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82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82화 : 3장 진흙탕에 사는 용도 있다 (1)

운남성의 성도인 곤명은 칠백 장(약 2000미터) 높이의 고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중원의 어지간한 명산들보다 높은 고지대에 성도가 형성된 것이다·

고지대라서 추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곤명은 사시사철 따뜻한 기후를 자랑했다· 사계절 농사가 가능한 덕에 사람들의 삶은 꽤나 윤택한 편이었고 한족이 들어오기 이전부터 살았던 소수의 민족이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공존하는 곳· 그래서 곤명은 중원의 여타 성도와는 또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거리의 분위기도 훨씬 자유로웠고 사람들 또한 통일된 복장을 하고 있지 않아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평소라면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을 거리에는 적막이 감돌았고 간혹 지나다니는 사람들 역시 무언가를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곤명에 들어온 철기당과 백룡상단의 무인들 역시 그런 경직된 분위기를 감지했다· 이미 수십 명의 동료를 잃었기에 그들 역시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진무원은 마부석에 앉아서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그 역시 곤명의 경직된 분위기를 느꼈다· 간혹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은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진무원과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무원은 그렇게 경계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 대부분이 무기를 지니고 있는 무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무인이 생각보다 많이 보인다·’

개중에는 이곳 운남과 어울리지 않는 복장의 무인들도 보였다· 그 말은 곧 운남이 아닌 외부의 무인이 많이 유입되었다는 것을 뜻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당가의 무인들은 운중천의 초대를 받았다고 했다· 당기문도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초빙되었는지 자세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당가의 무인들 그중에서도 만독각주가 초대되었다는 것은 십중팔구 독에 관계된 어떤 일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그때 당기문 숙질이 마차 밖으로 나왔다· 당기문의 얼굴은 며칠 전보다 훨씬 더 좋아 보였다· 이독상생의 묘리로 내상을 치료한 후에도 꾸준히 스스로의 몸을 돌본 덕분이었다·

“잠시 옆자리에 앉아도 되겠는가?”

“그러십시오·”

진무원이 옆쪽으로 자리를 옮기자 당기문과 당미려가 마부석에 올라탔다·

“이제 좀 살 것 같군·”

좁은 마차 안에 있는 것이 무척이나 답답했던 듯 찬바람을 쐬자 당기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왔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이제 완전히 나았다네· 다 진 소협 덕분이네·”

“제가 한 일이 뭐가 있다구요· 당 대협 스스로 치료하신 거지요·”

“자네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멀쩡히 숨을 쉬고 있지도 못했을 걸세·”

당기문이 행렬의 선두를 바라보았다· 철기당과 백룡상단의 수뇌부들이 있는 방향이다· 아직도 그는 그날의 기억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듯했다·

동행을 하면서도 당기문 숙질은 그들에게 단 한 번도 먼저 말을 건넨 적이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한두 마디 할 뿐 무시로 일관한 것이다·

당가라는 어마어마한 배경과 본신의 능력이 더해지자 그런 오만한 모습조차 꽤나 잘 어울려 보였다· 하지만 철기당의 무인들을 대할 때와 진무원을 대하는 태도는 또 백팔십도 달랐다·

“자네가 힘들겠군· 한 번도 쉬지 않고 말을 몰았으니·”

진무원에게 건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정감이 듬뿍 묻어나왔다·

단순히 목숨을 구해줬기 때문이 아니라 당기문은 진심으로 진무원이 마음에 들었다·

선이 고운 미남은 아니지만 나름 호감형의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인품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진무원은 단 한 번도 그들에게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색을 낸 적도 없고 지나가는 말로라도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 어떤 보답을 받고자 행동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와 자신들을 구한 것이다·

‘요즘 세상에 그런 사람은 결코 흔치 않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진무원의 신세 내력이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진무원은 단 한 마디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 정도의 무공을 익히려면 분명 명사의 지도나 명문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진무원과 같은 자를 키워낼 만한 무인이나 문파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당기문은 나중에 따로 진무원에게 사문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조용히 있던 당미려가 입을 열었다·

“진 소협은 계속 백룡상단과 함께할 건가요?”

많은 의미가 함축된 질문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대로 따로 숙소를 잡을 생각입니다·”

“왜요?”

“뜻이 맞지 않는데 억지로 함께한다면 오히려 서로에게 방해만 될 겁니다· 이제부터는 제 방식대로 움직이렵니다·”

“그럼 저희와 함께 가는 것은 어떤가요?”

뜻밖의 제안에 진무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당미려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는 당분간 패권회에 머물 거예요· 운중천에서 파견 나올 무인들과 그곳에서 합류하기로 했거든요·”

“패권회?”

진무원의 눈빛이 변했다·

한때 북천문을 든든히 떠받치던 네 기둥· 그중의 하나가 바로 패권회를 세운 권마(拳魔) 조천우였다· 그의 아버지 진관호와 호형호제했으며 진무원에겐 자랑스러운 숙부이기도 했다·

그러나 운명의 그날 조천우는 제일 먼저 진관호와 북천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 대가로 그는 운중천의 인정을 받아 이곳 운남에 패권회를 세울 수 있었다·

“패권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진 소협의 숙부님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예요·”

“제의는 고맙지만 당분간은 패권회에 들어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왜요?”

