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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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화 : 8장 하늘이 무너져도 버텨야 할 때가 있다 (4)

모용율천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그의 동공은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열려 있었다· 그의 망막 가득 진무원의 모습이 맺혔다·

잠시 말없이 진무원을 바라보던 모용율천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그 모습이 마치 웃는 것 같았다·

“자넨 누군가?”

진짜 진무원의 정체를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기 위해 묻는 느낌이었다·

진무원은 대답 대신 모용율천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모용율천의 안광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진무원은 두 눈으로 송곳으로 후벼 파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마치 설원 한가운데 벌거벗고 선 듯한 섬뜩한 느낌이 전신을 지배했다·

오랫동안 강호를 암중에서 지배하고 경영해 온 절대자가 눈앞에 있었다· 그를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전율이 전신을 지배했다·

다시 한 번 모용율천이 물었다·

“자네는 누군가?”

“진무원입니다·”

“역시 그렇군· 그런 줄 알았네· 자네는 내가 누군지 아는가?”

“모용율천 당신은 모용율천입니다·”

“역시 알고 있었군·”

모용율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보는 이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드는 순수한 미소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온 말은 주위의 공기를 차갑게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런데도 내 집에 찾아왔단 말이지? 이 모용율천의 집에···· 이거 내가 너무 우습게 보였나 보군·”

“····”

절대자의 기도가 사위를 잠식해 갔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심지어는 심무외마저도 말이다· 하지만 단 한 명 진무원만은 그의 기도에 압박을 받지 않았다· 아니 견뎌내고 있었다·

모용율천의 기도는 다른 이들처럼 폭발적이거나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주위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의 기도를 깨달았을 때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옴짝달싹도 할 수 없게 된 후였다·

“밀야와 손을 잡은 것인가?”

진무원이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모용율천의 입가에 어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아쉽겠군· 손을 잡았다면 본가에 더 큰 타격을 주었을 텐데·”

“아쉽지 않습니다·”

“왜인가?”

“밀야와 손을 잡는 순간 북천문의 정당성이 훼손되니까요·”

“정당성이라? 아직도 그런 옛 시대의 기치를 입에 담는 사람이 있던가? 재밌군!”

“내 아버지가 평생을 지켜온 신념이었습니다· 그분의 신념을 더럽히고 싶지 않습니다·”

“효자군· 자네 아버지가 부럽구먼·”

“불행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안타깝군! 자네 아비가 살아 있었다면 밀야가 이곳에서 이런 난리를 치지 못했을 텐데·”

모용율천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런 모용율천의 모습에 진무원은 치가 다 떨렸다· 하지만 그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상대는 암중에서 강호를 지배해 온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보통 사람의 신경으로는 모용율천을 이해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자네가 왜 이곳에 나타난 것인가? 밀야와 손을 잡아 좋을 것이 없다면서·”

“밀야가 멸망하면 다음이 북천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밀야가 몰락하기 전에 최대한 본 가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뜻이군· 제법이야· 기회를 놓치지 않다니·”

모용율천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감탄했다는 빛이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표정과 달리 그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순간 진무원은 심장을 옥죄어오는 고통을 느꼈다· 음성에 담긴 살기가 진무원의 심장을 자극한 것이다·

모용율천의 시선이 진무원의 어깨에 있는 궁문휘를 향했다·

“그 아이를 구해 가려는가?”

“할 수 있다면·”

“흐음! 재밌군! 이 모용율천 앞에서 그런 배짱이라니· 진무원 자네는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네·”

진무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암혼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영혼 없는 인형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진무원을 포위하고 있었다· 진무원은 그들의 상태가 용무성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설마 이들에게도 아드님에게 한 것과 같은 대법을 펼쳤습니까?”

“무성이를 만났는가?”

“저를 막더군요·”

“죽였는가?”

진무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모용율천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진무원은 그런 모용율천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죽이지 않아 아쉬운 모양이군요?”

