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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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 2장 동행(同行),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 (2)

노태태와 윤후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무 대의 마차가 백룡상단을 떠났다· 보표와 철기당의 무인들까지 합하면 물경 오십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다·

보통 이런 대규모 인원이 움직일 때는 잡일을 봐주는 일꾼들까지 동행하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임무의 위험성과 워낙 먼 장거리 원정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그들은 모두 배제되고 무공을 익힌 무인들로만 구성됐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길·’

노태태는 그들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기원했다· 그리고 행방을 알 수 없는 윤자명이 그들과 함께 돌아오길 바랐다·

그녀는 염원을 담아 백룡상단의 정문을 나서는 마차와 사람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먼저 공진성과 보표들이 그녀에게 눈인사를 해왔다· 종리무환과 채약란의 얼굴도 뇌리에 각인시켜 두었다·

임진엽과 공손창 담진홍도 그녀에게 인사를 해왔다· 밤을 지새워 술을 마셨음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전혀 취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노태태는 미소로 그들의 인사를 받았다·

“휴!”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한숨이 흘러나왔다· 중간에 있는 마차에 타고 있는 막내딸 윤서인이 보였기 때문이다· 윤후명이 그랬듯 그녀 역시 윤서인의 고집을 꺾지 못한 것이다·

[다녀올게요]

윤서인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귓전에 울려 퍼졌다· 전음을 보내온 것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 마차가 그녀의 앞을 지나갔다· 순간 그녀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마차를 몰고 있는 낯선 청년 때문이다·

‘저 아이가 황 보표의 조카인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황철을 사지로 보낸 것도 모자라 그의 조카마저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보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인 든 것이다·

문득 진무원과 그녀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진무원의 깊고 유현한 눈동자를 보는 순간 노태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음!’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상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노태태이다· 수많은 이를 만나왔고 그들 중에는 인걸이라 할 만한 자도 다수 있었고 세상을 호령하는 자도 있었다· 희대의 사기꾼도 만나봤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마인도 만나봤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보는 눈이 생겼다·

사람의 얼굴이란 정말 신기해서 비슷한 인생의 행로를 걷는 자들끼린 닮게 마련이었고 그래서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향후 인생 여정을 자연스럽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사람의 얼굴에서 미래가 보이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만나본 종리무환이나 채약란 역시 대단한 인재였지만 노태태는 그들의 얼굴에서 훗날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본 진무원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미래도 엿볼 수 없었다· 옅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마치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모든 것이 희미했다·

이런 경우는 난생처음이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

노태태가 자신도 모르게 진무원을 부르려 했다·

“저····”

“왜 그러십니까 어머님?”

옆에 있던 윤후명이 이상하다는 듯이 노태태를 바라봤다· 그사이 진무원을 태운 마차는 벌써 백룡상단의 정문을 지나 멀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조급했어도 한 번쯤 만나봐야 할 사람인데 내가 큰 실수를 했구나·”

노태태가 탄식을 터뜨렸다·

저런 사람이 평범할 리 없었다· 설령 평범하다 하더라도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해야 했다· 그랬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었을 테니까·

자식에 대한 걱정은 노태태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고 결과적으로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될 변수를 넘겨 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차후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노태태는 감히 예측할 수 없었다·

“이젠 정말 일선에서 물러서야 할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상인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된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친 혈육이 관계된 일일지라도·

그녀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어머님·”

영문을 모르는 윤후명이 노태태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백룡상단을 나선 일행은 무척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빨라도 한 달 반 늦어지면 두 달이나 걸리는 엄청난 여정이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일정이 한없이 늘어질 수 있었다· 초반에 속도를 높여야 했다·

다그닥 다그닥!

바닥의 진동이 바퀴를 타고 마부석에 걸치고 있는 엉덩이로 그대로 전해져 왔다· 익숙지 않은 느낌에 불편할 만도 하건만 진무원은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스무 대의 마차에 오십 명이 넘는 대인원의 행렬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아무리 난주가 교역의 중심이라지만 이 정도로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도 아닐진대 진무원은 얼굴이 간지럽다고 느꼈다· 진무원은 피풍의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썼다· 그러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형도 부끄러움을 타는 모양이네요·”

진무원의 옆으로 말을 탄 곽문정이 다가왔다·

아직 경험이 일천한 곽문정은 일행의 후미에 배치되어 있었다· 후미에서 마차는 이상이 없는지 혹시 따라오는 자는 없는지 살피는 게 그의 임무였다·

“속은 괜찮으냐?”

