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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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황실의 순방 (1)

황성에 있던 엘리스 누나로부터 편지가 왔다·

그녀의 복잡한 심경을 담은 장문의 편지였지만 대충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성녀의 세례를 받고 정식으로 빛의 기사가 되었다는 것·

단순히 입단한 걸로 끝난 게 아닌 세례 후에 바로 첫 임무를 받았다고 한다·

기밀이라 알려줄 순 없지만 늘 그래왔듯 최선을 다해서 임할 것이라는 각오도 엿보였다·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누나가 될게·’

마지막 줄에 쓰인 이 문장이 어째서인지 내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전생과 다를 것 없는 흐름·

누나는 기밀이어서 알려 줄 수 없다 했지만 난 그 임무가 뭔지 이미 알고 있다·

황제의 전선 순방 호위·

중요한 건 그 순방에 황제는 참석하지 않는다·

정정하자면 황실 일가의 전선 순방 호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사실은 본의 아니게 아린 황녀로부터 들었다·

“아바마마께서 또 지병이 도지신 모양이야· 크게 걱정할 건 아니라지만 이번 순방은 포기하셨대 대신 비올렛 언니께서 가시려는 모양이야·”

“2황녀님께서 말입니까?”

“응· 나도 의외라고 생각했어· 보통은 이럴 때 루이넬 오라버님이 가셨거든· 하지만 이번엔 오라버니께서도 몸이 안 좋아지셨는지 언니에게 자기 대신 순방을 부탁하셨대· 거기에 파비앙 네로비앙 오라버니들도 함께 가시려는 모양이야·”

장남이 아닌 장녀를 주축으로 꾸려진 멤버·

즉 맏이와 막내를 제외하곤 전부 간다는 소리다·

이 역시 전생과 다르지 않았다·

지류(支流)가 조금 틀어졌다 해서 본류(本流)의 흐름이 변하진 않듯

결국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누나는 전생과 똑같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말겠지·

불현 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번의 인생을 살았고 남들은 없을 두 번째 인생까지 살고 있는 이른바 회귀자다·

그럼 회귀자의 이점은 뭘까?

미래를 알고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나를 비롯해 수많은 자의 미래를 변화시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미래 중 하나가 아직 변하지 않았다·

누나의 죽음·

내 인생에 있어 반드시 바꿔야만 하는 첫 번째 순간·

이 미래를 바꾸지 않는다면

난 평생에 다시없을 후회를 또 한 번 겪게 될 것이다·

“파파! 왜 이렇게 얼굴이 안 좋아? 무슨 일 있어?”

한참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우리 꼬맹이가 다가와 물었다·

“사람은 우울할 때 단걸 먹어야 기운을 차린대! 파파도 하나 먹어!”

나나는 손에 들고 있던 큼지막한 눈깔사탕을 내게 건네주었다·

얼떨결에 받아버린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요즘 파파나 케이람이나 둘 다 이상해! 서로 말없이 한숨만 픽픽 쉬고! 보기 안 좋아 그런 모습!”

뭐지?

나 지금 이 꼬맹이한테 혼나고 있는 건가?

불편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케이람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요 앙칼진 것 봐라? 야 꼬맹이!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나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얼굴로 답했다·

“케이람 요즘 파파 없을 때면 인상 팍팍 쓰면서 혼잣말하잖아? 나나 다 들었어!”

“왜? 무슨 말 했는데?”

듣다 보니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냥 대부분이 다 욕이었어· 기억나는 걸 굳이 꼽자면 이 개 같은 것들을 언제 싹 다 조질····”

[이 꼬맹이가 못 하는 말이 없어!]

화들짝 놀란 케이람이 급히 나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음?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저 여리고 순수한 입에서 어울리지 않는 비속어가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래서 얘들 앞에선 말도 가려 해야 한단 건가?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파파랑 케이람에겐 내가 있잖아! 위험한 일이 생겨도 내가 한달음에 날아가서 구해줄게!”

