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25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25화 : 9장 산을 밀고 바다를 퍼내서라도 시대를 움직인다 (4)

“그나마 다행이에요· 상처가 깊긴 하지만 외상에 불과해 한 보름 정도만 정양하면 움직일 수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해요·”

서문혜령이 진무원의 상처에 깨끗한 붕대를 동여맨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요?”

“미안해요 진 공자· 저도 심 공자가 이렇게 과격하게 행동할 줄은 몰랐어요· 대신 사과드릴게요·”

서문혜령이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진무원의 표정은 펴질 줄을 몰랐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고통을 참느라 이를 악물고 있었으니까·

서문혜령이 그런 진무원의 모습을 한참이나 내려다보다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심원의의 행사는 도를 한참을 넘어섰다·

“좀 쉬고 싶군요·”

“심 공자가 다신 귀찮게 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장담할게요· 그럼 쉬세요·”

“휴우!”

서문혜령이 밖으로 나간 후에야 진무원이 참았던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너무 많은 피를 흘렸기 때문이다· 서문혜령이 제때에 추혼보전환을 복용시키지 않았다면 정말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어찌어찌 살아남은 건가?”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아니 도박이 아니라 진짜 목숨을 걸었다· 그게 아니고서는 돌파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처야 어땠든 살아남은 게 중요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었으니까· 육체의 상처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나을 테니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만영결을 익힌 사실을 들키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심원의가 더 이상 그를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목숨을 건 대가치곤 나쁘지 않군·’

진무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찰나의 순간 심력을 극도로 소모한데가 육체의 상처까지 겹쳐 감당할 수 없는 수마가 밀려왔다·

진무원이 수마에 몸을 맡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왠지 얼굴이 간지러웠다· 꼭 누군가 몰래 지켜보는 것처럼·

진무원이 슬며시 눈을 뜨자 검은 그림자가 그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고양이처럼 빛나는 한 쌍의 눈동자·

진무원이 피식 웃었다· 천하에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지만 진무원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한설·”

“누가 이렇게 한 거야?”

“나는 괜찮아·”

“누가 이렇게 한 거냐니까!”

은한설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들이야?”

“한설·”

“그들이구나·”

진무원이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이곳에서 진무원을 상하게 할 이는 그들밖에 없으니까·

진무원은 순간 방 안의 기온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피부에 느껴지는 한기에 절로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이 정도였던가?’

은한설이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경지가 범상치 않다는 것도·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내기와 외기가 조화되어 심상에 동조되는 경지 그러면서도 무공을 익힌 것이 거의 표가 나지 않는다·

노화순청(爐火純靑)·

극에 달한 화롯불이 푸른색으로 변하듯 은한설의 무공 역시 그러한 경지에 달해 있었다·

그녀의 무공은 진무원의 상상을 뛰어넘어 있었다·

은한설의 나이 겨우 열너덧 살· 누가 있어 그녀의 나이에 그 정도의 경지에 달할 수 있을까? 아니 누가 있어 그녀와 같은 괴물을 키워낼 수 있을까?

‘역시 이 아이는····’

진무원이 살짝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한설 난 괜찮아· 다 내가 원한 결과야·”

“원했다고?”

“그래·”

“왜?”

“누구의 주목도 받기 싫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다쳤다는 말이야?”

“일부러는 아냐· 그땐 그거밖에 방법이 없었으니까· 어쨌거나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냈지·”

“당신 진짜····”

은한설의 목소리가 살짝 달라졌다·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진무원이 긴장의 끈을 풀었다·

은한설이 진무원의 침상 앞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녀가 잠시 외출한 사이 진무원이 다쳤다· 그래서 꼭 자신의 책임 같았다·

“많이 아파?”

“응·”

“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 ☆ ☆

북방의 바람이 마치 늑대의 발톱처럼 사납고 거칠게 남자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남자는 흩날리는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올리면서 바람이 불어오는 북쪽을 바라봤다·

보이는 것이라곤 회백색에 가까운 메마른 대지와 아득한 지평선뿐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 속에 숨어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멋지군!”

