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Chapter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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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 5장 때로는 자존심이 전부일 수도 있다 (4)

보이는 모든 것이 끝없는 황무지를 가로지르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짐을 가득 실은 수십 대의 마차와 그들을 호위하는 일단의 무인· 앞쪽에 있는 마차의 지붕 위에는 은마상단(銀馬商團)이라고 적힌 커다란 깃발이 걸려 있다·

은마상단은 천하십대상단 중 하나로 주로 서역과의 교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일단 한번 상행을 나가면 짧게는 서너 달에서 길게는 일 년 이상 걸리기에 그들은 최대한 많은 짐과 인원으로 원행 상단을 구성했다·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 마차의 지붕 위에는 뽀얀 먼지가 두껍게 내려앉아 있고 말 위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와 어깨도 회색으로 물들어 있다·

“후아!”

선두에서 말을 몰던 남자가 얼굴에 두르고 있던 천을 풀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 가득 들어오자 남자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제 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수염이 뺨과 턱을 뒤덮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미남이었다·

남자의 이름은 유장환· 이번 원행 상단의 총책임자이자 은마상단의 후계자였다· 열다섯 살부터 상행에 참여해 이십 년 이상을 서역을 오가며 청춘을 보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은마상단의 실질적인 후계자임에도 불구하고 혼인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유장환은 후회하지 않았다· 청춘을 모두 바친 대가로 오늘날의 은마상단을 일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 멀리 푸른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나포박호(羅布泊湖)라는 호수였다· 나포박호가 보인다는 것은 그동안 그들을 괴롭히던 사막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년부터는 장평이를 원행에 보내야겠어· 이젠 몸이 예전 같지 않아·”

“하하! 둘째공자님은 이런 원행에 버티지 못하실 겁니다· 소행수님이나 되니까 이 정도의 원행을 이끌어가는 것이지요·”

곁에 있던 중년의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유장환과 함께 수많은 원행을 함께한 은마상단의 호상단주(護商團主) 이등명이었다·

그들은 서역으로 원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근 여덟 달 만의 귀향지로였기에 그들의 눈에는 그리움의 빛이 가득했다·

나포박호에서 중원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피로감이 극에 이르렀지만 며칠만 참으면 그토록 그리워하던 중원 땅을 밟을 수 있기에 그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유장환이 그동안 함께 고생한 호상단을 향해 소리쳤다·

“그간 모두 고생했네! 오늘은 나포박호에서 노숙을 할 터이니 조금만 참게! 중원에 들어가면 내 보상을 톡톡히 하겠네!”

“중원의 계집이 그립습니다!”

“내 청루 하나를 통째로 빌리겠네! 마음에 드는 계집으로 아무나 고르게!”

“와하하!”

유장환의 대답에 호상단의 무인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유장환이 실제로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원행은 특히 이익을 많이 남긴 만큼 보상도 여느 때보다 많을 것이다· 주머니가 두둑해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든든했다·

은마상단의 본거지는 호북성이었다· 중원에 들어가서도 한 달 가까이 이동해야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끝없는 사막을 횡단하는 것만큼 힘들거나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은마상단은 중원에 들어올 때면 항상 나포박호에 들렀다· 비록 제대로 된 객잔이 없어 노숙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호수에서 마음껏 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마음껏 씻을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포박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포박호는 신강성에서 가장 큰 호수 중 하나였다· 수평선이 가늠되지 않을 만큼 광활한 너비에 풍경 또한 아름다웠지만 신강성이라는 오지에 위치해 있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무척 뜸했다·

백여 명의 사람과 수십 대의 마차가 한꺼번에 머물 만한 곳은 나포박호 주변에도 그리 흔치 않았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이곳에서 노숙을 한 덕에 그들은 적합한 노숙지를 알고 있었다·

“음!”

점찍어두었던 노숙지에 도착한 유장환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그곳에 그들보다 먼저 도착한 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열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모닥불을 피워놓고 홀로 앉아 있었다· 유난히 창백해 보이는 하얀 피부 흑옥같이 선명한 눈동자와 붉은 입술을 가진 소녀가 푸른 기가 감도는 머리칼을 바람에 흩날리며 앉아 있었다·

“아!”

상단의 무인들이 소녀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탄성을 흘렸다· 소녀는 단순히 아름다운 정도가 아니라 사람의 가슴을 진탕시키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은마상단보다 앞서 노숙을 하고 있는 이는 바로 은한설이었다·

은한설은 은마상단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빛 때문에 음영이 드리워진 그녀의 얼굴은 더욱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크흠!”

그녀의 모습을 본 몇몇 무사는 자신도 모르게 헛기침을 했다· 그에 은한설이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은한설과 시선이 맞닿은 사람들은 감히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때 유장환이 앞으로 나섰다·

그가 은한설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안녕하시오 소저· 은마상단의 소행수 유장환이라고 하오· 이곳은 우리가 늘 노숙을 하던 곳인데 소저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계셨구려· 혹시 폐가 안 된다면 우리도 이곳 한쪽에 자리를 잡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겠소?”

평소의 유장환답지 않게 정중한 음성이다·

은한설은 말없이 그런 유장환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하는 순간 유장환은 왠지 전신이 위축되는 듯한 느낌을 받고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이 소녀의 정체가 대체 뭐기에?’

