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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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해와 안개 (4)

-또각또각

발걸음에서 느껴지는 분노가 울림을 타고 복도 끝까지 이어졌다·

-스스스

이를 반겨주기라도 하듯 제단에서 안개가 피어올랐다·

잠시 후 공간의 주인이 형태를 갖추고 나타나니 어느새 제단 앞에 도달한 케이람이 팔짱을 낀 채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차오른 분노를 삭이지 못해 금방이라도 욕을 퍼부을 것만 같았다·

(계속 인상 쓰고 있으면 주름진다· 케이람·)

[잡소리 집어치워! 당신! 왜 처음부터 말 안 했어!]

씨익 하고 웃은 아에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뭘 말이냐?)

[루멘델의 떨거지가 여기 있었다는 거 말이야! 당신이라면 알고 있었을 거 아니야!]

타오르는 불길도 꺼트릴 것 같은 거센 외침에 주변에 머물고 있던 안개들이 일순간 퍼져나갔다·

(네가 분노하는 이유를 모르겠구나 케이람· 그들이 있다 해서 네게 무슨 피해가 간다고?)

[그걸 몰라서 물어? 걔들이 언제 우리 좋은 짓 해준 적 있냐고? 그냥 있는 것 자체가 우릴 부정하는 놈들이잖아!]

(···시안을 걱정하고 있구나?)

목구멍에 꿀이 박히기라도 한 듯 케이람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참으로 묘하구나· 다른 이도 아닌 케이람 네가 소유주에게 온정을 느끼다니· 자는 동안 마음의 변화라도 있던 것이냐?)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한 케이람은 이내 헛웃음만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애써 부정하지 않는 자신이 기막힐 따름이었다·

[그딴 헛소리나 하자고 여기 온 게 아니야· 이건 나를 비롯해 당신의 안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니까! 그러니 돌리지 말고 확실하게 처 말해! 걔들한테 손댈 거야?]

아에르는 고개를 젓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지금처럼 계속 짜져있어! 괜한 변덕이나 부려서 내 일을 그르쳤다간 당신은 내 손에 소멸될 줄 알아!]

(그것도 나쁘진 않겠구나·)

살기 짙은 협박에도 불구하고 검은 안개의 신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이다· 케이람····)

아에르의 어조가 다소 미묘하게 변했다·

(난 스스로에게 있어 단 한 번도 의미 없는 변덕을 부리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너희에게 있어 좋든 나빴든 간에 상관없이 오직 너희를 위한 일이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지나가던 개새끼도 안 믿겠네····]

그녀의 눈엔 여전히 불신이 가득했다·

용건을 마친 케이람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안개와 함께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아에르는 은은한 미소로 지켜볼 뿐이었다·

* * *

“보리스 르헬름· 제국 북쪽 슬럼가 출신으로 그곳을 순방하던 1황자가 그의 안목을 보고 데려왔다는구나· 이름도 가명이 아닌 처음부터 자신을 그리 소개했다는 모양이야·”

당주의 말에 딱히 놀랄 건 없었다·

애초에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들이니·

이에 덧붙이고자 입을 열었다·

“황성에서 마리오네트와 마수를 소환했던 자도 바로 그 녀석이었을 겁니다·”

당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흑마법의 기운이라도 느낀 거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흑마법의 기운이라고 딱 잘라 말할만한 것도 이 세상엔 없지 않습니까?”

“뭐 그야 그렇긴 하지·”

당주는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언급한 마법들은 어떤 별도의 힘이 있어야지 구사할 수 있는 특별한 마법이 아니다·

그저 소환 마법의 일종일 뿐이지·

그럼 왜 ‘흑’이란 수식어가 붙었냐고?

간단하다·

마나를 다루고 마법을 구사하는 모든 인간들 사이에서 철저하게 안 쓰이기 때문에 붙은 거다·

오히려 흑이란 이름이 제일 어울릴 것 같은 어둠 속성 마법도 절대 흑의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왜? 마법을 쓸 수 있는 웬만한 인간이라면 ‘암순응’ 같은 1성급 속성마법은 구사할 수 있으니까·

영혼 빠진 시체에 마력을 주입해 조종하는 <마리오네트>·

살의에 찌들어 있는 마계의 짐승들을 눈앞에 등장 시켜 버리는 <마수 소환술>·

복잡한 마력 주입 같은 거 없이 그냥 죽은 자체를 방대한 마력으로 부활시키는 <네크로맨시>까지·

이런 자연이 규정한 생(生)의 원리를 부정한 마법들에게 흑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안개를 찾으려 하는 빛의 흑마법사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입맛을 다시는 당주였다·

“1황자도 역시 보통은 안목은 아니구나· 어쨌든 황성에서 본인들의 계획을 그르치게 한 주범들이 이곳에 있을 거라 판단해 이 자를 보낸 거겠지·”

아니다·

1황자는 형식적인 주군일 뿐 그가 말했던 빛과 같은 주인이 아니다·

애초에 황자는 그딴 걸 알아볼 그릇도 못되니까·

“뭐 적어도 이곳에서까지 힘을 쓰려 하진 않겠죠·”

“결국 까다로운 존재라는 건 변함이 없지 않니? 그렇다는 건 여기 있는 동안 너를 계속해서 주시할 수도 있다는 건데 난 그 꼴 못 본다?”

당주의 눈빛이 한순간 날카롭게 반짝였다·

“그럼 어쩌실 생각입니까?”

