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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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화 : 1장 숨을 죽이고, 이빨을 갈다 (3)

어둠을 뚫고 나타난 이들은 삼남 일녀였다· 모두 이십 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네 사람은 먼 길을 왔는지 무척이나 지친 표정이었다· 그들은 모두 허리와 등에 무기를 차고 있었는데 느껴지는 기도가 제법 견실한 것이 적지 않은 수련을 한 것이 분명했다·

개중 허리에 검을 차고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소생은 황보중걸이라 합니다· 길을 잃어 헤매다가 불빛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혹시 잠시 이곳에서 쉬어갈 수 있겠습니까?”

“앉으십시오·”

“감사합니다·”

황보중걸이 반색을 하며 일행을 뒤돌아봤다· 그가 손짓하자 먼 곳에서 뻘쭘하게 바라보고 있던 일행이 모닥불가로 다가왔다·

황보중걸이 그들을 소개했다· 그들의 이름은 각자 정윤회 남중경 소유경이라 했다· 황보중걸은 오대세가 중 한 곳인 황보세가의 자손이었고 나머지 이들도 각각 산동성에서 알아주는 무가의 자식이었다·

황보중걸은 덩치가 장대한데다가 손도 솥뚜껑만큼이나 커서 무척 위압적으로 보였다· 정윤회는 날렵한 체형에 눈빛이 또랑또랑한 것이 보통 영민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반면 남중경은 순박해 보이는 얼굴에 눈빛 또한 유순해서 인상이 무척 푸근했다·

일행 중 유일한 여인인 소유경은 졸지에 노숙을 하게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장미처럼 아름다운 얼굴에 가시가 돋친 것처럼 보였다·

황보중걸이 넉살 좋게 웃었다·

“하하!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 은혜는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혹시 제남에 오시게 되면 황보세가에 들러 이 황보중걸을 찾으십시오·”

“그러지요·”

진무원은 순순히 그러마고 대답했다· 어차피 그냥 하는 말이라는 것을 진무원도 알고 황보중걸도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쪽의 이름도 아직 모르는군요·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단천운이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단 소협의 사문을 알 수 있겠습니까?”

“공작문이라고 합니다·”

“공작문?”

“아마 들어보지 못했을 겁니다·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난 들어본 적이 있어요·”

뜻밖에도 소유경이 진무원과 황보중걸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예전에 호남성에 갔을 때 이야기를 들었어요· 영주에 자리를 잡은 작은 문파라고· 그리고 이제는 몰락해서 명맥조차 끊어졌다고·”

“잘 알고 계시는군요· 제가 공작문의 마지막 무인입니다·”

“그럼 문파를 잃고 천하를 떠도는 건가요?”

“그런 셈입니다·”

진무원의 대답에 소유경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비록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진무원은 그녀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단천운이란 신분이 자신의 진짜 모습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런 소소한 것에 신경을 쓰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몰락한 문파의 무인은 어디서도 대접을 받기 힘든 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밀야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멸문한 문파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렇게 멸문한 문파의 제자들은 대부분 다른 문파에 흡수되었다· 하지만 실력이 안 되는 자들은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해 천하를 떠돌았다· 소유경은 진무원도 그런 경우라고 단정 지었다·

그것은 황보중걸과 정윤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모두 명가의 자손이었다· 어려서부터 항상 대등한 가문이나 문파의 제자들과 교류해 왔기에 자신들보다 약소한 문파의 제자들은 눈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예외가 있다면 오직 남중경뿐이었다· 그는 황보중걸 등의 반응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진무원이 주인이고 자신들은 객인데 객이 주인을 무시하는 판국이기 때문이다·

진무원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뭐라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하룻밤의 인연에 불과했고 오늘이 지나면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단 소협 우리에게도 음식을 나눠 줄 수 있겠습니까? 보다시피 하루 종일 헤매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말이오·”