그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강호인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봤고 사람을 보는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 그의 눈에 비친 은한설은 결코 평범한 소녀가 아니었다·

잠시 유장환을 바라보던 은한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유장환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고맙소 소저· 이 보답은 꼭 하겠소·”

그는 이어 상단 사람들에게 노숙할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그의 지시에 상단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해의 절반 이상을 길 위에서 보내는 사람들답게 그들은 순식간에 노숙할 준비를 끝냈다· 곳곳에 모닥불을 피우고 음식을 만들 솥이 걸렸다· 호수에서 물을 길러와 미리 준비한 식재료와 함께 끓여 순식간에 음식을 만들었다·

유장환은 싣고 온 술 항아리를 풀었다· 중원이 머지않았으니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간단하게 술자리를 만든 것이다·

조용하기만 하던 호숫가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은한설은 자리에 앉아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오랫동안 씻지 못해 초췌한 몰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얼굴은 밝았다· 그들은 웃고 떠들며 음식을 나눴다· 사소한 이야기 하나에도 웃음을 터뜨리며 술잔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이 은한설에게는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저들은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 걸까?’

언제부터였을까?

그녀는 외부의 자극에 무뎌져 가는 스스로를 느꼈다·

마치 고립된 섬에 갇힌 것처럼 그녀의 정신은 완벽한 독립체로 완성됐다· 고요하면서도 정지된 그녀의 심상의 세계는 외부의 자극과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그들이 왜 그렇게 웃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는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유장환이 그릇을 들고 은한설에게 다가왔다·

“소저 이것 좀 들어보시오· 보아하니 아무것도 드시지 않은 것 같은데·”

은한설이 물끄러미 바라보자 유장환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 어린 소녀가 왠지 어렵게 느껴졌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상단 사람들이 만든 죽이었다· 보기에는 볼품없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들어가서 먹을 만은 했다· 남자들만 있는 상단 사람들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어린 소녀에게 주려니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다·

“잘 먹을게요·”

은한설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유장환은 그런 은한설의 목소리가 상당히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청량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그윽하면서도 촉촉한 느낌이 강한 목소리였다·

은한설은 유장환에게서 죽이 담긴 그릇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잠시 죽 냄새를 음미하더니 수저를 뜨기 시작했다·

유장환은 근처에 앉아서 은한설이 죽을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문득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 소녀는 대체 어디서 온 거지?’

근처 수백 리 안에는 인가 한 채 없는 곳이다· 사막과 인접한 광야에는 늑대를 비롯한 야생 짐승들이 심심치 않게 돌아다니고 있다· 어린 소녀가 혼자서 돌아다닐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혹시 다른 일행이 있는 건가?’

그러나 주위를 둘러봐도 일행은커녕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은한설은 혼자서 이곳까지 왔다는 말이 된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문득 그녀의 정체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그는 오랜 상행 경험을 통해 강호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류가 이렇게 안개에 가려진 듯 모든 것이 모호한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다른 일행이라도 있소?”

그에 은한설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혹시 어디로 가는 길인지 말해주실 수 있겠소이까?”

“중원·”

유장환의 눈이 반짝였다·

“중원 어디까지 가시는 것이오?”

“호북성·”

“허! 그럼 우리 상단과 목적지가 같구려·”

유장환의 대답에 은한설이 식사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쪽도 호북성으로 가는 길인가요?”

“그렇소· 호북성 무한에 본 상단의 장원이 있소이다· 서역에 상행을 갔다가 돌아가는 길이니 근 여덟 달 만에 다시 호북성으로 돌아가는 길이라오·”

오랫동안 서역에 있었기에 그는 중원의 정세에 어두웠다· 그 때문에 천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여자 혼자 몸으로 중원을 횡단하려면 적잖이 불편할 거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와 함께 가는 것이 어떻겠소?”

“왜 내게 그런 호의를 베푸는 거죠?”

“내 막냇동생도 아마 소저 나이쯤 될 거요· 집에 두고 온 막냇동생이 떠올라서 그렇소·”

은한설이 유장환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에 유장환이 헛기침을 했다·

“막냇동생이라····”

은한설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유장환에겐 은한설이 겨우 열다섯 살 소녀로 보이겠지만 그녀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굳이 그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은한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신세를 좀 지겠어요·”

“그럼 내일 같이 출발합시다·”

“고마워요·”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소?”

“말씀하세요·”

“혹시 중원에는 무슨 일 때문에 가는 것인지 알 수 없겠소?”

“····”

“곤란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되오· 순전히 내 궁금증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은한설의 시선이 어둠이 내려앉은 호수를 향했다· 수면에 비친 달빛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그 속에 누군가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오직 그녀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그 사람의 얼굴이·

그녀가 붉은 입술을 열었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호수 위에 울려 퍼졌다·

유장환은 그녀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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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The Legend of the Northern Blade

北剑江湖, 북검전기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14 Native Language: Korean
For decades, the brave warriors of the Northern Army fought to keep the world safe from the evil Silent Night. But when the fourth-generation leader, Jin Kwan-Ho is accused of colluding with the enemy, he is forced to disband the sect and commit su*cide to protect his son, Jin Mu-Won. With no family and allies left, Mu-Won leads a dreary life under close surveillance… until a surprise attack from the Silent Night gives him a chance to escape to the mountains. There, the young warrior trains to master the fighting techniques of his predecessors, before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a loved one brings him back to the mainland. Follow Jin Mu-Won as he embarks on a journey to avenge his father’s death and take down the villains who threaten to plunge the world into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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