“하하! 끄떡없어요·”

곽문정이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호기롭게 말했다·

그 역시 임진엽 등과 어울려 밤새 술을 마셨다· 그런데도 취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술이 무척이나 센 듯했다·

임진엽과 담진홍은 절정의 고수답지 않게 격의 없이 보표들을 대했다· 곽문정은 그들이 늘어놓는 무용담에 흠뻑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밤을 꼴딱 지새웠다·

강호의 마두들이라는 철심삼괴(鐵心三怪)와 싸운 일이라던가 여인을 겁탈하려던 음적(淫敵)을 단호히 처단하던 순간을 이야기할 때는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 것처럼 두 주먹을 꽉 쥐기도 했다·

그들은 곽문정이 무공을 열심히 연마하면 언젠가 자신들처럼 강호의 협객이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줬다· 그들의 이야기에 곽문정이 품은 웅지는 점점 커져만 갔다·

진무원은 곽문정이 평소보다 들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진무원은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할까 하다가 참았다·

곽문정은 아직 어렸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고 가슴속에서 들끓어 오르는 혈기가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금 진무원이 어떤 이야기를 해봤자 곽문정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지금 이대로 지켜보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진엽과 담진홍 공손창은 선두에서 말을 탄 채 앞서 나가고 있어 진무원이 있는 뒤쪽에서는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아마 운남에 도착할 때까지 쭉 이런 식으로 갈 것 같았다· 진무원은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않는 지금의 자리가 딱 마음에 들었다·

북천문에 있을 때 그는 감시의 대상이었다· 하루 열두 시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무공도 그들의 눈을 피해 익혀야 했다·

반면 지금 그는 행렬의 마지막 마차를 몰기에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은 전방으로 향하게 마련이고 후미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곽문정도 진무원의 옆에서 몇 마디 떠들다가는 조금 더 앞쪽으로 달려갔다· 덕분에 진무원은 혼자서 호젓하게 주변 풍경을 즐길 수가 있었다·

난주를 벗어나자 풍경이 일변했다· 민가는 보이지 않고 저 멀리 높다란 산들의 파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좁은 관로를 백룡상단의 행렬이 지나갔다·

진무원은 눈을 감았다· 그래도 주변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방위 감각 덕분이었다·

혼마 태무강과의 싸움에서 일깨운 전방위 감각은 여러모로 편리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오감을 통해 전해져 오는 모든 정보가 하나로 취합되어 입체적인 그림으로 뇌리에서 구현되었다·

그 덕분에 진무원은 눈을 감고도 마차를 몰 수 있었다· 그리고 마차를 몰면서도 만영결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의식의 외부와 내부를 분리한 것이다·

만영결에 몰입하는 그 순간 진무원은 완벽한 자신만의 심상을 구현하게 된다· 그것은 오직 정적과 어둠만이 존재하는 진무원만의 세계였다·

그곳에서 진무원은 편안함을 느꼈다· 어미의 뱃속에 웅크린 아이처럼 창공을 활강하는 새처럼·

진무원이 만영결에 몰두한 그 순간부터 그림자 내공이 움직였다· 다른 사람은 느낄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진무원은 달랐다· 그는 그림자 내공의 존재를 느끼고 움직일 수 있었다·

기해혈의 이면에 존재하던 그림자 내공은 소리도 기척도 없이 진무원의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설화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우웅!

심신을 유혹하는 아찔한 울림에 잠시 진무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 평정심을 찾고 만영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진무원은 시간의 흐름도 풍경의 변화도 잊었다· 보이는 것은 오직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는 자신뿐·

그 속에서 진무원은 무한한 자유를 느꼈다· 그곳은 그의 세상이었고 그가 창조주였다· 현실과 나눠진 무의식의 세계에서 진무원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전방위 감각에 외부의 소란이 느껴졌다· 분리되었던 의식과 무의식이 다시 합쳐지면서 진무원이 눈을 떴다·

공진성이 관도 옆에 있는 큰 공터를 가리키며 소리치고 있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곳에서 노숙을 하겠다! 서둘러 준비하도록!”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것이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것 같았다·

공진성의 결정에 보표들은 마차에서 말을 분리해 한쪽에 모았다· 그 후 스무 대의 마차를 둥글게 연결했다· 마차로 벽을 만든 것이다· 일단의 보표들이 외곽에서 경계를 서는 동안 다른 보표들은 마차로 만든 벽 안에서 불을 피우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사불란한 그들의 모습에 진무원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같이한 사이다 보니 그들은 이런 일에 무척이나 익숙한 것 같았다· 누구 한 명 헛되이 움직이는 사람 없이 그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진무원뿐만 아니라 철기당의 무인들도 그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나이든 보표 중 한 명이 진무원에게 다가왔다·

“자네도 우두커니 있지 말고 무슨 일이라도 해야지?”

“아? 예!”

진무원은 보표에게 끌려 모닥불 앞에 앉았다· 그곳에선 곽문정을 비롯한 젊은 보표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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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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