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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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 3장 조그만 원한도 잊지 않는 이가 있다 (1)

현재의 호북성을 정의한다면 폭풍의 눈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릴 것이다· 수많은 무림 문파들이 무한과 운중천으로 입성했다· 어떤 이는 강호 전력의 사분지 일이 이곳에 모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의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비록 그 수는 적지만 이곳에 모인 자들은 대부분 각 문파의 정예나 최근 무림에서 두각을 나타낸 자들이기 때문이다·

강호의 기재나 절정고수라 할 수 있는 자들이 모이다 보니 그런 자들을 파악하기 위해 강호의 정보 조직들이 움직였다· 그들 중에는 환환살문(幻換殺門)이라는 자객의 문파도 있었다·

다른 살문이 그렇듯 환환살문 역시 청부 살인을 통해 문파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강호의 주목받는 무인이나 절정고수들을 파악하기 위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들에게 운중천에서 척마대를 뽑는 행사는 강호의 신진무인들을 파악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이곳에서 얻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인명록이 작성될 것이고 향후 그들이 암살 대상으로 청부를 받으면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환환살문의 문주 고산월은 무한에 직접 거점을 차려두고 입성한 무인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요주의 대상이 나올 때마다 환환살문의 자객들이 밀착해서 감시했고 무공 수위에 따라 등급을 나눠 인명록을 작성하고 있었다·

고산월의 별호는 암흑비접(暗黑飛蝶)이었다· 평생 백마흔두 번의 살행을 나가 모두 성공시킨 자객들의 전설이었다·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절정의 무인만 스무 명이 넘었고 개중에는 초절정의 고수도 끼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단순히 자객 사이에서만 전설이 아니라 무림인에겐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일단 환환살문의 살명부에 오른 자는 삼 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 강호의 정설로 통할 정도였다·

고산월은 자신의 거처에서 예상치 못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 손님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빛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젊은 무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젊은 무인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삼환검문의 좌문호·’

삼환검문은 산동 지역의 명문이고 그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았다· 좌문호는 삼환검문의 장문제자로 무척 뛰어난 기재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미 환환살문에서도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작 곤혹스러운 것은 좌문호가 정확히 환환살문의 거점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당당히 정문으로 말이다·

환환살문의 무한 거점은 극비였다· 청부 살인을 주업으로 하는 살문의 특성상 비밀의 유출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좌문호가 정확히 찾아왔다는 것은 환환살문이 외부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뜻했다·

‘이번에 마련한 거점은 겨우 열흘 전에 마련한 임시 거처· 그 짧은 시간에 우리의 동향이 파악되었단 말인가?’

고산월의 눈에 순간적으로 살기가 떠올랐다·

그는 좌문호를 죽이고 거점을 옮길까 고민했다· 하지만 좌문호가 그의 생각을 미리 읽고 말문을 떼었다·

“소용없을 겁니다·”

“무엇이 말인가?”

“나를 죽이고 거점을 옮겨도 금방 파악될 거란 말입니다· 우리에겐 천하에서 가장 머리가 똑똑한 사람이 있고 그의 능력이라면 환환살문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요·”

“자네가 말하는 우리란 단체가 궁금하군·”

그의 음성에서 살기가 뚝뚝 묻어나왔다·

살문은 어둠 속에 숨어서 기습할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다· 백주에 민낯이 드러난 그 순간부터 살문은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좌문호가 미소를 지었다·

환환살문의 거점을 알아낸 것은 그가 아니었다· 바로 서문혜령의 작품이었다· 서문혜령은 천하에서 가장 머리가 똑똑한 여자답게 강호의 수많은 문파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환환살문 역시 그중 하나였다·

고산월 딴에는 은밀히 무한에 거점을 마련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기실 그들의 움직임은 서문혜령이 움직이는 정보 조직에 의해 손금 보듯 낱낱이 파악되고 있었다·

좌문호는 서문혜령을 통해 환환살문의 거점을 파악했고 이렇게 불시에 찾아왔다· 그는 솔직히 고산월이 당혹해하는 광경을 즐기고 있었다·

“말해도 모를 겁니다· 아직 세상에 드러난 곳이 아니니까요·”

“흥! 비밀결사란 말인가?”

