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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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4장 없는 집안에 손님만 는다 (3)

진무원이 목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감촉에 눈을 떴다· 그러자 자신의 목에 예의 비수를 겨누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또야?’

처음 만났을 때도 칼을 겨누더니 큰마음 먹고 구해줘도 칼을 겨눈다· 아마도 그것이 그녀의 습관인 모양이다·

“일어났냐?”

“당··· 신이 날 구한 거야?”

“보면 알잖아?”

“왜?”

“눈앞에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 최소한 내 집 안마당에서 누군가 또 죽는 모습은 보기 싫었거든·”

진무원의 대답에 소녀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지?”

“사흘· 깨어나지 못하기에 송장 치우는 줄 알았다·”

“사흘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단 말이야?”

진무원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소녀는 모르겠지만 진무원은 진짜로 송장을 치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호심제독단을 복용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혼수상태에서 고열에 시달렸다·

마치 불덩이처럼 전신이 뜨거워서 진무원이 한시도 쉬지 않고 젖은 수건으로 그녀의 이마를 식혀줘야 했다·

소녀가 깨어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진무원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잠시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하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비수를 거둬들였다·

“상처가 나을 때까지 이곳에 잠시 머물겠어·”

부탁이 아니라 통보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진무원은 그런 태도가 그녀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름은?”

“알아서 뭐 하려고?”

“먹여주고 재워주려면 최소한 이름은 알아야 할 것 아냐?”

소녀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은··· 한설·”

“예쁜 이름이군· 당분간 이곳에 머물도록 해· 그나마 이곳에서 제일 멀쩡한 곳이니까· 그럼 쉬도록·”

진무원이 의자에서 일어나 몇 가지 짐을 챙겼다·

몇 년 동안이나 머문 곳이지만 그의 짐은 단출하기 그지없었다· 은한설은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는 진무원의 뒷모습을 약간은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도 자신의 말이 억지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선뜻 자신의 거처를 비워주는 진무원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상한 사람····’

갑자기 상처가 욱신거리며 쑤셔왔다·

감당할 수 없는 통증에 은한설이 눈을 감고 운공을 시작했다·

은한설에게 거처를 내준 진무원은 짐을 만영탑으로 옮겼다·

문득 웃음이 나왔다· 생판 처음 만난 소녀에게 자신의 거처를 내준 사실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신분도 내력도 불분명한 소녀를 들이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

더구나 그녀가 입은 상처로 봐서는 위험한 적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진무원은 선뜻 그녀를 위해 자신의 거처를 내주었다·

평소의 진무원이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아직 너무도 연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약간의 틈이라도 보이면 언제든지 처참하게 물어뜯길 수 있다는 것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진무원은 은한설을 선뜻 받아들였다·

“그만큼 외로웠던 것인가?”

매일같이 반복되는 생활과 한정된 사람들과의 냉랭한 접촉· 어쩌면 그런 생활에 조금은 지쳐 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의 나이 이제 겨우 열여섯· 어른이라 불리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였다·

☆ ☆ ☆

“하아!”

밖으로 나온 은한설이 크게 숨을 들이쉬자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밀려왔다· 정신이 번쩍 드는 게 이제야 살 것 같았다·

지난 사흘 동안 은한설은 방 안에서 운공을 하며 상처를 치료하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사흘 만에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조심해야 했다·

진무원이 복용시킨 호심제독단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그녀의 몸속엔 아직도 지독한 독력이 상당히 남아 있었다· 그녀가 중독된 독은 실로 지독한 것이어서 오랜 세월을 두고 차근차근 해독하거나 몸 밖으로 배출해야 했다· 해독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우선은 내력을 회복하고 그 후부터는 내력을 이용해서 조금씩 독기를 몰아내는 수밖에·’

그녀가 북천문 내부를 둘러보았다·

하얀 눈에 뒤덮인 수많은 고루전각의 모습이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이곳이 북천문····’

“이젠 움직여도 될 만한 모양이군·”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은한설이 뒤돌아봤다· 그러자 장작을 한 아름 들고 있는 진무원의 모습이 보였다·

은한설의 눈에 담긴 의아함을 읽었는지 진무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보다시피 일할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부자였다가 몰락한 집안이 더 힘들고 처참한 법이거든· 원래부터 못살았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말이야·”

“····”

“아 그리고 물건은 될 수 있으면 아껴 사용해 줘· 아무래도 너까지 데리고 겨울을 나려면 많이 모자랄 것 같으니까·”

은한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자신에 대해 한마디도 묻지 않는다·

궁금한 점도 의아한 점도 많을 텐데 어찌 한마디도 묻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은한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따라와· 이것만 갖다 두고 안내해 주지·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야 할 것 같으니·”

진무원이 할 말만 하고 몸을 돌려 걸어갔고 은한설은 어느새 종종걸음으로 그의 뒤를 좇고 있었다·

새하얗기만 하던 북천문의 바닥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족적이 생겼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란히 뻗어 있는 족적 위로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었다·

“전서응?”