남자의 입가를 타고 절로 미소가 번져갔다· 무한한 자신감과 패기로 무장한 남자의 미소는 그의 강인함을 한결 더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육 척 장신에 검은 피풍의 사이로 드러난 탄탄한 팔 근육과 다갈색의 피부 그리고 얼굴 한가운데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깊은 흉터가 남자의 야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남자는 북쪽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발 한 발 옮길 때마다 폭발적인 위압감과 만인을 지배하는 기상이 절로 뻗쳐 나왔다·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머리칼은 마치 백수의 왕인 수사자를 연상케 했다·

남자는 어떤 도구도 없이 오직 자신의 두 다리로만 이곳까지 걸어왔다· 혈로를 걸어 이곳에 오기까지 수없이 많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다· 피풍의 속에 가려진 남자의 육체는 크고 작은 상처로 가득했다·

어떤 것은 그저 피륙의 생채기에 불과했지만 어떤 것은 그의 목숨을 위협할 만큼 깊고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살아남았고 결국 이곳까지 왔다·

“이곳은 내 위대한 여정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남자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단 하나의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필사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리고 이제야 그 자격을 겨우 갖출 수 있었다·

문득 남자의 걸음이 멈춰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

마치 사자가 으르렁거리듯 거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꼭 끌어내야겠는가? 나와라!”

그제야 마치 대답이라 하듯 곳곳에서 회색의 피풍의를 걸친 무인들이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누군가?”

“····”

남자의 물음에도 무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남자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원하지 않은 무언가를 본 것처럼·

남자는 찬찬히 무인들을 살폈다·

먹이를 노리는 독사처럼 날카롭게 빛나는 눈동자와 표범처럼 탄력이 넘쳐 보이는 잘 발달된 근육 그리고 손등과 바닥의 굳은살이 그들의 수련이 결코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남자의 시선을 끈 것은 무인들이 허리에 차고 있는 기문병기였다· 낫과 검의 중간 형태를 하고 있는 기형의 병기는 확실히 중원에서는 보기 힘든 종류의 것이었다· 거기다 손잡이 끝에는 어린아이 엄지만 한 굵기의 은색의 사슬이 연결되어 있었다·

남자의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한 번도 이런 종류의 무기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무인들 사이에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걸어나왔다· 그를 보는 순간 남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우두머리 사내에게서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지독한 사기 때문이었다·

음산하면서도 귀기로운 기운은 남자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우두머리 사내가 사이한 기운이 어린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디를 가는가?”

“내가 말해줘야 할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

남자가 오연히 팔짱을 꼈다·

서른 명이 넘는 무인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는 전혀 위축된 빛이 없었다·

그런 남자의 모습에 우두머리 사내가 사이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질문을 바꿔야겠군· 네놈은 누구냐?”

“그것도 말해줄 의무는 없는 것 같군·”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 그렇다면 한마디 충고하지·”

“경청하지·”

“돌아가라· 그럼 고이 보내주겠다·”

“그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해야겠군· 난 반드시 이 길을 지나가야겠거든·”

남자의 대답에 우두머리 사내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덩달아 회색의 무인들도 살기를 피워 올렸다·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택하겠다는 건가?”

“누가 벌주를 택한 것인지 두고 보면 알겠지·”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놈이로구나·”

우두머리 사내의 기도가 돌변했다· 순간 남자는 바늘로 피부를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남자는 솔직히 적잖이 놀랐다· 이런 변방에서 자신을 자극할 만한 기운을 가진 남자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우두머리 사내가 외쳤다·

“쳐랏! 그년의 조력자일지도 모르니·”

‘그년?’

남자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지만 금방 사라졌다· 회색의 무인들이 그를 향해 해일처럼 밀려왔기 때문이다·

은빛 쇠사슬이 풀리는가 싶더니 기형의 병기가 남자를 향해 날아왔다·

쐐애액!

날카로운 파공음이 남자의 귓전에 어지럽게 울려 퍼졌다·

마치 거미줄처럼 은빛 사슬이 남자의 주위를 어지럽게 교차했다· 그때까지도 남자는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은빛 사슬이 은백색의 운무를 발산했다· 경지에 이른 검객이 검사를 발산하듯 회색의 무인들도 은빛 사슬로 운무를 발산하는 것이다· 겉보기엔 평범한 운무 같았지만 일단 운무에 육신이 닿으면 한없이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 전신을 갈가리 난도질할 것이다·

은형염마진(隱形炎魔陣)·

회색의 남자들이 펼치는 진형의 명칭이다· 대일인(對一人) 살상 진법으로 극악의 위력을 자랑하는 이 진용은 남자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압박감과 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중원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진법·’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남자는 누구보다 탁월한 식견과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진법과 무인들이 눈앞에 있다·

‘재밌군!’