“밖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준비가 되면 그때 제가 찾아가죠·”

“그런가요? 어쩔 수 없죠·”

당미려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미소를 지으며 진무원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준비가 되면 꼭 찾아오세요· 이걸 보여주면 들여보내 줄 거예요·”

그녀가 내민 것은 ‘당(唐)’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옥패였다· 당가에서도 오직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주는 물건으로 이것을 가지고 있으면 운중천도 따로 검문을 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진무원은 순순히 옥패를 받아 품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본 당기문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바람이 좋구나· 좋은 계절이야·”

그의 장난 같은 읊조림에 당미려의 얼굴이 약간 붉게 상기되었다·

당기문이 진무원에게 시선을 던졌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부디 조심하게· 지금 곤명은 복마전이나 다름없네· 운중천에서 우리를 불러들인 것만 봐도 분위기가 얼마나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지· 그러니까 자네도 부디 자신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게·”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당기문도 진무원에게 무언가를 불쑥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 위에는 조그만 목갑이 놓여 있었다·

“뭡니까?”

“선물일세· 홍은신단(紅銀神丹)이라는 놈일세·”

“귀한 거 아닙니까?”

“내가 직접 만든 놈일세· 어지간한 독은 복용 즉시 해독이 되고 내력도 십여 년 이상 증진시켜 줄 걸세·”

“너무 과합니다· 받을 수 없습니다·”

“내 목숨값으론 오히려 약소하다네· 자네가 보기엔 내 목숨 값이 그 정도의 값어치가 없을 거 같은가?”

당기문의 말에 진무원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잘 사용하겠습니다·”

“위급한 순간에 쓰면 제법 도움이 될 걸세· 지금 당장은 자네에게 줄 것이 이 정도밖에 없군·”

당기문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홍은신단이 별 볼 일 없는 물건은 아니었다· 홍은신단을 만들기 위해 그는 수십 년의 세월을 투자해 수십 가지의 귀한 독물을 구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홍은신단은 겨우 스무 개 정도에 불과했다· 당가의 수뇌부와 지인들에게 나눠 주고 그의 수중에 남은 것은 겨우 다섯 개에 불과했다· 그렇게 귀한 것을 진무원에게 아낌없이 나눠 준 것이다·

진무원이 목갑을 품에 집어넣었다·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마차 행렬은 어느새 패권회 정문에 도착했다·

패권회는 그야말로 거대했다· 전성기 북천문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중원의 여타 문파와 비교해서 손색이 없는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높다란 담장 위로 보이는 거대한 전각의 수만 십여 채 보이지 않는 조그만 전각까지 합친다면 수십 채가 훨씬 넘어갈 것이다· 패권회의 위세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정문에는 수십 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가봐야겠군· 조만간 다시 보지·”

“찾아오길 기다릴게요 진 소협·”

당기문과 당미려가 마차에서 내렸다· 진무원이 그들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당기문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당미려가 그의 뒤를 따르면서 연신 뒤돌아봤다· 진무원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마침내 정문에 도착한 당기문 숙질이 경비무사에게 신분을 밝히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패권회 안에서 중년의 남자가 급히 뛰어나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소생은 패권회의 총관 유중문이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도착하실 시간이 많이 늦어 걱정을 하고 있던 참입니다·”

“반갑소 유 총관·”

“어찌 된 일입니까?”

“이곳으로 오는 동안 적의 습격을 받았소· 다행히 도움을 받아 우리는 무사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소·”

“저런·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회주님과 소회주님이 두 분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럽시다·”

유중문이 두 사람의 손을 잡아끌었다· 유중문을 따라가면서 당미려가 뒤돌아봤다· 하지만 백룡상단의 행렬은 벌써 자리를 떴는지 진무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백룡상단은 곤명에서 가장 큰 백석객잔에 짐을 풀었다· 보표들은 마차에 실려 있는 짐을 객잔의 별채에 모두 내리고 짐을 정리했다· 그렇게 모두가 분주히 움직일 때 진무원은 공진성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젠 따로 움직이는 게 나을 듯합니다· 저는 따로 거처를 잡겠습니다·”

“음!”

공진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진무원의 가공할 무력을 목도한 공진성이다· 그가 함께한다면 얼마나 든든할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선뜻 진무원에게 가지 말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그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였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철기당의 무인들은 진무원을 경원시하고 있었고 보표들은 진무원을 겁내고 있었다·

공진성 역시 진무원을 통제할 자신이 없었다·

진무원은 계산으로 움직이는 남자가 아니었다· 차라리 그랬다면 오히려 다루기가 쉬웠을 것이다· 적당한 보상만 해주면 됐을 테니까·

그러나 진무원은 그런 사소한 것들로 움직이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를 움직이는 것은 외적인 요인이 아니라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과 정의였다·

자신의 중심이 그렇게 확고하게 서 있는 사람은 결코 남에게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때문에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공진성은 진무원을 이용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그와 선을 끊는 어리석은 판단도 하지 않았다·

“자네의 판단을 존중하겠네· 백룡상단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만 하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진무원이 포권을 취한 후 뒤돌아섰다· 곁에서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던 곽문정이 공진성에게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너도 그를 따라가려느냐? 그가 가는 길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형은 저에게 꿈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도 제 꿈의 끝이 어딘지 가보고 싶습니다·”

“그렇구나·”

공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곽문정의 결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한 사람 몫을 하게 되면 언젠가 다시 백룡상단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 부디 받아주세요·”

“기다리고 있으마· 어서 가거라·”

공진성의 대답에 곽문정이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서는 서둘러 진무원을 따라갔다·

공진성이 멀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곁으로 용무성과 종리무환 윤서인이 다가왔다·

“가는군요·”

“애당초 그는 저희가 어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철기당의 용무성도 감히 품지 못한 남자이다· 백룡상단이라는 그릇으로는 그를 감히 가둬둘 수 없었다·

“어디서 저런 사람이 나타난 것일까요?”

종리무환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는 북쪽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