“죽여야지·”

간단하고 명쾌한 대답이었다·

“늘 말하지만 난 미스트의 당주로서 계승자인 네가 위험에 빠지는 꼴 따윈 볼 수 없어· 네 의사가 어떤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당주님께 위험이 생긴다면 당주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제 모든 걸 쏟아부을 겁니다·”

“호호· 든든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구나·”

당주는 보기 드문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어째 그분이 잠잠하구나?”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옆에 놓인 케이람에게 향했다·

일말의 반응조차 없는 무덤덤한 상태·

잠을 자고 있는 건 아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순간 그녀는 아에르와 할 말이 있다며 대뜸 제단으로 사라져 버렸다·

웃긴 건 절대 오지 말라며 나에게 신신당부까지 했다는 거지·

“참 보면 볼수록 신기하구나· 애초에 마검에게 있어 소유주란 잡아먹어야 할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텐데· 너와 케이람님 사이엔 그런 기류가 전혀 보이질 않아·”

“이래 봬도 제어하기 위해 엄청 노력 중입니다·”

누가 보면 속 편히 다루고 있는 줄 알겠군·

“뭐 그거야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알아두렴· 생물에게 있어 본성이란 항상 채우고 싶은 욕망과도 같다는 걸· 지금은 잠잠할지언정 그녀가 가진 마검의 본성은 언제고 너를 위협할 수 있는 칼날이 될 거야·”

알고 있다·

직접 몸으로 겪고 정신을 갉아 먹힐 만큼 느꼈는데 간과하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하지만·

“글쎄요· 그 칼날이 정작 저를 찌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네요·”

안일한 거 아니냐고?

난 2년 전 빛의 신전에서 그녀를 되찾았을 때부터 분명히 말했다·

지금 이 땅에서 너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을 거라고····

그걸 나도 알고 케이람도 아는 이상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지·

“아무튼 당분간은 작업이 생겨도 너를 부르진 않으마· 너 역시 의심 갈 짓은 하지 마렴· 웬만하면 아카데미를 벗어나지 말고·”

“아 그 부분에 대해서 당주님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내 입에서 부탁이란 말이 나오니 그녀가 의외라는 듯 눈을 추어올렸다·

“보름 내지 한 달 아무튼 그사이가 될 겁니다·”

“뭘 말이니?”

“열흘 정도만 아카데미를 떠나있겠습니다·”

“····”

차마 당주의 눈을 마주할 수 없어 시선을 회피했다·

* * *

새하얀 빛의 조형물들이 공간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이곳·

어둠 한 점 들지 않은 순백의 제단과 그 주위를 기둥처럼 둘러싼 수십 명의 기사가 한쪽 손을 가슴엔 얹은 경건한 자세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홀로 무릎을 꿇고 있는 엘리스·

이윽고 중앙 계단으로부터 하얀 후드를 두른 여인이 나타났다·

“전능하신 빛의 신 루멘델님의 이름을 대신하여 구원의 자격을 갖춘 그대에게 지고한 은총을 내리고자 합니다·”

여인은 양손을 가슴에 얹어 자신의 몸속에서 뿜어 나온 순백의 빛을 감싸 쥐었다·

형태는 일반적인 마나의 빛과 유사했지만 그 안에 함유된 마력은 감히 넘볼 수 없었다·

“엘리스 베르트 그대에게 묻겠습니다· 그대는 정녕 이 험난하고 어두운 세상을 구원할 한 줄기의 빛이 되고자 하십니까?”

엘리스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신 엘리스 베르트· 지고하신 빛의 신 루멘델님의 의지를 받아들여 이 부족한 몸 오로지 이 세상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전부를 바칠 것임을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습니다·”

맹세를 마친 엘리스의 머리 위로 투명한 빛이 반짝이는 성수가 뿌려졌다·

살며시 눈을 뜬 그녀의 앞엔 순백의 장검이 자리하고 있었다·

* * *

“축하드립니다· 엘리스님·”

세례를 마치고 복도로 나온 엘리스를 세실리아가 반겨주었다·

“님이란 호칭은 이제 그만해! 세실리아··· 경· 이 이제는 저보다 위이신데····”

시녀로 지냈을 때나 아랫사람이었지 여기선 엄연한 빛의 기사단 상관이었다·

이에 세실리아는 웃으며 말했다·

“전 빛의 기사이기 전에 엘리스님을 지키는 검입니다· 그러니 사적인 자리에선 어려워하지 말고 이전처럼 대해주세요· 저도 그렇게 할 테니까요····”

엘리스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얼굴만 긁적였다·

“소감은 어떠세요?”

“그냥 얼떨떨해· 솔직히 내가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입단할 자격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엘리스님이 지나오신 길에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만약 하나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엘리스님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불과 한 달·

엘리스가 빛의 기사단에 입단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짧게는 석 달 길게는 1년까지 걸리는 기존의 심사 기간을 고려해본다면 그녀의 기간은 엄청나게 감축되었다고 보일 것이다·

특별한 혜택 같은 걸 받은 게 아니다·

그녀 자체가 특별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월등한 능력 그리고 그걸 뒷받침해주는 기사의 마음가짐까지·

어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그녀에게 긴 수습 기간은 불필요했다·

“앞으로 잘해야겠다 이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아· 빛의 기사단이란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은 기사가 되도록 또 가족들에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될 거야····”

엘리스는 새로이 받은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검자루를 움켜쥔 손으로부터 그녀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세실리아는 다시 전선으로 가는 거지?”

“네· 베르트 공작님을 대신해 엘리스님을 뵈러 왔으니 다시 가야겠죠·”

이에 세실리아는 미소를 유지한 채 그녀에게 서신 한 장을 건넸다·

“엘리스님도 함께 말이죠·”

“···!”

엘리스는 서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지령서야?”

빛의 기사가 된 그녀에게 정식으로 내려진 첫 임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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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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