어이가 없는 듯 케이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서라 꼬맹아· 뭣 모르고 밖에 나갔다가 끔살당하기 싫으면····]

나도 그리고 케이람도 이때만큼은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드래곤이란 종족이 얼마나 괴팍한지·

더불어 그 괴팍함이 어린 인간의 순수함과 어우러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지금에서는 알 턱이 없었다·

* * *

“하아····”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한숨과 함께

엘리스는 눈 앞에 펼쳐진 벨리아스의 전경을 둘러보았다·

항상 마주했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자신의 고향·

하지만 오늘만큼은 기분이 달랐다·

“저기 봐! 엘리스님이야!”

“그 곱고 여렸던 아가씨가 벌써 저렇게 자라시다니! 저 늠름한 자태 좀 봐!”

“나도 커서 엘리스님 같은 기사가 될 거야!”

신계의 여신이 악을 섬멸하기 위해 직접 무구를 착용하고 내려온 듯한 모습·

그녀에 대한 영지민들의 찬사가 입을 타고 거리에 퍼져나갔다·

엘리스로선 싫지 않았다·

허나 마냥 좋을 수만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 자신은 영주의 딸이 아닌 한 명의 기사로서 이곳에 있기에·

이제는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이 영지에 있는 모든 이들을 지켜야만 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며 경계문으로 향했다·

이윽고 도착한 후방 캠프 막사·

늘 그렇듯 엄숙하고 고조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었다· 다소 긴장한 그녀 앞에 익숙한 기사 한 명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엘리스 아가씨·”

베르트 공작가의 수호 기사 율켄이었다·

같은 빛의 기사단 소속이자 상급 기사에 위치해있는 그녀의 엄연한 상관이었다·

“말씀 가려주세요· 율켄 기사· 전 이곳에 베르트 공작가의 영애로서 자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 명의 기사로서 대우받길 원하는 엘리스로선 매우 불편할 따름이었다·

그 모습에 율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같이 가주시지요·”

그녀의 아버지이자 최대 상관의 호출·

엘리스로선 거부할 수 없는 부름이었다·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호위를 받으며 그녀는 공작이 자리하고 있는 중앙 막사로 들어갔다·

“빛의 기사단 소속 중급 기사 엘리스 베르트· 대륙의 수호자이신 베르트 공작님을 뵙습니다·”

엘리스는 차마 공작의 얼굴을 볼 새도 없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너와 이렇게 마주하게 돼서 굉장히 기쁘구나· 엘리스·”

공작의 얼굴엔 매우 흡족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이야기를 시작하시기에 앞서 한 가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자리에 앉은 엘리스는 절제된 표정으로 말했다·

“무엇이냐?”

“이 이상 저에 대한 편의를 봐주시는 건 멈춰주셨으면 합니다· 전 어디까지나 이곳 전선에서 한 명의 기사로 자리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있는 기사들 모두가 너를 완벽한 기사로 생각하고 있다·”

“다들 기사이기 전에 저를 공작가의 영애로 생각하고 있어 말씀드리는 겁니다·”

공작은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네 말마따나 넌 기사가 맞다· 하지만 기사이기 전에 내 피를 이어받은 소중한 딸이기도 하지· 그게 뭘 의미한다고 보느냐?”

엘리스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장차 내 뒤를 이어 이곳을 이끌고 더 나아가 대륙의 수호라는 의무를 물려받을 존재란 뜻이다· 가령 나뿐만이 아닌 이곳에 있는 기사들은 전부가 그것이 옳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을 테지· 난 한 번도 너에 대한 편의를 봐달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저들은 자발적으로 너를 그리 대해주는 것이야·”

대륙의 수호·

어릴 때부터 닳도록 들어왔던 가문의 의무·

엘리스는 당시엔 몰랐던 그 무게감이 자신의 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부담은 갖지 말거라· 그렇다고 네게 모든 짐을 씌우겠다는 건 아니니 말이다· 네겐 에쉘도 있지 않느냐?”

