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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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 7장 검벽칠년(劍壁七年) (2)

진무원은 향한 곳은 서쪽이었다·

해가 지는 방향을 따라 몇날 며칠을 움직여 도착한 곳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거대한 암산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에 생뚱맞게 솟아 있는 산의 모습은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서 있는 무인도나 마찬가지였다· 적갈색의 암석으로 이뤄진 암산은 한눈에 보기에도 유독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적암산(赤巖山)이라는 본래의 이름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귀산(鬼山)이라 불렀다· 워낙 음기가 강하고 산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암석으로 이뤄져 풀 한 포기 날 수 없는 곳이었다·

사정이 그러다 보니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들조차도 얼씬하지 않았다· 중원에서는 이런 곳에 이런 산이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공자님 정말 이곳에서 지내시렵니까?”

황철은 이 삭막한 곳에 진무원을 두고 혼자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당사자인 진무원은 홀가분한 표정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무공을 익힐 생각입니다·”

북천문에서는 운중천의 감시 때문에 온전히 무공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마음껏 무공을 익힐 수 있었다·

진무원은 죽은 자가 되었고 그렇게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처음엔 의심하겠지만 곧 그런 관심마저 사그라질 것이다· 세상인심이란 그렇게 무정한 것이었으니까·

단지 문제가 있다면 생필품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어차피 황철이 서너 달에 한 번씩 오면 될 일이기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황숙 고되시겠지만 조금만 더 부탁드릴게요·”

“아이쿠! 공자님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공자님은 오직 무공을 익히시는 데만 전념하십시오·”

“고마워요 황숙·”

진무원이 황철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에 황철이 더욱 송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무원이 적암산을 올려다봤다·

“제 비상은 이곳에서 시작될 겁니다·”

☆ ☆ ☆

황철이 돌아간 후 진무원은 적암산 중턱에 있는 동굴에 짐을 풀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은 제법 넓고 깊어서 진무원이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짐을 푼 후 진무원은 쉴 틈도 없이 커다란 돌을 주워와 둥글게 쌓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원하는 형태가 잡히자 진무원은 이번에는 산 밑으로 내려가 황토를 커다란 가죽 부대에 가득 넣어 짊어지고 올라왔다·

부러진 왼쪽 팔이 아물지 않아서 힘을 쓰는 것 자체가 무리였지만 진무원은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전신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한계까지 혹사당한 근육은 계속해서 푸들거렸다·

그래도 진무원은 멈추지 않았다· 동굴 근처 바위 사이로 졸졸 떨어져 내리는 물을 모아 황토를 반죽한 후 공들여 쌓은 돌탑에 꼼꼼히 발랐다·

그렇게 사흘 동안 진무원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것은 커다란 화로였다· 북천문의 공방에 들여놓은 화로보다 최소 세 배는 더 큰 화로는 그만큼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다·

땔감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천병진서에 따르면 이곳에는 불이 붙는 검은 돌을 쉽게 채취할 수 있었고 그것을 이용하면 일반 화로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한 불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진무원이 이곳을 거처로 택한 것도 그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다음 날부터 진무원은 천병진서에 나온 것과 같은 특징을 지닌 검은 돌이 존재하는 광맥을 찾기 시작했다· 적암산을 샅샅이 뒤진 끝에 검은 돌이 묻혀 있는 광맥을 찾아낸 것은 그로부터 닷새 후였다·

“후우!”

진무원이 불이 붙은 화로를 바라보았다·

순백색의 불길이 어마어마한 열기를 발산하고 있다· 그 열기가 어찌나 강렬한지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도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진무원은 화로에 북천문에서 챙겨온 철괴를 집어넣었다· 검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기존에 만들어두었던 검은 태무강과의 싸움에서 부서졌으니 다시 만들어야 했다·

좀 더 튼튼하고 강한 놈으로·

진무원은 틈틈이 검을 만드는 한편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부러진 뼈가 붙는 데 거의 보름이 걸렸다· 옆구리 상처가 완벽하게 아무는 데는 보름이 더 걸렸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진무원은 완벽한 몸 상태를 회복했다·

“후우!”