황보중걸의 눈이 진무원의 앞에 놓인 솥을 향해 있었다· 진무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황보중걸이 시시덕거리며 솥을 송두리째 자신의 앞으로 가져갔다·

솥뚜껑을 열자 고소한 향기가 퍼졌다· 황보중걸은 물론이고 이제까지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소유경까지 냄새에 홀린 듯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황보중걸은 서둘러 일행에게 죽을 나눠 주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주인인 진무원에게는 죽이 거의 돌아오지 않았다· 황보중걸 등도 염치가 있는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정말 배가 고팠기에 진무원의 시선을 외면한 채 그릇에 고개를 처박았다·

진무원은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딱 봐도 귀하게 자란 것이 분명했고 태어나 노숙이란 것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티가 났기 때문이다·

먼 길을 가는 자들이라면 노숙에 대비해 최소한의 준비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강호 초출들이군·’

진무원은 그들에게서 신경을 끄고 조금 받은 죽을 먹기 시작했다· 한두 끼 굶는다고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었기에 굳이 많이 먹을 필요도 없었다·

반면 황보중걸 등은 죽을 많이 먹고도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곧 자신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부현의 전투가 정말 치열하다면서?”

“연일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더군요· 부현에서마저 밀리면 화산파와 종남파도 위험해지기 때문에 운중천에서도 전력을 계속해서 투입하고 있구요·”

“그만큼 치열하고 위험하겠지만 우리에겐 기회의 땅이군· 그곳에서 명성을 날린다면 우리도 척마대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황보중걸의 말에 남중경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정윤회와 소유경은 황보중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목표는 척마대였다· 그들뿐 아니라 현 무림에서 조금이라도 무공을 익힌 젊은 무인들은 모두 척마대에 들어가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척마대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척마대에 들어가려면 일단 결원이 생겨야 하고 설혹 한두 명의 결원이 생긴다 할지라도 수많은 이가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했다· 강호의 명성이 높을수록 척마대에 들어갈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 당연했다·

“척마대에 들어가면 어떤 기분일까?”

“수많은 이가 분명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볼 거예요·”

“치열한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벌써 전신이 짜릿해져 오는군·”

“어서 빨리 부현에 도착했으면 좋겠군요·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하니·”

“호호! 정 소협이라면 분명 큰 공을 세울 수 있을 거예요· 그때 가서 모른 척하면 안 돼요?”

“물론이오 소 소저· 내 어찌 소 소저를 외면할 수 있겠소·”

그들은 마치 당장에라도 척마대에 들어갈 것처럼 이야기했다· 하지만 꿈은 가깝고 현실은 먼 법이다· 그들의 바람이 이뤄지기엔 넘어야 할 관문이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꿈에 취한 그들은 현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진무원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근처에 있는 나무 등걸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갔다· 황보중걸 등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곳은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세계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진무원과 검 한 자루뿐이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고요의 세계엔 검 한 자루가 둥둥 떠 있었다· 검신과 손잡이의 구별도 명확하지 않은 투박한 형태의 검이었다· 묵빛 검신은 주위의 빛마저 흡수해서 더욱 칙칙해 보였다·

‘설화야·’

언제부턴가 그의 심상에 생겨난 검 한 자루· 진무원은 그 검에 설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설화는 그의 부름에도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무원은 실망하지 않았다·

아직 설화는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갈고닦아야 할 부분이 훨씬 많은 미완성의 검이었다· 진무원은 검이 완성되는 날 설화에게도 어떤 변화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진무원은 심상의 세계에 앉아 검을 갈기 시작했다·

슥슥!

