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칠 수 있도록 내게 부탁하셨지· 황녀님께서도 원하신 일이었고·”

“비올렛 황녀님과는··· 원래부터 친분이 있으셨던 건가요?”

에쉘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이번 순방에서 처음 뵌 셈이지· 오히려 아카데미 동기였던 네가 더 친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한데 아니었던 모양이구나?”

“네· 워낙 내성적인 분이셔서 저조차도 얼굴을 뵌 적이 그리 많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가 끊긴 순간 이어지는 고요한 정적·

엘리스는 아직 뭔가를 더 원하고 있는 것만 같다·

“더 할 말 있니?”

“끝인가요?”

순간 에쉘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무엇이 말이냐?”

“황녀님의 수행을 자처하신 이유 말이에요· 정말로 그게 끝이신가요?”

엘리스는 눈엔 진지함이 가득했다·

“무슨 의도로 묻는 건지 모르겠구나? 혹 내게 다른 목적이라도 있다고 생각한 거니?”

능글맞던 어투도 다소 무겁게 가라앉았다·

서로는 서로의 기운에 반응하듯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냥요·”

엘리스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초연하게 웃었다·

“뭔가 오라버니라면··· 좀 더 대단한 생각이 있으실 줄 알았거든요·”

말투는 가벼웠을지언정 안에 담긴 의미는 그렇지 않았다·

“대단한 생각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거니?”

“그거야 모르죠· 오라버니 기준에서 대단한 게 어떤 건지 전 모르니까····”

순간 에쉘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좋아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것을 의식하지 않으려는 듯 엘리스는 자연스레 시선을 돌렸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오라버니·”

엘리스는 에쉘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서로는 서로가 보지 못할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감정이 잔뜩 담겨있는

일촉즉발의 시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 * *

순방 둘째 날·

금일 예정된 순방 구역은 서쪽 황폐한 숲 일대·

안전상 마수가 직접 출몰하는 구역까진 못 가더라도 숲 특유의 메마른 분위기만큼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황량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제 오감을 자극하는군요· 이곳에 있는 동안엔 한시도 긴장을 놓아선 안 될 것 같습니다·”

3황자 파비앙이 숲에 대한 감상을 표하자 동생인 네로비앙도 받아쳤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이런 곳까지 사수하기 위해 매일같이 고생하는 전선 기사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순방을 전체적으로 이끄는 건 3황자와 4황자였다·

순방의 총책임자인 2황녀는 순방보단 주변 풍경에 관심이 있는 듯 행렬 중간에서 느긋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황녀의 뒤엔 개인 수호 기사 자격으로 붙은 엘리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황녀는 자신과 다르게 주변에 대한 감상을 서슴지 않게 행하는 동생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말했다·

“우리 동생들 참 대단하네요· 마치 열정 있고 탐구심 많은 학생 같아요·”

허나 황녀의 말과 다르게 지금 황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저 보여주기식 겉치레에 불과했다·

그걸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모르는 이는 없었으며 이는 2황녀 또한 모를 리는 없었다·

“엘리스 양도 동생들이 있다고 했죠?”

“네· 로열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그저 사이가 어떻냐는 단순한 질문일 수 있지만 엘리스는 그 말이 참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누나로선 마냥 귀엽게 보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생각하고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라···· 참 듣기 좋은 말이네요·”

비올렛 황녀의 발걸음이 돌연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를 인지한 엘리스는 딱히 의식하진 않은 채 자연스레 그녀의 속도를 맞춰주었다·

“제국을 대표하는 황녀로서 또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 누나로서 우린 항상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어야 하죠· 어쩔 땐 본연의 모습까지 철저하게 감춰낸 채로····”

황실의 피를 이어받음으로써 자연스레 지게 된 의무·

그녀의 말마따나 어쩌면 평생 동안 자신을 감춰야 하는 일종의 가면을 쓰게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부분에 대해선 엘리스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엘리스 양은 다른 것 같아요·”

“네?”

“지금의 모습이 정말 가식하나 없는 본연의 모습···· 참 부럽습니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엘리스가 잠시 얼을 타던 사이

-펑!

갑자기 동쪽 하늘에서 노란빛 광채가 치솟았다·

마수 출몰의 신호였다·

다행히 거리가 멀어 마수와 직접적으로 마주칠 일은 없어 보였다·

“황녀님과 황자님들을 모셔라!”

베르트 공작은 즉시 대피 명령을 내렸다·

선두에서 자신만만하게 나아가던 황자들은 바로 기사들 품으로 숨어버렸다·

이에 엘리스도 비올렛 황녀를 급히 보호하려던 순간

“황녀님 어서 대피하심이···!”

그녀는 보았다·

비올렛 황녀가 발밑 바로 아래에 오색 빛의 투명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음을·

그와 더불어 허벅지 옆으로 가린 그녀의 손가락에서 푸른 마나의 빛이 발현되고 있음을·

엘리스는 바로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저건 필시 ‘공간 전이 마법’이라고····

0초와 1초·

정상적인 사고활동조차 할 수 없는 그 찰나의 시간·

엘리스는 그 시간 동안 부디 자신이 잘못 보고 있음을 미치도록 바랬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다르게

-슈욱!

비올렛 황녀는 순식간에 모두의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화 황녀님께서 사라지셨습니다!!”

기사들은 곧 패닉에 휩싸였다·

황군은 물론이거니와 숱한 경험이 있는 전선의 기사들까지·

아무런 전조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현상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일부는 발조차도 떼지 못했다·

이는 엘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정신 차려라 엘리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이는 다름 아닌 에쉘이었다·

“진정하고 무엇을 보았는지 내게 말해주거라· 황녀님께선 어찌하여 갑자기 사라지신 것이냐?”

엘리스는 얼떨결에 답했다·

“그 그게 황녀님께서 마법을 쓰신 것 같습니다·”

“마법?”

에쉘의 미간이 심히 움츠러들었다·

“네! 분명 사라지시기 직전 발밑에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또 확실하진 않지만 손에서 마나를 발현하신 것이····”

엘리스는 자신이 말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는 황녀가 지금 있는 곳을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일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

순간 엘리스는 보았다·

에쉘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심히 요동치는 이빨을·

누가 봐도 이를 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전군! 지금부터 모두 흩어져 황녀님을 찾아라! 레메아 골짜기 전부를 뒤져서라도 반드시 찾아야 한다!”

곧 공작의 명령이 떨어지면서 잠시 굳어버린 기사들의 정신이 일깨워졌다·

그들은 황급히 수색조를 편성해 골짜기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