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196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196화 : 7장 감당할 수 없기에 붙잡지 못한다 (3)

한밤중에 진무원은 낯선 여인의 방문을 받았다·

도둑고양이처럼 장원에 몰래 침입한 여인은 그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매월향?”

그의 방 창문으로 몰래 들어온 여인은 흑월의 사천지부장인 매월향이었다·

“진 소협·”

“당신이 여긴 어떻게···?”

“죄송해요· 워낙 급박한 일이라 이렇게 허락도 없이 불쑥 찾아왔어요·”

“급박한 일?”

“예· 당신의 도움이 급히 필요해요·”

“무슨···?”

“청인이 쫓기고 있어요·”

진무원의 인상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희도 자세한 사정은 몰라요· 저희가 아는 것은 그가 운중현 곳곳에 도움을 요청하는 표식을 남겼다는 것뿐이에요·”

흑월 내에서만 통용되는 문양과 기호가 있었다· 청인은 사천지부 근처에 구조를 요청하는 기호를 남겼다·

“음!”

진무원이 침음성을 흘렸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부탁한 일 때문에 그가 쫓긴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설화를 허리에 찼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운중현 외곽 남쪽 십여 리 정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어요· 저희가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에요· 부디 그를 도와줘요·”

“알겠습니다·”

진무원은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려 순식간에 어둠 너머로 사라졌다·

매월향이 진무원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중얼거렸다·

“부디 청인을 부탁할게요 진 소협·”

청인의 검은 무복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붉게 물든 옷 사이로 입을 쩍 벌린 상처들이 보였다· 지독한 통증이 전신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지만 청인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은 움직일 수 있으니까·’

분명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는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추적자도 죽이지 못했다· 일대일로 대결한다면 분명 그가 이길 것이다· 하지만 적은 혼자가 아니었다· 수십 명의 적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돌아가며 서로의 움직임을 보완했다·

한 명이 수세에 밀린다 싶으면 다른 이들이 청인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결국 신경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청인은 이제껏 이들보다 더 정교한 합격술을 수련한 자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청인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은 저들이 사정을 봐줬기 때문이다· 그들은 청인의 숨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놈들은 내가 본거지로 가길 원하고 있다·’

회귀하는 연어를 따라가다 보면 태어난 원류에 도착하게 되는 법이다· 저들도 청인이 본거지로 도주하길 바라고 또 그렇게 유도하고 있었다·

청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누구에게 명을 받았는지 그가 어떤 조직에 속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소름 끼치도록 치밀한 자들이다·’

문제는 그들의 목표가 자신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흑월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자신 때문에 흑월 전체가 어떻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가까이 있는 흑월의 사천지부는 멸문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들은 능히 그럴 만한 힘과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사천지부로 가는 대신 곳곳에 구조를 요청하는 표식을 남겼다·

‘제길 똑똑한 여자니까 알아들었겠지·’

매월령은 똑똑한 여자다· 그것도 소름 끼칠 정도로· 그러니까 그 젊은 나이에 사천지부의 지부장이 되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의도를 못 알아볼 리 없었다· 문제는 과연 제 시간 안에 맞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죽기 전에 말이지· 큭!’

또다시 등 쪽에서 불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등에 일격을 허용한 것이다· 등가죽이 길게 찢어지며 선혈이 전신을 적셨다· 많은 피를 흘렸는지 정신이 다 아득해졌다·

청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젠 움직일 기력도 대항할 힘도 없었다· 그러자 추적자들이 공격을 멈췄다· 그리고 추격자들 사이에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복면을 써서 진면목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남자의 몸에서는 뱀처럼 차가운 기도가 느껴졌다·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왜 더 도망가지 않는 거지?”

“흐흐! 내가 도주하면 추적해서 근거지를 알아내려고?”

“흠!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나?”

우두머리남자의 눈에 한광이 스쳐 지나갔다·

청인의 말대로다· 상처만 입히면 근거지로 도주할 거라 생각했다· 상처를 입은 짐승은 본능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회귀하게 마련이다·

우두머리남자가 이끄는 천살조는 그런 청인을 추적해 배후를 캐내는 것은 물론 그에 관계된 모든 이를 말살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청인이 그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상처를 입혀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면 근거지로 도주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교묘하게 그들을 운중현 외곽으로 유인해 낸 것이다·

“누구의 명을 받고 본 장에 침투한 것이냐?”

