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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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화 : 5장 붉은 구름이 끼면 피비가 내린다 (2)

하진월의 거처는 북쪽 비탈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창문을 열면 거대한 연무장과 돌집들 그리고 연무하는 무인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였다·

하진월은 바닥에 돌이 깔리고 집이 한 채씩 늘어가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던 그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하진월은 기적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막막하기만 했다·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몰라서 몇 날 며칠을 손을 놓고 앉아 있었다· 그때 제일 먼저 움직인 사람이 진무원이었다·

그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바닥에 돌을 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연무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이들이 한두 명씩 따라 움직였다· 바닥에 돌을 깔고 연무장을 넓혔다· 그리고 다 같이 연무를 시작했다·

그사이 하진월은 중장기 계획을 짜고 사람들과 연락을 했다· 백룡상단과 접촉을 하고 인재들을 끌어들였다·

한 명 두 명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키워야 했다· 비황대와 풍운산장의 무인이 합류하면서 인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더불어 하진월이 처리해야 할 일 역시 엄청나게 늘었다·

혼자서 감당하기엔 버거울 정도였다· 하지만 하진월은 단 한 번도 힘들다 생각한 적이 없었다· 북천문을 자신의 손으로 키워가는 것은 그에게 큰 희열을 안겨줬다·

“이제야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됐군·”

하진월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천하의 대소사를 꿰뚫어 본다고 하더라도 무력적인 기반이 갖춰지지 않고서는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었다· 지략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 이제야 그 최소의 조건이 충족됐다·

하진월의 곁에서는 한선우가 수많은 책자를 정리하고 있었다· 은류를 통해 들어온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선우의 오성은 무척 뛰어났다· 하진월이 학문을 가르쳐 주는 것을 빼면 나머지는 눈치껏 알아서 했다· 정보를 분류하는 작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선우는 정보의 중요도와 시간 지리 등을 감안해서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스스로 알아서 그렇게 작업하는 것이다·

“흥흥!”

한선우는 콧노래마저 부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일련의 작업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북천문에 들어온 이후 한선우는 표정이 바뀌었다· 얼굴엔 항상 생동감이 넘쳐흘렀고 눈동자는 빛이 났다· 성격이 의욕적으로 바뀌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하진월은 그런 제자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선우는 분명 무섭게 성장할 것이다· 선우를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은 나의 몫· 이 아이의 재능을 헛되이 소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진월이 그렇게 다짐할 때였다·

“스승님!”

갑자기 한선우가 하진월을 불렀다·

“왜 그러느냐?”

“이거요·”

한선우가 책자 하나를 하진월에게 내밀었다· 방금 전까지 내용을 살피고 분류하던 책자였다·

“이건 좀 이상한데요?”

“뭐가 이상하냐?”

“저희 자금 집행 내역인데 예산이 과대 집행되는 것 같아서요· 저희 북천문의 각 조직의 자금 집행 내역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요· 이건 왜 그런 건가요?”

“흠! 거기까지 봤느냐?”

하진월이 웃었다· 어린 제자의 영민함이 기특했다· 잠깐 훑어보는 것 같았는데 설마 거기까지 파악했을지는 그도 예상치 못했다· 하진월의 대답을 기다리는 한선우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래 너도 알 때가 되었지· 나를 따라오거라·”

하진월이 거처를 나서자 한선우가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랐다· 하진월은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했다· 북천문이 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따라와 보면 자연 알게 될 거다·”

“알겠어요·”

하진월은 두 개의 봉우리를 넘었다· 길은 무척이나 험하고 비탈졌다· 뒤를 따르는 한선우의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이런 곳이 있었나?’

아직 북천문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한선우이다· 그나마 북천문이 있는 곳은 자리를 잡아서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보이지만 이곳은 너무나 척박했다· 나무도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 대지는 온통 적갈색이었다· 과연 이런 곳에 뭐가 있을지 궁금했지만 한선우는 입을 꾹 다물고 하진월을 따랐다·

두 개의 봉우리를 넘은 하진월은 마지막 산봉우리를 올라갔다· 이제까지 넘은 산봉우리에 비할 수 없이 험하고 거칠었다· 한선우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늘이 노랗게 변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다 왔다·”

정상에 도착하고 나서야 하진월이 걸음을 멈췄다· 그제야 한선우는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숨을 내쉴 때마다 폐가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진월은 미소를 지으며 한선우를 바라보았다· 아직 어린 한선우가 따라오기엔 적잖이 힘든 여정이었다· 그런데도 앓는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따라온 한선우가 기특했다·

“이곳은 본 문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다·”

“대체 어떤 곳이기에?”

한선우가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봤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죽음의 대지였다· 한 점의 생기도 존재하지 않는 불모의 땅에 뭐가 있다고 자신을 데려왔는지 궁금했다·

“이곳엔 한 사람이 살고 있다·”

“한 사람?”

“그래 오직 단 한 명· 이곳은 그 한 명을 위한 곳이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한선우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하진월이 앞으로 나서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은 소저·”

그의 목소리가 정상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하진월은 당황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곳에 있는 것 알고 있습니다· 은 소저께 소개시켜 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하진월의 목소리는 매우 정중했다·

‘이런 곳에 대체 누가 있기에···?’

한선우의 눈에 어린 의혹의 빛이 점점 커져갈 때였다·

후웅!

갑자기 그들의 앞에 있는 공간이 흔들리며 환상처럼 누군가 나타났다· 순간 한선우가 놀라 입을 벌렸다·

“아!”

