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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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화 : 2장 괴물은 혼자 탄생하지 않는다 (1)

아소와 소년들은 제사창고 뒤쪽에 있는 조그만 모옥에 머물렀다· 식사는 외부에서 배달되었고 타인과의 만남은 용납되지 않았다· 마치 우리에 갇힌 짐승 같았다·

그들에게 허용된 외출 시간은 오직 제사창고에 물건을 옮기러 갈 때뿐이었다· 물건은 똑같은 상자였다· 이틀에 한 번 십여 개의 수레가 들어왔다·

아소는 상자를 창고에 옮길 때마다 냉기가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떤 때는 마치 설원 한복판에 알몸으로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소는 냉기의 근원이 창고의 깊은 곳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눈치가 둔한 자라도 이 정도로 드나들었으면 눈치챌 만했다·

아소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 같은 사실을 알아차렸다· 단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삼 년까지 이곳에서 굴러먹은 아이들이다· 당연히 눈치가 비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감시의 눈길이 뜸한 어느 날 밤 소년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의 표정은 더할 수 없이 심각했다·

소년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육선호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두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쯤은 눈치챘겠지?”

소년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육선호가 말을 이었다·

“며칠 전부터 창고로 들어가는 상자의 양이 줄었다· 그 말은 곧 이 작업이 머지않았음을 뜻한다· 그럼 우리의 일도 끝나겠지· 그렇다고 과연 우리가 탕마군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형?”

“모두 짐작하고 있잖아· 하루아침에 없던 창고가 생겨났어· 또한 각 대(隊)에서 표도 나지 않을 만큼 소수의 인원이 차출되어 왔어· 별것도 아니고 겨우 상자 나르는 일 따위에·”

육선호의 말이 이어질수록 소년들의 표정 역시 점점 더 심각하게 변해갔다· 아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무인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어· 그만큼 비밀을 요하는 일이란 뜻이야·”

“으음!”

“이젠 알잖아 비밀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언지?”

“살인멸구·”

누군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모두가 짐작하면서도 두려워 감히 하지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맞아! 지금 상황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살인멸구 단 한 가지뿐이야·”

“으음!”

“이제 얼마 후면 일이 끝나· 그러면 저들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살인멸구를 할 거야· 난 그렇게 확신해·”

아소가 이를 악물었다·

그 역시 육선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럼 우리 죽는 거야?”

“제기랄!”

아이들의 눈이 벌게졌다·

밖에 지키고 있는 무인들은 그들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고수들이었다· 그런 고수들이 지키고 있는 이상 탈출은 불가능했다·

“대체 창고 안에 있는 것이 뭐기에?”

“무언지 몰라도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이 분명할 거야· 애초 여기에 끌려올 때부터 우리의 운명은 정해져 있던 거야·”

아이들은 분노하고 절망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우리가 탈출하는 거야·”

“어떻게?”

“저들은 분명 우리를 경계하지 않을 거야· 저들 입장에서는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죽일 수 있는 하찮은 존재니까·”

“하지만··· 금방 잡힐 텐데·”

“그 외 다른 방법이 있으면 말해봐·”

“····”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침묵을 깬 이는 아소였다·

“언제?”

“마지막 날· 저들이 방심할 때·”

“방법은?”

“도주·”

“어디로?”

육선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지만 그 역시 아직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도주한다는 것까지는 생각했지만 어디로 도주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부현 전체가 운중천의 영역이었다· 목숨을 구하려면 부현 밖으로 탈출해야 하는데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임기응변에 의존해야 했다·

아소가 고개를 숙였다·

‘결국 스스로의 목숨은 알아서 챙기라는 거구나·’

잠깐이나마 육선호에게 의지하려고 했던 자신을 후회했다·

육선호의 생각은 간단했다·

스무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일제히 탈출한다· 스무 명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튄다면 저들도 분명 당황할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잡히겠지만 어떤 아이들은 탈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육선호는 가장 탈출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나이도 제일 많은 데다가 무공도 강하고 무엇보다 경공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생각이었지만 아이들에게 딱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였고 아이들은 자기가 행운의 주인공이 되길 바랐다·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어·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아소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살고 싶었다· 정말 살고 싶었다· 그래서 다 같이 힘을 모아 탈출하자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애초부터 다른 대(隊)에서 차출되어 온 아이들이었다· 얼굴이 익숙하다고 해도 겨우 몇 번 본 사이였다· 결국 남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직 어린아이들이었다· 협력이라는 단어는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아소는 그렇게 다른 대에서 차출한 것 자체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전신이 오싹해졌다·

‘탈출은 불가능해· 분명 실패할 거야·’

저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무인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한낱 어린아이들의 생각 하나 꿰뚫어 보지 못할 리 없었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들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아소가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이번에 들어온 상자는 겨우 한 수레뿐이었다·

아이들은 직감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수레는 더 이상 들어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이제 창고 주위엔 냉기뿐 아니라 살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짙은 혈향이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 혈향 때문에 머리가 다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 때문에 절로 표정이 굳었다·

아이들은 상자를 옮기면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 중심에 육선호가 있었다·

그들은 감시가 소홀해지기만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절호의 기회가 왔다· 최소한 그들이 보기엔 그랬다·

잠시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아이들이 누가 먼저랄 것이 없이 사방으로 튀었다·

무인들은 아이들이 사방으로 튀어감에도 불구하고 누구 한 명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비웃음이었다·

“큿! 깜찍한 녀석들이군·”

우두머리 무인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렸다·

아무리 똑똑해 봐야 결국 아직 어린 소년들이었다· 딴에는 숨긴다고 했지만 그들이 도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쯤은 진작 눈치챘다·

그래도 이제까지 두고 본 것은 그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도주해도 언제든지 잡아서 처단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처리해!”