순간 엘리스의 마음 안에서 강한 울림이 일었다·

이윽고 목덜미로 터 한줄기의 땀이 흘러내렸고 그동안 차마 할 수 없어 묵혀두었던 말들이 목구멍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짧은 고민의 시간이 오가던 것도 잠시

엘리스는 곧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공작님··· 아니 아버지께 하나만 여쭤 봐도 될까요?”

마지막으로 불러본 적이 언제인지도 까마득한 그 호칭·

지금 이 순간 엘리스는 윌리어스를 공작이 아닌 명백한 아버지로서 보며 무언가를 묻고자 했다·

“무엇이냐?”

공작 역시 차분한 어조로 답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저와 에쉘 오빠가 지고자 하는 그 가문의 의무를 다른 사람이 지게 된다면··· 어떨 거 같으세요?”

공작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엘리스 또한 바로 답이 나올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무거워진 공기가 주변을 삭막하게 할 때쯤 공작이 입을 열었다·

“···시안을 말하는 것이냐?”

그녀의 의중을 알아챈 듯한 되물음이었다·

“전에 한 번 말씀하셨죠? 제 동생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할지도 모른다고요····”

“그랬지· 그 아이 역시 너와 같은 훌륭한 기사로 성장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작은 시안을 긍정적으로 얘기했지만 엘리스가 원한 대답은 그게 아니었다·

“저희를 대신할 수 있을 만큼이요?”

“····”

“장남도 장녀도 아닌 막내가 저와 에쉘 오빠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성장한다면 아버지는 그 자리를 시안에게 넘겨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녀가 내쉬었던 숨을 다시 들이쉬기까지

100번이 넘는 박동 소리가 전신에 울려 퍼졌다·

차마 공작의 눈을 마주할 수 없던 엘리스는 공작의 입술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마침내 열린 공작의 입으로부터 새어 나온 것은

“하하····”

다름 아닌 웃음소리였다·

“네 동생을 굉장히 좋게 보는 모양이구나·”

“막내의 가능성은 사실 나조차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지· 네 말마따나 너희를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는 게 나 또한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 한다····”

막내를 향한 공작의 인정·

예상 밖의 반응에 엘리스는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말이다 엘리스····”

“···?”

“그렇다고 에쉘을 대신할 수 있다는 건 아니야·”

엘리스의 동공이 일순간 크게 흔들렸다·

“애초에 가정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지 않느냐? 네 오빠를 대신할 사람이라니? 에쉘이야말로 우리 가문을 이끌고 너희가 진정으로 의지할 수 있는 믿음직한 형제이거늘 어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냐?”

공작의 물음에도 엘리스는 아무런 답변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속으로 몇 번이고 물었다·

‘왜지? 왜일까? 뭐 때문일까?’

에쉘이 가진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의문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생각해온 것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아버지는 왜 이리 에쉘 오빠에게 집착하시는 거지?’

가문의 유지를 잇기 위해 오로지 능력 있는 자식만을 원했던 그였기에

그게 맏이건 막내이건 상관없이 조건만 맞는다면 당연히 모든 것을 내어줄 거라 엘리스는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금 공작의 모습을 봤을 땐 전혀 아니었다·

오로지 에쉘이 아니라면 안 된다는 일관된 집착·

엘리스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것을 왜 이제야 깨닫게 되었는지 스스로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슬슬 시간이 되었구나· 곧 황실 일가의 마차가 영지에 도착할 것이다· 미리 가서 그분들을 맞이해 주거라····”

“···예· 알겠습니다·”

엘리스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공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막사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참고로 지금 황실 일가를 모시는 수행원들 중에····”

다시금 공작이 입을 열었다·

“에쉘이 있다는구나·”

“···!”

엘리스는 차마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검자루를 붙잡고 있는 왼손이 감정에 동요되어 심히 흔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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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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