“킬킬! 명을 받아? 씨발! 그냥 지나가다 장원이 너무 좋아 보이기에 담을 넘은 것뿐이다· 뭐 좀 좋은 물건 없나 하고·”

“잡아떼겠다?”

순간 우두머리남자가 발산하는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그에 비례해 청인이 받는 압박감은 더 심해졌다·

천살조 두 명이 다가와 청인의 양쪽 팔을 잡아 일으켰다· 이미 수없이 상처를 입은 데다 지칠 대로 지친 청인은 더 이상 저항할 여력이 없었다·

“제법 독종처럼 행동하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오만할 수 있는지 두고 보지·”

우두머리남자가 품에서 커다란 쇠침을 꺼내 들었다· 나선 모양으로 꼬인 쇠침은 섬뜩한 예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탈혼침이라는 물건이다· 왜 그런 이름을 갖고 있는지 곧 알게 될 거야·”

그가 탈혼침을 청인의 옆구리에 찔러 넣었다·

“끄으으!”

탈혼침이 파고들면서 생살을 송두리째 헤집어놓았다· 나선형으로 꼬인 쇠침에 살점이 딸려 들어가고 찢겨지면서 청인은 지옥의 고통이 무엇인지 경험했다·

“배후가 누구지? 누가 너를 보냈나?”

“끄으!”

“말을 안 하면 고통만 심해질 뿐이다·”

우두머리남자가 탈혼침을 더 깊숙이 찔러 넣었다·

청인의 입이 떡 벌어졌다· 벌어진 입 사이로 침이 질질 흐르고 온몸이 푸들푸들 떨렸다· 말 그대로 혼이 달아날 것 같은 고통이 전신을 지배했다·

우두머리남자가 청인의 귀에 속삭였다·

“어차피 말을 하든 안 하든 너는 죽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말하고 편한 죽음을 맞는 게 좋을 거야·”

“우 웃기지 마· 끄으으! 이 정도로 내가····”

“고통만 심해질 뿐이라니까·”

“끄아아!”

청인의 절규가 야공에 울려 퍼졌다·

“말했잖아· 고통만 심해질 뿐이라고·”

우두머리남자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섭게 느껴졌다·

웃으면서 살인할 수 있는 자보다 어떤 감정도 없이 살인할 수 있는 자가 더 무서운 법이다· 감정이 없기에 망설임도 없으니까· 우두머리남자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키워졌다· 태생부터 살인자였고 도살자로 키워진 괴물이 바로 그였다·

청인의 동공이 풀렸다· 눈에 초점이 잡히지 않고 고개가 이리저리 힘없이 흔들렸다·

‘이대로는 안 돼· 모두 털어놓게 될 거야·’

스스로도 고통에 굉장히 익숙하고 또 잘 견딘다고 생각하던 청인이지만 탈혼침이 주는 고통은 그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흑월과 진무원에 대해 모두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게 끝이었다·

청인이 혀로 어금니 안쪽을 더듬었다· 그의 어금니에는 독약이 숨겨져 있었다· 일단 터지면 숨이 끊어지는 즉효성 독약이다· 해약도 존재하지 않는 맹독이었다·

비월로 활동하면서 언제고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이 오늘이 될 줄은 몰랐지만·

청인이 어금니에 힘을 주려는 순간이었다·

쉬앙!

섬뜩한 기파가 일대를 훑고 지나갔다·

기감이 예민한 무인일수록 느끼는 불안감과 충격도 크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천살조의 무인들은 모두 예민한 기감의 소유자였다·

“크윽!”

천살조의 무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침음성을 흔들렸다· 기파에 심령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누구냐 이토록 가공할 기파를 뿌릴 수 있는 자가?’

우두머리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반면 청인은 미소를 지었다·

“흐흐! 네놈들은 이제 다 죽었다·”

“네 녀석이 부른 구원군인가?”

우두머리남자가 천살조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천살조의 무인들이 어둠과 동화되어 모습을 감췄다·

공터 한가운데 부상을 입은 청인만이 홀로 남았다· 청인을 미끼로 삼아 미지의 적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그 순간 누군가 공터에 홀연히 나타났다· 진무원이었다·

진무원이 피투성이가 된 청인을 안아 들었다·

“괜찮습니까?”