고요하기만 하던 세상에 검 가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진무원이 눈을 뜬 것은 해가 떠오를 무렵이었다· 그가 눈을 뜨고 나서 제일 먼저 본 광경은 불이 꺼진 모닥불가에 널브러져 있는 황보중걸 등의 모습이었다· 그나마 여자인 소유경만이 얌전하게 자고 있을 뿐 다른 이들의 모습은 가관도 아니었다·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든 그들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진무원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솥과 그릇 등을 챙겨 노숙한 곳을 떠났다· 그때까지도 황보중걸 등은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기가 느껴졌는데 이제는 은은한 열기가 담겨 있었다·

진무원은 여름이 머지않았음을 느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이 될 것 같았다·

진무원은 말이 지치지 않게 천천히 몰았다·

문득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관도 저 멀리 까마귀 떼가 허공을 선회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진무원이 아니었다· 진무원은 까마귀가 선회하는 곳으로 말을 몰았다·

예상대로였다·

관도에는 수많은 시신이 널려 있었고 까마귀들이 살점을 뜯어 먹고 있었다· 목불인견의 처참한 모습에 진무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제아무리 죽음과 연관된 세계를 살아가는 그라 할지라도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무기를 들지 않은 일반 백성이었다· 무림인들 간의 전쟁에 백성들은 휘말리지 않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밀야와 운중천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그런 불문율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도적들 짓인가?”

밀야와 운중천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곳곳에 치안 부재 현상이 나타났다· 치안의 부재는 도적들의 창궐을 불렀고 곳곳에서 약탈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결과가 진무원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

“휴!”

진무원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에서 내렸다·

이곳에 산 자의 생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죽음만이 가득했고 까마귀들만이 죽음의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허윽!”

그때 널브러진 시신들 사이에서 누군가의 신음성이 울려 퍼졌다· 진무원은 급히 신음성이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신음성이 들려온 곳은 유난히도 시신들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진무원은 겹겹이 쌓인 시신을 치웠다· 그러자 맨 밑에서 삼십 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모습은 너무나 처참했다· 아랫배는 쩍 갈라져 내장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오른쪽 팔은 어깨에서부터 잘려 나가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오래전에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를 입고도 남자는 악착같이 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남자를 안아 드는 진무원의 눈빛이 깊이 침잠됐다· 무엇이 남자에게 그렇게 숨을 악착같이 붙들고 있게 했는지 모르지만 이젠 그마저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진무원은 남자의 몸에 내공을 주입했다· 그러자 남자의 얼굴에 홍조가 감돌았다·

회광반조(回光返照)의 현상이었다·

남자가 겨우 눈을 뜨고 바라보자 진무원이 물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까?”

“내 처와··· 딸아이가 도적들에게 잡혀··· 갔습니다·”

“····”

“대협 제발 그들을··· 그들을····”

남자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하지만 남자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다· 부릅뜬 그의 두 눈엔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잡혀간 처자식에 대한 걱정만이 가득했다·

진무원은 참담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이나 죽은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미 숨이 끊어졌지만 그의 얼굴에 어린 간절한 빛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휴!”

진무원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푸드득!

그가 주위를 돌아본 그 순간 시신들의 살점을 뜯던 까마귀들이 갑자기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까마귀들은 미친 듯이 날갯짓을 하며 참극의 현장에서 멀어졌다·

진무원의 오른손이 검결지를 만들었다· 진무원이 검결지를 뻗자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바닥에 방원 오 장여의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이어 진무원이 시신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수십 구의 시신이 둥실 허공으로 떠올랐다· 진무원의 손이 구덩이를 가리키자 떠오른 시신이 절로 구덩이에 차곡차곡 쌓였다· 허공섭물(虛空攝物)의 묘리를 이용한 것이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시신이 모두 구덩이 안에 들어가자 진무원은 다시금 허공섭물을 펼쳤다· 그러자 구덩이가 파이면서 생겨난 엄청난 양의 흙무더기가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진무원은 흙으로 시신이 들어 있는 구덩이를 메웠다· 순식간에 큰 무덤이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무덤을 뒤로하고 말에 올라탄 진무원은 바닥에 남아 있는 도적들의 흔적을 좇아 말을 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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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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