“존명!”

우두머리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인들이 사방으로 섬전처럼 쏘아져 갔다·

“아악!”

가장 뒤에 처져 있던 아이의 처절한 비명성이 산속에 울려 퍼졌다· 어느새 아이의 상하체가 분리되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쉬가악!

검이 허공을 가르고 또 누군가 죽음을 맞이했다· 비명은 이어지다가 육선호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우두머리 무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어렸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으니 그리 억울해할 필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짐작대로 어차피 짐을 옮기는 일이 끝나면 죽일 생각이었다· 그만큼 비밀을 요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하나가 모자랍니다·”

“뭣?”

“모두 스무 명이어야 하는데 여기엔 열아홉 명밖에 없습니다·”

“한 놈이 도망갔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우두머리 무인이 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나머지 한 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탕마군 따위가 애초에 그의 이목을 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때 열린 창고의 문이 보였다·

우두머리 무인이 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가 주위를 둘러봤다· 창고 안은 여전히 처음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설마?”

우두머리 무인이 창고의 안쪽으로 다가가 벽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문이 열리면서 비밀스러운 공간이 드러났다·

우두머리 무인이 급히 창고 안 또 다른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들어가자 짙은 혈향이 훅 풍겨 나왔다· 우두머리 무인은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참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로 십여 장 정도 들어가자 널찍한 공간이 나타났다· 순간 끔찍한 풍경이 펼쳐졌다·

방원 오 장 정도 넓이의 연못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가 들어가 있는 연못은 피처럼 붉었고 그 주위에는 수많은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시신들은 정혈을 빨려죽은 듯 목내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목내이의 목과 손목에는 십자 모양의 상처가 나 있었다· 목내이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연못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피로 가득 찬 연못 안에서 남자는 운공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가사 상태로 운공을 하고 있었다· 그가 호흡을 할 때마다 연못의 피가 그의 피부를 통해 흡수되고 있었다·

우두머리 무인의 얼굴에 처음으로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지금 남자의 운공은 중요한 단계에 와 있었다· 만일 방해를 받았다면 깨어나는 것이 훨씬 더 늦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놈은 어디로?”

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도망친 자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아니란 말인가?”

우두머리 무인이 급히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가 떠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피의 연못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온통 피로 물들어 있는 소년은 바로 아소였다· 이제껏 피가 가득 찬 연못 안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흐억!”

그가 겨우 연못을 빠져나와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아소가 두려운 눈으로 운공을 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온몸이 피로 물들어 있어 정확한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남자의 몸에서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뱀이 동면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눈을 뜨는 그 순간 자신의 조그만 몸 따위는 단숨에 집어삼켜질 것 같았다·

온몸이 벌벌 떨려왔다· 그제야 주위에 널브러진 시신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웨엑!”

아소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속에 있는 것을 게워냈다· 노란 물이 나올 때까지 욕지기를 하던 아소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도망가야 해·”

다른 아이들이 무작정 도주만 생각하고 있을 때 아소는 창고 안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창고 안에 갖다놓은 상자가 다음 날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외부로 옮겨진 흔적은 없었다· 그 말은 곧 창고 안에 또 다른 비밀 공간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상자를 옮기면서 비밀 공간이 있을 법한 곳을 찾았고 엊그제 겨우 목적을 이뤘다· 어두운 창고 안에서 유달리 맨질맨질한 부분을 발견한 것이다·

아소는 그곳에 또 다른 공간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일제히 밖으로 튀어나갈 때 그만 이곳으로 뛰어 들어왔다·

주위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옮긴 상자 안에 들었던 물건들이 바로 저 시신 아니 사람들이란 사실을·

죽은 자의 몸에서는 피가 흐르지 않는다· 당연히 상처를 내도 피가 흐르지 않는다· 연못을 피로 가득 채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 말은 곧 상자 안에 담겨 있을 때만 하더라도 살아 있었단 뜻이었다·

“크윽!”

갑자기 온몸이 벌벌 떨려왔다· 핏속에 가려진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가고 입술은 시커멓게 죽어갔다· 몸 안을 휘돌고 있는 이질적인 기운에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감당할 수 없는 사기(邪氣)가 온몸을 침습했다· 아소는 머릿속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살심이 솟구쳐 오르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다는 욕구가 전신을 지배했다·

아소가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이 찢어지고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잠시나마 이성이 돌아왔다·

“아저씨에게로 가야 해·”

지금쯤 저들도 혼란에 빠져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이용하지 못하면 탈출할 기회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자꾸만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서도 아소는 급히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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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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