진무원이 호흡을 고르며 눈앞에 있는 거대한 벽을 바라보았다· 높이 삼십 장 너비 오십 장의 거대한 암벽은 돌로 이뤄진 적암산에서도 가장 크고 거대했다·

마치 거대한 거인이 그를 굽어보고 있는 듯했다· 그 거대한 위압감과 무게감에 진무원은 짓눌리는 것을 느꼈다·

놈은 이 산의 혈맥이자 중추였다·

진무원은 놈에게 검벽(劍壁)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제부터 네가 내 상대가 되어야겠다·”

그의 손에는 지난 한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검이 들려 있었다·

이 척 칠 촌 길이에 무게는 한 근 날카롭게 뻗어 나간 검신이 예리한 빛을 흩뿌리고 있다·

진무원의 체형과 손에 가장 최적화된 검이다· 그간 익힌 기술을 총동원하여 만들었다· 겉보기엔 투박하지만 진무원은 이 검이 마음에 들었다·

진무원이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검이 미약하나마 검명을 터뜨렸다· 그의 내공과 동조하는 것이다·

진무원은 내공을 유지한 채 멸천마영검을 떠올렸다·

북천문의 역대 문주는 안락한 의자에 앉아 있는 것보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을 택했다· 밀야의 무인들과 전투를 치르면서 그들은 더 강해졌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멸천마영검은 그렇게 전투를 통해 얻은 영감의 결정체였다·

역대 북천문주는 밀야와 수많은 전투를 수행해 봤기에 그들의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한 경험과 영감이 모여 멸천마영검이 탄생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 멸천마영검의 이름은 멸마검(滅魔劍)이었다· 밀야를 마(魔)로 규정하고 그들을 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무원의 아버지 진관호는 검공의 이름을 바꿨다·

그는 밀야뿐 아니라 운중천도 적으로 규정했다· 그들의 검이 되어 평생을 싸웠지만 결국 토사구팽당한 자의 분노였다·

그렇게 멸마검은 멸천마영검이 되었고 진무원에게까지 이어졌다·

유성혼(流星魂)·

북천벽(北天壁)·

단천해(斷天海)·

폭우림(暴雨林)·

섬광혈(閃光血)·

무영계(無影界)·

멸천마영검은 모두 여섯 개의 초식으로 이뤄져 있었다·

역대 북천문주의 심득이 더해진 만큼 여섯 개의 초식은 그야말로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각자의 초식만으로도 밀야와 중원의 그 어떤 신공절학에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진정한 멸천마영검의 위력은 각 초식을 연계할 때 발휘되었다·

유성혼과 북천벽이라는 초식이 조화를 이루면 또 다른 초식이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단천해와 폭우림의 초식이 합쳐지면 또 다른 방식의 초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론상 서른 개의 새로운 초식이 만들어져 모두 서른여섯 개의 초식이 되는 것이다·

진무원도 그것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멸천마영검을 익힌 자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진무원조차도 단지 삼초식인 단천해까지만 겨우 익혔을 뿐이다· 그것도 수많은 오류를 직접 수정해 가면서 익힌 것이다· 아무래도 이론으로만 만들어진 무공이다 보니 실제와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머지 삼 초식을 익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정이 가해져야 할지 진무원도 알 수 없었다· 단지 묵묵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그 끝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검로(劍路)·

진무원은 끝이 없는 그 길의 출발점에 섰다·

이제야 그 어떤 족쇄도 없이 무공을 익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진무원이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리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한설·”

정사(正邪)의 이념 운중천과 밀야와의 구원 따윈 이제 그완 상관없는 일이었다·

진무원이 검벽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검이 울고 바람이 몰아쳤다·

***

백룡상단(白龍商團)은 천하십대상단 중 하나였다· 쌓은 부가 산을 이루고 지닌바 금력은 황실마저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변방으로 불리는 감숙성 난주(蘭州)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영향력만큼은 결코 중원의 다른 십대상단에 뒤지지 않았다·

난주에서도 가장 큰 장원이 바로 백룡상단의 근거지였다· 장원 안의 전각만 스무 채가 넘었고 구성원의 수는 모두 오백 명이 넘었다· 중원 각지에 퍼져 있는 지부의 인원까지 합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천하에 두루 영향력을 끼치지만 그중에서도 근거지라 할 수 있는 난주에서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난주에 사는 사람치고 백룡상단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백룡상단과 연관이 없는 상회가 없을 정도였다·

백룡상단의 정문은 마차 서너 대가 한꺼번에 들어가도 될 만큼 넓고 웅장했다· 일단 정문을 들어서면 수백 명이 한꺼번에 연무를 해도 좋을 정도로 넓은 마당이 나타난다·

