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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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화 : 6장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은 옛일을 쉽게 잊어버린다· (2)

곽문정은 조용히 거리를 걸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거리는 떠들썩하기 그지없었다· 곳곳에서 호객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창가로 고개를 내민 기녀들의 요염한 웃음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허리에 무기를 찬 무인들은 짐짓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고 거지꼴을 한 소년들은 정신없이 거리를 뛰어다니며 사람들의 신경을 어지럽혔다·

그가 향한 곳은 부현의 북쪽 거리였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곳을 망혼로(忘魂路)라고 불렀다· 죽은 혼이 돌아다니는 곳· 그만큼 많은 사람이 죽은 곳이었다·

현재는 전선이 감천으로 고착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바로 최전선이었다· 그에 많은 이가 이곳에서 죽었고 아직도 피비린내가 사라지지 않았다·

망혼로에서 가장 큰 건물은 운중천의 부현 지부였다· 탕마군을 훈련시키고 전장에 투입하는 곳도 바로 부현 지부였다· 상주 인원 천여 명에 탕마군으로 훈련받는 소년들 수천여 명까지 합친다면 물경 이천 명이나 되는 대인원이 이곳에서 머물고 있는 셈이다·

곽문정은 잠시 제자리에 서서 부현 지부를 바라보았다· 굳게 닫힌 정문 너머에서 악에 받친 소년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궁금했지만 오늘 곽문정의 목적지는 부현이 아니었다·

곽문정이 부현 지부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길 때였다·

“거기요·”

갑자기 등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곽문정은 뒤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다른 사람을 부르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기요·”

다시 한 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곽문정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열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귀여운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곽문정의 얼굴을 본 순간 소녀의 입가에 싱그러운 미소가 걸렸다·

“역시 문정 오빠구나?”

“너··· 는?”

잠시 의아해하던 곽문정의 얼굴에 곧 반가운 빛이 떠올랐다· 소녀가 총총걸음으로 다가왔다·

“문정 오빠·”

“소 소령이 맞지?”

“맞아요· 남해객잔의 함소령· 와 여기서 문정 오빠를 만나게 될 줄이야·”

소녀가 활짝 웃었다· 그런 소녀의 모습에서 곽문정은 아주 오래전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함소령· 그녀 때문에 공동파와 척을 지고 손목이 잘릴 뻔했다· 다행스럽게 일이 잘 해결되어 무사할 수 있었지만 그날 이후 솔직히 함소령을 잊고 살았다· 설마 이곳에서 그녀를 만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헤헤! 아빠를 따라 부현 지부에 왔지·”

“아빠?”

곽문정의 눈에 이채가 떠오르는 순간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소령아 그곳에서 뭐 하느냐?”

“아빠 문정 오빠예요·”

함소령의 뒤쪽에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가 곽문정과 함소령을 향해 다가왔다·

“문정?”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던 곽문정이 이내 활짝 웃었다·

“누군가 했더니 백룡상단의 소형제였군·”

“아! 하 함 대협·”

그의 얼굴을 바라본 곽문정이 급히 포권을 취했다· 그러자 중년인이 곽문정의 양손을 덥석 잡았다·

“대협은 무슨· 반갑네 소형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중년인의 이름은 함지평 바로 함소령의 아비였다·

무진을 따라 공동파로 들어갔던 함지평의 등장에 곽문정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함 대협이 여길 어떻게?”

“부현 지부의 일로 공동파에서 파견 나와 있다네· 그러는 자네는 이곳에 어쩐 일인가? 설마 백룡상단도 이곳에 들어온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랬군· 그간 연락이 없어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정말 잘됐군·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같이 안으로 들어가세나·”

“저는····”

“오빠 그렇게 해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던 곽문정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는 함소령을 보자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곽문정은 두 사람을 따라 부현 지부로 들어갔다· 부현 지부의 정문을 지키던 무인들은 함지평의 모습을 보자 두말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안에서 본 부현 지부의 모습은 실로 거대했다· 한 번에 천여 명이 수련해도 될 정도로 큰 연무장이 중앙에 있었고 그 좌우로 엄청난 규모의 전각이 늘어서 있었다·

연무장에서는 다수의 무인이 수련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거대한 창고 문을 열고 엄청난 양의 물자를 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함지평과 함소령은 지부 내에서 가장 한적한 전각으로 곽문정을 안내했다· 이곳이 바로 공동파에서 파견 나온 무인들이 사용하는 거처였다·

곽문정이 자리에 앉자 함지평이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자네를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알 수 없군·”

“공동파는 감숙성에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이 먼 섬서성까지 오시게 된 겁니까?”

“이쪽 상황이 제일 급박해서 그렇다네· 운중천뿐 아니라 화산파와 종남파에서도 지원을 요청해 왔다네· 결국 내가 몇몇 제자를 이끌고 왔지·”

“그럼 무공은 모두 회복하신 겁니까?”

“다행히 장문인께서 자비를 베풀어 본래의 무공을 회복할 수 있었다네·”

본래 함지평은 단전을 다쳐 모든 내력을 잃었다· 공동파에서는 그런 그를 위해 비전의 요상대법을 펼쳤다· 그 덕에 함지평은 어느 정도 내력을 되찾을 수 있었고 삼 년간의 꾸준한 수련을 통해 예전의 무위를 어느 정도 회복했다·

“다행입니다·”

“다 소형제와 그 덕분이지· 자네들이 아니었으면 나와 딸아이는 그날 목숨을 잃었을 것이네· 이제 난 일대제자의 직위를 회복했고 딸아이도 공동파의 정식제자가 되었네· 정말 고맙네·”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자네를 꼭 만나서 은혜를 갚고 싶었다네·”

함지평의 구구절절한 말에 곽문정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함소령의 미소가 짙어졌다·

“오빠는 어쩜 하나도 변한 게 없네· 그동안 어떻게 지낸 거야? 왜 연락 한번 하지 않았어?”

