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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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화 : 1장 가지가 풍성해도 줄기를 모두 가릴 수는 없다 (3)

연천화가 구축했던 검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반투명한 막을 형성했던 검은 기류가 흩어지면서 서로를 보고 서있는 진무원과 연천화의 모습이 드러났다·

검계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의외로 평안해 보였다· 옷이 찢어진 곳도 없었고 혈색이 크게 변한 것 같지도 않았다· 호흡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평온한 것 같았다·

하지만 군웅들은 두 사람의 모습에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강렬한 압박감과 긴장감을 느꼈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꽉 쥔 주먹 사이로는 땀방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연천화는 잠시 호흡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이들이 그와 진무원의 대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어린 호기심이 느껴졌다·

‘벌레 같은····’

연천화가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그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검계 안에서 어떤 대결이 벌어졌는지·

연천화의 발치에는 부서진 검편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가 이기어검술을 펼쳤던 비수들이다· 놀랍게도 진무원은 연천화의 이기어검술을 하나 하나씩 분쇄했다·

설화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비수도 하나씩 부서졌고 결국 연천화가 구축한 검계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이기어검술은 단순히 검을 날리는 비검술이 아니었다· 연천화와 검 사이를 기가 이어주고 있었다· 때문에 검이 부서지면 연천화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입가에 비치는 옅은 혈흔이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진무원이라고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설화를 잡고 있는 호구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연천화의 이기어검을 분쇄할 때마다 그 역시 막대한 충격을 입은 것이다·

겉으로는 멀쩡한 듯 보이지만 그의 속은 말이 아니었다· 내장이 울리고 기혈이 미친 듯이 들끓었다· 그만큼 연천화의 이기어검은 무서웠다· 만일 검계에 갇힌 시간이 조금만 더 길어졌다면 이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연천화가 바닥에 꽂았던 패검을 뽑아들었다· 그의 비장한 모습에서 강렬한 투지와 결의가 느껴졌다·

‘놈을 사로잡아 검공을 알아내는 것은 포기한다· 이 자리에서 말살해 후환을 없애 버리겠다·’

그는 결국 진무원의 검공을 빼앗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게 만만한 마음으로 상대해도 될 만큼 진무원이 녹록한 존재가 아니란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진무원은 그가 기억하고 있는 힘없는 어린 소년이 아니었다· 이미 완성된 한사람의 무인이었고 그를 위협하는 초절정의 검객이었다· 여지를 남겨두고 싸울 수 있을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연천화의 기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었다·

‘전력을 다하는 것인가?’

진무원도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눈빛은 더욱 차분해졌다· 언제부턴가 설화도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진무원과 마찬가지로 차분해진 것이다·

검(劍)과 신(身)의 완벽한 일체화(一體化)·

단순히 기와 육체의 감응뿐 아니라 정신마저도 완벽하게 하나가 된 것이다·

‘가자 설화야·’

진무원이 대지를 박찼다· 그 순간 연천화도 진무원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챠핫!”

연천화의 패검이 진무원을 향해 날아왔다· 이기어검을 펼치는 것도 아니고 검강을 펼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더 무서운 기세와 예기가 느껴졌다·

진무원처럼 그 역시 모든 기운을 패검 안에 갈무리 했다· 내력의 헛된 소모 없이 모든 것을 패검에 고스란히 응축시킨 것이다·

콰앙!

패검을 휘두르는데 뇌성벽력음이 울려 퍼졌다· 그만큼 엄청난 기운이 패검에 집적된 것이다·

그에 맞서 설화가 유성처럼 허공을 갈랐다· 멸천마영검 유성혼(流星魂)의 초식이 펼쳐진 것이다·

쩌엉!

검과 검의 부딪침에 불과한데 사방으로 폭풍이 휘몰아쳤다·

진무원은 북천벽과 폭우림의 초식을 연이어 펼쳤다· 그의 검이 빗살이 되어 연천화를 연신 두들겼다· 하지만 연천화의 중천무량검은 철벽 그 자체였다·

콰콰쾅!

그들이 격돌할 때마다 대기가 요동치고 대지가 진동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들의 격돌에 비무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지 오래였고 근처에 있던 연단도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들의 싸움은 이미 상식의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연천화의 무위도 그렇지만 진무원은 더욱 그랬다· 진무원의 나이가 아직 이십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그의 진경은 실로 가공스러울 정도였다·

‘지금도 이럴 진데 앞으로 몇 년 만 더 지나면?’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두 사람의 싸움에 개입해 진무원을 확실히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그럴 수 없게 되었다· 하진월에 의해 일이 틀어진데다가 수많은 군웅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파공음과 쇳소리도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것은 옷깃이 바람에 스치는 미약한 소리뿐·

하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듣지 못할 뿐 더 험하고 거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후욱!”

진무원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온몸에서 강렬한 열기가 발산되고 있었다· 땀방울이 순식간에 증발할 정도였다·

강호에 나온 후 몸을 이렇게 혹사해보긴 처음이었다·

연천화는 그보다 먼저 검의 길을 걸은 고수였다· 검의 극의(極意)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자들 중 한명이기도 했다· 그런 그와 이정도로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멸천마영검 때문이었다·

중천무량검은 중검(重劍)으로 펼칠 수 있는 검술의 최고봉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중천무량검에 맞서 싸우면서 진무원은 또 다른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상대가 강하게 나온다고 나 역시 강하게 맞서는 것만큼은 어리석은 일·’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이쪽은 물러난다·

무작정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그를 위해서 물러서는 동작 하나에도 전진을 위한 기운을 응축시켜야 했다·

패검과 부딪친 설화가 뒤로 튕겨 나왔다· 순간 진무원의 허리가 팽이처럼 돌았다· 오히려 패검과 부딪친 힘을 이용해 설화를 휘두르는 속도를 배가시켰다·

연천화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마치 팽이 같지 않은가?’

