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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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 9장 산을 밀고 바다를 퍼내서라도 시대를 움직인다 (3)

진무원의 망치질이 뚝 멈췄다· 그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공방 입구에 심원의가 등을 기댄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어· 한 일다경 정도·”

심원의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진무원은 솔직히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이제까지 많은 이가 은밀하게 그의 거처를 다녀갔다· 그렇기에 진무원도 심원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보내 자신의 동향을 살필 거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직접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세워놓을 셈인가?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을 텐가?”

“아 이쪽에 앉으시죠·”

진무원이 나무로 만든 의자를 심원의에게 내놓았다· 심원의는 의자에 앉아 공방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화로의 열기가 공방 내부를 후끈하게 데우고 있었다· 내공을 익힌 자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지독한 열기였다· 심원의도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내공을 끌어올릴 정도였다·

“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잘도 이런 열기를 버티는군·”

“처음엔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자꾸 하다 보니 익숙해지더군요·”

“그런가?”

심원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진무원은 물이 담긴 주전자를 화로에 올렸다· 강렬한 열기에 순식간에 물이 끓었다· 진무원은 능숙한 솜씨로 차를 우려 심원의에게 내놓았다·

“제법 향이 좋군·”

심원의가 찻잔을 들며 솔직하게 평가했다·

태어나 자라면서 항상 최고의 것만 먹고 마셔온 그의 입맛에도 딱 맞는 차 맛에 솔직히 감탄했다· 이런 벽촌에서 이 정도 수준의 차를 마시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냥 자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믿겠는가?”

“그런가요?”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일세·”

심원의는 진무원이 내놓은 차를 입에 머금었다· 향긋한 차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자 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어렸다·

“생각보다 맛있군· 차에 꽤 조예가 깊은 모양이군·”

“좋아하는 편입니다·”

“우리 숙수한테 이 솜씨 좀 전수해 줄 생각 없나? 음식 솜씨는 좋은데 차는 영 아니라서 말이야·”

“남에게 전수해 줄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내가 자주 오는 수밖에 없겠군·”

“오시면 언제든 대접해 드리죠·”

“고맙군·”

심원의의 미소가 짙어졌다· 반대로 진무원은 더욱 긴장했다· 심원의 정도의 인물이 겨우 차나 얻어 마시자고 굳이 이곳까지 찾아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무척 지루한 곳이군·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느낌이야·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는 거지?”

“그냥 이것저것 하다 보면 금방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래서 매일같이 공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인가? 듣기로는 거의 온종일 검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낸다던데·”

“그 외엔 달리 할일도 없으니까요·”

“그것도 그렇겠군·”

심원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곳에 들어온 지 이제 겨우 닷새· 심원의는 벌써 중원이 그리웠다· 이곳의 하루는 너무나 길고 심심했다· 이런 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진무원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심원의의 시선이 문득 벽에 걸린 검으로 향했다· 얼마 전 진무원이 완성한 그 검이었다·

“한번 봐도 되겠는가?”

진무원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심원의가 검을 집어 들었다·

“호오!”

검을 잡는 순간 심원의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검병이 손에 착 감기는 느낌과 균형감이 제법 훌륭했기 때문이다·

쉬익!

심원의가 허공에 몇 번 검을 휘둘러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잘 만들었군· 이 정도 솜씨면 중원에서도 꽤 대접받겠어·”

심원의가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검의 균형도 좋고 검날도 예리하게 잘 세웠다· 하지만 딱 그뿐이었다· 심원의의 눈에는 그 이상의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 사사천에는 이보다 좋은 검이 부지기수로 널려 있고 심원의도 명검이라 부를 만한 검을 몇 개 소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심원의는 딱히 진무원이 만든 검을 욕심내지 않았다·

심원의가 미소를 지었다· 어느 때보다 차갑고 섬뜩한 미소를·

심원의가 검을 들어 진무원을 겨눴다· 그러자 진무원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진무원은 심원의의 살기를 느꼈다· 심원의는 굳이 자신의 살의를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왜?”

“궁금해서 말이야·”

심원의의 말에 진무원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자 심원의의 입꼬리가 더욱 치켜 올라갔다·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면서?”

장패산이 그랬다· 진무원은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아니 외공은 조금 익혔을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내공은 익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감시로 붙은 전호대원 역시 마찬가지 보고를 해왔다·

그의 보고에 따르면 진무원의 하루 일과는 매우 일정하다고 했다· 가끔 산책을 나오거나 만경각을 들러 책을 읽을 뿐 그 외의 대부분의 시간을 만영탑 안에서 검을 만들면서 보낸다고 했다·

보고로만 판단한다면 진무원은 마치 수도승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겨우 열일곱의 나이에 말이다· 심원의는 겨우 열일곱 살짜리 소년이 그렇게 금욕적이면서 무미건조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아비가 자결하고 문파는 몰락했다· 거기다 일급 감시 대상이라 하루 열두 시진 감시의 눈길이 따라붙는다· 재기는 꿈도 꿀 수 없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조차 벅찬 상황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폐인이 되거나 자포자기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환경이다·

그런데 겨우 열일곱 살짜리 소년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모자라 규칙적인 삶을 산다?

