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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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해와 안개 (2)

우거진 수풀 속 나무에 기대 연구관 쪽을 무심히 바라보는 케이람·

평소와 달리 그녀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있었다·

시안이 루나브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고 5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주인과의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려는 듯 아무런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스윽

잠시 후 케이람의 뒤쪽으로부터 낯선 기척이 느껴졌다·

몸을 돌리진 않고 슬며시 눈만 움직이니 머지않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굉장히 놀랐습니다 케이람님· 설마하니 아카데미에서 당신을 보게 될 줄은 몰랐군요·”

다소 울림이 있는 목소리였다·

[나도 그 말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걸? 설마 네놈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어· 반갑다 못해 매우 역할 지경이야·]

주변엔 케이람을 제외하고 다른 목소리가 들릴만한 형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기대고 있는 나무 뒤로 작은 빛줄기만이 새어 나오고 있을 뿐·

케이람의 시선은 여전히 시안이 들어갔던 연구관 입구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떤가요? 수백 년 만에 잠에서 깨어나신 소감은?”

[늘 그렇듯 불쾌하지· 지금 세상은 내 기분에 안 맞게 너무 평화로운 것 같아서 말이야·]

“지극히 당신답군요· 새로 만난 주인은 만족하시는 겁니까?”

[뭐 대충은? 조금 딱딱하고 눈치 없는 건 있어도 거기에 귀여운 맛이 있다고나 할까?]

이에 목소리의 주인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마검을 만족시키는 주인이란 게 쉬운 건 아닐 텐데 이름이 시안이라 했던가요? 그 소년도 참 대단하군요”

시안이 언급된 순간 케이람의 눈살이 살짝 찡그려졌다·

“무섭습니다· 케이람님! 당신의 살기가 여기까지 느껴지는군요·”

목소리의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이런 곳에 죽치고 있으면서까지 널 기다린 이유는 말 안 해도 알지? 늘 그랬듯 우리 서로 쓸데없는 짓 하지 말자? 서로가 뭘 하든 딴 데다 떠벌리고 다니기 없기야 알지?]

“물론입니다· 루멘델님께 맹세코 제가 케이람님의 존재를 다른 이들에게 발설할 일은 없을 겁니다·”

원하는 확답을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람의 싸늘한 얼굴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궁금해지는군요·”

길지 않은 정적의 시간이 흐른 뒤 목소리의 주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의 주인은 언제 잡아먹으실 생각이죠?”

그 말이 던져지고 나서야 케이람이 비로소 뒤를 돌았다·

그야말로 뜨겁게 흐르는 피도 얼려버릴 냉혹하고 살기어린 시선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노려보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니까요· 소유주를 집어삼키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탈취하는 것이 마검의 본성이지 않습니까? 그 시기가 언제인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이에 케이람이 굳어진 입술이 반원을 그려냈다·

[내 주인을 언제 잡아먹을지 궁금하다고?]

언제 그랬냐는 듯 싱그러운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차마 인간으로선 마주하지 못할 추악한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신경 꺼 새끼야····]

* * *

새벽 햇살이 창문 사이로 스며든 이른 아침·

“하아암····”

잠이 덜 깬 듯 청승맞은 하품과 함께 에밀리가 방에서 나왔다·

굳은 몸을 풀기 위해 이리저리 스트레칭하던 것도 잠시

“히이익!”

소파에 앉은 나를 발견하고선 기겁을 하였다·

“뭐 뭐에요 도련님? 언제 일어나셨어요?”

일어난 게 아니라 여태 안 잔 거다·

정확힌 못 잤다고 봐야겠지·

“도련님 나이에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자꾸 그렇게 잠 설치고 그러면 키랑 건강에도 영향이····”

뭐라 뭐라 잔소리를 하는 것 같긴 한데 지금 내 귀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봤던 낙서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선명히 그려지고 있으니·

‘칠흑의 안개 속에서 밝은 빛을 유지하려는 해와 그 해를 잠식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안개···· 이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루나브의 말이 들려오는 건 덤이다·

무슨 순정파 문학소녀도 아니고 표현 한 번 참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까놓고 말해 정말 의미 없는 낙서일 수도 있지만 어째 그럴 거란 생각은 전혀 안 든다·

보리스는 왜 자기 책에 그런 낙서를 그린 것일까?

만약 루나브의 말대로 그의 낙서가 정말로 해와 안개를 의미한 것이라면 이걸 어찌할 수 있을까?

해·

항상 하늘 위에 떠 있는 밝은 구체·

빛의 신 루멘델을 상징하는 근원체이기도 하다·

일단 어떻게 해석하든 나쁘게 볼 여지는 없다는 거지·

그럼 안개는?

여러 가지로 방면으로 해석할 순 있다·

허나 내 머리는 지금 한쪽으로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루멘델과 마찬가지로 만약 안개 또한 그와 관련된 다른 신이랑 연관 지어 본다면 어떨까?