“말이 너무 길어졌군· 우리가 그렇게 대화를 오래 할 사이도 아닌데 말이야·”

모용율천의 말에 화답이라도 하듯 암혼대가 포위망을 좁혀왔다·

“직접 싸우지 않겠단 겁니까?”

“후후! 이렇게 좋은 도구들이 많은데 힘들게 굳이 노구를 움직일 필요가 있겠는가? 지배하는 자는 도구를 잘 사용해야 하는 법이네· 자네도 살아 돌아가면 그 사실을 명심하게· 물론 살아서 귀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용율천은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진무원을 절대로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만 죽이면 북천문을 손쉽게 와해시킬 수 있었다· 그런 절호의 기회를 허투로 흘려보낼 만큼 그는 무른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심무외가 앞으로 나섰다· 심무외는 진무원이 나타난 그 순간부터 눈에 살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모용율천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의 아들도 진무원에게 목숨을 잃었지·’

얼마 전 북방에서 목숨을 잃은 심원의는 바로 심무외의 아들이었다· 심무외는 아들의 죽음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진무원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심무외가 살기 어린 음성을 내뱉었다·

“너는 오늘 결코 이곳을 살아 나가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당신은?”

“사사천의 심무외가 노부다· 이젠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겠지?”

진무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모용율천을 상대로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데 암혼대에까지 포위됐다· 더구나 이곳은 적진인 무적세가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들의 전력은 증원되는 데 반해 자신은 혼자였다·

거기에 심무외까지 상대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이건 애초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쉬쉭!

그 순간 암혼대가 일제히 진무원을 향해 공격했다· 등유명을 침묵하게 만든 예의 자살 공격이었다·

소리도 기척도 없었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진무원을 죽이는 것뿐이었다· 목숨을 바쳐 공격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그들의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암혼대의 두 눈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모용율천의 명령이 떨어졌기에 공격할 뿐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진무원은 분노했다·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조차 상실한 실혼인들· 살아서 숨을 쉬지만 그것을 어찌 온전히 살아 있다고 말할 것인가?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하고 진무원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진무원이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들곤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진무원은 암혼대를 향해 멸천마영검 제사식인 폭우림(暴雨林)을 펼쳤다·

쉬아악!

암혼대를 향해 검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폭우림이 암혼대에게 격중하기 직전 심무외가 뛰어들었다·

“챠앗!”

그의 양손이 활짝 펼쳐지는 순간 붉은빛을 머금은 강기가 폭우림을 향해 뻗쳐 나갔다· 홍옥마수의 절초가 펼쳐진 것이다·

쿠와앙!

폭우림과 강기가 격돌하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손해를 본 이는 진무원이었다· 지지할 곳이 없는 허공에 몸을 띄웠기 때문이다· 반면 심무외는 양 발목까지 땅속 깊숙이 박혀 있었다·

진무원의 몸이 뒤로 훌훌 날아갔다· 암혼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쉬쉭!

그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검이 찔러오고 도가 공기를 갈랐다·

진무원은 추락하는 와중에도 그들의 공격을 튕기거나 흘려보내며 자신과 궁문휘를 보호했다·

하지만 그의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추락하는 그를 심무외가 노리고 있었다·

쿠우우!

심무외가 연신 두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붉은 빛을 머금은 강기가 십여 개나 진무원을 향해 날아왔다·

진무원을 멸천마영검 중 제이식인 북천벽(北天壁)을 펼쳤다·

콰아앙!

다시 한 번 굉음이 울려 퍼지며 진무원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뒤를 암혼대가 따라 붙었다·

“음!”