홀연히 그의 앞에 나타난 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카락과 반대로 대조되는 눈처럼 새하얀 피부 입술은 핏빛처럼 붉고 검은 눈동자에는 간간이 은광이 비쳤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한선우도 나름 많은 여자를 봤다· 그들 중에는 강호에서 명성이 높은 미인도 존재했다· 하지만 맹세코 눈앞에 있는 여인처럼 아름다우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늘의 선녀가 강림한 것 같았다· 월궁의 항아가 있다면 아마 눈앞의 여인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진월이 정중하게 그녀에게 포권을 취했다·

“은 소저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군사님·”

여인이 하진월에게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선우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를 향한 미소가 아닌데도 황홀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하진월이 그런 한선우의 어깨를 살짝 때리며 말했다·

“정신 차리거라·”

“아? 아! 예 스승님·”

그제야 한선우가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붉혔다· 순간적이나마 여인의 미모에 정신이 팔린 자신이 부끄러운 것이다·

여인의 시선이 한선우를 향했다·

“이 아인가요 군사님이 받아들였다는 제자가?”

“그렇습니다 은 소저·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인의 시선이 한선우를 향했다·

“부탁은 제가 드려야지요· 잘 부탁드려요 소군사·

“하 한선우라고 합니다·”

“내 이름은 은한설이라고 해요·”

“은한설?”

마치 달빛처럼 환상적이면서 몽혼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은 은한설이었다· 중원에서 모습을 감춘 그녀가 삼 년 만에 사천의 서부고원 외딴 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삼 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는 많이 변했다· 더 이상 예전처럼 소녀의 모습이 아니었고 정신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눈빛은 더욱 깊어졌으며 말수는 더욱 줄어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곳에서만 지냈다·

그녀가 모습을 보이는 이는 진무원을 비롯해 단 몇 명뿐이었다· 그나마도 상태가 나아져서 그런 것이다· 처음엔 진무원 외엔 누구에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진월은 처음 그녀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의 그녀는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삶의 의욕은 잃어버렸고 육체의 상태도 최악이었다· 만일 그녀의 곁에 진무원이 없었다면 진즉에 스스로의 삶을 포기했을지도 몰랐다·

진무원은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 자신의 상황도 은한설 못지않게 나빴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은한설을 간호하고 치료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나서야 은한설은 겨우 삶에 대한 의욕을 찾을 수 있었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그 후의 일이었다· 그녀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십오 세에서 멈춰 있던 성장이 시작됐다· 하루가 다르게 키가 자라났고 불과 이 년 만에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 되었다·

여인이 되었지만 은한설의 은둔은 계속됐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이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일 년이 지나고 나서야 하진월 등 북천문의 수뇌부에게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어쩌다 한 번이었고 일반 문도는 그녀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

“무원은?”

“문주께서는 아직 중원에 계십니다· 도착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겁니다·”

“그렇군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죠·”

은한설이 뒤돌아서 걸어갔다· 몇 걸음 옮기지 않았는데 그녀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지만 하진월은 당황하지 않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스 스승님?”

한선우가 급히 하진월의 뒤를 따랐다·

서너 걸음이나 옮겼을까? 갑자기 주위의 공간이 일렁이며 풍경이 변했다· 황량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바뀐 공간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조그만 연못도 있었다· 그리고 연못 근처에는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모옥이 있었다·

“이게 무슨···? 아 진법이구나·”

한선우는 그제야 이곳이 진법으로 격리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심혈과 수많은 재료가 들어간 최고의 진법이라는 사실도·

‘그렇구나· 그래서 이곳에 많은 돈이 들어간 것이구나·’

그의 총명한 두뇌는 순식간에 전후 사정을 알아차렸다· 의문을 풀자 그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하진월과 한선우가 연못가의 조그만 평상에 앉자 은한설이 차를 내왔다·

“향이 좋군요·”

“야생화로 만든 차에요·”

“그렇군요· 그럼 기대해도 되겠군요·”

하진월이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찻잔을 들었다· 한선우도 하진월을 따라 차를 마셨다· 아직 차 맛을 잘 모르는 한선우였지만 맛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하진월이 감탄사를 토해냈다·

“좋군요·”

“다행이네요·”

은한설이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서는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느껴졌다·

‘그녀의 무공은 또 늘었구나·’

이곳에 들어온 이후 세상 모든 일을 잊고 무공에만 몰두한 은한설이다· 무공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하진월이었지만 그녀의 무공이 새로운 경지를 열고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도 세상에 나오실 생각이 없습니까?”

“역시 그 이야기를 하러 오셨군요·”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시기니까요· 특히 은 소저 같은 고수라면····”

“전 군사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완곡한 거절이다· 그것을 모를 하진월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다· 이미 예상한 바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지금 그에겐 은한설이 필요했다·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앞으로도 수십 수백 번이라도 찾아올 생각이다· 조급하게 마음먹을 필요가 없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다·

문득 은한설이 동쪽 하늘을 바라봤다·

“무원은 뭐 하고 있을까요?”

“글쎄요· 이번에는 별문제 없었으면 좋겠는데·”

은한설의 미소가 짙어졌다·

이제는 알 것 같았다·

힘과 의지를 가진 자가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상이 그렇게 놔두지 않았다·

‘무원·’

진무원은 힘과 의지를 가진 자였다·

그가 평범하게 사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당신의 뜻대로 당신의 의지대로 행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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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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