넓은 마당을 정면에서 내려다보는 거대한 전각의 이름은 백룡전(白龍殿)· 백룡전이야말로 백룡상단의 얼굴이고 모든 대소사가 결정되는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그 중요성에 걸맞게 백룡전에는 항상 호위무사 십여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흔히 일류고수라 불리는 자들로 강호에 나가면 다들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무인들이었다·

백룡전 안에는 스무 명의 사람이 기다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들이야말로 백룡상단을 이끌어나가는 수뇌부였다·

탁자의 중앙에는 붉은 연꽃 문양이 백색 장삼을 입은 노부인이 앉아 있었다·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 머리에 내려앉은 하얀 서리마저도 자연스러운 위엄으로 발산하는 노부인이 바로 천하십대상단 중 하나인 백룡상단을 이끄는 수장이었다·

여인은 장문화라는 본래의 이름 대신 노태태로 불렸다·

노태태는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백룡상단으로 시집왔다· 그녀가 시집왔을 때 백룡상단은 십대상단 중 하나가 아니라 천하의 많고 많은 중소 상단 중 하나에 불과했다·

처음 시집와서 노태태는 백룡상단의 소상주이던 남편을 내조하는 데 전념했다· 상재가 뛰어났던 남편 덕분에 백룡상단은 점점 규모가 커져갔고 부부간의 금실도 좋아 노태태는 아들 넷과 딸 셋 도합 일곱 명의 자식을 낳았다·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행복한 나날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십 년을 넘기지 못했다· 상행을 나간 남편이 마적 떼에게 살해를 당했고 설상가상으로 만기가 도래한 어음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백룡상단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나선 이가 바로 노태태였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도 없이 상단의 전면에 나서서 모든 일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만기가 도래한 어음을 연장하기 위해 거래처에 찾아가 사정을 하고 위험한 상행에 직접 나서며 거래를 재개했다· 생명의 위협을 받은 것도 여러 차례 하지만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처음엔 그녀를 믿지 못하던 거래처들도 그녀의 열정과 담대함을 인정했다·

그렇게 백룡상단은 재기했고 천하십대상단의 하나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한 이가 바로 노태태였다·

백룡상단은 그녀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그녀의 일곱 자식은 모두 백룡상단에서 일하고 있고 백룡상단의 모든 구성원은 그녀를 어머니처럼 믿고 따랐다· 백룡상단에서 노태태의 위치는 그야말로 지고한 것이어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칠 사람이 수두룩했다·

백룡전에 모인 수뇌부 중에는 노태태의 자식들도 있었다· 장자인 윤후명 삼남인 윤자명 그리고 막내딸 윤서인이 참여해 눈을 빛내고 있었다·

다른 형제들은 현재 지부에 파견 나가 있거나 상행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제아무리 노태태의 자식들이라지만 특별대우는 없었다· 노태태는 자신들도 상단의 밑바닥 일부터 시켰고 능력을 검증받아야만 중요한 일에 배치했다·

장자인 윤후명은 어려서부터 노태태를 따라 상행과 거래에 참여했다· 어렵던 시절 밑바닥 일부터 시작했기에 그는 누구보다 폭넓은 경험과 애정을 갖고 있었다·

백룡상단의 식구들을 다독이고 일을 추진하는 능력만큼은 그야말로 노태태를 빼닮았다고 할 수 있었다· 노태태도 그런 윤후명의 능력과 인망을 인정해 일찍이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천명했다·

윤후명이 자리를 잡자 노태태는 그에게 단주 직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은퇴했다· 가끔 중요한 결정에만 참여할 뿐 실질적인 권한은 모두 윤후명에게 넘긴 것이다·

실질적으로 은퇴한 노태태가 다시 나온 자리이다· 그만큼 중요한 회의였고 그로 인해 전 내의 분위기도 무척이나 무거웠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노태태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운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거구나·”

“네 어머님·”

“흐음!”

윤후명의 대답에 노태태가 살포시 미간을 찌푸렸다·

문제가 생긴 운남은 거리가 너무 멀어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백룡상단 내에서도 종종 운남지부를 철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곤 했다· 그럼에도 운남지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곳을 개척한 이가 바로 삼남인 윤자명이었기 때문이다·

윤자명은 칠 년 전 목숨을 걸고 운남에 지부를 개설했고 그 덕분에 백룡상단은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때문에 접객당주 직으로 자리를 옮긴 지금에도 운남지부에 대한 윤자명의 애정은 각별했다·

“그래서 제가 운남에 다녀오려 합니다·”

윤자명이 나섰다·

그의 표정은 비장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얼마 전까지 운남지부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운남 남부 지방의 소수 부족들과 거래를 틈으로써 물동량이 늘어났다· 운남에서는 흔했지만 북방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은 물건들이었다·