“이게··· 괜찮아 보이냐?”

청인이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물었다·

“미안합니다· 나 때문에····”

“크윽! 네 탓이 아냐·”

애써 웃는 청인의 입술 사이로 붉게 물든 잇몸이 보였다· 숨을 쉬기 힘든 상태에서도 그가 말했다·

“여기 있는 놈들 중 한 놈도 놓치면 안 돼· 반드시 모두 죽여야 돼·”

한 명이라도 도주하는 순간 청인과 진무원의 연관성이 알려지게 된다· 적들의 정체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격을 당하면 이쪽의 피해만 커질 뿐이다·

“알겠습니다·”

진무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청인이 비록 중상을 입었지만 아직 숨이 끊어지진 않을 것 같았다· 숨만 끊어지지 않으면 당기문이 분명 살려낼 것이다·

진무원은 전방위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숲 속에 은밀히 포진하고 있는 천살조의 기척이 생생하게 감지됐다·

‘모두 서른두 명인가?’

그들의 숨소리 그들의 체온 그들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고르게 내뱉던 숨소리가 갑자기 잦아든다· 심장 박동이 폭증하고 체온이 확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힘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폭발시킬 때 나타나는 전조 현상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그 순간 진무원이 어둠 속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저들이 움직이기 전에 맥을 끊고 선제공격을 한 것이다· 의표를 찔린 듯 천살조가 움찔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쉬가악!

설화가 어둠 속에서 번쩍였다·

피가 후두두 튀며 누군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쉬익!

대신 어둠 속 곳곳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동료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살조가 공격을 해온 것이다·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시퍼렇게 날이 벼려진 도가 공격해 오는 모습은 실로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진무원은 전면에 드러난 도의 모습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의 눈은 도 뒤에 숨어 있는 천살조의 진면목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채채챙!

어둠 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검과 도가 격돌하면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살조의 합격술은 무서웠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꽉 맞물려 돌아가는 수레바퀴처럼 그들의 합격술은 진무원의 허점을 숨 쉴 틈 없이 파고들었다·

‘일격필살의 각오가 실린 공격· 이들은 자신의 안위 따윈 전혀 생각하지 않는구나·’

정상적인 단계를 밟아서 무공을 익힌 자들은 이런 식의 공격을 절대 하지 않는다· 좋은 무공이란 결국은 공방일체(攻防一體)가 병행되어야 하는 법이다·

방어를 도외시하고 공격만 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가 버려지는 말로 키워졌다는 증거이다· 문제는 버려진 말로 키워진 자들의 무위가 진무원이 상상하는 이상이라는 것이다·

‘한번 쓰고 버리는 패가 이 정도일진대 저들의 진짜 숨겨진 힘이 나온다면?’

전신의 피가 싸늘히 식는 느낌이다·

진무원은 조운경의 배후에 있는 자들의 무력이 자신의 예상을 훨씬 상회함을 깨달았다· 청인의 말대로 저들을 모조리 죽여야 했다· 한 명이라도 놓친다면 그 순간 저들의 추적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진무원이 공력을 끌어 올렸다·

“모두 조심하라·”

심상치 않음을 느낀 천살조장이 부하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피부에 소름이 올라오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극도로 단련된 그의 신경이 연신 위기를 경고하고 있었다· 그만큼 진무원에게서 느껴지는 기도는 압도적이었다·

순간 설화의 묵빛 검신이 새하얀 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쿠콰콰콰!

유성과도 같은 강기가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멸천마영검 제사식 폭우림(暴雨林)이 펼쳐진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검이 먼지처럼 부서져 나갔다· 천살조의 어깨와 몸통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머리가 부서져 뇌수가 사방으로 튀고 누군가의 팔과 다리가 몸에서 떨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미 미친!”

우두머리남자의 눈에 불신의 빛이 어렸다·

천살조를 이끌고 수없이 많은 사선을 넘나든 그였지만 단 한 번도 이런 위력을 지닌 검공을 본 적이 없었다·

검강의 비에 직격당한 어깨에 큰 구멍이 뚫리며 왼쪽 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제야 그는 상대를 알아보았다·

‘이자였구나· 북검· 주군께 이자를····’

하지만 그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눈앞에서 무언가 번쩍인다 싶은 순간 그의 목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머리를 잃은 몸통이 허우적거리다가 무너져 내렸다·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