검은 안개의 신 아에르·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존재는 그가 유일하다·

빛과 안개

루멘델과 아에르

내가 무슨 신들을 연구하는 신학자도 아니고 이딴 걸왜 고민해야 하는지 급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내 시선은 자연스레 옆에 놓인 케이람에게 향했다·

[····]

자고 있다·

연구관에서 나왔을 때부터 줄곧 이 상태·

깨워볼까 싶어 손도 여러 번 뻗어봤지만 그냥 놔뒀다·

딱히 사고는 안 치고 잘 있었던 것 같긴 한데 굳이 자길 놔두고 다녀오라 한 그 저의를 도통 모르겠다·

후····

안 되는 머리 붙잡고 있어 봐야 한숨만 나오지·

이제 와 자는 건 그른 것 같고 바람이라도 쐬자 싶어 밖으로 나갔다·

새벽 장막이 거치고 어느새 해가 떠올랐다·

안개는커녕 잔 구름 하나조차 보이지 않는 맑은 태양·

가만히 보고 있다간 내 눈이 모두 타버릴 만큼 참 밝은 태양이 아닐 수 없다·

“시 시안?”

익숙한 목소리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아직 아카데미에 복귀하지 않은 지금 이 시간에 마주칠 수 있을 만한 존재는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아린 황녀와 레시무스·

차림새를 보아하니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온 것 같다·

“운동 나가십니까?”

“으 응····”

아린 황녀는 멋쩍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딱히 더 할 말은 없지만 어제 일이 떠올라서 그런지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 시안도 운동 나가는 거야?”

“그냥 아침 바람이라도 좀 쐬러 나왔습니다·”

“그 그렇구나·”

어색하게 흐르는 적막·

누가 먼저 인사하고 가버리면 될 것을 나나 저 황녀나 참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내가 기어이 입을 열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 * *

황녀의 아침 운동이라 해서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지극히 평범한 아침 구보·

다만 그 뛰는 범위가 내 예상을 살짝 넘어섰다·

굳이 거리로 따진다면 한 10km쯤?

아카데미 전체를 두 바퀴는 돌았으니 그 정도는 되었으리라 본다·

시작지점이었던 체력 단련장으로 복귀하고 나서야 그녀의 발이 멈추었다·

“하아 하아····”

참아두었던 숨을 가쁘게 몰아쉬던 그녀가 이내 나를 보며 물었다·

“와 시안 체력 진짜 좋다! 하나도 안 힘든가 보네?”

“황녀님이야말로 체력이 굉장히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사실 나야 숨쉬기 운동에 불과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고

웬만한 영지 기사단들이 뛸법한 거리를 이 가녀린 소녀가 한 번의 휴식도 없이 완주했으니 결코 평범하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데 뭐· 매일 매일 더 좋아지기 위해 노력할 뿐이야·”

황녀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그동안 듣기만 했던 그녀의 성장을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되니 기분이 꽤나 묘하다·

직접 키웠던 브라이언을 볼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아카데미 우등생은 괜히 차지하는 게 아니라 이건가?

대화가 이어지지 않으니 또다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

문득 뒤따라오던 레시무스와 눈이 마주쳤다·

어제 있었던 일로 인해 내 눈치를 꽤 보는 듯했다·

나는 다시금 황녀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어제 일은··· 사과드리겠습니다·”

“음?”

예상치 못한 사과에 그녀가 흠칫 놀랐다·

“변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황녀님에 대한 제 언행이 지극히 억지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혹여 기분이 나쁘셨다면 이 자리를 빌어····”

“그래 맞아· 너 어젠 굉장히 건방졌어·”

의외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묘한 정적이 흐르기를 5초

그녀의 굳은 입술에서 작은 미소가 그려지더니 이내 못 참겠다는 듯 피식하고 웃었다·

“이런 대답 원했던 거 아니야?”

어떤 상황에서 굴하지 않는 황녀로서 보여줘야 할 올곧음과 당당함·

지금 이 황녀는 내게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녀의 의중을 알아챈 순간 나 역시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맞습니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한 방 맞은 기분이다·

“꽤 놀랐나보네? 시안의 그런 당황한 표정은 또 처음 보는 것 같아·”

“생각보다 짓궂으셨군요·”

나를 골탕 먹였다는 것에 만족한 듯 황녀는 보기 좋은 미소를 지었다·

“시안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시안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어·”

“저를 말입니까?”

나조차도 의외다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가 어떻게 만났고 어떤 일이 있었든 상관없이 결국 시안은 내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제시해 주었으니까· 덕분에 난 하루가 다르게 느끼고 있어 어제와 다른 내일의 나로 새롭게 성장하는 걸····”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애먼 허공을 보며 얼굴을 긁적였다·

길을 제시해준 건 맞지만 결국 그 길을 나아가는 건 온전히 그녀다·

내 조언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변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허나 나조차도 결국 이 황녀를 하나의 수단으로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는데 과연 이 감사를 받아도 되는 걸까?

“시안에 대한 내 마음 아직 안 변했어· 난 시안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거야· 그러니 시안도 내가 마음에 들 수 있도록 계속 어제와 같은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니 내가 당신을 미련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거다·

허나 내 입에선 부정이 아닌 어쩔 수 없다는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계속 그래 줄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답변뿐이었다·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황녀는 그거면 충분하다는 듯 활짝 웃었다·

여전하다 싶을 정도로 참 미련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단단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참 부지런들 하시군요·”

그 미소가 깨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펴졌던 양손에 주먹이 쥐어짐과 더불어 온몸의 털이 곤두세워지는 기분·

나는 속의 감정을 꾹 억누른 채 서서히 시선을 돌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린 학생 그리고··· 시안 학생·”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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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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