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Chapter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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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변화의 바람 (2)

벌써 두 시간째·

의자와 엉덩이가 혼연일체라도 된 듯 조금의 달싹임조차 없었다·

실로 엄청난 집중력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이십 대 후반의 젊은 나이·

시리카로선 첫인상이 매우 묘한 남자였다·

총장실에 들어서기 전 문 너머로부터 풍겨온 위화감은 그녀의 솜털을 빳빳하게 세울 만큼 매우 위협적이었다·

허나 그 위화감들은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바람 불 듯 사라져 버렸다·

전형적인 학구파 학자 이미지·

어디 외딴 골방에 틀어박혀 평생 마법만 연구할 것 같은

뭔가 사람은커녕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은 그런 인상이었다·

이에 시리카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굉장히 열중하고 계시네요?”

그녀가 다가오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듯 보리스는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하· 워낙 뛰어난 학생들이 많다 보니 혹시라도 제게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런 식으로라도 먼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수천 장에 달하는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였다·

신입생들을 비롯해 졸업예정자들까지

수백 명이 넘는 학생들을 일일이 확인한다는 게 물론 쉬운 일이 아니며 대부분 시도조차 안 할 행위였다·

“부임하자마자 학생들의 생기부를 확인하는 교관은 아마 보리스 교관님이 처음이실 거예요·”

“그 그런가요? 혹여 잘못하고 있는 건지····”

“아니에요! 오히려 그 열정을 배우고 싶을 따름인걸요? 관심 가는 학생이라도 있으세요?”

보리스는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반응했다·

“네 있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 학생이 꽤 흥미롭더군요····”

시리카의 눈은 자연스레 그가 들고 있는 누군가의 생기부로 향하게 되었다·

<시안 베르트>

“···!”

바늘이 신체 어딘가를 찌른 것 같은 따끔한 기분·

허나 시리카는 내색하지 않고 미소를 유지했다·

“시리카 선생님도 이 학생에 대해 알고 계신지요?”

“물론이죠· 저희 아카데미에서 굉장히 유명하니까요·”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입학 이후 거의 모든 학생의 입에 한 번씩은 오르내린 적이 있는 우등생은 아니면서도 그렇다고 문제아도 아닌 참으로 애매한 학생이니·

더불어 그녀와도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그 유명한 대륙의 수호자 베르트 공작가의 막내아들인 데다 90%가 넘는 속성수치를 가진 전례 없는 학생이죠· 뭐 재능도 재능이지만 저희 교관들 사이에선 얼굴 보기 힘든 학생으로 유명해요·”

실제로 시안의 출석부는 아주 화려했다·

유급은 면할 정도의 아슬아슬한 출석률

그러면서도 정학은커녕 단 한 번의 학사 경고도 없었으며 모든 시험엔 꼬박꼬박 응시했다·

재밌는 건 이론 과목의 경우 대개 낙제의 가까운 성적을 받았으나 검술 마법 응용 등 실기 위주의 과목은 거의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아왔다는 점이었다·

보리스는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 학생 지금 아카데미 안에 있다고 했던가요?”

* * *

-두구두구

고요함을 깨줄 우렁찬 발굽 소리가 고개 너머로부터 들려왔다·

경력 있는 기사라면 저 멀리 보이는 모습만 봐도 누구의 행차인지 이미 알 수 있었다·

중앙에서 달리고 있는 백색의 마차

그 주위를 철통 경계하고 있는 수십 명의 호위 기사들·

휘몰아치는 바람에 거세게 흔들리는 황금색의 깃발까지·

이는 빛의 신 루멘델의 문장이 새겨진 제국의 황실 세벨러스 일가의 가문기였다·

파비앙 네로비앙 형제도 작년에 졸업한 이상 현재 저 깃발을 달고 아카데미로 올 수 있는 자는 한 명밖에 없었다·

“화합의 도시 루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차가 도착한 순간 경비병들이 선창과 함께 검례를 올렸다·

-끼익

마차의 문이 열리고 허리춤에 검을 착용한 단발머리의 여인이 나타났다·

이제 막 어린 티를 벗어난 앳된 소녀였지만 굳건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당당함이 무척 돋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경비병들에게 예를 표한 뒤 말없이 두 개의 명패를 내보였다·

“죄송합니다만 안에 계신 다른 동행자분께서도 내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수속 절차가 강화되어서 그렇습니다만····”

이에 마차 안에서 바로 또 다른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경비병들은 지체할 것 없이 바로 길을 내었다·

“우시프 제국의 황녀 아린 세벨러스님을 뵙습니다!”