장패산이 북천문 주위를 선회하는 커다란 새를 발견하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손을 뻗자 허공을 선회하던 새가 그의 손목에 가볍게 착지했다· 제법 큰 전서응이다·

운중천에서는 훈련시킨 전서응을 이용해 중원 전역에 있는 지부와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장패산이 이곳에 온 이후로는 거의 연락을 해온 적이 없었다· 이곳은 이제 운중천에서조차 관심을 두지 않는 곳이 된 지 오래였다·

전서응의 다리에는 붉은 천과 함께 조그만 연통이 단단히 매어져 있었다· 지급을 요하는 사안이라는 뜻이다·

장패산은 급히 연통을 풀어 내용물을 꺼냈다· 연통 안에서 나온 것은 둘둘 말린 서신이었다·

“봄에 귀빈이 도착할 예정이니 알아서 준비를 해놓으라? 이런 미친····”

장패산의 입술을 비집고 대번에 욕설이 터져 나왔다·

솔직히 서신을 읽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한줄기 기대를 가졌다· 혹시라도 교대 인력을 보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하지만 서신 안에 적혀 있는 내용은 그의 기대와는 거리가 너무 먼 이야기였다·

“씨불! 여기가 무슨 동정호도 아니고 볼 게 뭐 있다고 여기까지 기어 쳐들어와? 귀빈은 무슨 얼어 죽을·”

그동안 꾹꾹 참고 있던 화가 드디어 폭발했다·

원하지 않는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내년 봄에 올 귀빈을 위해 미리 북천문 내부를 정비해 두라는 명령이라니· 장패산은 살심이 동하는 것을 꾹꾹 눌러 참았다·

어쨌거나 그로서는 감히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높은 곳에서 내려온 명령이다· 아무리 아니꼽고 더러워도 거부할 수 없었다· 운중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는 발밑에 지나다니는 개미만큼이나 미약하고 하찮은 존재였으니까·

“제길! 빈 전각 하나를 보수해야겠군·”

운중천에서 미리 전서응을 보내올 정도라면 온다는 자들의 신분이 범상치 않을 것이다· 괜히 귀빈이라는 말을 쓴 것이 아닐 테니까· 그렇다면 될 수 있으면 제대로 된 거처를 마련해 줘야 했다·

“어이 부조장·”

장패산이 소무상을 불러 올봄에 귀빈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사정을 모두 들은 소무상의 첫 반응도 장패산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높으신 어른들이야 외유 삼아서 한번 오는 게 전부겠지만 이곳에서 앞으로 일 년 이상을 더 있어야 하는 그들에게는 무척이나 고달픈 일상이 될 것이 분명했다·

“분명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횐지도 몰라·”

“기회?”

“높은 분들이라잖아· 그 양반들 마음에만 든다면 더 빨리 이곳을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장패산의 말에 소무상이 눈을 반짝였다·

하루하루 어떻게 버텨가고 있었지만 그 역시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이곳에서의 한 달은 중원에서의 일 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겐 반드시 중원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화천각(華天閣)을 보수해야겠군요·”

“그래야지· 그래도 이곳에서 제일 화려한 전각이었으니까·”

“진 공자에게 말하겠습니다·”

“굳이 말할 거 있나?”

“그래도 일단 이곳 주인이니까 예의를 지키는 시늉이라도 해야죠·”

“그 문제는 자네가 알아서 해·”

“예!”

“그래 진정한 남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법이지· 흐흐! 그래 이것은 기회다· 이 지긋한 생활을 청산하고 중원으로 돌아갈 기회·”

장패산이 히죽 웃었다·

단지 생각을 조금 바꾸었을 뿐인데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소무상이 인사를 하고 나올 때가지도 장패산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밖으로 나온 소무상은 진무원이 있을 만한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진무원의 일과는 너무나 뻔했다· 지난 이 년 동안의 경험으로 그는 진무원이 지금 이 시간에 갈 만한 곳을 알고 있었다·

진무원이 만영벽이라는 곳에서 소무상은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진무원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맨 묘령의 소녀가 같이 있었다·

소무상의 미간에 골이 파였다·

그가 진무원을 부르며 다가갔다·

“진 공자·”

“부조장·”

소무상은 대답 대신 은한설을 바라봤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이다·

“황숙의 조카예요·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황숙이 키웠는데 이번에 황숙이 오래 떠나 있게 되어서 이곳에 잠시 머물게 되었어요·”

진무원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대답을 했다· 그의 대답에 소무상이 은한설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흑요석처럼 검은 눈동자를 마주 보는 순간 소무상은 벼락이 관통하는 충격과 함께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무슨 눈빛이····’

아무런 잡티도 섞이지 않은 순수함과 세상의 모든 남자를 홀릴 것 같은 고혹한 빛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 이질적인 분위기와 눈빛을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화 황철의 조카라고?”

“앞으로 꽤 오래 머물 것 같으니 잘 부탁해요·”

“으음!”

소무상이 침음성을 흘렸다·

그도 황철을 알고 있었다· 진무원에게 남은 유일한 충신· 그의 조카라는데 소무상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인가요?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온 거 아닌가요?”

“아! 올 봄에 운중천에서 귀빈들이 온다고 하는군· 그래서 말인데 화천각을 보수해서 썼으면 한다·”

“그러세요· 어차피 버려진 곳이나 다름없으니·”

진무원은 너무나 흔쾌히 허락했다·

화천각은 그의 거처 정 반대편에 있는 전각이다· 어차피 버려진 곳인데다 평소에도 들르는 법이 거의 없는 곳이다· 이제 와서 누가 사용한다 한들 문제될 것이 없었다·

진정한 문제는 누가 오느냐는 것이다· 소무상이 귀빈이라고 하는 걸로 봐서는 꽤나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 같은데 그런 자들과 잘못 엮였다가는 더 피곤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어차피 진무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무상의 말도 애초 부탁보다는 통보에 가까웠다·

진무원이 다시 걸음을 옮기자 은한설이 급히 뒤따랐다· 소무상은 멀어지는 은한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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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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