“그게 그냥····”

“흥! 오빤 소령이가 보고 싶지 않았나 봐·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아 그게 말이지·”

곽문정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자 함소령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삼 년이란 세월이 흘러 어엿한 청년이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순박해 보였다· 그 모습이 함소령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곽문정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미안하다· 그동안 좀 정신이 없어서 말이야·”

“그럼 지금은 괜찮아진 거야? 여긴 왜 온 거야? 언제까지 있을 거야?”

“소령아 거 숨 좀 쉬며 말하거라· 소형제가 정신없어하잖느냐?”

보다 못한 함지평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함소령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곽문정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백룡상단의 호상단을 따라왔어· 거래가 끝날 때까지는 이곳에 머물 거 같아·”

“그럼 아직도 보표인 거지?”

“그렇지·”

“와아! 역시 오빠답네·”

“뭐가?”

“그때 진정한 보표가 되겠다고 했잖아· 만일 오빠가 보표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었으면 실망했을 것 같아·”

“그 그래?”

곽문정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 모습마저도 함소령은 사랑스러운 듯 바라봤다· 삼 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곽문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변함없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함지평도 흐뭇한 표정으로 곽문정을 보고 있었다·

강호인이 봤을 때 보표라는 직업은 별게 아닌 걸 수도 있었다· 특히 그처럼 명문대파에 속해 있는 무인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보표라는 직업에 대한 곽문정의 자부심을 알고 있었다· 삼 년 전에도 그는 그 자부심과 정의감만으로 자신과 딸아이를 도왔다· 그때도 그는 이미 한 사람의 몫을 하는 보표였다·

“백룡상단을 따라왔다고 했는가?”

“그렇습니다·”

“혹시 부현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게· 내 부현 지부에 이야기를 해두겠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보게 되니 정말 좋군·”

“저도 그렇습니다·”

“혹시 그는··· 아닐세·”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함지평이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곽문정은 그 이유를 짐작했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만 일어나야겠습니다·”

“벌써 가려고?”

함소령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가야 할 곳이 있거든·”

“조금 더 있다 가면 안 돼?”

“미안해· 대신 내일 다시 올게·”

“정말이지?”

“그럼·”

그제야 함소령의 얼굴에 미소가 다시 돌아왔다·

곽문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지평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잘 가게 소형제·”

“내가 입구까지 바래다줄게·”

“고마워·”

곽문정과 함소령은 나란히 전각을 빠져나왔다·

함께 연무장을 가로지르면서도 함소령은 연신 종달새처럼 종알거렸다· 그녀의 질문 대부분은 곽문정에 관한 것이었다· 곽문정에 관한 것이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궁금한 듯했다· 곽문정은 땀을 뻘뻘 흘리며 그녀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했다·

연무장에 있던 공동파의 무인들은 그런 함소령의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삼 년이란 시간을 함께 수련했지만 함소령이 누군가에게 저렇게 관심 어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함소령은 밝고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같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그런 존재였다· 당연히 그런 함소령에게 호감을 표시한 이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저런 격의 없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장 공동파 몇몇 제자의 얼굴에 질시의 빛이 떠올랐다·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곽문정과 함소령에게 다가갔다· 곽문정 또래로 보이는 제자가 함소령에게 물었다·

“사매 그는 누구지?”

“남명 사형?”

질문을 한 이는 평소 함소령에게 가장 많이 호감을 표한 남명이었다· 그는 공동파의 이대제자 중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했는데 워낙 뛰어난 재능과 오성을 갖고 있어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다·

“다른 문파의 후기지수 같은데 나에게도 그를 소개해 주지 않겠어?”

함소령은 그의 눈에 어린 질시의 빛을 읽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 제자가 그에게 호감을 드러냈지만 남명은 그중 가장 집요한 인물이었다· 무공은 뛰어나지만 안하무인의 성격인지라 함소령은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왜 말하지 않는 거지? 얼마나 대단한 문파의 제자기에?”

“그는 보표예요·”

“보표? 설마 상인들이나 사람을 호송해 주는 그 보표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큭!”

남명의 얼굴에 대번 비웃음이 떠올랐다· 그러자 곽문정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보표 맞습니다·”

“정말?”

“네·”

대답하는 곽문정의 얼굴엔 한 점의 부끄러움이나 망설임이 존재하지 않았다· 보표는 어려서부터 그가 이루고자 하던 꿈이었고 지금도 그 꿈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명의 생각은 그와 달랐다·

“사매 이거 실망인걸· 설마 보표 같은 일을 하는 자와 가까이 하다니·”

“보표가 어때서요?”

“몰라서 물어? 우리처럼 강호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돈을 받고 자신의 무력을 파는 거잖아·”

남명의 말에 다른 공동파의 제자들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함소령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공동파에 들어와서 가장 힘든 것은 무공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저런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형 어떻게 그런····”

“난 괜찮아 소령·”

곽문정이 목소리를 높이려는 함소령의 어깨를 잡으며 진정시켰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법이지· 난 그만 가볼게·”

곽문정은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섰다· 그런 곽문정의 모습이 남명의 화를 부채질했다· 그가 멀어지는 곽문정의 뒷모습을 보며 이죽거렸다·

“배알도 없나? 돈 받고 무력을 파는데다 겁쟁이인 모양이군·”

등 뒤에서 공동파 제자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곽문정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삼 년 전의 치기 어린 애송이가 아니었다· 생각은 더 깊어졌고 이 정도 도발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인내심을 갖고 있었다·

‘내가 싸울 곳은 이런 연무장 따위가 아니다·’

그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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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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