두 여인은 별다른 문제 없이 루웬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짐은 먼저 가서 풀어주세요· 전 레시무스랑 도시를 좀 걷고 싶으니까·”

“황녀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일부 기사들이 곧장 마차와 함께 도시 안으로 진입하였다·

아린은 레시무스를 비롯한 나머지 기사들과 함께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무척 조용하네· 원래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었는데····”

학생은 물론 개강시기에 맞춰 물밀 듯이 몰려든 상인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전쟁 전 피난 간 도시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연회 사건의 여파가 무척 컸나 봐요· 거기에 보름 전에 발생한 일도 있으니까····”

아린은 안쓰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도 참 안타깝네· 제국에서 그런 일을 겪은 것도 모자라 납치라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겪었으니····”

이를 본 레시무스의 마음은 더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애써 꿋꿋한 척하고 있지만 지금 아린의 속은 결코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아무리 야무지고 담대한 모습을 보인다 한들 결국 13살 여자아이일 뿐이다·

힘들어도 내색할 수 없고 슬퍼도 울 수 없는 황녀라는 직책이 이럴 땐 참 야속할 따름이었다·

“어서 가요· 아린님· 그래도 기숙사에 가면 시안님이 있을 거예요·”

“시안···?”

관심을 보일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린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됐어! 내가 무슨 걔 보러 여기 온 것도 아니고····”

레시무스는 순간 당황을 금치 못했다·

“지 진심이세요?”

“어차피 내가 오든 말든 신경도 안 쓸걸? 연회에 와놓고도 날 만나러 오지도 않았잖아! 나도 이젠 신경 안 써!”

아린의 얼굴엔 시안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토라진 모습에선 오히려 감춰져 있던 소녀스러움이 은밀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 그래도 안 가겠다는 건 아니야!”

“네?”

“나나랑 약속했잖아! 돌아오면 가장 먼저 보러 가겠다고! 그동안 재미없는 시안이랑 있으면서 얼마나 심심했겠어?”

“네 뭐 그렇겠네요····”

왠지 모를 안도의 한숨을 쉬는 레시무스였다·

그렇게 두 여인이 로열관으로 향하려던 순간

“화합의 도시 루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문득 뒤에서 경비병들의 선창이 들려왔다·

무릇 루웬의 경비병들은 귀족의 자제 혹은 아카데미 고위 인사들 외엔 선창을 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그녀와 같은 학생일 거라 생각해 고개를 돌린 순간

“···?”

아린은 매우 낯익은 얼굴을 마주하고 말았다·

“루 루나브?”

마치 있어선 안 될 사람이라도 본 것 마냥 두 여인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성문을 통과한 그녀 역시 아린을 발견하고선 반응했다·

“아린 황녀님?”

아린과 달리 별로 놀라는 기색은 없어 보였다·

로브를 두른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어··· 괜찮은 거예요?”

“제가 안 괜찮을 일이라도 있었나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안부를 물었지만 오히려 고개를 갸웃하는 루나브였다·

* * *

우연찮은 재회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아린과 루나브는 이내 발을 맞추며 아카데미로 동행하게 되었다·

그 뒤를 레시무스가 따랐으며

또 그 뒤를 황성의 기사들과 학회의 마법사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이런 걸 묻기도 그렇지만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별거 없었어요· 제국으로부터 복귀하고 나선 그냥 방에 틀어박혀 살았으니까요·”

“저랑 똑같네요· 저도 밖은커녕 아카데미에 올 때까지 방에서 한 발짝도 못 나왔으니까요·”

동질감을 느낀 아린이 손뼉을 치며 반응했다·

이에 루나브의 눈에 한순간 불편한 기색이 차올랐다·

“말 놓으셔도 돼요·”

“네?”

“어차피 여긴 제국이 아닌 아카데미잖아요· 그러니 그냥 편하게 불러주세요· 대신 저도 아린 선배라 불러도 되죠?”

“어 그래요 그럼· 그러지 뭐····”

아린은 얼떨결에 말을 놓게 되었다·

조금 편해졌다 생각한 루나브는 그대로 말을 이었다·

“사실 제 경우는 연회 때문에 그랬다기보단 원래부터 할아버지의 구속이 심했어요· 그러다 하루는 너무 심심해서 할아버지 몰래 탈출을 감행했어요· 결국 성공해서 아카데미로 향했죠·”

“어 어떻게?”