얻어맞을수록 힘을 얻는 팽이처럼 진무원은 오히려 연천화의 힘을 역이용하고 있었다·

‘여기서 끝내야 한다· 더 이상 놔두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는 녀석이다·’

연천화가 패검에 남은 공력을 모조리 주입시켰다· 그러자 패검이 강렬한 붉은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광검폭렬(光劍爆裂)·

중천무량검 극의에 달한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초식이었다·

진무원을 향해 검강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한 여름에 내리는 거센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검강의 비에 진무원이 피할 수 있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순간 진무원의 눈이 새하얗게 빛났다·

두 다리를 대지에 박고 몸을 최대한 비틀었다· 발목과 무릎 허리 어깨가 돌아가면서 힘을 한껏 응축했다 싶은 순간 벼락처럼 설화가 연천화를 향해 튀어나갔다·

쉬이이!

공기의 마찰 때문에 검첨이 순간적으로 파랗게 달아오르며 섬광이 터져 나왔다·

멸천마영검 제오식 섬광혈(閃光血)·

콰우우!

극강(極强)과 극쾌(極快)가 격돌한 그 순간 사람들은 눈을 감고 말았다· 사방으로 부서지는 빛의 편린을 감히 마주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시 눈을 뜬 것은 후폭풍이 지나간 후였다·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대지에 굳건히 서있는 진무원과 연천화의 모습이었다· 겉으로만 봐서는 누가 이기고 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의 모습은 평온해 보였다·

연천화가 패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검공이냐?”

“멸천···마영검입니다·”

“허! 그게 네 아비가 남겨놓은 비장의 한수였던 모양이구나· 그것도 모르고 난 엉뚱한 검보만 긁어모았구나·”

문득 연천화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 어림으로 향했다·

주르륵!

갑자기 한줄기 혈선이 생겨나더니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가슴에서 시작한 선은 배와 등으로 이어졌다· 그와 동시에 진무원의 어깨와 옆구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치솟아 올랐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혈인이 되었다·

갑자기 연천화가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 역시 가지가 아무리 풍성해도 나무줄기는 될 수 없는 건가?”

“숙부·”

“으하하하!”

연천화의 웃음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진무원은 말없이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선으로 갈라진 연천화의 상체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제야 연천화의 웃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인의 죽음은 모두에게 충격을 던져 주었다·

북천사주의 일원으로 중검보라는 강력한 문파를 만들어낸 연천화의 죽음은 사람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전하고 있었다·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직 무어라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알고 있던 시대의 흐름이 급격히 변하고 있었다·

그 변곡점에 진무원이 서 있었다· 진무원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강호의 흐름이 급격히 바뀌고 있었다·

십대장로를 비롯한 기존의 무인들은 그런 진무원을 경계와 두려움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지만 누구도 쉽게 입을 열수 없었다· 장내에는 기이한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진무원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설화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입가를 비집고 계속해서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겉보기엔 멀쩡해보였다· 하지만 그의 속은 만신창이나 다름없이 망가져 있었다· 내장은 제자리를 벗어나 있었고 기혈은 엉망으로 꼬여 기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어깨와 옆구리에 입은 상처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당장 쓰러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진무원은 애써 고통을 참으며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곳은 적진이었다·

지금 당장은 그의 위세에 짓눌려 있지만 약세를 보이는 순간 적들은 그의 숨통을 노리고 달려들 것이다·

그의 시선이 연단 위에 있는 운중천의 수뇌부들을 향했다·

“으음!”

그와 시선이 마주친 이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떤 이들은 그의 시선을 피했고 또 어떤 이들은 적의가 담긴 시선으로 노려봤다· 하지만 아까처럼 함부로 나서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는 여론 악화를 주도한 유청월과 대력심조차도 말이다·

진무원이 문득 입을 열었다·

“아직도 제가 북천문의 후인이라는 것이 큰 문제가 됩니까?”

그것은 단순히 운중천의 수뇌부에게만 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모인 모두에게 하는 질문이었다·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진무원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아직도 제 스스로 무공을 폐지해야 합니까?”

“····”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다·

오직 강자만이 세상을 향해 포효할 자격이 있었다·

중인들의 뇌리엔 진무원이 이미 강자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의 포효에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럼 제가 운중천에 있는 것에 아무런 문제도 없겠군요·”

“끄응!”

대력심의 얼굴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반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진무원에게 기세가 넘어간 상태였다· 여기서 그가 어떤 말을 하던 군웅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성격이 급하고 앞뒤 재는 것이 없는 대력심이었지만 그 정도 눈치까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문득 진무원과 심원의의 시선이 마주쳤다· 심원의가 이를 악물고 진무원을 노려봤다· 하지만 결국 먼저 고개를 돌린 이는 심원의였다·

불과 반 시진 만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반 시진 전의 진무원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있던 신진 무인에 불과했지만 지금 그들 앞에 있는 진무원은 북천사주의 일인인 연천화를 쓰러트린 절대강자였다·

진무원이 연단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발자국마다 피가 고였다· 그래도 진무원은 멈추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무한혈로(無限血路)·

진무원은 끝이 없는 피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았다·

“우와아아!”

진무원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군웅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트렸다· 그들의 함성은 오래도록 운중천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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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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