“뭐 굳이 정의하자면 그쯤 되겠지요· 아무튼 저희 단체에서는 환환살문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겨우 임시 거점 하나 알고 있다고 해서 환환살문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강서성 옥화산(玉化山)·”

“····”

“환환살문의 본거지가 있는 곳 아닙니까?”

고산월은 대답 대신 무서운 눈으로 좌문호를 노려봤다· 환환살문의 본거지를 파악했다는 것은 상대가 이쪽의 목 줄기를 움켜쥐고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청부 살인을 주업으로 하는 살문의 특성상 그들에게 원한을 갖고 있는 이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원한을 가진 이들 중에는 현 강호의 명문도 다수 존재했다· 그들에게 위치를 살짝 흘리는 것만으로도 환환살문은 멸문할 위험이 있었다·

좌문호는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이미 주도권이 이쪽으로 넘어왔다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살기 어린 시선으로 한참을 노려보던 고산월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환환살문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살문에 원하는 것이야 뻔하지 않겠습니까?”

“청부?”

“한 사람을 죽여주십시오· 그러면 환환살문이 활동하는 데 편의를 돌봐주겠습니다·”

“음!”

좌문호가 웃었다·

그는 고산월이 자신의 제안을 절대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청부 대상자는?”

“진무원·”

“북검?”

고산월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진무원이 잠시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가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진월이 다가왔다·

“밤새 무슨 깨달음이라도 있었더냐?”

진무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냥 생각을 조금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정리는 되었더냐?”

“최소한 어지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흠! 좋구나·”

무엇이든지 궁극에 이르면 통한다 했다·

학문으로 궁극에 이르렀기에 하진월은 어렵지 않게 진무원이 말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분들은?”

“류산이 놈은 연무하겠다며 수련실에 들어갔다·”

“연무?”

“자극을 받은 모양이더구나· 놔두어라· 오늘 하루는 연무장에 처박혀 있을 것 같으니·”

하진월이 웃었다·

진무원은 모를 것이다· 명류산이 그의 연무에 자극을 받은 것을·

“그럼 당 대협은?”

“형님은 만날 사람이 있다며 미려와 함께 외출하셨다· 그리고 나도 이제 밖으로 나가볼 생각이다· 네놈도 별일 없으면 함께 나가자꾸나·”

“알겠습니다·”

진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장원을 나와 무한으로 향했다·

하진월은 무작정 걸음을 옮겼고 진무원도 굳이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하진월이 향한 곳은 무한 외곽의 빈민가였다·

“이곳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흐흐! 가보면 안다·”

하진월의 모호한 말에 진무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물어봐야 하진월이 대답해 주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알기에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골목길을 이리저리 꺾어 하진월이 도착한 곳은 빈민가의 조그만 고서점이었다·

‘고서점?’

진무원의 눈에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빈민가와 고서점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루 벌어먹고 살기도 바쁜 빈민들이 고서점에 올 리도 없거니와 서책을 사려는 유생이 이런 빈민가까지 올 리는 더욱 없기 때문이다·

하진월은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고 고서점으로 들어갔다·

고서점에 들어서자 퀴퀴한 책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래된 고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냄새에 하진월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한참 책을 정리하고 있던 고서점 점원이 의아한 눈으로 하진월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서점에 책을 사러 오지 왜 오겠는가?”

“거야 그렇지만····”

대답을 하면서도 점원은 미심쩍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이곳은 빈민가이다· 일반적인 사람이나 유생들은 서책을 사기 위해 결코 빈민가로 들어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하진월의 복장은 빈민가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 부조화가 점원으로 하여금 의문을 갖게 만든 것이다·

“이따 나갈 때 서책 몇 권 살 것이네· 그 전에 주인장 좀 불러주게·”

“주인어른을요?”