“간단해요· 어차피 제 주변의 감시자들은 항상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에만 배치되어 있거든요· 교대하는 시간도 똑같았고요· 사실 이전에도 얼마든지 빠져나올 순 있었어요· 단지 나와도 할 게 없어서 안 했을 뿐이지· 뭐 그때 이후로 할아버지가 감시를 좀 더 강화하신 것 같긴 하지만 지금도 딱히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아린은 반 박자 늦게 감탄을 표했다·

“대 대단하다· 설마하니 그렇게 꿰뚫고 있을 줄은 몰랐어· 사실 네 납치 소식을 듣고 걱정 많이 했었거든·”

별일 아니라는 듯 루나브는 덤덤한 시선을 유지했다·

“그 그럼 아카데미엔 뭐 때문에 갔었는지 혹시 물어봐도 될까?”

“아 시안 선배 만나러 갔었어요·”

지체 없이 가던 아린의 발걸음이 뚝 멈춰버렸다·

이에 루나브를 비롯해 뒤따르던 레시무스와 수호 기사들까지 일제히 멈춰 서고 말았다·

“시 시안을 만나러 갔었다고?!”

못내 흥분한 아린과 달리 루나브의 얼굴은 여전히 무덤덤했다·

“네· 그냥 심심했던 차에 선배 얼굴이 보고 싶었거든여· 그래서 찾아갔죠·”

“그 그래서? 시안이 만나줬어?”

“직접 로열관으로 찾아가니까 만나주긴 했어요· 근데 안으로 들이긴 싫었는지 제 손을 잡고선 카페테리아로 데려갔어요·”

나나 때문에 그랬다는 것을 아린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암튼 거기서 선배랑 대화 좀 했다가 선배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납치를 당해버렸죠·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물렀네요· 본적도 없는 낯선 사람들인 걸 보고 바로 눈치챘어야 했는데· 전적으로 제 실수였어요·”

루나브는 오히려 그때 당했던 일을 자신의 과오라며 자책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린은 기분이 묘해졌다·

자책은 하고 있지만 절대 좌절은 하고 있지 않았기에

혹여 다음에 이런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한들 절대로 당하지 않는다는 굳은 자신감마저 비치고 있었다·

소녀들의 걸음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어느새 아카데미 안까지 이르게 되었다·

서로의 대화에 너무 집중했던 탓일까?

앞선 두 여인은 물론 뒤따르던 기사들까지 그들의 곁으로 어느 한 남성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

불현듯 느껴진 낯선 인기척에 두 여인이 크게 놀랐다·

“노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혹시 방해했네요?”

곁에 있던 레시무스가 재빨리 아린의 앞을 가로막았다·

뒤따르던 기사와 마법사들도

갑자기 나타난 남성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바로 사죄했다·

“누 누구신지?”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 학기 아카데미에 새로 부임한 보리스 르헬름 교관이라고 합니다·”

“새 새로운 교관이요?”

남성은 의심을 방지하기 위해 바로 자신의 명패를 내보였다·

아카데미의 문장이 찍혀있는 확실한 명패였다·

“실례했습니다· 아카데미 안을 둘러보던 도중 우연히 두 분께서 오시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다가가고 말았습니다· 아린 학생과 루나브 학생 맞으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은 그녀들이 누군지 이미 아는 듯했다·

“과연 아카데미의 우등생이라 그런지 마나의 기운이 매우 풍부하시더군요· 굉장히 놀랐습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여러분의 마력을 확인해 봐도 괜찮을까요?”

“어떻게 확인하시겠다는 거죠?”

“간단합니다· 그저 작은 마나 구체를 만들어 저에게 건네주시면 됩니다· 혹여 불쾌하시다면 안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어디까지나 부탁일 뿐이니까요·”

교관이라는 신분이 증명되긴 했으나 루나브는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았다·

반면 아린은 조금 흥미가 생겼는지 별 어려움 없이 자신의 마나 구체를 생성해냈다·

“그냥 드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여린 손으로부터 피어오른 백색의 구체가 이윽고 보리스 교관에게 넘겨지려는 순간

-턱

누군가의 투박한 손길이 아린을 손목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

본의 아니게 중심을 잃은 아린은 뒷걸음질을 쳤고 이내 누군가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손길의 주인을 본 아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시 시안?”

그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분노한 듯 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공&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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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The Regressed Son of a Duke is an Assassin

회귀한 공작가의 막내도련님은 암살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Cyan Vert, the best assassin of the continent, meets a pitiful death after having been betrayed by his own brother, whom he had trusted all his life. If I were given another chance at life, I would live it differently. I would only trust myself, and achieve all the things I want on my own without serving anyone else but myself. That is how I was given a second chance at life. The Cyan Vert, a shadow who lived for others, is no more. I will now pave a path on my own, for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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