그렇게 거래한 물건을 북방에서 팔아치움으로써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운남지부의 거래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백룡상단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큰 타격이었고 그 때문에 수뇌회의가 소집되었다·

“안 됩니다 어머님· 지금 자명이 빠지면 상단에 타격이 큽니다· 차라리 다른 이를 보내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형님 제가 개척한 곳입니다· 운남에 대해서 저만큼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저를 보내주십시오·”

윤후명의 만류에도 윤자명은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에 윤후명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윤자명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가 적임자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가 넌지시 반대의 뜻을 표하는 것은 운남의 상황이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혈육인 윤자명을 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백룡상단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노태태가 혈육과 수하들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임무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수뇌부가 각각 한마디씩 떠들기 시작했다·

“백계서생 이서윤이 적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계략에도 밝으니 운남지부의 문제가 무언지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운남의 사정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지 않습니까? 역시 운남은 윤자명 당주께서 맡는 것이 최선일 듯합니다·”

“그렇다면 천인각주는 어떻습니까?”

“그는 무력은 강하지만 눈치가 그리 빠르지 못합니다· 이번 임무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습니다·”

“하나····”

각자 제 의견을 내니 전각 안이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그래도 노태태는 침묵을 유지했다·

결론이 쉽게 나지 않고 지루해질 무렵 마침내 노태태가 입을 열었다·

“자명아·”

그녀의 한마디에 시끄럽던 장내가 조용해졌다· 심지어는 윤후명조차 입을 꾹 다물고 노태태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윤자명이 몸가짐을 바로 하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예 어머니·”

“기어이 갈 생각이더냐?”

“어머니도 아시지 않습니까? 운남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접니다· 제가 가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 그게 순리지·”

노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누구를 데려갈 생각이더냐?”

“수호대(守護隊)를 데려갈 생각입니다·”

“수호대주 남인걸과 수하들이라면 분명 어떠한 난관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호대는 백룡상단이 비밀리에 운용하는 비밀 조직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상단은 물건의 수송을 표국에 의탁한다· 백룡상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간혹 표국에 맡기기 힘든 거액의 물건이나 비밀을 요하는 물건을 운송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럴 때는 자체 호상단이 나섰다· 그리고 비밀리에 수호대가 호상단을 호위했다·

수호대는 개개인이 절정 이상의 무위를 가진 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특히 수호대주 남인걸은 초절정의 무위를 가진 고수 중의 고수였다· 남인걸을 초빙하기 위해 백룡상단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거액을 썼다·

“그럼 한 사람 정도는 더 데려가도 상관없겠구나·”

“누굴?”

“황 보표를 데려가거라·”

“황 보표 말입니까?”

윤자명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노태태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황 보표는 믿을 만한 사람이다· 그라면 비상시에 충분히 연락책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윤자명도 노태태가 황 보표라고 부르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칠 년 전 운남을 개척할 때도 함께한 적이 있지만 그가 노태태가 특별히 기억할 만큼 특출한 사람인지는 솔직히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노태태의 명령이기에 그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자명아 부디 몸조심하거라· 운남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

“명심하겠습니다 어머님·”

“언제쯤 출발할 생각이더냐?”

“수호대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귀환하는 대로 출발할까 합니다· 계산대로라면 한 보름 후가 될 것 같습니다·”

“알겠다· 후명이만 남고 모두 물러가거라·”

“예!”

윤자명을 필두로 수뇌부가 모두 밖으로 나가고 오직 윤후명만이 남았다·

노태태가 윤후명을 바라보았다·

“걱정되느냐?”

“솔직히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불안합니다·”

윤후명이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위험하다고 불안하다고 단주의 혈육이 빠진다면 아무도 백룡상단에 충성을 바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상단의 직계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어머님·”

공과 사를 명백히 구별해야 하는 게 상단의 일이다· 윤후명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동생이 관계된 일이라 냉정해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명이는 잘 헤쳐 나갈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어머님·”

“이만 나가보거라·”

“예·”

“내 거처로 돌아가 있을 테니 황 보표를 보내어라·”

“황 보표를 말입니까? 아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윤후명의 얼굴에 의혹이 가득했다·

황 보표는 수많은 보표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특출할 것도 없고 무공 수위도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머니 노태태가 그를 기억하고 각별히 신임한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도 노태태의 명이었다· 윤후명의 발걸음은 보표들의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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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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