진무원의 입술을 비집고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심무외의 개입은 절묘한 시기에 이뤄져서 진무원이 바닥에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그가 진무원의 균형을 흩뜨려 놓으면 암혼대가 파상 공세를 펼쳤다· 그 때문에 진무원의 손발이 잠시 어지러워졌을 정도였다·

심무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공격을 했다· 그와 암혼대의 연계 공격은 무척이나 절묘해서 도무지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순식간에 진무원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모용율천이 미소를 지었다·

“진무원 너만 제거하면 천하에서 무적세가를 막을 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무적세가의 거름이 되거라· 너의 죽음을 발판으로 무적세가는 훨훨 날아오르리라·”

이왕 세상의 전면에 나서기로 작정한 이상 누구보다 높게 비상할 생각이었다· 무적세가의 존재감을 보여줌으로써 그 누구도 감히 대항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진무원은 영원히 알지 못하겠지만 아직 암혼인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제아무리 진무원이 무한대에 가까운 공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그들 전부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암혼대야말로 무적세가가 수백 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비전이 집약된 병기였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료의 죽음을 양분 삼아 진무원을 공격했다·

순식간에 바닥에 이십여 구의 시신이 나뒹굴었지만 암혼인들은 진무원을 향해 몸을 날리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거기에 심무외의 합공까지· 진무원이 빠져나갈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모용율천의 눈엔 진무원의 죽음이 보였다· 그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었다·

“북천문의 망령이여· 이곳에서 영원히 잠들거라·”

그때 진무원이 몸을 허공으로 뽑아 올리는 것이 보였다· 그런 그의 전신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런 진무원을 향해 다시 암혼인들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그들은 악착같이 진무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심무외가 진무원의 빈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천하의 그 어떤 절진도 그들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었다· 모용율천은 이번 한 수로 진무원이 치명상을 입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진무원이 부러진 나뭇가지를 버리고는 암혼대와 심무외를 향해 빈손을 뻗은 것은·

순간 모용율천이 두 눈을 부릅떴다·

분명 진무원은 빈손이었다· 하지만 모용율천의 두 눈에는 진무원의 손에 검은 검이 들린 것처럼 보였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무형의 검·

진무원의 마음이 만들어낸 검이 암혼대와 심무외를 향해 펼쳐지는 순간 모용율천은 정신이 다 아득해짐을 느끼고 경악했다·

“저건?”

투견처럼 끈질기게 달려들던 암혼인들이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전신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픽픽 쓰러졌다·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풀썩 쓰러진 그들은 미동조차 없었다·

“무슨?”

뜻밖의 사태에 놀란 심무외가 깜짝 놀라 몸을 멈췄다· 그 순간 심무외는 정신이 다 아득해져 옴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검이 몸을 꿰뚫는 듯한 아찔한 느낌에 전신의 솜털이 모조리 곤두섰다·

심무외는 본능적으로 전 공력을 끌어 올려 전신을 보호했다·

스가악!

그 직후 그의 심장 어림 살점이 날카롭게 베어져 나갔다·

“무슨?”

조금만 더 깊었다면 심장이 베일 뻔했다· 심무외는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었다· 진무원이 다시 허공으로 신형을 높이 뽑아 올리며 자신을 향해 빈손을 뻗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별수 없이 심무외는 홍옥마수의 절초를 펼쳐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치잇!”

그때였다·

퍼억!

갑자기 나직한 소성과 함께 진무원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의 주위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분수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영문을 뒤돌아보니 모용율천이 진무원을 향해 팔을 뻗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위기의 순간 그가 지풍(指風)으로 진무원을 공격한 것이다·

진무원의 몸이 허공에서 추락했다·

“놈을 반드시 죽여랏!”

모용율천의 명령에 요행히 살아남은 암혼대가 사냥개처럼 달려갔다·

심무외는 모용율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 틈도 없이 진무원이 추락한 곳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진무원이 추락한 곳으로 짐작되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바닥에 점점이 흩뿌려진 선혈 자국뿐이었다·

심무외가 이를 악물었다·

“놈을 추적하라· 반드시 죽여야 한다·”

하지만 암혼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움직인 것은 모용율천의 명령이 떨어진 후였다·

“놈을 찾아내 죽여라·”

암혼대가 대답도 없이 진무원의 추적에 나섰다·

심무외가 모용율천을 바라보았다·

“반드시 놈을 죽여야 하오·”

그는 모용율천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날렸다·

홀로 남은 모용율천의 안색은 철갑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무형검(無形劍)? 심검(心劍)의 경지라니·”

그의 어깨에 잔경련이 일더니 얼굴이 악귀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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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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