“그래 삼뇌수사가 왔다고 하면 알 것이네·

잠시 의뭉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점원이 이내 안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하진월과 동년배로 보이는 중년의 문사가 무언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문사는 잠시 멈춰 서서 멀뚱멀뚱한 눈으로 하진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진월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대소·”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진월?”

“오랜만에 보는 친구가 반갑지 않은 모양이군·”

“지랄도 풍년일세· 헛소리하지 말고 무슨 일로 왔는지 용건이나 말해·”

말은 그렇게 퉁명스럽게 했지만 중년문사의 눈은 웃고 있었다· 하진월도 마찬가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우하하! 그간 어떻게 지냈느냐? 아직도 그 미친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이냐?”

“그러는 네놈은 아직도 곰팡내 나는 책에 파묻혀 있는 것이냐?”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잠시 하진월과 해후를 나누던 중년문사가 한쪽에 멀뚱히 서 있는 진무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진월이 진무원을 소개했다·

“자네도 한 번쯤 들어봤겠지? 진무원이라고 하네·”

“북검?”

“맞네·”

중년문사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진무원이 그에게 포권을 취했다·

“진무원이라고 합니다·”

“반갑네· 나는 장대소라고 하네· 이 망할 녀석과는 동문수학한 사이지· 지금은 보다시피 가업을 물려받아 낡은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네·”

장대소가 첫인상과 다르게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점원에게 고서점을 맡기고 진무원과 하진월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가 두 사람을 데리고 간 곳은 고서점의 지하였다·

고서점의 지하에 들어선 순간 진무원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그만 고서점의 지하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공간이 그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방대한 지하 공간에는 서가가 가득했고 각 서가에는 엄청난 양의 서책이 꽂혀 있었다·

하진월이 지하 공간을 둘러보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 오니 옛 생각이 나는군· 어릴 때는 아예 이곳에서 먹고 잤는데·”

“네놈 때문에 내가 아버지한테 얼마나 욕을 얻어먹었는지는 기억하고 있냐? 너를 본받으라고 조상 대대로 모아온 서책이 이렇게 많은데 왜 그렇게 읽지 않느냐고 무던히도 비교당했지·”

“그랬나?”

“그래서 어린 시절 네놈이 그렇게 밉더라· 그렇게 똑똑한 놈이 서책까지 죽어라 탐독하니 당할 재간이 있어야지·”

장대소의 조상은 대대로 이곳에서 고서점을 해왔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고서를 수집했고 이곳 지하 공간에 보관했다· 그렇게 수집한 책이 십만 권이 넘었다·

최소 수백 년 이상의 역사와 문물 지식의 산물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이곳은 세상 모든 유생이 원하는 꿈의 이상향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하진월은 아예 이곳에서 먹고 자면서 서책을 탐독했다· 그의 방대한 지식의 대부분은 이곳에서 체계적으로 정립되었다·

하진월이 서가에 꽂힌 서책을 하나 뽑으며 중얼거렸다·

“이곳이야말로 나의 모든 것이 시작된 원류나 마찬가지지·”

“어떻게 된 거냐? 운남에서 미친 짓거리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제 정신을 차린 것이냐?”

“내가 언제 미치기나 했던가?”

“흥! 네놈이 언제 제정신인 적이 있더냐?”

진무원은 잠자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천하에서 가장 머리가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하진월과 오래된 고서점의 주인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두 사람의 모습은 묘하게 어울려 보였다·

“그런데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겨우 내 안부나 묻자고 찾아온 것은 아닐 테고·”

“무한을 중심으로 한 호북성 전략 지도와 운중천의 축성 설계도 그리고 십 년 전 북천문의 주요 인사 관련 자료·”

“그럼?”

“이제 세상을 향해 날을 세워보려고·”

하진월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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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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