‘웃기는 소리· 희망이 없는 자는 결코 그렇게 살지 못한다·’

심원의는 눈으로 보이는 증거가 아닌 자신의 감을 믿었다·

열일곱 살짜리 소년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그것도 일반적인 집안이 아닌 무가의 자손이· 더구나 심원의는 진무원이 검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다·

진무원의 망치질에는 분명 일정한 박자가 있었다· 무공이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 고유의 박자와 공간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장인으로서 예술의 경지에 이른 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무원이 만든 검은 분명 훌륭했다· 장인은 아닐지라도 그와 비슷한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심원의는 그것이 과연 무공을 익혀서인지 아니면 정말 장인으로서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인지 확인해 볼 의무가 있었다·

심원의가 진무원을 향해 검을 뻗었다·

“자 살기 위해 발악해 봐·”

심원의의 살기가 유형화되어 진무원을 덮쳤다·

“크윽!”

진무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심원의는 진무원의 손에 닿지 않는 미지의 영역에 존재하는 고수였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절대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 중의 한 명이다· 진무원이 아직은 상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크윽!”

심원의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자신의 의심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진무원을 죽일 작정인 것이다·

진무원의 입가를 타고 선홍색의 피가 흘러내렸다· 유형화된 살기가 진무원에게 내상을 입힌 것이다·

쉬악!

심원의의 검이 공기를 가르며 진무원을 향해 날아왔다·

먹이를 노리는 독사의 이빨처럼 빠르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진무원은 피하지 않았다·

‘도박이다· 나의 목숨을 건 도박·’

진무원이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무공을 펼쳐도 죽고 펼치지 않아도 죽는다· 그렇다면 생존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쪽에 승부를 건다·

푸욱!

“크헉!”

심원의의 검이 진무원의 왼쪽 어깨에 박혔다· 두 치만 더 옆으로 비껴났으면 심장이 관통당했을 것이다·

“흐음!”

심원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정말 무공을 익히지 않았던가?’

심원의는 일부러 진무원에게 여지를 주었다·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힌 자라면 겨우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누구나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는 밑바닥에 숨겨둔 패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진짜 내공을 익히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끌어올리게 마련이다· 그것이 무인의 본능이니까· 하지만 진무원에게서는 그 어떤 내공의 유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면 알겠지?’

심원의가 진무원의 어깨에 박힌 검을 뽑아냈다·

촤하학!

피분수가 치솟아 오르며 심원의의 팔과 검을 붉게 물들였다· 진무원이 어깨를 부여잡으며 비틀거렸다· 그런 진무원을 향해 심원의가 다시 검을 날렸다· 이번엔 목이었다·

진무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심원의의 살의가 공기를 타고 피부로 생생하게 느껴졌다·

‘피해야 한다· 이번엔 죽는다·’

그의 본능이 미친 듯이 경고하고 있었다· 반대로 진무원의 머릿속은 놀라울 정도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위기의 순간 이성이 본능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몸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그때였다·

“안 돼요!”

갑자기 외마디 외침이 공방 안에 울려 퍼졌다·

스거억!

심원의의 검이 진무원의 목을 훑고 지나가며 피분수가 치솟아 올랐다· 진무원이 비칠거리며 뒤로 물러나다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의 목 피부가 쩍 갈라져 빨간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크으윽!”

진무원이 상처 입은 짐승의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

심원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검을 거둬들이며 공방 입구 쪽을 바라봤다· 그곳엔 서문혜령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그를 죽여선 안 돼요 심 공자·”

“서문 소저·”

“아시잖아요·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

“하지만 선은 넘지 않았소·”

심원의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죽이지 않았으니 선은 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서문혜령이 진무원의 상처를 살폈다·

“다행히 요혈을 살짝 빗겨 나갔어요·”

그녀가 급히 지혈제를 진무원의 상처에 뿌린 후 자신의 옷소매를 찢어 상처를 동여맸다·

“크윽!”

“움직이지 마세요·”

서문혜령이 급히 품에서 종이에 싸인 단환을 꺼내 진무원에게 복용시켰다· 서문세가 비전의 구명약인 추혼보전환(掫魂保全丸)이었다· 숨이 한 가닥이라도 붙어 있다면 기사회생시킬 수 있다는 명약이다· 때문에 서문세가에서도 직계가 아니면 절대로 지급하지 않는 명약을 서문혜령은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추혼보전환을 복용하자마자 창백하던 진무원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그제야 서문혜령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운중천에서 알면 결코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알 사람 없소·”

“심 공자·”

심원의는 전혀 잘못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런 심원의를 보면서 서문혜령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진무원은 운중천에서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분란의 불씨가 될 수 있으니 어서 제거하자는 자들이 있는 반면 아직 북천문에 대한 강호의 향수가 사라지지 않았으니 좀 더 지켜보자는 이들도 존재했다·

문제는 진무원을 살려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신진 강호들로 북천문에 어느 정도의 동경과 동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운중천이 북천문을 토사구팽 했듯이 자신들 역시 언제 그런 처지가 될지 모른다고 염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유독 진무원의 안위에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그들의 힘이 제법 강력해서 함부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원의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태어나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타인의 눈치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진무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 어쨌거나 첫 번째 목적은 달성한 셈이니 이만 물러가지· 몸조리 잘하라구·”

심원의가 진무원 앞에 검을 내던지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서문혜령이 그런 심원의의 뒷모습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녀가 문득 자신의 품에 안긴 진무원을 바라보았다· 옅은 떨림이 팔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진무원이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것이 고통을 참기 위함인지 분노로 인한 것인지 서문혜령은 알지 못했다·

‘어쩌면 두 가지 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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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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