남자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다른 이들이라면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이라고 하겠지만 그는 시련조차도 자신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쿠콰콰콰!

기형 검이 그의 전신을 난도질할 듯 무서운 기세로 날아왔다· 천지가 은색의 칼날로 뒤덮였고 그의 옷자락이 미친 듯이 펄럭였다·

순간 남자가 오른손을 높이 치켜 올려 하늘을 가리켰다· 우두머리 사내가 그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그냥 미친놈이었군·’

패기가 넘치기에 약간 긴장했던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남자가 마치 하늘을 움켜잡기라도 하듯이 손가락을 오므렸다· 꽉 쥔 손가락 사이로 눈부신 빛이 새어 나온다 싶은 순간 그의 주먹이 벼락같이 대지를 향해 내리꽂혔다·

쿠와아앙!

뇌성과 함께 눈부신 빛이 천지를 휩쓸었다·

“크아악!”

“어헉!”

빛의 폭풍에 휩쓸린 회색의 무인들과 은빛 사슬의 파편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바닥에 나뒹구는 그들의 전신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십여 명의 무인이 절명했다·

차가운 미소를 짓는 남자의 이마에 순백의 빛이 환상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우두머리 사내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떠올랐다· 뭐가 어떻게 된지도 몰랐다· 그저 눈부신 빛이 번뜩인다 싶은 순간 십여 명의 부하가 죽어나갔다· 그들의 가슴에는 부서진 사슬과 기형 검의 파편이 꽂혀 있었다·

“이 무슨? 은귀대(隱鬼隊)가 어찌 한 수에····”

“이들의 명칭이 은귀대인 모양이군·”

“네놈··· 네놈은 누구냐?”

우두머리 사내가 자신도 모르게 다시 물었다· 하지만 남자는 대답 없이 하늘을 향해 다시 한 번 손을 뻗었다· 우두머리 사내의 눈에는 그것이 꼭 하늘을 움켜잡으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쿠와아앙!

또 한 번 벼락이 내리꽂히며 빛의 폭풍이 사방을 휩쓰는 순간 우두머리 사내가 외쳤다·

“은형철갑진(隱形鐵甲陣) 개진(開陣)!”

은귀대원들이 서로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 은빛 사슬을 무서운 속도로 돌렸다· 은형염마진 최강의 방호진을 펼친 것이다·

쿠콰콰콰!

빛의 폭풍이 은귀대와 우두머리 사내를 휩쓸고 지나갔다·

쩌저적!

은형철갑진에 균열이 갔다· 하지만 우두머리 사내와 은귀대원들은 이를 악물고 충격을 견뎌냈다·

우두머리 사내의 입가에 한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은형철갑진을 펼쳤음에도 내상을 입은 것이다·

이를 악문 우두머리 사내의 눈에 가공할 살기가 떠올랐다·

“네놈 결코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 이 은염귀(隱炎鬼)의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하마·”

“담수천 그것이 내 이름이다·”

남자가 오연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대를 움직이는 자 하늘은 그에게 담수천이란 이름을 주었다·

담수천과 은염귀가 이끄는 은귀대가 격돌했다·

☆ ☆ ☆

이상하게 상처가 욱신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진무원은 몇 번이나 잠을 청하다가 결국 차가운 바람이라도 쐬기 위해 만영탑을 내려왔다·

심원의는 그날 이후 진무원에게서 완전히 관심을 끊었다· 마치 없는 사람처럼 진무원을 투명인간 취급했다·

육신의 상처가 낫는 데 거의 보름이 걸렸다· 그동안 진무원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침상에만 누워 있어야 했다· 은한설과 서문혜령이 번갈아 보살피지 않았다면 더 오랜 시간 침상에 누워서 보냈을지도 몰랐다·

찬바람을 쐬자 그나마 살 것 같았다·

잠시 탑 안마당을 거닐던 진무원이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유난히도 눈부신 하얀 광휘를 발산하며 별의 바다를 압도하는 은백색의 성좌 하나·

은백색의 성좌를 중심으로 하늘이 요동치고 있었다·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